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게 준 암호(1)

통통너굴200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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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인티즌에 올렸던 것입니다.
인티즌 문단이.... 없어져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그녀가 내게 준 암호(1)


언제나 도서관은 열정과 한숨이 도착하는 곳이다.
신입생들의 열정, 취업문이 좁은 탓에 한숨을 내쉬는 졸업생과
취업준비생들 이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며 나름대로의 꿈 -
A학점 혹은 취직을 목표로 뛰고 있는 것이다.
신입생인 나는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고등학교 때는 못 느끼던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커리큘럼처럼 꽉 짜인
시간표도 없고 좋은 과목을 골라 공부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는 나를 기다리던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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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도 나는 새벽 5시 반에 도서관에 도착했다. 어제 늦게까지 책을
들여다본 탓인지 머리가 조금 아팠다. 나는 통로가 아닌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조용하기 때문에 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그 자리는 거의 내 지정석이 되어가고
있었다. 늘 새벽에는 오는 사람만 온다. 이제 얼굴도 익숙해지려고 하고
서로의 자리는 잘 건드리지 않는다.
후~~. 잠이 덜 깬 것 같아 커피로 속을 훑어본다. 짜릿한 느낌이 왔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여본다.


 '야..일어나 아침먹자. ' 눈을 들어보니 과친구 강성이가 있었다.
'그래...', '그렇게 늦게까지 공부하고 도서관에 왔냐...대단하다..'
우리 둘은 맛있게 아침식사를 했다. 7시. 한시간을 잤구나.
중간고사 막바지 기간이라 그런지 7시인데 자리가 없다.
강성이는 내 옆자리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아침에
자리를 맡아준다. 강성이는 몇 안되는 우리과의
남학우 중에 하나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술도 잘마시고...
어쨌든 모든 일에 열심인 친구였다.
식사를 하고 강성이와 커피를 한 잔 마신 후에 도서관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는 무슨 쪽지가 있었다.

 '문학소년에게'로 편지는 시작하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감히 이렇게 합니다. 저는 당신과 같은 나이에요.
 매일 아침에 당신을 봅니다.
키는 크지 않은데 어딘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군요.


 오늘은 이만...씁니다.
                      - Y -'라는 짧은 쪽지였다.

그리고 쪽지의 끝에는 '리트머스'라고 쓰여져 있었다.
"이야! 너 왠일이냐? 혜주는 어떡하고?"
강성이가 쪽지를 보고 말했다.

리트머스? 무엇일까? 화학반응 때 쓰는 종이?
난 종이를 접고 마지막 남은 교양과목 시험공부를 했다. 조금만 더하면 된다.
중간고사 마지막 시험은 5교시에 있었다.


 시험은 만족스럽게 끝냈다. 나는 아까 전의 그 종이를 다시 꺼내보았다.
문학소년... 내가 국문과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하긴... 교재에 과하고 이름쓰여져
있으니까 알 수 있었을거야. 그런데 이 리트머스는 뭐지? 산하고 알칼리 구분할 때
쓰이는 종이 아니야? 거참...난감한 걸... 근데 이건 또 뭐야..내가 맘에 들었다는
얘기?
후..뭐야...알 수 없네.
난 어쨌든 모든 과목의 시험이 끝난 것을 자축할 겸
음주와 가무를 즐기러 과사무실로 갔다.
동기들끼리 과사무실에 모여 같이 즐기러 가려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학생활도 많이 익숙해 진 것 같다.
이제는 수많은 우리과의 여학우들이 예쁘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때 가졌던 혹시 경찰에게 걸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이제는 없어졌다.
우리는 이제 대학생인 것이다.
술집에 들어가도 말리는 사람도 없다.
난 우리과의 학우 중에 혜주가 마음에 들었다.
동그란 얼굴. 큰 눈.
키는 작은 아담하고 활기찬 아이.
혜주와 나는 모든 전공, 교양을 같이 듣고 있었다. 우리는 그랬다.
혜주와 나는 서로에게 약간의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기로서의 좋아함이었다.
우리는 그냥 우리들의 어머니세대처럼 평범한 남녀일 뿐인 것이다.
중간고사가 끝난 그 날 혜주는 많이 취했다. '수능 시험 본 날도 이랬거든.'
혜주는 말했다. 혜주는 화장실에서 토를 했다.
어쨌든 신입생의 첫번째 시험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도서관에 갔다.
늘 가던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또하나의 종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오늘은 늦게 도착하는군요. 이제 시험이 끝났건가요?
                                             - Y -'
라고 쓰여져 있고 어김없이 편지의 끝에는 '리트머스'라고 쓰여져 있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때는 점심이었다.
점심을 먹고 5교시 수업을 들어가려 하는데
또 하나의 쪽지가 내 책상에 있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바네사 메이를 좋아하는 군요. 오늘은 하늘색 반팔 T가 잘 어울리네요.
                                                                - Y -'
쿵~. 그녀는 내 카세트를 본 것이다. 내 카세트 속에는
바네사 메이의 'storm'이 꽂혀 있었다.
내 옷차림은 하늘색 반팔이다. 누가 이 가까운 곳에서 나를 보고 있다.
잠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굴까?
수업시간 내내 쪽지 생각만 했다.


