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챠일드 #12

crux2007.02.28
조회496

 

#12


 어느새 눈 안에 연구소의 전경이 들어온다.

 택시 운전사에게 차비를 치르고 내렸다.

 평소와 별 시간 차이 없이 도달했다.

 

 정문을 지나 건물로 향하면서 얼핏 주자창 쪽으로 눈을 돌렸다.

 어제 두고 간 내 파사트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혹시나 하고 소장의 재규어가 서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눈에 띄질

 않는다.


 사무실에 들어와 여느 때처럼 커피포트에 물을 얹었다.

 물이 끓을 동안 책상을 정리한다.

 어제 서둘러 나온 탓에 자료가 어질러져 있었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전날 미처 작성하지 못한 보고서를

 완성하고 사내 메일로 전송한다.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고 오늘 일정을 점검한다.

 요즘 실험 진척도가 좋지 않아 걱정이다.

 신상품에 대한 압박이 은근히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모기업의 입장을 그저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실험 데이터와 통계를 찬찬히 점검했다.

 어느덧 컴퓨터 화면에 몰입하는데 노크소리가 들린다.

 화면에서 눈을 채 떼지 못하면서 대답을 하자 문이 열린다.


 소장이 반갑다는 듯이 호들갑스런 웃음을 띠고 방으로 들어선다.


 “아니나 다를까 나오셨군요. 주차장에 차가 서 있더군요.”


 자기 사무실도 들르기 전에 이 방부터 왔나 보다.

 코트 차림에 가방을 들고 있었다.


 “몸은 괜찮은가 보군요.”

 

 “예에..........어제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소장이 과장되게 기뻐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이전과 다르게 우리가 가까운 사이라고 혼자 정해버리는 듯하다.


 “무리는 하지 마시오. 보아하니 출근하자마자 일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데.......”

 

 “걱정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제 데려다 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그렇게 공치사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니오. 아, 그리고 어제 하려던 저녁 약속을 다시

 정했으면 하는데.......언제가 좋겠소?”


 “....................”


 내가 바로 대답을 못하자 약간 실망한 듯하다.


 “뭐........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그렇지만 꼭 할 얘기가 있으니 시간은

 반드시 내주시오.”


 소장이 나가고 난 후 잠시 후 연구실로 향했다.

 여느 날과 같은 하루 일과가 계속 되었다.


 업무가 마무리 될 무렵 사무실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여느 때보다 이른 시간이다.


 이상한 일이다.

 나도 모르게 다른 때보다 사무실로 빨리 돌아와 버린 것이다.

 

 혹, 어제 그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당혹감이 목덜미와 양 볼을 아주 바알갛게 달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