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공인 3단....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폼하나는 제대로 나온다는 관장님 말한마디에 한때는 체육관 포스터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 모델료로 평생 무료 회원으로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어쨌든 지금 나에겐 건강을 챙기는 일이니까 자주 빼먹기는 해도 가끔 들러 몸을 풀기도 한다.
제법 해가 일찍 떠서인지 새벽 4시인데도 그렇게 어둡지가 않았다. 유난히 바람도 상쾌하고 손에 들린 신문도 무겁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때 신문으로 복수를 한 후부터 내 발걸음에 그 부잣집 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실은 그게 미안해서 그 뒤로 소시지를 하나씩 던져주고 난 후부터가 아닌가 싶다.
새벽 공기가 시원하게 코끝을 스치는 한산한 거리...내 발걸음을 기다릴 개를 생각하며 신문과 소시지를 같이 꺼내고 있을때쯤 담벼락 쪽으로 무언가가 바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묵직한 가방을 등에 둘러맨채 한사람은 주위를 살피고 한사람이 담을 넘어오고 있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때쯤 드뎌 자신의 일을 찾은듯 개짖는 소리가 요란히 울려댔고 난 아직 돌리지 못한 신문을 옆에 조심스럽게 놓고 빠른 걸음을 걸어 그 두남자에게 다가갈때쯤 그 중 한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보름동안 이집을 관찰했다. 아침에 기사가 와서 이집 아들녀석을 싣고 가고 몇시간이 지나 집안일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저녁에 나가고 그 집 아들 녀석이 들어오고 그 이후에 별 사람의 이동이 없었다. 큰건 하나를 노리고 있던 차라 철저한 준비를 해서 아주 깨끗한 마무리까지 흐뭇해 하고 있었는데 왠 어린 녀석이 겁도 없이 다가오고 있다.
가로등에 얼핏 보이는 모습도 아직 젖살도 채 빠지지 않는 이쁘게 생긴 남자애다.
그냥 모른척 지나가면 눈감고 봐줄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보름동안 계획한 일을 망칠수도 없는 노릇인지라...저 녀석 운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 모른척 하고 지나가면 그리알고 가지...내 얼굴 봐서 좋을거 하나 없다..."
" 아저씨...이 집 털었어?" " 요거 보게...아주 당돌하네...어디서 말을 놓아..." " 말 놀만하니까...난 어른한테만 존대하거든...얼굴은 꽤나 늙었네..." " 요거봐라...곱상하게 생긴거 말은 거치네...안되겠다..."
하루는 너무 겁이 없었다. 어쩌면 혼자 남겨진 이 세상에 믿을거라곤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였을까...아니면 뭐 아쉬울게 없는 삶이라고 생각해서 였을까 가끔 너무 겁이 없는 자신이 겁이 날 정도로 겁이 없었다. 잽싸게 들고 있던 가방을 뺏는것까진 좋았지만 그래도 두명을 함께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뛰어난다해도...그렇다 해도...세상 무서울것 없는건 남의 집을 터는 도둑이나 자신이나 다를바가 없을테니까...필사적으로 가방을 지키는게 어려워지자 하루는 있는 힘을 다해 들고 있는 가방을 담장안으로 던졌다....그때였을까...집안에 불이 켜지면서 으르렁 대는 소리가 더 무섭게 변해가고 있었다. 순간 아주 어이가 없다는듯 하루에 얼굴을 무섭게 발로 차는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으르렁 대는 소리가 더 가까이서 들리면서 굳게 닫힌 대문이 열리자 한명이 칼을 든 남자에게 눈짓을 하자 아주 재수가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하루에 이마에 칼끝을 세웠다.
정신도 없어 보이는 이 상황에 도둑을 신고하라고 거친 숨을 쉬면서 말을 하는 하루를 지후는 머릿속이 멍해지도록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이마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몸에는 먼지가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자신의 침대에 눕혔다. 키가 커서 다소 힘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가벼운 하루였다.
아직도 짖어대는 롤리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자 롤리는 그제서야 입에 문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기 집으로 갔다.
이마에 맺힌 피를 보자 지후는 눈쌀을 찌푸렸다.
차분하게 구급약을 꺼내서 소독을 하자 다행히도 크게 흉이 질 상처는 아니지만 몇바늘은 꿔메야 할것 같았다. 꼼꼼하게 지혈을 하고나자 그제서야 자신의 침대에 피자국과 흙먼지가 내려앉는게 눈에 들어왔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왠일인지 신경이 쓰이지가 않았다.
