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7

배훈2003.04.20
조회16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7.

 

주말이라 그런지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붐빈다.

“여기 분위기 괜찮지? 우리 반 애가 알바 하는 곳이라 몇 번 와 봤는데 괜찮아서 자주 오는 곳이야.”

미나가 살짝 웃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다른 곳 보다 특별한 곳이라고는 없는데 가게 안의 벽들을 가득히 채운 영화 포스터들은 좀 볼만하다. 오리지널 포스터 같은데 용케도 구해다 놓은 것 같다.

“그래? 한마디로 너희들 아지트구나. 우린 이런데 잘 안 와.”

“머 우리도 자주 오는 건 아니고 가끔 담탱이 때문에 열 받거나 미친개한테 당한 날에 스트레스 해소 겸 오곤 해.”

“미친개?”

“있어. 우리 학교 지도부 셈인데. 어찌나 하는 짓이 변태인지…… 그 셈 때문에 학교 옮긴 애들도 많다니까.”

“혁이 넌 별로 말이 없네.”

선재와 미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는 혁이가 신경쓰이나보다.

“아…… 미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나? 송 채연이야. 내가 별로 맘에 안 드니?”

채연이 말에 오히려 당황한 선재가 말을 잊는다.

“그런 거 아냐. 혁이 저 자식 생긴 건 저래두 숙맥이라니까.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선 한마디도 못해. 저러다가 놓진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니까.”

“올~~~ 한둘이 아니라면 소개팅이구 미팅이 구 열라 많이 해 봤다는 거잖아. 그런 거야?”

“아 아니 꼭 그런 게 아니라 혁이나 나나 잘생겼잖아 쫓아다니던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쥐 내 말은.”

미나의 말에 선재가 진땀을 빼며 해명하려 애쓴다. 저런 걸 자승자박이라고 하던가.

“선재야 고만해라. 너 때문에 나까지 스탈 구겨지잔 아. 에휴~~~ 저런 걸 친구라고 달고 다니는 내 인생도 불쌍하다니까. 쯪쯪쯪.

혁이가 땅바닥이 꺼질 듯이 한 숨을 쉬며 말을 하자 모두들 한바탕 웃음을 짓는다.

“미나야 그런데 악바리가 안보이네. 오늘 비번 날인가?”

“그러게. 비번 날은 아닐 걸. 어디 심부름 갔나?”

“악바리라니? 알바한다던 너네 반 친구?”

궁금한 듯 선재가 묻는다.

“아…… 있어. 그렇게 친한 친구는 아니구. 걔 공부도 쾌 잘 해. 남들은 학원이나 과외다 공부만 열라 하는데 갠 이렇게 느긋하게 알바 하면서도 항상 전교 탑 클래스 안에 든단말야. 그래서 반 아이들이 다 악바리라고 불러.”

“그래도 너희 학교 다닐 정도면 공부는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범생이들 아닌가?”

“꼭 그런 건 아닌데. 어딜 가나 예외는 있는 법이니까……”

채연이가 혁이의 말에 힘없이 대답한다.

“참 내. 그래도 채연이 넌 잘하는 편이지. 울 엄마가 나보고 제발 지방이라도 4년제만 들어가 달라고 하더라. 그럼 해달라는 거 다 해준다고.”

“아냐 미나야. 나 이번 기말 고사 망쳤어. 아마 성적 마니 떨어졌을 텐데……”

“그래? 너네 아빠 또 난리 나겠구나. 금뺏지에 먹칠한다고. 이휴……”

“…….”

순간 잠시 침묵이 흐른다.

“금뻇지라니?”

침묵을 깨고 선재가 의아한긋 묻는다.

‘채연이 제네 아빠 국회의원 이시거든”

미나가 누가 들을세라 선재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한다.

“국회의원? 그게 정말이야?”

선재가 놀란 나머지 큰소리를 내자 미나가 인상을 찌 뿌리며 선재의 옆구리를 꾹 찌른다.

“괜찮아 미나야. 나중에라도 알게 될 일인데 머.”
“아이고 혁아 너 조심해야겠다. 채연이한테 밑 보였다간 너 흔적도 없이 조용히 사라지겠는 걸.”

“야야야 걱정 마라. 싸나이 강혁 그런 거에 기안 죽는다.”

“짜식 그러면서 말은 왜 더듬냐? 크크크.”

“내가 언제 세꺄.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저 바 저 자식 쫄아서 도망가 잔아. 크크크 혁아 너 집으로 줄행랑 치는 거 아니지?”

