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는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비가 금방이라도 퍼부을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한숨에 섞어 길게 내뿜고 나서 거실 구석에 있는 괘종시계를 쳐다보았다. 사람 키만큼이나 커다란 괘종시계바늘이 막 열한 시 삼십 분을 가리켰다.
이제 앞으로 삼십 분밖에 남지 않았다. 삼십 분 후면 하루만 못 봐도 그리워할 만큼 가슴 깊이 사랑했던 그녀가 결혼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객들의 축복을 받으며 식장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건 그녀와의 완전한 이별을 의미하는 거였다. 그의 얼굴은 비수가 등에 꽂히는 듯한 고통으로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이 시각에 그녀는 일산에 있는 그린프라자 웨딩홀 신부 대기실에서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서 함박꽃 웃음으로 장미꽃 향기를 퍼뜨리며 부러워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마냥 행복해 하고 있을 터였다.
한 줄기 햇빛에 반짝이는 새벽이슬처럼, 활짝 핀 한 떨기 장미꽃처럼, 황금빛에 출렁이는 물결처럼, 그녀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정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자였다.
오늘이 최은수가 그녀를 만난 지 꼭 일년, 그러니까 날짜로 계산한다면 삼백육십오 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그 동안 비탈길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단 한순간도 그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최은수는 그녀와 가슴속에 뜨겁게 꿈틀거리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시시콜콜한 잡담이라도 다정하게 나누고 싶었고, 안 보면 그리움에 젖어 안타까워하고 싶었다. 그냥 헤어지고 싶을 때 헤어지는 만남이 아닌,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인연에 의한 필연의 만남으로 서로 바라보며 행복해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꿈결 같은 희망 뒤에 끔찍하고 처참한 고통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줄 그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최은수에게 그녀의 결혼은 꿈에서조차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와의 사랑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지만, 그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움츠리고 있다 삵쾡이처럼 달려드는 고통과 역경을 인내하고 감수하면서 까지도 이루려고 했던 그녀와의 사랑이 아니었던가.
몹시 설레는 마음으로 설계했던 미래의 모든 열망이 그녀의 갑작스런 결혼으로 인하여 산산조각 부서지면서 물거품처럼 사라져 간 지금,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커서 날개 잃은 새가 하늘을 날지 못해 절망하듯 희망을 송두리째 잃은 최은수의 가슴속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검은 색으로 채색되어 가고 있었다. 자신만 남겨 두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듯한 절망감에 그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땅이 갈라지고 사방 곳곳에 불벼락이 떨어져 세상이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어린아이 소원 빌 듯 빌고 싶었다.
사실 애당초 그녀와의 만남은 예정되었던 이별이었다. 그 예정된 이별을 비켜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괴로워하고 애태웠던가. 지금에 와서 그녀와의 이별을 신이 정해 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다만 그 이별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을 뿐이다 라고, 그녀를 진정 사랑했다면 그녀의 행복을 진정 기원해 주어야 한다고, 최은수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애써 위로해 보지만……, 비에 젖은 신문지처럼 발기발기 찢겨져 너덜거리는 그의 가슴은 마치 송곳으로 찔러 대는 것만 같은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이미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땡, 땡, 땡……. 괘종시계가 불알을 흔들거리며 열두 번을 울렸다. 아, 드디어 열두 시가 되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를 싱글벙글 거리며 인계 받는 신랑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최은수는 강한 질투를 느끼는 동시에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그녀가 씌운 올가미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 쳐보지만 그를 옭아매고 있는 올가미는 더욱더 조여들 뿐이었다.
「신랑 정영식 군과 신부 양선아 양은 어떠한 경우라도 항시 사랑하고 존중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진실한 남편과 아내로서 도리를 다 할 것을 맹세합니까?」
「예-!」
「신랑 정영식 군과 신부 양선아 양은 그 일가 친척과 친지를 모신 자리에서 일생 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이에 주례는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여러분 앞에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주례사에 이어서 계속된 모든 식순이 끝나고, 하객들의 축복을 받으며 신랑 신부가 팔짱을 끼고 퇴장을 한다.
오늘밤 신혼 여행지의 어느 한 호텔 객실에 투숙한 그녀는 남자 앞에서는 처음 옷을 벗는 여자처럼 부끄러워하며 새신랑의 품에 안겨 마치 자신이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가 된 기분으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행복한 꿈을 꾸리라. 천사의 옷으로 치장을 하고 가장무도회에 나온 사이렌처럼 천사의 가면을 쓴 그녀는 그를 철저하게 유혹하리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새의 몸통을 가진 여자이다.