아무리 따듯한 방과 푹신한 침대라지만 이 상황에서 그새 잠이 들어버린 하루를 보자 지후는 피식 웃음이 났다.
' 참 별난애야.'
이내 거친 숨이 진정된듯 아기처럼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잠이 들어버린 하루를 보면서 왠지 길을 잃은 양처럼 측은한 느낌이 들었다.
잠을 자다가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배에 손을 갖다 대는 하루를 걱정하는 표정이 지후 얼굴에 가득하다는걸 지후는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자고 있는 동안 경찰서에 전화해서 신고를 하고 혹시라도 깼을때 놀라지 않을까 싶어 한숨도 자지 않고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떴을때 여기저기 욱신거린게 도통 눈을 뜰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랫만에 푹 자본 느낌은 무엇일까? 어딘가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따뜻한 공기...너무 낯선 느낌이다. 겨우 눈을 떴을때 하루는 놀라서 눈을 비비고 또 비벼도 당채 알수가 없었다.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적어도 방하나에 20평은 될듯한 넓은 방안에 아주 감각적으로 꾸며진 장식...그저 TV에서만 봐았던 고급 호텔같은 방? 그리고 방안에 있는 아이보리색 푹신한 소파에 잠들어 있는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하루는 정신이 없었다.
자꾸 이마쪽이 시큰거리고 욱신거리는게 분명 무슨 일이 있긴 한것 같은데...그보다 저 소파에 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한손으로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는 저 남자에게 온 신경이 쏟아졌다.
대충 시계를 보니 8시가 조금 넘은걸 봐서는 다행히도 지각은 아니지만...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저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저...기...."
"............" " 이보...세요...저기..."
그제서야 잠이 깬듯 한쪽으로 기댄손으로 눈을 비비고 하루를 바라보는 남자에 하루는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 지후?" " 어...일어났어?" " 지후? " " 괜찮아? 병원 가야 하는데...어...병원 들러서 가자" " 지후?" " 몇번을 묻는거야? 이마에 몇 바늘 꿔메야 될것 같아..준비해" " 지후? " " 한번만 더 물으면 화낸다. 겁도 없이..." " 어....그래.....맞구나....꿈이 아니었구나..." " 교복은 이따 아저씨가 가지고 올거야..." " 교복? 맞다...집에 가야 되는데..." " 준비했어 그냥 대충 얼굴이나 닦어...이마 빼고 " " 너....여기 살아?" " 그럼....니가 여기 사니?" " 아니" " 그럼 내가 사는게 맞겠군" " 그러게...여기 니 방이야?" " 그럼 여기가 니 방이니?" " 아니...조금 얼떨떨해서...." " 그건 내가 더하니까 그만하고 정신없어. 조금 있음 아저씨 올거야. 교복 가지고 오면 여기서 갈아입고 도둑은 신고했으니까 금방 잡힐거구 담부터는 그냥 숨거나 도망가거나 해...여기 훔쳐가도 별 티도 안나..." " .................잘났다..." " 그러니까...안그럼 골치아파지잖아...너처럼" " 뭐? " ' 다치잖아...바보같이....여자애가...이마라서 다행이지만...다치잖아....'
" 말싸움은 나중에 하고 다음부턴 소시지도 주지마...버릇 나빠져" " 싸가지 주인 만나 개 성격도 싸가지였구나...어쨌든 내가 미안한거지? 지금 너한텐..." " 아마도..." " 어련하시겠어...아...씨팔....왜 이렇게 아픈거야" " 어디...또 아픈데 있어? " " 신경꺼...그리고 나 그냥 가.................이 집 뭐야~ 왜이렇게 커? 재수없어"
" 병원 가야 돼" " 됐어...신경 끄라니까..." " 병원 가야 된다니까..." " 됐다니까...이런 상처 하나 별 의미도 별 신경도 안써 이런 상처하나 보다 나한테 니 그 너무나도 잘난 그...이게 더 자존심 상하다구...이런 상처 하나....나한텐 아무렇지 않다구...이런 상처 하나에 큰일이라도 생긴거처럼 굴지마...재수없어" " 자존심 상했다면 미안해...하지만 병원은 가야해..." " 흉터 생겨도 너 원망하는거 없을테니까 신경끄셔...알겠어? " " 야 하루! ..............내가 신경쓰여서 그래....다른 이유 없어" " ....그래? 그럼 더더욱 안가"
먼지가 가득 묻혀서 체육복을 대충 털고서는 큰 정원을 지나 대문을 열고 가려고 하자 생각보다 멋진 개가 하루를 반기면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주머니에 조금은 찌그러진 소시지를 던져주고는 하루는 대문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창문을 통해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지후에 입에서 알수없는 한숨이 나왔다.