 누구지? 수업이 끝난 다음이었다.
이상한 쪽지는 또 있었다.
 ' 저도 바네사 메이를 좋아해요
                            - Y - '
덧붙여 예전의 리트머스가 있던 자리에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C + O2 → CO2 (g, 25℃, 1atm)'
나는 바로 윗층의 대출실로 갔다.
리트머스, Y, 화학식 무슨 연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도서관에서 화학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고서
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모두 고등학교 때 배운 것이지만 내가 모르던 사실도 있는 것이다.
리트머스는 리트머스 시험용지를 주로 부르는 말이다. 지중해 연안의
이끼의 시약을리트머스라고 하고, 이것을 용해시켜 거름종이로
만든 것을 리트머스 용지라고 한다.
이것은 붉은 색과 푸른색 두가지의 종류가 있으며 산이 닿을 경우
푸른색은 붉은 색으로붉은 색은 푸른 색으로 변한다. 따라서 이 용지는
메틸오렌지, BTB용액과 더불어산과 알칼리를 구분할 때 쓰인다.

 문제는 화학식이었다. 평범한 화학식이지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일반 화학책에는 식만 나와있었다. 그것도 결합과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나는 백과사전까지 동원한 후에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C + O2 → CO2 (g, 25℃, 1atm)' 탄소와 산소분자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는과정이다.
이 반응식은 1기압, 25도의 표준시험상태에서 열을 내는 발열반응이었다.


 그리고 나는 'Y'가 이름의 이니셜이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자라는 심증을 갖게되었다.

 

나는 조금 야비하지만 술수를 쓰기로 했다. 다음 날은 강성이에게
부탁하여 내 자리를 예의주시해 달라고 했다.
강성이 출석은 내가 대신 부르는 것으로 했다.

 첫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나의 오전
수업시간에는 쪽지를 놓지 않았다.
강성이는 점심을 굶어가며 나를 위해 애를 써주었다.
오후수업이 끝난 후 강성이를 찾아갔을 때 강성이는 얼굴에 기쁜 빛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손을 가리켜 한 사람을 가리켰다.


앗... 파란색 반티를 입고 있는 그녀는 나도 알고 있던 아이였다.
그녀는 노래를 무척 잘하는 아이였다.
신입생 가요제때  '화학강국이 세계강국'이라고 학과자랑을 하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금상을 딴 화학공업과 그애였다.
'쟤야?' / '응'
난 혹시나 몰라서 강성이에게 물어보았다.
강성이는 두 눈으로 똑바로 봤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야..고맙다'

 

 나는 집으로 와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무언가 서서히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다.
리트머스라고 쓴 이유는 그 애가 나를 향해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을 했다.
나를 보고 감정이 변한 자신과 그 성질에 따라 색이 변하는 리트머스는
닮은 데가 많다.
 그리고 화학식은 그 애가 나를 점점 좋아한다는 것의 표현이다...
발열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애의 이름은 '연숙'이다. -Y-가 맞다.
나는 잠시 머리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