샤워를 끝낸 새신랑이 그녀를 껴안으려고 하자 살짝 몸을 빼며 수줍어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심 어린 사랑을 느낀 새신랑은 더 이상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을 달랠 수가 없어 미소를 머금으며 팔을 쭉 뻗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번쩍 안아 소중한 보물을 다루 듯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고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며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백설 같은 하얀 몸이 드러나자 새신랑은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으면서 또 한 손으로는 그녀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새신랑의 부드러운 손길이 아래로 내려와 아주 예민한 곳에 닿자 그녀는 잠깐 몸을 비틀었지만, 남자의 애무에 익숙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기 위해 입술을 이빨로 깨물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난생 처음 남자의 몸을 받아들이는 여자처럼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새신랑의 성적 욕구를 받아들이면서 찢어지는 처녀막의 아픔을 실감나게 호소하는 그녀의 연기력에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한 새신랑은 그녀의 몸을 정열적으로 탐닉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자 거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오늘이 그녀의 달거리가 거의 끝나는 날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새신랑이 만족할 수 있는 적당한 양의 혈흔을 하얀 시트 위에 남겼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의 결혼 첫날밤을 상상하던 최은수는 몸부림치듯이 전신을 떨었다. 질투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쌍년!」
최은수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그를 결코 사랑했던 게 아니었다. 마치 동물원에 갇힌 원숭이를 바나나로 조롱하듯 그녀는 한 차례의 NG도 없이 일사천리로 연기하는 배우처럼 뛰어난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그를 농락했던 것이다.
최은수의 가슴은 분노와 증오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야수의 발톱에 갈가리 찢겨지는 듯한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고개를 내밀어 아파트 밑을 한 번 내려다보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디에서 날아 왔는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멀리 가지 않고 계속하여 원을 커다랗게 그리며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날고 싶은 충동을 느낀 최은수는 새가 날개 짓 하듯 양쪽 팔을 들었다 내렸다를 계속해서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양쪽 겨드랑이에서 혈관과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오르며 새털처럼 가벼운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이대로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만 같아 날개를 힘차게 푸드덕거리며 주저하지 않고 번지점프 하듯 베란다 밖으로 힘차게 몸을 내던졌다. 그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잠깐 동안이었다. 최은수의 몸은 더 이상 높게 날지 못하고 마치 엔진이 고장난 비행기와 같은 속도로 시멘트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 -1-
제 1 장
그녀의 숨결을 느낄수록
나는 몸부림친다.
날지 못하는 날개
최은수는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비가 금방이라도 퍼부을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한숨에 섞어 길게 내뿜고 나서 거실 구석에 있는 괘종시계를 쳐다보았다. 사람 키만큼이나 커다란 괘종시계바늘이 막 열한 시 삼십 분을 가리켰다.
이제 앞으로 삼십 분밖에 남지 않았다. 삼십 분 후면 하루만 못 봐도 그리워할 만큼 가슴 깊이 사랑했던 그녀가 결혼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객들의 축복을 받으며 식장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건 그녀와의 완전한 이별을 의미하는 거였다. 그의 얼굴은 비수가 등에 꽂히는 듯한 고통으로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이 시각에 그녀는 일산에 있는 그린프라자 웨딩홀 신부 대기실에서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서 함박꽃 웃음으로 장미꽃 향기를 퍼뜨리며 부러워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마냥 행복해 하고 있을 터였다.
한 줄기 햇빛에 반짝이는 새벽이슬처럼, 활짝 핀 한 떨기 장미꽃처럼, 황금빛에 출렁이는 물결처럼, 그녀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정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자였다.
오늘이 최은수가 그녀를 만난 지 꼭 일년, 그러니까 날짜로 계산한다면 삼백육십오 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그 동안 비탈길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단 한순간도 그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최은수는 그녀와 가슴속에 뜨겁게 꿈틀거리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시시콜콜한 잡담이라도 다정하게 나누고 싶었고, 안 보면 그리움에 젖어 안타까워하고 싶었다. 그냥 헤어지고 싶을 때 헤어지는 만남이 아닌,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인연에 의한 필연의 만남으로 서로 바라보며 행복해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꿈결 같은 희망 뒤에 끔찍하고 처참한 고통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줄 그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최은수에게 그녀의 결혼은 꿈에서조차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와의 사랑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지만, 그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움츠리고 있다 삵쾡이처럼 달려드는 고통과 역경을 인내하고 감수하면서 까지도 이루려고 했던 그녀와의 사랑이 아니었던가.