교복을 못 챙겨입은 댓가로 아픈 몸을 이끌고 운동장 10바퀴를 돌자 몸에서 열이 났다.
일교시가 거의 끝날무렵 화장실을 가자며 하루에 자리로 온 미선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급하게 선생님을 불렀다.
볼을 타고 피가 흐르고 있었고 머리에는 40도를 넘을만큼 열이 심하게 끓고 있었다.
미선이 선생님을 부르러 복도를 나가기도 전에 지후는 큰 한숨을 한번 크게 쉬고는 하루를 안고는 복도로 나갔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오고 이반저반에서 이 큰 구경을 놓칠수 없다는듯 한바탕 대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 아저씨 학교로 와주세요! 급해요...병원에 연락좀 미리 해주시구요...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수혁은 아침내내 왠지 모를 불안한 예감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분명 신문사에는 왔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보이지 않는 하루였다.
너나없이 복도로 나가는 애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만큼 하루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할 뿐이었다.
그녀석이 웃잖아....3(사건)
오랫만에 들러보는 체육관이 정겹기만 하다...
태권도 공인 3단....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폼하나는 제대로 나온다는 관장님 말한마디에 한때는 체육관 포스터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 모델료로 평생 무료 회원으로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어쨌든 지금 나에겐 건강을 챙기는 일이니까 자주 빼먹기는 해도 가끔 들러 몸을 풀기도 한다.
제법 해가 일찍 떠서인지 새벽 4시인데도 그렇게 어둡지가 않았다. 유난히 바람도 상쾌하고 손에 들린 신문도 무겁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때 신문으로 복수를 한 후부터 내 발걸음에 그 부잣집 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실은 그게 미안해서 그 뒤로 소시지를 하나씩 던져주고 난 후부터가 아닌가 싶다.
새벽 공기가 시원하게 코끝을 스치는 한산한 거리...내 발걸음을 기다릴 개를 생각하며 신문과 소시지를 같이 꺼내고 있을때쯤 담벼락 쪽으로 무언가가 바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묵직한 가방을 등에 둘러맨채 한사람은 주위를 살피고 한사람이 담을 넘어오고 있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때쯤 드뎌 자신의 일을 찾은듯 개짖는 소리가 요란히 울려댔고 난 아직 돌리지 못한 신문을 옆에 조심스럽게 놓고 빠른 걸음을 걸어 그 두남자에게 다가갈때쯤 그 중 한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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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동안 이집을 관찰했다. 아침에 기사가 와서 이집 아들녀석을 싣고 가고 몇시간이 지나 집안일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저녁에 나가고 그 집 아들 녀석이 들어오고 그 이후에 별 사람의 이동이 없었다. 큰건 하나를 노리고 있던 차라 철저한 준비를 해서 아주 깨끗한 마무리까지 흐뭇해 하고 있었는데 왠 어린 녀석이 겁도 없이 다가오고 있다.
가로등에 얼핏 보이는 모습도 아직 젖살도 채 빠지지 않는 이쁘게 생긴 남자애다.
그냥 모른척 지나가면 눈감고 봐줄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보름동안 계획한 일을 망칠수도 없는 노릇인지라...저 녀석 운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 모른척 하고 지나가면 그리알고 가지...내 얼굴 봐서 좋을거 하나 없다..."
" 아저씨...이 집 털었어?"
" 요거 보게...아주 당돌하네...어디서 말을 놓아..."
" 말 놀만하니까...난 어른한테만 존대하거든...얼굴은 꽤나 늙었네..."
" 요거봐라...곱상하게 생긴거 말은 거치네...안되겠다..."
