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꺼꾸로 사랑하기(9)

이정대200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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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는 눈을 떠서 보이는 것은 오직 길수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뿐이다. 귀가 답답해짐을 느낀다. 주위는  아무 소리없이 그대로 이고,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길수의 어깨를 감싸고 있다. 연아는 힘을 내어 말하고 있다.

  “ 길수야, 나 물......”  

 

연아는 혼돈에 빠져있다. 바보가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듯이 지금 연아는 혼돈의 심연에 빠져 있다. 길수와의 만남과 길수와의 사랑. 그리고 연아 자신의 악연 때문에 길수의 꿈이..... 이젠 귀가 들리지도 않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되는지... 혼돈속에서 연아는 길수의 사랑을 보았고 들었다. 길수와 함께 피아노 선율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길수의 사랑의 눈물도..... 악연은 여기서 끝나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연아의 자신을 찾아야만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길수와의 삶이였고, 행복하였다.

하나 하나씩 모든 것이 연아와 길수에겐 행복이였던 시절이다. 작은방 창문에 아침햇살이 비치면 연아는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밥을 짓고, 찌개를 끌이며 부엌에서 도마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는 소리에 길수는 일어나 창문에 커텐을 거드면 자그마한 방안에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하루를 알리는 즐거운 소리가 들으면서 연아의 뒤를 살며시 껴 안으며 서로 웃음 지었고, 밤이 되어 창문사이에 들어오는 별을 찾아 한없는 둘만의 대화를 나누면서 길수는 자신의 품안에 평온하게 잠이 든 연아의 얼굴을 보며 지듯이 안고 있으면 연아의 샴푸 머리 내음이 너무나도 향기롭고 지워지지 않은 행복으로 남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나지막하게 반젤라스의 ‘러브 테마’는 틀고서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곤 하였고, 둘이서 나란히 앉아 서로의 다리를 피아노건반으로 삼아서 연주하곤 하는 너무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이 였다. 그리고 다시 연아에게는 버리지 않은 꿈을 향해 나아 갈 수 있었던 적어도 길수가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