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 반마리....

약장수200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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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카피라이터가 직업인 나는 10년전 , 20년전에도 카피라이터였다. 30년전에는 카피라이터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지만 그때도 여후히 나는 미래의 광고 카피라이터였다.

그 바로 3년 간은 충무로의 배고픈 삼류 시나리오 작가와 방송 구성 작가였다. 그 무렵의 어느 초 겨울 해질녘이었다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까운 연출부원 두엇과 근처 인현동 시장골목순대 리어카에서 소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순대와 오뎅, 그리고 통닭을 기름에 튀겨 파는 엉성한 포장마차형 리어카였다. 그 날 초저녁을 지금까지 각별하게 기억하는 것은 통닭튀김 반 마리였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포장마차에 통닭 튀김을 먹으러 들어온 청년 때문이었다. 고무밧줄이 친친 감긴 낡은 짐 자전거 뒤에 애인인 듯한 처녀를 태우고 온 청년이었다. 찬 바람에 새빨개진 얼굴을 한 청년이 조심스런 말투로 주인에게 물었다.

"저 ..... 통닭 ........"
눈치 빠른 주인이 반색을 하며 냉큼 대꾸를 했다.
"암 , 방금 튀겨낸 거 있지 헤헤헤....."
왠지 주저스런 눈빛이 된 청년이 주인에게 물었다.

"저.... 반 마리... 반 마리도 되나요?"
당시 내가 본의 아니게 저들을 관찰하게 된 건, 아마 틀림없이 통닭 반 마리라고 하는 다소 쉽지 않은 구매 단위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인 승낙을 하자 비로서 표정이 밝아진 청년이 천 조각을 들치고 밖에다 외쳤다.
"들어와!"
순박하게 생긴 처녀가 쑥쓰럽다는 몸짓을 하면서 조심스레 들어왔다.

이윽고 통닭 튀김 반 마리가 쭈그러진 알루미늄 쟁반에 담겨 나왔다.
먼저 온 우리 일행을 의식한 듯... 청년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서 먹어 많이 먹어. 나는 하나도 배가 안 고파."
다리가 한 개 뿐인 통닭 반 마리였다. 처녀도 속삭였다.

"같이 먹어야지 어떻게 나만 먹어?"
그러나 청년은 결코 져 줄 수 없는 기세가 아니었다.
"자기 생일이잖아? 자기가 많이 먹어야지."

아 그것은 통닭 반 마리로 하는 생일 파티였던 것이다.
가슴이 뭉클해져서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청년은 시장물건을 배달하는 사람이 었을테고, 처녀는 근처 봉제공장 공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렀으나 지금도 거리를 걷다보면 통닭을 파는 가게를 자주 대하게 된다. 진열장 속 풍경으로 쇠꼬챙이를 꿰어져 있는 노란 통닭들이다. 더러는 내가 통닭을 먹을 떄도 있다

. 그럴 때마다 불현 듯 생각나는 것이 춥고 배고프던 젊은 날 , 인현동 시장 골목에서 본 그 '통닭 반 마리' 청년이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