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손에 최강자의 지갑이 있다 대한민국 0.01%의 귀족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신용카드와 백만원권 수표가 몇 장이나 들어 있는 최강자의 지갑은 예상대로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지갑 ...이 아닌 7800원짜리 도라에몽 캐릭터 지갑이었다 지갑 내용물과 지갑의 분위기가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카드에 영문으로 ‘최강자’라고 써 있는 걸로 봐서는 지갑 겉에는 볼펜으로 ‘최강자’라고 쓴 걸로 봐서는 이 지갑이나 지갑 속의 내용물이나 최강자 것이 분명했다 수백만원 현금이 7800원짜리 지갑에 들어 있다니... 내가 8년 동안 작가 생활을 해 왔지만 이렇게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소설 속에서도 못 보았었다 아무리 생뚱맞다고 해도 개연성이라는 게 있어야 되는데 이 녀석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아웅~~~ 잘 잤다~~” 최강자가 기지개를 길게 하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머! 벌써 일어나셨어여?” 최강자는 놀란 듯 내게 묻는다 “벌써 일어난 게 아니라 아예 안 잤습니다” “안 잤어요? 오늘 밤에 일 나가지 않나요?” “나갑니다” “근데 왜 안 잤어여?” “지금 내가 안 잔게 중요한 게 아니구요 최강자씨 뭐 혹시 뭐 잃어 버린 거 없습니까?“ “저요? 글쎄요?” “잘 생각해 봐요. 뭐 잃어 버린 거 없는지” 최강자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아함~~ 간만에 푹 잤더니 개운하넹~” 기지개를 하며 긴장 풀어진 눈으로 날 보는 게 아닌가 “오빠 나 배고파” 난 경악을 하며 최강자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동문서답의 귀재라고 해도 그렇지! 잃어 버린 거 없냐고 물었더니 오빠 배고파 라니! 그것도 반말로! 이 싹퉁바가지가 어이상실도 유분수지! 수백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 버리고 배고프단 말이 나오냐구! 더 이상 상대하다가는 나까지 개념을 상실할 거 같아서 난 말 없이 도라에몽 지갑을 최강자에게 내밀었다 “어. 내 도라에몽이다” 놀랍게도 최강자는 아무런 리액션 없이 “어. 아홉시 뉴스 시작할 시간이군” “어.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군” 이따위 대사를 날리듯 아무런 감흥 없이 ‘어. 내 도라에몽이다’ 라는 대사를 날리고는 내 손에 들린 자기 지갑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게 아닌가 “최강자씨 어제 피씨방에 이 지갑 놔 두고 그냥 나왔습니다” “피씨방에다가요?” “네! 지갑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그냥 나왔다구요 그냥!” 난 최강자가 얼마나 엄청난 실수를 할 뻔했는지 알려주기 위해 강한 어조로 한 자 한 자 강조해서 말했다 최강자는 그런 날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날 쳐다보던 최강자는 “아~ 피씨방에다 그냥 두고 나왔구나~” 이건 마치... “아~ 하리수가 결혼하는구나~” “아~ 대통령이 탈당하는구나~” 신문에서 자기와 상관없는 기사를 읽은 듯 말하고는 길게 기지개를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화장실로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 난 얼음 땡 놀이를 하듯 그 자리에 얼음 하고 굳어 버렸다 얘 지금 뭐 하자는 플레이냐... 수백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 버릴 뻔 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이런 허무에 가까운 리액션을 한 것도 모자라 아무 일 없다는 듯 오줌 싸러 화장실로 고고씽한단 말인가... 그만큼 오줌이 마렵다는 거냐 아니면 지갑 잃어 버린 게 오줌 싸는 일보다도 하찮은 사건이라는 거냐... 그 때였다 갑자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오빠!” 최강자가 화난 듯 큰 목소리로 날 부른다 뭔가 싶어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에그머니나!” 화들짝 놀라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최강자가 글쎄 자기 팬티를 손에 든 채 날 노려 보는 게 아닌가 “이 팬티 봤어요 안 봤어요?!” “앗!... 그, 그게...” “봤어요 안 봤어요?!” 