화장실로 향하는 혁이의 튀통수에 대고 선재가 소리친다. 그러자 혁이가 손을 들어 가운데 손가락을 커내든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다 알겠지.

“쏴~~~~”

혁이가 물을 틀어 손을 씻는 중이다.

‘국회의원이라. 채연이를 여자 친구라고 집에 데려가면 울 아빠 좋아서 맨발로 뛰어나오시겠네. 기왕 여자를 사귈 거면 제대로 된 여자를 사귀라고 노래를 부르시니까.’

물을 잠그고 화장실을 나오니 카운터에 어디서 본듯한 여자 아이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아마 손님이 주문한걸 만드는 중 인가보다.

‘어디서 봤더라…… 아~~~!’

생각이난듯 혁이가 그 아이에게 다가간다.

“야! 너 나 알지?”

혁이의 말에 그 아이가 고개를 들어 쳐다 본다. 혁이를 보고 그 아이도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진다.

“어! 넌 아까 율목고 학생이구나. 아깐 미안 했어. 내가 너무 바빠서 사과도 제대로 못하고 마음에 걸렸었는데. 정말 미안. 기분 상했었다면 용서 해 줄래?”

아이의 말에 혁인 할말을 잊었다.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오니 머라고 한단 말인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남자 체면에 거기다 대고 화를 낼 수도 없고.

“흠. 흠. 그래 머 미안하다고 하니 봐 준다. 근데 너 아까 안 다쳤냐? 전봇대에 부딪친 것 같은데.”

약간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으로 혁이가 묻자 그 아인 다 만든 쥬스를 쟁반에 담고 나오면서 눈으로 자기 다리를 가르치며 오른 발을 살짝 든다. 눈을 돌려 거길 바라보자 무릎에 반창고가 붙혀져 있다.

“이 정도로 다행이지 머.”

살며시 눈웃음을 짖는 그 아이를 보자 혁인 아까 상했던 기분이 이제 다 풀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머! 아영아!”

순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그 아이와 혁이가 몸을 돌려 쳐다본다. 채연이다. 아마도 화장실에 갔다 오다가 혁이와 그 아이를 본 모양이다.

“어머 채연아. 여기 웬일이야.”

“어. 소개팅이 있어서. 근데 너 아까 안보이던데.”

“아…… 약국에 좀 갔다 오느라고.’

“머야? 둘이 아는 사이야?”

혁이가 놀라며 묻는다.

“엉. 혁아 아까 여기서 알바한다던 우리 반 친구.”

“아~~~! 그 탑 클래스 악바리?”

혁이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며 그 아이 별명을 말하자 채연이가 미안한 듯 말한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구……”

그런 채연이 모습에 그 아인 웃으며 대꾸한다.

“괜찮아 채연아. 악바리가 머 어때서.”

“그래. 머 나쁜 말도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잘 어울리네. 악바리.”

“혁아 너 왜 그래. 처음 보는 내 친구한테.”

“채연이 너가 몰라서 그러는데 나 제 알아. 그쵸?”

“호호호. 그러고 보니 그런 샘이네. 애가 소개 받은 애야 채연아?”

“어. 강혁이라고 율목고 학생이야.”

“강혁? 생긴 것만큼 멋진 이름이네. 그럼 채연아 재미있게 놀아. 나 이거 갔다 주러 가야 돼. 사장님이 자꾸 이쪽 쳐다 본다. 그리고 혁이라고 했지? 너도 재미있게 놀아라. 나중에 기회 대면 또 보자.”

말을 마친 그 아이가 총총총 다른 손님 테이블로 향한다. 그 모습이 혁이 눈에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인다.

“채연아 재 이름이 머냐?”

“재? 송 아영이야.”

“송 아영? 성이 너랑 똑 같네?”

“어 그래서 그런지 쟤랑 많이 친한 편이야. 혁아 우리 그만 자리로 가면 안될까?.”

“어. 그래.”

말을 마친 채연이가 자리로 돌아 간다. 혁이도 채연이를 따라 가며 그 아이 쪽을 바라 본다.

‘송 아영이라…… 그렇게 싸가지는 아니네. 제법 귀여운 걸.’

“야 강혁 빨리 와! 미나가 젬나는 거 보여준대!”

혁이가 알았다는 듯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낸다. 그 아이가 그런 혁이를 보며 살짝 눈웃음을 지어준다. 먹적은듯 혁인 괜한 뒤통수를 긁으며 서둘러 테이블로 돌아간다. 그런 혁이의 뒷모습을 그 아이의 눈길이 서둘러 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