나에겐 두 명의 조카가 있다 일곱 살과 네 살 남자아이다 첫째 조카가 태어났을 때는 너무 감격해서 ‘탄생 축하 에세이’까지 써서 헌정하였었다 둘째 조카가 태어났을 때는 에세이까지 쓰진 않았지만 무지하게 기뻐하고 즐거워했었다 ...라고 말하기엔 양심이 찔리네-_- 솔직히 난 여자 조카가 가지고 싶었다구!! 여자 조카는 모든 삼촌들의 로망이라구!! 어려서는 인형같이 예쁘고 귀엽지!! 커서는 애교만점에 다정하고 속 깊지!! 뭐 어쨌든 아들 둘만 낳은 내 동생은 내가 셋째를 낳으라고 매일 노래를 하는데도 눈 하나 꿈쩍 안 하고 절대 안 낳겠다고 한다 혹시라도 또 아들을 낳으면 아마 자긴 죽고 싶을 꺼라나-_- - 삼십 분 - 동생이 경상도 통영에 살기 때문에 한 번씩 올라오면 기본적으로 2박 3일은 있다가 내려간다 평소에도 청소는 잘 해 두는 편이지만 동생이 올라온다고 하면 아이들 때문에라도 청결에 신경 쓰면서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해 둔다 거의 하루 내내 청소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청소해서 아이들을 맞이하지만 단 삼십 분! 단 삼십 분만에 집을 완전히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자식들은 올 때 각자 여행 가방 하나씩 들고 온다 들어오자마자 거실에다 보따리들을 풀어 놓는데 이건 뭐 ‘대테러 작전’에 투입되는 특공대원들도 아닌 것들이 각종 총기류 광선검 따위의 검류 비비탄류의 탄총 위장할 때 쓰는 변신가면 온갖 무기들을 늘어 놓고는 “삼촌! 이것 봐라!” 하면서 나에게 총구를 들이대는데-_- 뭐 들이대는 것까지는 봐 줄 수 있는데 “이거 맞으면 아프다!” 하면서 쏘는 건 또 뭔지-_- 여튼 집안에 온통 지네들 물건을 늘어놓고는 지네들 물건은 놔 두고 왜 내 물건을 꺼내서 늘어 놓는지-_-... 거기다 식사는 좀들 얌전하게들 하시는지 닭날개 따위를 들고 집 안 모든 살림들을 참견하고 다니는데 “오~! 컴퓨터 컴퓨터!!” “오~! 노트북 노트북!!” 하필 모니터에다가 닭 만진 손을 비벼대시는데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녀석들이라지만 가끔 가다 나도 모르게 ‘이눔자식들이!’ 라는 고함소리가 목구멍에서 맴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나마 둘째가 ‘기어’ 다녔을 때는 행복했다 이젠 두 놈이 세트로 ‘날아’ 다니는 사태가 발생하자 거기다 삼촌 물건의 소유권을 놓고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집 안은 완전히 ‘개판’, ‘난장판’, ‘아수라장’, ‘쓰레기장’... 이건 뭐 동생이 ‘셋째가 아들이면 죽어 버리겠...’ 라고 말한 게 공감 X 백만 스물 두 개 정도는 되어 버린다 이 말이다 내 동생이 애초부터 나긋나긋한 여인네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루 죙일 ‘이 자식들아!!’ , ‘다 죽여 버린다!!’ 고함 치면서 글라디에이터급 여전사가 다 되어 있었고-_- 예전에는 그래도 꽤나 소심해서 내가 큰소리 치면 쫄기도 했는데 지금은 옆에서 폭탄이 터질만큼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궁뎅이 딱 붙이고 앉아 밥 먹는 모습 보면 그러다가 날아 댕기는 놈들 척척 잡아채서 밥 떠먹이는 거 보면 쟤가 내가 평생 봐 오던 내 여동생인지 아님 파워레인저인지 그래 놓고선 내가 기막혀 쳐다보면 동생 한다는 말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는 게 얼마나 복 된 줄 알기나 하셔” 인생을 달관한 사람처럼 한 마디 하는데 내가 아무리 여자 조카애한테 눈이 멀었다고 해도 더 이상 셋째 타령을 하면 안 된다고 자꾸 마음 약해지고 있다 - 스키장 - 이번 설날에 온 