최강자가 열 받은 듯 다그쳐 묻는다 난 마치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뭐야! 그럼 이 팬티 본 거예욧?” “네......” “그럼 나 노팬티인 것두 알고 있었던 거예욧?!” 난 차마 입에서 대답 소리가 안 나와서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만 더 푹 숙였다 “이런 젠장! 노팬티인 줄 알고 있어써!” 최강자는 열 받은 듯 ‘쾅!’ 소리를 내며 욕실문을 닫았다 억울했다 누군 팬티 보고 싶어서 본 줄 아냐구 니가 수건걸이에 떡 하고 걸어 놨는데 안 보고 배기냐구 그리고 말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이 세상 어느 남자가 노팬티로 자기 침대에서 잠 자는 여자를 그냥 놔 두냐구 덮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자제했던 거라구 난 억울함을 항변하듯 화장실 문을 노려 보았다 “벌컥!” 화장실 문이 열리며 최강자가 나온다 난 잽싸게 고개를 숙여 반성모드로 들어갔다 최강자는 내 앞을 스쳐 지나쳐 침대에 걸터 앉았다 고개 숙인 내 앞으로 최강자의 곰돌이 팬티가 보인다 잽싸게 고개를 들어 멀뚱멀뚱 천정을 쳐다 보았다 “뭐하고 앉아 있어욧!” 최강자가 호통 치듯 말한다 “얼른 밥이라도 시키라구. 나 배고프다니까” 난 잽싸게 핸드폰을 들었다 “뭐 먹고 싶으세요?” 나의 질문에 최강자는 특유의 동문서답으로 날 한심한 듯 쳐다보며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남자가 무슨... 줘도 못 먹냐” 터엉....................................................... 줘.도.못.먹.냐 줘.도.못.먹.냐 줘.도.못.먹.냐 줘.도.못.먹.냐 줘.도.못.먹.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줘도 못 먹냐니... 설마... 설마... 설마... 난 넋이라도 나간 듯 멍하게 최강자를 바라보았다 “뭐해요. 밥 안 시키구” 최강자는 만사가 귀찮은 듯 침대에 벌렁 누웠다 난 손에 든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최강자씨” 난 최강자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무표정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최강자를 쳐다보았다 내 모습이 심상치 않은 것을 감지한 최강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날 가만히 쳐다보았다 “당신 지금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나의 굳은 표정에 최강자는 대답 없이 날 쳐다 보았다 “내가 웬만하면 이해해 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나 도저히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 안 되고 있거든 지갑에 돈도 많으면서 피씨방에서 잔 것도 그렇고 굳이 우리집 와서 잠을 자겠다는 것도 이상하고 그리고... 왜 나한테 당신 몸을 주겠다는 거지? 왜 줘도 못 먹냐구? 내가 언제 당신 몸 달라고 했나? 처음 본 남자하고 자고 싶을 만큼 잠자리가 급했나? 그렇게 급하면 호스트바라도 가면 될 것을 왜 나하고...“ “잠자리가 급한 건 사실이에요” 최강자는 다른 때와는 달리 차분한 어조로 내 말을 끊었다 “지금 오빠가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예요 나 잠자리가 급한 것도 사실이고 처음 본 오빠하고 잠자리를 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유...?” “네. 분명한 이유” 최강자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나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니?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난... 전혀 이유를 모르겠는데...” “작가가 그 정도 추리력도 없나요?” 어라...... 내가 작가인 줄 최강자가 어떻게 알고 있지...? 내가 작가라고 말한 적 없었는데...? 난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최강자를 쳐다보았다 최강자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특유의 똘망똘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닉네임은 하랑 PC통신에 첫 번째 소설 ‘삼수생의 사랑이야기’ 연재 이후 조선일보에 두 번째 소설 ‘원통한 남자’ 연재 네이트 작가게시판에 세 번째 소설 ‘14년의 러브스토리’ 연재 웃대에 네 번째 소설 ‘고딩 연예인과 사귄다면’ 연재 이후 영화와 시나리오 작업에 전념하고 있음“ 믿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내 작가 경력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다, 당신... 