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챠일드 #13

crux2007.03.02
조회120

 

 

 

 어제 그토록 놀라서 전화를 내동댕이치고 달아났던 일이 생각났다.

 그러고도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사무실로 돌아온 나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피하고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마주치고 싶은가보다.

 

 퇴근하기 전에 끝내야 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신경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 남자는 내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나에게 원망을 가지고 있을까?


 불현듯 컴퓨터 자판에서 손을 떼고 밖을 응시한다.

 저녁 해가 길게 늘어져 반사된 그림자가 주위에 깔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찾아오는 어둠이 내가 깊은 상념에 잠기는 것을 도왔다.


 며칠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그 날 이후로는 다시 연락이 오질 않았다.


 원래 일의 특성상 사무실에 외부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드물었고 설사 외부 전화가

 오는 경우도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내가 기다리는 전화가 아니라는 걸 나도 모르게

 알 수가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내선 전화가 아닌 외부 전화임을 표시하는 등이 반짝였다.


 순간 내가 생각하는 전화임을 확신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겠다.

 그렇지만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확신이 들었다.

 

 “저어........윤 지희님이신가요?”



 전화기를 들자 역시  젊은, 아니 앳디다고 할 만한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도대체 몇 살이지? 이 사람은............


 “네.....제가 윤 지희입니다.”


 이전에 비한다면 내 자신이 놀랄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저 일전에 전화했었습니다만....................”


상대는 난처한 듯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전 통화가 나 때문에 일방적으로 끊어졌다고 얘기하기가 어색한가 보다.


나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일부러 사과나 변명을 피한다.


“제게 할 말이 있으신가 봐요.”


내 단도직입적인 말에 상대는 당황한 듯하다.


“네에.......이렇게 전화 드리는 게 실례인지는 압니다. 저도 망설였습니다만.......”


“............아버님에........... 대한.......... 일인가요?”


내 입에서 나온 어투가 긴장감으로 딱딱해진다. 혀가 굳어진 것 같았다.


애써 감추어 오던 내 마음 밑바닥 죄의식이 서서히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