내 동생 패거리들은 무려 일주일간 친정에서 개기다 간다고 선언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너무 보고 싶어 꿈에 나오는 패거리들이지만 막상 눈으로 직접 보면 오분만에 도망가고 싶어지는 나였기에-_-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 라는 굳은 각오와 함께 설날부터 오늘까지 굳세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동생은 친정에 올 때는 항상 내 스케줄을 먼저 점검한다 직장이 바쁘신 부모님 대신 허울 좋은 프리랜서-_-인 오래비가 집에 붙어 있어야 조카들을 봐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엔 기간이 긴만큼 엄청난 계획까지 세워 놓았으니 바로 스키장 놀러 가기! 동생의 계획을 듣고 난 걱정이 되어 물어봤다 “애들 데리고 제대로 스키나 탈 수 있겠냐?” “왜 못 타? 오빠가 막냉이 무등 태우고 보드 타면 되잖아” “-_-” “농담이고 좋은 계획이 있어” 동생의 좋은 계획이라는 것은 첫째놈은 당일날 하는 스키 강습에 집어 넣고 둘째놈은 스키장에 놀이방이 있으니 거기에 집어 넣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올시즌 처음으로 스키장엘 가게 되었는데... AM 11 : 50분 1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반일권을 끊을 예정인 우리는 스키장이 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고 룰루랄라 즐겁게 집을 떠났다 PM 12시 20분 고속도로가 막힌다-_- 평일 대낮에도 막히다니 기가 막혔다 마음 급해진 나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탄다 국도길은 모르지만 길눈 좋은 나로서는 금방 찾겠지 PM 12시 50분 국도에서 헤매고 있다-_- 좀 전에 길 가르쳐 준 사람이 잘 못 가르쳐 줬다 제대로 모르면 가르쳐 주지 말란 말이닷! 동생은 괜히 국도로 빠져서 헤맨다고 투덜투덜거린다 조카놈들 지쳐서 골아 떨어짐-_- PM 1시 20분 물어물어 겨우 스키장에 들어섰다 젠장! 옆 스키장으로 잘 못 찾아 갔다! PM 1시 50분 드디어 스키장에 도착! 잠에서 덜 깬 조카놈 들쳐 업고 냅다 뛰었다 첫째놈 스키강습이 2시부터 시작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PM 2시 00분 나는 첫째 조카놈 강습에 데려다 주러 가고 동생은 둘째 밥 먹이러 식당 데려간다 두시 반에 다시 만나서 둘째 놀이방에 집어 넣고 우린 첫째놈 강습 끝나는 네 시까지 신나게 고고씽 하기로 결정 PM 2시 30분 둘째를 데리고 놀이방으로 감 놀이방에 놈을 놔 두고 오려고 했는데 이눔자식이 울면서 떨어지지를 않음-_- 놀이방 봐 주는 도우미 언니에게 억지로 맡기고 나오는데 스키장 떠나가라 고래고래 울고 지랄발광함-_- 울고 지랄하는 놈에게 익숙한 지애미 왈 “저럴 땐 못 본 척 해야 덜 지랄해” 그리고서는 냉정하게 돌아서지만 마음 약한 삼촌은 차마 그러지 못하고-_- “애 달래 놓고 잽싸게 갈게! 먼저 타고 있어!” 라고 겁 없이 멘트를 던짐 PM 2시 42분 지랄발광하며 울던 놈이 날 보자마자 울음 그침 해맑은 표정을 보아하니 5분만 기다리면 될 듯 PM 2시 50분 녀석을 두고 나오려고 1차 시도 했으나 이 자식이 또 울 기미를 보여서 포기 PM 3시 10분 2,3차 연거푸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 지 형하고 있을 때는 날아 댕기던 놈이 혼자 놔 두니까 아무 짓도 못 하고 구석에 짱 박혀 있음 마음에 드는 자동차가 있는 듯 한데 소심의 극치를 달리는 듯 바라만 보고 있음 옆에서 쳐다보는 내 가슴이 아주 미어 터짐! PM 3시 30분 음료수 사달라고 땡깡 피움 엄마한테 사 달라면 혼나니까 나한테 들이댐 음료수 사 주면 삼촌 놔 주겠다고 약속 음료수 사 줌 그러나 음료수 사 줬는데도 안 놔 줌! 