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 동안 아무일 없었던 듯 예전처럼 내게 생선 가시를 발라 주기도 하고, 물을 채워 주기도 했지만 생각에 잠긴 듯 잠깐씩 멍해 질 때가 있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그 자리를 두고 더군다나 내가 나타났으니 떠나기가 고민이 많았나보다. 서울 갈 계획이 없었던 그는 짐을 좀 챙겨야 한다면서 집으로 가자고 했다.
대학가에 있는 원룸이라 10평 남짓의 작은 방이지만 그의 성격답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잠깐 침대에 좀 앉아 있어. 서울 가는 길에 짐 좀 가져다 두고 와야겠어. 다음주가 마지막 출근이니 이제 여기도 정리해야지.”
그가 여행가방을 꺼내 정리할 동안 침대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침대 옆 협탁에는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있었다.
“이것도 가지고 왔어요? 나 너무 넙적하게 나온 사진인데.”
그는 대답 대신 웃어주고는 다시 짐을 쌌다.
“박스가 몇 개 더 있어야 겠는걸... 마트 좀 갖다올테니 누워서 편히 있어.”
정말 편하게 그의 침대에 누워버렸다. 잠이 들려는 찰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른척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는 내가 잔다고 생각했는지 아주 조심스럽게 상자에 책을 넣고 집기들을 조용히 담았다.
정말로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뜨니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희미하게 옆에 누워서 자고 있는 그의 등이 보였다. 그의 허리로 팔을 둘렀다. 그는 그런 내 손을 잡고 다시 잠들었다.
“안아주세요.”
허걱.. 내가 무슨 용가리 뿔이라도 뽑았나 갑자기 웬 용기 만발인지.. 그가 한숨을 쉬었다.
“선혜야, 지금 내가 널 안으면 우린 다시 예전처럼 얽히게 되는 거야.”
내가 바라던 바잖아. 그에 대해 모든걸 용서했으면서 여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그를 잡지 못했다. 이제 그런 바보같은 자존심일랑 버려 버릴테다.
그의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점점 딱딱해지는 ....이미 딱딱해져 있는 그의 것을 쓰다듬었다. 한때 우리는 정말로 열렬히 사랑했고, 서로의 몸과 마음을 너무도 좋아했었다.
그가 돌아누워서 내 눈을 마주 보았다. 우린 다시 하나가 되었다.
++++++++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이제 결혼휴가도 하루 남았다. 2차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그도 내일이면 공부하러 절에 들어가야 하는데 보신 요리를 해서 나를 먹여야 한다고 아침부터 주방을 지키고 있다.
“휘진씨, 절에 안가고 그냥 집에서 공부하면 안돼?”
“왜? 내가 보고 싶어 못 참을 것 같아?”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닌데.. 내가 여기서 바라지 해줄 수도 있잖아. 아무래도 절에 들어가면 불편할거고.. 일주일에 한 번 온다지만 왔다갔다 시간만 잡아먹을거구.”
“정선혜, 자꾸 흔들리게 하지마. 나 역시 당신 두고 가는거 마음 편치 않으니까. 빠르면 4개월만 참으면 되잖아. 당신이 내 앞에서 왔다갔다하는데 내가 무슨 공부를 하겠어. 자꾸만 당신하고 뒹굴고 싶어서 안될거란 말이지.”
서방님의 굳은 결심을 꺾을 수는 없다.
“후회안해요? 일 그만둔거.”
“응. 그게 내 적성이 아님은 첫날부터 알았어. 당신이 있으니까 그냥 당신을 본다는 낙으로 출근했던거지. 그래도 1차는 운이 따라서 합격을 했으니 2차는 죽을 각오로 해야지. 이제라도 당신이 날 믿어주고 도와주면 좋겠어.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
그는 4개월만의 산사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험날 어머님과 그를 따라가 시험장 밖에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도했다. 그렇게 무언가를 위해 기도해 본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신을 믿지 않지만 그 나흘 동안은 부처님이건, 예수님이건 다 믿고 싶었다. 나흘씩이나 보는 2차 시험에는 자리를 깔고 천배를 하는 사람, 줄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는 사람, 시험장 밖은 각각의 풍경들로 시험장 못지 않은 긴장감이 돌았다. 합격자 발표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는 긴장을 해서인지 아침 마다 일찍 일어나서 자기가 밥을 한다.
“아침은 제가 할께요. 자기는 열심히 면접 준비하세요.”
“올해 나의 최대 프로젝트는 정선혜를 50킬로대로 올려놓는거야. 당신은 무조건 내가 해주는거 잘먹고 행복한 생각만 해.”
그가 떠밀어내서 주방에서 나와서 씻고 화장을 했다. 콩콩거리며 도마위를 지나다니는 칼질 소리가 상쾌하다.
오늘도 함께 집을 나와 그는 도서관으로 난 학교로 출근을 한다. 유치원 아이들처럼 손을 맞잡고 학교 셔틀버스가 오기를 기다린다. 내가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으면 그는 손을 흔들어주고 버스가 출발하는걸 확인하고서야 걸어서 도서관으로 간다.