정체가 뭐, 뭐야...?” 나의 질문에 그녀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 기억 안 나요? 오빠 홈페이지에 들락거리던 그 초등학생 독자?” 초등학생 독자? “벌써 8년 전이네? 그 때 오빠 처음 개인 홈페이지 열구 내가 방명록에 글 남기구 그랬잖아요“ 이봐이봐 당연히 기억해 줄 수 있을 거란 눈으로 보지 말라구 방명록에 글 남기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었고 무려 8년 전의 일을 기억할 나도 아니라구 “기억 안 나나 보네? 음... 이건 기억 나죠? 내가 오빠의 열렬한 독자라고 하니까 오빠가 그랬잖아요 이렇게 어린 독자가 있어서 감동적이라구 오빠 글 읽고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 달라구 말이예요 나한테 이런 말 한 건 기억 나죠?“ 이런...... 난 원래 미성년자 독자들한텐 그렇게 멘트를 날린다구...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요 나 나중에 크면 오빠 불쑥 찾아 가겠다구 나 찾아 가면 꼭 만나 줘야 된다구 그러니까 오빠가 나한테 그랬잖아요 걱정 말고 올라오라구 올라오면 잠자리는 책임지겠다구요“ 텅!!!! 난 누가 물이라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났다!! “헉! 이, 이봐요 최강자씨! 혹시 내, 내가 옛날에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그 잠자리가 그 잠자리는 아니었을 거라구요! 내, 내가 무슨 초등학생한테... 말도 안 된다구요!“ “물론 그런 잠자리는 아니었겠지만요 그 초등학생이 벌써 자라서 아가씨가 되었잖아요 이렇게 육감적이고 탱글탱글한 아가씨가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잠자리 내용도 바뀌어야 되지 않겠어요?“ 최강자는 금방이라도 날 잡아 먹을 듯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하면서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이, 이봐요 최강자씨... 우, 우리 진정하고 마, 말로 합시다“ “이상하네? 오빠 글 보면 무지 야하고 이런 장면 즐겨 쓰던데 오빠 이런 거 마다할 사람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데?“ 이, 이봐... 물론 나도 이런 걸 즐기긴 하지만... 당신은 지금 너무 대 놓고 들이대고 있다구... 이렇게 겁나게 들이대는데 선뜻 나서는 놈이 더 이상한 거라구... 최강자가 다가올수록 나는 더욱더 뒷걸음질쳐 도망쳤다 그러나 계속 도망다니기에는 우리집 원룸은 너무 사이즈가 작았다-_- 난 몇 걸음 도망가지도 못 하고 결국 벽에 막혀 덜덜 떠는 신세가 되었고 최강자는 음흉한 눈으로 내 얼굴로 천천히 자기 얼굴을 가져왔다 그녀의 숨결이 내 얼굴에 닿는 순간 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눈을 감았고 마음 속으로 각오를 하고 그녀의 처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날 바로 잡아 먹지 않고 내 귀에 대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오빠 글 보면서 울고 웃고 자랐거든요... 내 삶의 가장 즐거운 추억이었어요... 그리고 나... 죽기 전에 마지막 추억으로... 잠자리는 꼭 해 보고 싶었거든요... 마지막 추억을 오빠하고 나누고 싶었거든요...“ 그녀는... 마치 유언을 남기는 듯... 내 귀에 속삭이고는 조용히 나를 끌어 안았다... <다음편에 계속...> 지난 글은 http://www.cyworld.com/harang2006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겁나게 들이대는 그녀 - 밝혀진 비밀
지금 내 손에 최강자의 지갑이 있다
대한민국 0.01%의 귀족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신용카드와
백만원권 수표가 몇 장이나 들어 있는 최강자의 지갑은
예상대로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지갑
...이 아닌 7800원짜리 도라에몽 캐릭터 지갑이었다
지갑 내용물과 지갑의 분위기가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카드에 영문으로 ‘최강자’라고 써 있는 걸로 봐서는
지갑 겉에는 볼펜으로 ‘최강자’라고 쓴 걸로 봐서는
이 지갑이나 지갑 속의 내용물이나 최강자 것이 분명했다
수백만원 현금이 7800원짜리 지갑에 들어 있다니...