하루는 너무 겁이 없었다. 어쩌면 혼자 남겨진 이 세상에 믿을거라곤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였을까...아니면 뭐 아쉬울게 없는 삶이라고 생각해서 였을까 가끔 너무 겁이 없는 자신이 겁이 날 정도로 겁이 없었다. 잽싸게 들고 있던 가방을 뺏는것까진 좋았지만 그래도 두명을 함께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뛰어난다해도...그렇다 해도...세상 무서울것 없는건 남의 집을 터는 도둑이나 자신이나 다를바가 없을테니까...필사적으로 가방을 지키는게 어려워지자 하루는 있는 힘을 다해 들고 있는 가방을 담장안으로 던졌다....그때였을까...집안에 불이 켜지면서 으르렁 대는 소리가 더 무섭게 변해가고 있었다. 순간 아주 어이가 없다는듯 하루에 얼굴을 무섭게 발로 차는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으르렁 대는 소리가 더 가까이서 들리면서 굳게 닫힌 대문이 열리자 한명이 칼을 든 남자에게 눈짓을 하자 아주 재수가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하루에 이마에 칼끝을 세웠다.
" 너는 운 좋은줄 알아..."
이마를 스친 칼끝에서 핏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 아직 학생인거 같으니까.....겁없이..."
목을 짓누르고 있던 한손이 풀리자 온몸에서 한꺼번에 피가 흘러나간듯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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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왔구나...신문을 반기는 롤리가 들떠있다. 저 녀석에게 소시지를 주는 신문배달부라...
그리고 몇분이 지났을까 롤리에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게 이상하다...
별 의심없이 왜 저러나 싶어 생각해보니 오늘은 들떠있는게 아니라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다.
거실로 나와 불을 켜자마자 흐트러진 물건에 위치를 보자마자 지후에 표정이 차갑게 굳어지면서 아직도 짖어대는 롤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교모하게 보안장치를 모두 파악한걸 보면 분명 하루이틀 계획한 범인이 아닌건 확실하다...휘파람으로 부르자마자 지후에게 달려오는 롤리와 함께 대문을 여는 순간 어디론가 사라지는 두명의 남자가 보이고 그 앞에서 깊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누워있는 사람이 보였다.
대문옆에 신문이 놓여지고 롤리가 짖지 않는걸로 봐서는 아마 매일같이 집에 신문을 넣는 신문배달원인가 보다. 대문에 밝혀진 조명등과 정원에 모든 불을 밝혀놓은 상태여서 집 주변이 환한 상태여서 눈앞에 상태가 그대로 들어왔다.
' 뭐야...우리 학교 체육복? ..........하루? 설마...................하루?'
지후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하루를 안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 뭐야...이 기지배가 왜 여기있어....'
" 도.....둑...........이...........신........고....하세..."
정신도 없어 보이는 이 상황에 도둑을 신고하라고 거친 숨을 쉬면서 말을 하는 하루를 지후는 머릿속이 멍해지도록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이마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몸에는 먼지가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자신의 침대에 눕혔다. 키가 커서 다소 힘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가벼운 하루였다.
아직도 짖어대는 롤리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자 롤리는 그제서야 입에 문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기 집으로 갔다.
이마에 맺힌 피를 보자 지후는 눈쌀을 찌푸렸다.
차분하게 구급약을 꺼내서 소독을 하자 다행히도 크게 흉이 질 상처는 아니지만 몇바늘은 꿔메야 할것 같았다. 꼼꼼하게 지혈을 하고나자 그제서야 자신의 침대에 피자국과 흙먼지가 내려앉는게 눈에 들어왔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왠일인지 신경이 쓰이지가 않았다.
아무리 따듯한 방과 푹신한 침대라지만 이 상황에서 그새 잠이 들어버린 하루를 보자 지후는 피식 웃음이 났다.
' 참 별난애야.'
이내 거친 숨이 진정된듯 아기처럼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잠이 들어버린 하루를 보면서 왠지 길을 잃은 양처럼 측은한 느낌이 들었다.
잠을 자다가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배에 손을 갖다 대는 하루를 걱정하는 표정이 지후 얼굴에 가득하다는걸 지후는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자고 있는 동안 경찰서에 전화해서 신고를 하고 혹시라도 깼을때 놀라지 않을까 싶어 한숨도 자지 않고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떴을때 여기저기 욱신거린게 도통 눈을 뜰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랫만에 푹 자본 느낌은 무엇일까? 어딘가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따뜻한 공기...너무 낯선 느낌이다. 겨우 눈을 떴을때 하루는 놀라서 눈을 비비고 또 비벼도 당채 알수가 없었다.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적어도 방하나에 20평은 될듯한 넓은 방안에 아주 감각적으로 꾸며진 장식...그저 TV에서만 봐았던 고급 호텔같은 방? 그리고 방안에 있는 아이보리색 푹신한 소파에 잠들어 있는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하루는 정신이 없었다.