몹시 설레는 마음으로 설계했던 미래의 모든 열망이 그녀의 갑작스런 결혼으로 인하여 산산조각 부서지면서 물거품처럼 사라져 간 지금,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커서 날개 잃은 새가 하늘을 날지 못해 절망하듯 희망을 송두리째 잃은 최은수의 가슴속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검은 색으로 채색되어 가고 있었다. 자신만 남겨 두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듯한 절망감에 그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땅이 갈라지고 사방 곳곳에 불벼락이 떨어져 세상이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어린아이 소원 빌 듯 빌고 싶었다.
사실 애당초 그녀와의 만남은 예정되었던 이별이었다. 그 예정된 이별을 비켜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괴로워하고 애태웠던가. 지금에 와서 그녀와의 이별을 신이 정해 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다만 그 이별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을 뿐이다 라고, 그녀를 진정 사랑했다면 그녀의 행복을 진정 기원해 주어야 한다고, 최은수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애써 위로해 보지만……, 비에 젖은 신문지처럼 발기발기 찢겨져 너덜거리는 그의 가슴은 마치 송곳으로 찔러 대는 것만 같은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이미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땡, 땡, 땡……. 괘종시계가 불알을 흔들거리며 열두 번을 울렸다. 아, 드디어 열두 시가 되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를 싱글벙글 거리며 인계 받는 신랑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최은수는 강한 질투를 느끼는 동시에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그녀가 씌운 올가미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 쳐보지만 그를 옭아매고 있는 올가미는 더욱더 조여들 뿐이었다.
「신랑 정영식 군과 신부 양선아 양은 어떠한 경우라도 항시 사랑하고 존중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진실한 남편과 아내로서 도리를 다 할 것을 맹세합니까?」
「예-!」
「신랑 정영식 군과 신부 양선아 양은 그 일가 친척과 친지를 모신 자리에서 일생 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이에 주례는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여러분 앞에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주례사에 이어서 계속된 모든 식순이 끝나고, 하객들의 축복을 받으며 신랑 신부가 팔짱을 끼고 퇴장을 한다.
오늘밤 신혼 여행지의 어느 한 호텔 객실에 투숙한 그녀는 남자 앞에서는 처음 옷을 벗는 여자처럼 부끄러워하며 새신랑의 품에 안겨 마치 자신이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가 된 기분으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행복한 꿈을 꾸리라. 천사의 옷으로 치장을 하고 가장무도회에 나온 사이렌처럼 천사의 가면을 쓴 그녀는 그를 철저하게 유혹하리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새의 몸통을 가진 여자이다.
샤워를 끝낸 새신랑이 그녀를 껴안으려고 하자 살짝 몸을 빼며 수줍어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심 어린 사랑을 느낀 새신랑은 더 이상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을 달랠 수가 없어 미소를 머금으며 팔을 쭉 뻗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번쩍 안아 소중한 보물을 다루 듯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고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며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백설 같은 하얀 몸이 드러나자 새신랑은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으면서 또 한 손으로는 그녀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새신랑의 부드러운 손길이 아래로 내려와 아주 예민한 곳에 닿자 그녀는 잠깐 몸을 비틀었지만, 남자의 애무에 익숙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기 위해 입술을 이빨로 깨물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난생 처음 남자의 몸을 받아들이는 여자처럼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새신랑의 성적 욕구를 받아들이면서 찢어지는 처녀막의 아픔을 실감나게 호소하는 그녀의 연기력에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한 새신랑은 그녀의 몸을 정열적으로 탐닉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자 거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오늘이 그녀의 달거리가 거의 끝나는 날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새신랑이 만족할 수 있는 적당한 양의 혈흔을 하얀 시트 위에 남겼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의 결혼 첫날밤을 상상하던 최은수는 몸부림치듯이 전신을 떨었다. 질투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쌍년!」
최은수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그를 결코 사랑했던 게 아니었다. 마치 동물원에 갇힌 원숭이를 바나나로 조롱하듯 그녀는 한 차례의 NG도 없이 일사천리로 연기하는 배우처럼 뛰어난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그를 농락했던 것이다.
최은수의 가슴은 분노와 증오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야수의 발톱에 갈가리 찢겨지는 듯한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고개를 내밀어 아파트 밑을 한 번 내려다보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디에서 날아 왔는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멀리 가지 않고 계속하여 원을 커다랗게 그리며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날고 싶은 충동을 느낀 최은수는 새가 날개 짓 하듯 양쪽 팔을 들었다 내렸다를 계속해서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양쪽 겨드랑이에서 혈관과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오르며 새털처럼 가벼운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이대로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만 같아 날개를 힘차게 푸드덕거리며 주저하지 않고 번지점프 하듯 베란다 밖으로 힘차게 몸을 내던졌다. 그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잠깐 동안이었다. 최은수의 몸은 더 이상 높게 날지 못하고 마치 엔진이 고장난 비행기와 같은 속도로 시멘트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