내가 8년 동안 작가 생활을 해 왔지만
이렇게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소설 속에서도 못 보았었다
아무리 생뚱맞다고 해도 개연성이라는 게 있어야 되는데
이 녀석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아웅~~~ 잘 잤다~~”
최강자가 기지개를 길게 하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머! 벌써 일어나셨어여?”
최강자는 놀란 듯 내게 묻는다
“벌써 일어난 게 아니라 아예 안 잤습니다”
“안 잤어요? 오늘 밤에 일 나가지 않나요?”
“나갑니다”
“근데 왜 안 잤어여?”
“지금 내가 안 잔게 중요한 게 아니구요
최강자씨 뭐 혹시 뭐 잃어 버린 거 없습니까?“
“저요? 글쎄요?”
“잘 생각해 봐요. 뭐 잃어 버린 거 없는지”
최강자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아함~~ 간만에 푹 잤더니 개운하넹~”
기지개를 하며 긴장 풀어진 눈으로 날 보는 게 아닌가
“오빠 나 배고파”
난 경악을 하며 최강자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동문서답의 귀재라고 해도 그렇지!
잃어 버린 거 없냐고 물었더니
오빠 배고파 라니!
그것도 반말로!
이 싹퉁바가지가 어이상실도 유분수지!
수백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 버리고 배고프단 말이 나오냐구!
더 이상 상대하다가는 나까지 개념을 상실할 거 같아서
난 말 없이 도라에몽 지갑을 최강자에게 내밀었다
“어. 내 도라에몽이다”
놀랍게도 최강자는 아무런 리액션 없이
“어. 아홉시 뉴스 시작할 시간이군”
“어.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군”
이따위 대사를 날리듯 아무런 감흥 없이
‘어. 내 도라에몽이다’ 라는 대사를 날리고는
내 손에 들린 자기 지갑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게 아닌가
“최강자씨 어제 피씨방에 이 지갑 놔 두고 그냥 나왔습니다”
“피씨방에다가요?”
“네! 지갑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그냥 나왔다구요 그냥!”
난 최강자가 얼마나 엄청난 실수를 할 뻔했는지 알려주기 위해
강한 어조로 한 자 한 자 강조해서 말했다
최강자는 그런 날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날 쳐다보던 최강자는
“아~ 피씨방에다 그냥 두고 나왔구나~”
이건 마치...
“아~ 하리수가 결혼하는구나~”
“아~ 대통령이 탈당하는구나~”
신문에서 자기와 상관없는 기사를 읽은 듯 말하고는
길게 기지개를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화장실로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
난 얼음 땡 놀이를 하듯 그 자리에 얼음 하고 굳어 버렸다
얘 지금 뭐 하자는 플레이냐...
수백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 버릴 뻔 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이런 허무에 가까운 리액션을 한 것도 모자라
아무 일 없다는 듯 오줌 싸러 화장실로 고고씽한단 말인가...
그만큼 오줌이 마렵다는 거냐 아니면
지갑 잃어 버린 게 오줌 싸는 일보다도 하찮은 사건이라는 거냐...
그 때였다
갑자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오빠!”