사악한 놈! PM 4시 10분 모든 걸 포기한 나는 보드 끌어 안고 놀이방 입구에 들어누웠음 이놈은 그 큰 놀이방에서 놀지도 못 하고 입구에 누워 있는 내 반경 2미터 안에서 아까부터 보던 자동차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음 타고 싶냐고 몇 번이나 물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듬 그러나 눈빛은 무지하게 타고 싶은 거 같음 동생이 첫째 조카놈 손 붙잡고 나타남 “오빠 아직두 있었어?! 난 다른 코스에서 타는 줄 알았는데!” 난 말 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임 “얼른 타고 와. 내가 애들 보고 있을게” 잽싸게 뛰어 나감 PM 4시 15분 간신히 리프트에 올라 탐 타고 올라가면서 열심히 계획을 세움 시간을 보니 빨리 타면 두 번은 탈 수 있겠음 첫 번째는 거의 직활강하듯 잽싸게 타고 내려오고 두 번째는 코스 끝에서 끝까지 S자로 천천히 탈 각오함 PM 4시 17분 정상에 도착 드디어 하강 시작! 짧은 S자를 그리면서 무섭게 내려오기 시작함 설날에 먹은 떡국의 영향인지 체중증가로 가속도 엄청남 잘 내려오다가 코스 하단부에 눈 녹아 뭉친 곳 발견! 엣찌가 안 먹히며 보드가 눈 속에 쳐박히더니 그대로 공중에 붕~~~~ 날아오름 5미터 이상 날아오르다 바닥에 그대로 쳐박힘! 데굴데굴 굴러서 거의 20미터 가까이 가서야 멈춤! 다음날 AM 01시 40분 내 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나의 상태는 어디 가서 17대 1로 맞짱 뜨고 온 놈처럼 뒤지게 두들겨 맞은 듯 근육통을 심하게 겪고 있다 얼마나 심하게 엉덩이를 부딪쳤던지 엉덩이를 타고 올라온 통증이 뒷목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내일 아침엔 온 몸이 쑤셔서 꼼짝도 못할 듯 싶다 온 몸이 쑤셔서 방 침대에 간신히 누워 있는데 둘째놈이 내 배를 노리고 침대 위로 기어오른다 “삼촌 지금 아퍼! 건들지 마!!” 비명을 지르는 날 보면서 씨익 사악하게 웃은 놈은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내 배에 올라탄다 “삼촌 아프다는데 왜 올라 타!” 첫째놈이 달려와서는 둘째놈 머리채를 휘어잡아서는 그대로 바닥에다 내려꽂는다-_- 둘째놈은 동네 떠나가라는 듯 울음을 터트렸고 첫째놈은 마땅히 할 일을 했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삼촌 괴롭히면 내가 가만 안 둔다!!” 울부짖는 동생을 향해 지구방위대틱한 대사를 외친다 난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잠깐만 올라타게 놔 두면 될 것을 이젠 어부바와 목마태워주기까지 해야 되게 생겼으니... 그래 이눔자식들아 날 잡아 먹던지 씹어 먹던지 니들 맘대로 해도 좋다 그 대신 반드시 무사하게 잘 자라줘야 하는 거야 받은 사랑을 남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이 되는 거야 삼촌이 언제나 기도하며 지켜보고 있으마 사랑한다 ps 첫째 조카에게 바친 '헌정 에세이'는 아래의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cyworld.com/harang2006
조카는 못 말려-_-
나에겐 두 명의 조카가 있다
일곱 살과 네 살 남자아이다
첫째 조카가 태어났을 때는 너무 감격해서
‘탄생 축하 에세이’까지 써서 헌정하였었다
둘째 조카가 태어났을 때는
에세이까지 쓰진 않았지만
무지하게 기뻐하고 즐거워했었다
...라고 말하기엔 양심이 찔리네-_-
솔직히 난 여자 조카가 가지고 싶었다구!!
