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완소남의 하루

루시아200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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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남의 하루

 

어제 늦게까지 야근을 했지만 언제나 저녁 6시면 눈이 떠진다.

같이 사는 동생은 그렇게 흔들어 깨워도 눈을 뜰 생각을 안 한다.

녀석, 넌 오늘도 지각이다. 훗.

이렇게 완.소.남을 목표로 한 나의 하루는 시작 된다.

 

대충 씻은 후 가볍게 아침을 해결한다. 아침은 언제나 신선한 우유와 과일로 최소한의 음식으로

최대의 영양을 섭취한다. 

 

언제나 아침이면 피곤하고 조금만 더 침대에 누워 있고 싶지만

아침 운동을 거를 수는 없다.

수영장으로 가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요즘은 남자라고 대충 아무 스킨이나 바르고 다닐 수가 없다.

거금을 들여 준비한 모사의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피부를 관리한다. 벌써부터 눈가의 주름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휴가라도 내서 성형이라도 한 번 받아 볼까?

 

회사 앞 콩다방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사무실로 올라 간다.

시간은 8시 30분. 아직 업무 시작 전까지는 30여분이 남아 있다. 이 짧은 시간도 그냥 보내지

않는 것이 완소남의 의무이자, 완소남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지.

 

컴퓨터를 켜고, 자주 들르는 쇼핑몰에서 새로 나온 상품 리스트를 확인 한다. 대부분이 옷이다.

지금 즐겨 입는 옷이 왠지 유행에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쇼핑을 나가야겠다.

 

쇼핑몰을 확인한 후 바로 패션 관련 커뮤니티에 들러 유행 정보를 확인한다.

유행에 뒤 떨어지는 건 게으른 자들의 특성이다. 그런 사람들과 같은 취급 받는 건 용납할 수 없지.

 

온라인 패션 관련 커뮤니티에서 만나 메신저 등록까지 하게 된 친구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주말 쇼핑 계획을 잡는다. 각자의 여자 친구를 대동하는 건 필수 요소다.

아무래도 옷은 여자가 보는 게 제일 정확하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들 역시 우리가 쇼핑을 즐기니 언제나 환영이다.

 

마지막으로 미니홈피 및 블로그에 들러 밤 동안 방문한 친구 및 지인들에게 인사를 날리며

인맥 관리를 돈독하게 한다.

 

지난 번에 가볍게 편집해서 올렸던 개인 뮤직비디오의 반응이 여전히 좋은 걸 보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체 했지만 내심으로는 상당히 흐뭇하다.

 

간혹 잘난 척 하지 말라는 악플도 보이지만, 이 정도의 자기 PR이야 요즘 세상에서는

PR 축에도 들지 않는다.

 

대충 혼자 떠들다가 상대하지 않으면 스스로 나가 떨어지겠지.

 

점심에는 보통 회사 근처에 있는 웰빙 음식 부페를 이용한다. 원래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데,

우연히 웹서핑 중에 알게 된 이 후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곳을 이용하고 있다.

 

건강에도 좋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매일 메뉴가 바뀌니 질리지도 않고....

 

다른 동료 직원들은 식사 후에 식후 땡이랍시고 담배를 한 대씩 꺼내 물지만 난 절대로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건강에도 좋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감만 주는 담배를 왜 피우는지 모르겠다.

사무실로 올라 와 가볍게 녹차 한 잔을 마시면서 웹 서핑을 즐긴다.

 

저녁에는 일본어 회화 강좌가 있다. 매일 듣는 것이 아니라서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일본에는

평소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즐겁게 배우고 있다.

 

요즘에는 영어는 기본, 그 외 외국어 하나 정도는 더 하는 게 정상이라지?

 

업무를 끝내고 회화 학원으로 가려는 나를 부장님이 바로 붙잡는다.

간만에 팀 회식이다.

 

정말 참석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짓는다.

지나 가면서 가볍게 등을 두드리는 우리 과장님.

과장님은 어제 과음을 하셨는지 다크써클이 눈밑 2/3를 덮는다..  

내 기분을 이해하신다는 표정이다. 에구구.

 

회식 자리에 가기 전에 잠깐 약국에 들러 모닝케어를 찾는다.

 

"요즘 회식 너무 자주 있으신 것 같아요. "

 

나랑 비슷한 또래인 듯 보이는 여성 약사가 친근하게 말을 건넨다.

그녀도 매력적이지만 이 세상에 지금 내 여자 친구만한 여자는 없는 것 같다.

 

쑥스러운 표정을 살짝 날려 주면서

바깥으로 나와 찬 공기와 함께 모닝케어를 마신다.

 

그래, 난 소중하니까.

 

고개를 드니 조금 전 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표정의 과장님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오늘도 끝이 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