최강자가 화난 듯 큰 목소리로 날 부른다
뭔가 싶어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에그머니나!”
화들짝 놀라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최강자가 글쎄 자기 팬티를 손에 든 채 날 노려 보는 게 아닌가
“이 팬티 봤어요 안 봤어요?!”
“앗!... 그, 그게...”
“봤어요 안 봤어요?!”
최강자가 열 받은 듯 다그쳐 묻는다
난 마치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뭐야! 그럼 이 팬티 본 거예욧?”
“네......”
“그럼 나 노팬티인 것두 알고 있었던 거예욧?!”
난 차마 입에서 대답 소리가 안 나와서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만 더 푹 숙였다
“이런 젠장! 노팬티인 줄 알고 있어써!”
최강자는 열 받은 듯 ‘쾅!’ 소리를 내며 욕실문을 닫았다
억울했다
누군 팬티 보고 싶어서 본 줄 아냐구
니가 수건걸이에 떡 하고 걸어 놨는데 안 보고 배기냐구
그리고 말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이 세상 어느 남자가
노팬티로 자기 침대에서 잠 자는 여자를 그냥 놔 두냐구
덮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자제했던 거라구
난 억울함을 항변하듯 화장실 문을 노려 보았다
“벌컥!”
화장실 문이 열리며 최강자가 나온다
난 잽싸게 고개를 숙여 반성모드로 들어갔다
최강자는 내 앞을 스쳐 지나쳐 침대에 걸터 앉았다
고개 숙인 내 앞으로 최강자의 곰돌이 팬티가 보인다
잽싸게 고개를 들어 멀뚱멀뚱 천정을 쳐다 보았다
“뭐하고 앉아 있어욧!”
최강자가 호통 치듯 말한다
“얼른 밥이라도 시키라구. 나 배고프다니까”
난 잽싸게 핸드폰을 들었다
“뭐 먹고 싶으세요?”
나의 질문에 최강자는 특유의 동문서답으로
날 한심한 듯 쳐다보며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남자가 무슨... 줘도 못 먹냐”
터엉.......................................................
줘.도.못.먹.냐
줘.도.못.먹.냐
줘.도.못.먹.냐
줘.도.못.먹.냐
줘.도.못.먹.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줘도 못 먹냐니...
설마...
설마...
설마...
난 넋이라도 나간 듯 멍하게 최강자를 바라보았다
“뭐해요. 밥 안 시키구”
최강자는 만사가 귀찮은 듯 침대에 벌렁 누웠다
난 손에 든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최강자씨”
난 최강자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무표정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최강자를 쳐다보았다
내 모습이 심상치 않은 것을 감지한 최강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날 가만히 쳐다보았다
“당신 지금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나의 굳은 표정에 최강자는 대답 없이 날 쳐다 보았다
“내가 웬만하면 이해해 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나 도저히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 안 되고 있거든
지갑에 돈도 많으면서 피씨방에서 잔 것도 그렇고
굳이 우리집 와서 잠을 자겠다는 것도 이상하고
그리고... 왜 나한테 당신 몸을 주겠다는 거지?
왜 줘도 못 먹냐구? 내가 언제 당신 몸 달라고 했나?
처음 본 남자하고 자고 싶을 만큼 잠자리가 급했나?
그렇게 급하면 호스트바라도 가면 될 것을 왜 나하고...“
“잠자리가 급한 건 사실이에요”
최강자는 다른 때와는 달리 차분한 어조로 내 말을 끊었다
“지금 오빠가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예요
나 잠자리가 급한 것도 사실이고
처음 본 오빠하고 잠자리를 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유...?”
“네. 분명한 이유”
최강자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나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니?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난... 전혀 이유를 모르겠는데...”
“작가가 그 정도 추리력도 없나요?”
어라......
내가 작가인 줄 최강자가 어떻게 알고 있지...?
내가 작가라고 말한 적 없었는데...?