여자 조카는 모든 삼촌들의 로망이라구!!
어려서는 인형같이 예쁘고 귀엽지!!
커서는 애교만점에 다정하고 속 깊지!!
뭐 어쨌든 아들 둘만 낳은 내 동생은
내가 셋째를 낳으라고 매일 노래를 하는데도
눈 하나 꿈쩍 안 하고 절대 안 낳겠다고 한다
혹시라도 또 아들을 낳으면 아마 자긴 죽고 싶을 꺼라나-_-
- 삼십 분 -
동생이 경상도 통영에 살기 때문에 한 번씩 올라오면
기본적으로 2박 3일은 있다가 내려간다
평소에도 청소는 잘 해 두는 편이지만
동생이 올라온다고 하면 아이들 때문에라도
청결에 신경 쓰면서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해 둔다
거의 하루 내내 청소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청소해서 아이들을 맞이하지만
단 삼십 분!
단 삼십 분만에 집을 완전히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자식들은 올 때 각자 여행 가방 하나씩 들고 온다
들어오자마자 거실에다 보따리들을 풀어 놓는데
이건 뭐 ‘대테러 작전’에 투입되는 특공대원들도 아닌 것들이
각종 총기류
광선검 따위의 검류
비비탄류의 탄총
위장할 때 쓰는 변신가면
온갖 무기들을 늘어 놓고는
“삼촌! 이것 봐라!”
하면서 나에게 총구를 들이대는데-_-
뭐 들이대는 것까지는 봐 줄 수 있는데
“이거 맞으면 아프다!”
하면서 쏘는 건 또 뭔지-_-
여튼 집안에 온통 지네들 물건을 늘어놓고는
지네들 물건은 놔 두고 왜 내 물건을 꺼내서 늘어 놓는지-_-...
거기다 식사는 좀들 얌전하게들 하시는지
닭날개 따위를 들고 집 안 모든 살림들을 참견하고 다니는데
“오~! 컴퓨터 컴퓨터!!”
“오~! 노트북 노트북!!”
하필 모니터에다가 닭 만진 손을 비벼대시는데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녀석들이라지만
가끔 가다 나도 모르게 ‘이눔자식들이!’ 라는 고함소리가
목구멍에서 맴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나마 둘째가 ‘기어’ 다녔을 때는 행복했다
이젠 두 놈이 세트로 ‘날아’ 다니는 사태가 발생하자
거기다 삼촌 물건의 소유권을 놓고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집 안은 완전히 ‘개판’, ‘난장판’, ‘아수라장’, ‘쓰레기장’...
이건 뭐 동생이 ‘셋째가 아들이면 죽어 버리겠...’ 라고 말한 게
공감 X 백만 스물 두 개 정도는 되어 버린다 이 말이다
내 동생이 애초부터 나긋나긋한 여인네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루 죙일 ‘이 자식들아!!’ , ‘다 죽여 버린다!!’ 고함 치면서
글라디에이터급 여전사가 다 되어 있었고-_-
예전에는 그래도 꽤나 소심해서 내가 큰소리 치면 쫄기도 했는데
지금은 옆에서 폭탄이 터질만큼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궁뎅이 딱 붙이고 앉아 밥 먹는 모습 보면
그러다가 날아 댕기는 놈들 척척 잡아채서 밥 떠먹이는 거 보면
쟤가 내가 평생 봐 오던 내 여동생인지 아님 파워레인저인지
그래 놓고선 내가 기막혀 쳐다보면 동생 한다는 말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는 게 얼마나 복 된 줄 알기나 하셔”
인생을 달관한 사람처럼 한 마디 하는데
내가 아무리 여자 조카애한테 눈이 멀었다고 해도
더 이상 셋째 타령을 하면 안 된다고 자꾸 마음 약해지고 있다
- 스키장 -
이번 설날에 온 내 동생 패거리들은
무려 일주일간 친정에서 개기다 간다고 선언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너무 보고 싶어 꿈에 나오는 패거리들이지만
막상 눈으로 직접 보면 오분만에 도망가고 싶어지는 나였기에-_-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 라는 굳은 각오와 함께
설날부터 오늘까지 굳세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동생은 친정에 올 때는 항상 내 스케줄을 먼저 점검한다
직장이 바쁘신 부모님 대신 허울 좋은 프리랜서-_-인 오래비가
집에 붙어 있어야 조카들을 봐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엔 기간이 긴만큼 엄청난 계획까지 세워 놓았으니
바로 스키장 놀러 가기!