자꾸 이마쪽이 시큰거리고 욱신거리는게 분명 무슨 일이 있긴 한것 같은데...그보다 저 소파에 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한손으로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는 저 남자에게 온 신경이 쏟아졌다.
대충 시계를 보니 8시가 조금 넘은걸 봐서는 다행히도 지각은 아니지만...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저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저...기...."
"............"
" 이보...세요...저기..."
그제서야 잠이 깬듯 한쪽으로 기댄손으로 눈을 비비고 하루를 바라보는 남자에 하루는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 지후?"
" 어...일어났어?"
" 지후? "
" 괜찮아? 병원 가야 하는데...어...병원 들러서 가자"
" 지후?"
" 몇번을 묻는거야? 이마에 몇 바늘 꿔메야 될것 같아..준비해"
" 지후? "
" 한번만 더 물으면 화낸다. 겁도 없이..."
" 어....그래.....맞구나....꿈이 아니었구나..."
" 교복은 이따 아저씨가 가지고 올거야..."
" 교복? 맞다...집에 가야 되는데..."
" 준비했어 그냥 대충 얼굴이나 닦어...이마 빼고 "
" 너....여기 살아?"
" 그럼....니가 여기 사니?"
" 아니"
" 그럼 내가 사는게 맞겠군"
" 그러게...여기 니 방이야?"
" 그럼 여기가 니 방이니?"
" 아니...조금 얼떨떨해서...."
" 그건 내가 더하니까 그만하고 정신없어. 조금 있음 아저씨 올거야. 교복 가지고 오면 여기서 갈아입고 도둑은 신고했으니까 금방 잡힐거구 담부터는 그냥 숨거나 도망가거나 해...여기 훔쳐가도 별 티도 안나..."
" .................잘났다..."
" 그러니까...안그럼 골치아파지잖아...너처럼"
" 뭐? "
' 다치잖아...바보같이....여자애가...이마라서 다행이지만...다치잖아....'
" 말싸움은 나중에 하고 다음부턴 소시지도 주지마...버릇 나빠져"
" 싸가지 주인 만나 개 성격도 싸가지였구나...어쨌든 내가 미안한거지? 지금 너한텐..."
" 아마도..."
" 어련하시겠어...아...씨팔....왜 이렇게 아픈거야"
" 어디...또 아픈데 있어? "
" 신경꺼...그리고 나 그냥 가.................이 집 뭐야~ 왜이렇게 커? 재수없어"
" 병원 가야 돼"
" 됐어...신경 끄라니까..."
" 병원 가야 된다니까..."
" 됐다니까...이런 상처 하나 별 의미도 별 신경도 안써 이런 상처하나 보다 나한테 니 그 너무나도 잘난 그...이게 더 자존심 상하다구...이런 상처 하나....나한텐 아무렇지 않다구...이런 상처 하나에 큰일이라도 생긴거처럼 굴지마...재수없어"
" 자존심 상했다면 미안해...하지만 병원은 가야해..."
" 흉터 생겨도 너 원망하는거 없을테니까 신경끄셔...알겠어? "
" 야 하루! ..............내가 신경쓰여서 그래....다른 이유 없어"
" ....그래? 그럼 더더욱 안가"
먼지가 가득 묻혀서 체육복을 대충 털고서는 큰 정원을 지나 대문을 열고 가려고 하자 생각보다 멋진 개가 하루를 반기면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주머니에 조금은 찌그러진 소시지를 던져주고는 하루는 대문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창문을 통해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지후에 입에서 알수없는 한숨이 나왔다.
교복을 못 챙겨입은 댓가로 아픈 몸을 이끌고 운동장 10바퀴를 돌자 몸에서 열이 났다.
일교시가 거의 끝날무렵 화장실을 가자며 하루에 자리로 온 미선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급하게 선생님을 불렀다.
볼을 타고 피가 흐르고 있었고 머리에는 40도를 넘을만큼 열이 심하게 끓고 있었다.
미선이 선생님을 부르러 복도를 나가기도 전에 지후는 큰 한숨을 한번 크게 쉬고는 하루를 안고는 복도로 나갔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오고 이반저반에서 이 큰 구경을 놓칠수 없다는듯 한바탕 대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 아저씨 학교로 와주세요! 급해요...병원에 연락좀 미리 해주시구요...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수혁은 아침내내 왠지 모를 불안한 예감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분명 신문사에는 왔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보이지 않는 하루였다.
너나없이 복도로 나가는 애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만큼 하루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