난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최강자를 쳐다보았다
최강자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특유의 똘망똘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닉네임은 하랑
PC통신에 첫 번째 소설 ‘삼수생의 사랑이야기’ 연재
이후 조선일보에 두 번째 소설 ‘원통한 남자’ 연재
네이트 작가게시판에 세 번째 소설 ‘14년의 러브스토리’ 연재
웃대에 네 번째 소설 ‘고딩 연예인과 사귄다면’ 연재
이후 영화와 시나리오 작업에 전념하고 있음“
믿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내 작가 경력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다, 당신... 정체가 뭐, 뭐야...?”
나의 질문에 그녀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 기억 안 나요? 오빠 홈페이지에 들락거리던 그 초등학생 독자?”
초등학생 독자?
“벌써 8년 전이네? 그 때 오빠 처음 개인 홈페이지 열구
내가 방명록에 글 남기구 그랬잖아요“
이봐이봐
당연히 기억해 줄 수 있을 거란 눈으로 보지 말라구
방명록에 글 남기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었고
무려 8년 전의 일을 기억할 나도 아니라구
“기억 안 나나 보네? 음... 이건 기억 나죠?
내가 오빠의 열렬한 독자라고 하니까 오빠가 그랬잖아요
이렇게 어린 독자가 있어서 감동적이라구
오빠 글 읽고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 달라구 말이예요
나한테 이런 말 한 건 기억 나죠?“
이런......
난 원래 미성년자 독자들한텐 그렇게 멘트를 날린다구...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요
나 나중에 크면 오빠 불쑥 찾아 가겠다구
나 찾아 가면 꼭 만나 줘야 된다구
그러니까 오빠가 나한테 그랬잖아요
걱정 말고 올라오라구
올라오면 잠자리는 책임지겠다구요“
텅!!!!
난 누가 물이라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났다!!
“헉! 이, 이봐요 최강자씨!
혹시 내, 내가 옛날에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그 잠자리가 그 잠자리는 아니었을 거라구요!
내, 내가 무슨 초등학생한테... 말도 안 된다구요!“
“물론 그런 잠자리는 아니었겠지만요
그 초등학생이 벌써 자라서 아가씨가 되었잖아요
이렇게 육감적이고 탱글탱글한 아가씨가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잠자리 내용도 바뀌어야 되지 않겠어요?“
최강자는 금방이라도 날 잡아 먹을 듯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하면서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이, 이봐요 최강자씨...
우, 우리 진정하고 마, 말로 합시다“
“이상하네? 오빠 글 보면 무지 야하고 이런 장면 즐겨 쓰던데
오빠 이런 거 마다할 사람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데?“
이, 이봐...
물론 나도 이런 걸 즐기긴 하지만...
당신은 지금 너무 대 놓고 들이대고 있다구...
이렇게 겁나게 들이대는데 선뜻 나서는 놈이 더 이상한 거라구...
최강자가 다가올수록 나는 더욱더 뒷걸음질쳐 도망쳤다
그러나 계속 도망다니기에는
우리집 원룸은 너무 사이즈가 작았다-_-
난 몇 걸음 도망가지도 못 하고
결국 벽에 막혀 덜덜 떠는 신세가 되었고
최강자는 음흉한 눈으로 내 얼굴로 천천히 자기 얼굴을 가져왔다
그녀의 숨결이 내 얼굴에 닿는 순간
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눈을 감았고
마음 속으로 각오를 하고 그녀의 처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날 바로 잡아 먹지 않고
내 귀에 대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오빠 글 보면서 울고 웃고 자랐거든요...
내 삶의 가장 즐거운 추억이었어요...
그리고 나... 죽기 전에 마지막 추억으로...
잠자리는 꼭 해 보고 싶었거든요...
마지막 추억을 오빠하고 나누고 싶었거든요...“
그녀는...
마치 유언을 남기는 듯...
내 귀에 속삭이고는 조용히 나를 끌어 안았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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