동생의 계획을 듣고 난 걱정이 되어 물어봤다
“애들 데리고 제대로 스키나 탈 수 있겠냐?”
“왜 못 타? 오빠가 막냉이 무등 태우고 보드 타면 되잖아”
“-_-”
“농담이고 좋은 계획이 있어”
동생의 좋은 계획이라는 것은
첫째놈은 당일날 하는 스키 강습에 집어 넣고
둘째놈은 스키장에 놀이방이 있으니 거기에 집어 넣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올시즌 처음으로 스키장엘 가게 되었는데...
AM 11 : 50분
1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반일권을 끊을 예정인 우리는
스키장이 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고
룰루랄라 즐겁게 집을 떠났다
PM 12시 20분
고속도로가 막힌다-_-
평일 대낮에도 막히다니 기가 막혔다
마음 급해진 나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탄다
국도길은 모르지만 길눈 좋은 나로서는 금방 찾겠지
PM 12시 50분
국도에서 헤매고 있다-_-
좀 전에 길 가르쳐 준 사람이 잘 못 가르쳐 줬다
제대로 모르면 가르쳐 주지 말란 말이닷!
동생은 괜히 국도로 빠져서 헤맨다고 투덜투덜거린다
조카놈들 지쳐서 골아 떨어짐-_-
PM 1시 20분
물어물어 겨우 스키장에 들어섰다
젠장!
옆 스키장으로 잘 못 찾아 갔다!
PM 1시 50분
드디어 스키장에 도착!
잠에서 덜 깬 조카놈 들쳐 업고 냅다 뛰었다
첫째놈 스키강습이 2시부터 시작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PM 2시 00분
나는 첫째 조카놈 강습에 데려다 주러 가고
동생은 둘째 밥 먹이러 식당 데려간다
두시 반에 다시 만나서
둘째 놀이방에 집어 넣고
우린 첫째놈 강습 끝나는 네 시까지 신나게 고고씽 하기로 결정
PM 2시 30분
둘째를 데리고 놀이방으로 감
놀이방에 놈을 놔 두고 오려고 했는데
이눔자식이 울면서 떨어지지를 않음-_-
놀이방 봐 주는 도우미 언니에게 억지로 맡기고 나오는데
스키장 떠나가라 고래고래 울고 지랄발광함-_-
울고 지랄하는 놈에게 익숙한 지애미 왈
“저럴 땐 못 본 척 해야 덜 지랄해”
그리고서는 냉정하게 돌아서지만
마음 약한 삼촌은 차마 그러지 못하고-_-
“애 달래 놓고 잽싸게 갈게! 먼저 타고 있어!”
라고 겁 없이 멘트를 던짐
PM 2시 42분
지랄발광하며 울던 놈이 날 보자마자 울음 그침
해맑은 표정을 보아하니 5분만 기다리면 될 듯
PM 2시 50분
녀석을 두고 나오려고 1차 시도 했으나
이 자식이 또 울 기미를 보여서 포기
PM 3시 10분
2,3차 연거푸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
지 형하고 있을 때는 날아 댕기던 놈이
혼자 놔 두니까 아무 짓도 못 하고 구석에 짱 박혀 있음
마음에 드는 자동차가 있는 듯 한데
소심의 극치를 달리는 듯 바라만 보고 있음
옆에서 쳐다보는 내 가슴이 아주 미어 터짐!
PM 3시 30분
음료수 사달라고 땡깡 피움
엄마한테 사 달라면 혼나니까 나한테 들이댐
음료수 사 주면 삼촌 놔 주겠다고 약속
음료수 사 줌
그러나 음료수 사 줬는데도 안 놔 줌!
사악한 놈!
PM 4시 10분
모든 걸 포기한 나는
보드 끌어 안고 놀이방 입구에 들어누웠음
이놈은 그 큰 놀이방에서 놀지도 못 하고
입구에 누워 있는 내 반경 2미터 안에서
아까부터 보던 자동차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음
타고 싶냐고 몇 번이나 물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듬
그러나 눈빛은 무지하게 타고 싶은 거 같음
동생이 첫째 조카놈 손 붙잡고 나타남
“오빠 아직두 있었어?! 난 다른 코스에서 타는 줄 알았는데!”
난 말 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임
“얼른 타고 와. 내가 애들 보고 있을게”
잽싸게 뛰어 나감
PM 4시 15분
간신히 리프트에 올라 탐
타고 올라가면서 열심히 계획을 세움
시간을 보니 빨리 타면 두 번은 탈 수 있겠음
첫 번째는 거의 직활강하듯 잽싸게 타고 내려오고
두 번째는 코스 끝에서 끝까지 S자로 천천히 탈 각오함
PM 4시 17분
정상에 도착
드디어 하강 시작!
짧은 S자를 그리면서 무섭게 내려오기 시작함
설날에 먹은 떡국의 영향인지 체중증가로 가속도 엄청남
잘 내려오다가 코스 하단부에 눈 녹아 뭉친 곳 발견!
엣찌가 안 먹히며 보드가 눈 속에 쳐박히더니
그대로 공중에 붕~~~~ 날아오름
5미터 이상 날아오르다 바닥에 그대로 쳐박힘!
데굴데굴 굴러서 거의 20미터 가까이 가서야 멈춤!
다음날 AM 01시 40분
내 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나의 상태는
어디 가서 17대 1로 맞짱 뜨고 온 놈처럼
뒤지게 두들겨 맞은 듯 근육통을 심하게 겪고 있다
얼마나 심하게 엉덩이를 부딪쳤던지
엉덩이를 타고 올라온 통증이 뒷목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내일 아침엔 온 몸이 쑤셔서 꼼짝도 못할 듯 싶다
온 몸이 쑤셔서 방 침대에 간신히 누워 있는데
둘째놈이 내 배를 노리고 침대 위로 기어오른다
“삼촌 지금 아퍼! 건들지 마!!”
비명을 지르는 날 보면서 씨익 사악하게 웃은 놈은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내 배에 올라탄다
“삼촌 아프다는데 왜 올라 타!”
첫째놈이 달려와서는 둘째놈 머리채를 휘어잡아서는
그대로 바닥에다 내려꽂는다-_-
둘째놈은 동네 떠나가라는 듯 울음을 터트렸고
첫째놈은 마땅히 할 일을 했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삼촌 괴롭히면 내가 가만 안 둔다!!”
울부짖는 동생을 향해 지구방위대틱한 대사를 외친다
난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잠깐만 올라타게 놔 두면 될 것을
이젠 어부바와 목마태워주기까지 해야 되게 생겼으니...
그래 이눔자식들아
날 잡아 먹던지 씹어 먹던지 니들 맘대로 해도 좋다
그 대신 반드시 무사하게 잘 자라줘야 하는 거야
받은 사랑을 남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이 되는 거야
삼촌이 언제나 기도하며 지켜보고 있으마
사랑한다
ps
첫째 조카에게 바친 '헌정 에세이'는 아래의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cyworld.com/harang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