합격자 발표날이다. 도저히 심장이 떨려 확인할 수가 없다. 퇴근시간이 되도록 그는 전화하지 않았다. 만약 붙었다면 이미 전화하고도 남았겠지.. 떨어졌다면 어쩐다.. 일년을 더 공부해야 할텐데 다시 절로 들어간다고 하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그의 마음이 제일 무거울 것이다. 용기를 내어 그에게 먼저 전화했다.
한참만에야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디에요?”
“어. 집. 퇴근했어?”
“지금 나가려구. 데리러 올래요? 오늘 맛난거 먹고 싶은데..”
그가 아무말 없는 것을 보니 이번엔 아닌가 보다. 어떻게 위로해주지? 그의 차가 정문을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간이 철렁했다. 심호흡을 해야 했다. 내가 강한 모습을 보여야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지.
그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차문을 열었다.
“오늘 나 자기한테 그동안 먹고 싶었던 거 다 사달라고 할 참인데.. ”
“뭐가 먹고 싶었는데?”
“음.....일단 오리는 안돼요. 아기가 발가락이 붙어서 나온다잖아.”
“아기? 당신 아기 가졌어?”
“넵. 8주째 되겠습니다.”
그가 버럭 안아서 차에 부딪칠뻔 했다.
“왜 얘기 안했어?”
“오늘 알려주려고. 자기한테는 우리가 있으니까 힘내서 또 열심히 한 번 해보라구.”
“뭘?”
“시험. 이번에 안된 거 넘 신경쓰지 마요. 자기가 사실 공부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잖아.”
“정선혜, 맘대로 넘겨짚기 선수. 또 실력 나온다. 오늘 합격자 확인 안해봤어?”
“저야 뭐 당신 수험번호를 모르니..”
“아내라는 사람이 너무한거 아닌가? 난 당연히 자기가 확인했는 줄 알았는데.”
“그럼 붙었어요?”
“당연하지. 처자식 떼어놓고 공부하러 갔으면 당연히 붙어서 와야 우리 아기 볼 낯이 있는거 아니겠어? 이리와봐. 한번만 더 안아보게. ”
# 휘진‘s
마지막 면접 시험일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이제 13주 된 아이가 내 아내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그 두 사람의 응원을 받고 나왔으니 하늘이라도 떠받칠 힘이 생겼다. 11월의 차가운 바람이 몰아쳐도 춥지 않다. 내 아내의 격려는 추위마저도 녹여버리는 만병통치약이다. 내 아이의, 그리고 내 아내의, 더 나아가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법이 보호해 줄 수 있는 그날이 올때까지 내 꿈을 향해 전진, 또 전진이다.
수레국화 +20 THE END
그는 그 동안 아무일 없었던 듯 예전처럼 내게 생선 가시를 발라 주기도 하고, 물을 채워 주기도 했지만 생각에 잠긴 듯 잠깐씩 멍해 질 때가 있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그 자리를 두고 더군다나 내가 나타났으니 떠나기가 고민이 많았나보다. 서울 갈 계획이 없었던 그는 짐을 좀 챙겨야 한다면서 집으로 가자고 했다.
대학가에 있는 원룸이라 10평 남짓의 작은 방이지만 그의 성격답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잠깐 침대에 좀 앉아 있어. 서울 가는 길에 짐 좀 가져다 두고 와야겠어. 다음주가 마지막 출근이니 이제 여기도 정리해야지.”
그가 여행가방을 꺼내 정리할 동안 침대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침대 옆 협탁에는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있었다.
“이것도 가지고 왔어요? 나 너무 넙적하게 나온 사진인데.”
그는 대답 대신 웃어주고는 다시 짐을 쌌다.
“박스가 몇 개 더 있어야 겠는걸... 마트 좀 갖다올테니 누워서 편히 있어.”
정말 편하게 그의 침대에 누워버렸다. 잠이 들려는 찰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른척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는 내가 잔다고 생각했는지 아주 조심스럽게 상자에 책을 넣고 집기들을 조용히 담았다.
정말로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뜨니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희미하게 옆에 누워서 자고 있는 그의 등이 보였다. 그의 허리로 팔을 둘렀다. 그는 그런 내 손을 잡고 다시 잠들었다.
“안아주세요.”
허걱.. 내가 무슨 용가리 뿔이라도 뽑았나 갑자기 웬 용기 만발인지.. 그가 한숨을 쉬었다.
“선혜야, 지금 내가 널 안으면 우린 다시 예전처럼 얽히게 되는 거야.”
내가 바라던 바잖아. 그에 대해 모든걸 용서했으면서 여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그를 잡지 못했다. 이제 그런 바보같은 자존심일랑 버려 버릴테다.
그의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점점 딱딱해지는 ....이미 딱딱해져 있는 그의 것을 쓰다듬었다. 한때 우리는 정말로 열렬히 사랑했고, 서로의 몸과 마음을 너무도 좋아했었다.
그가 돌아누워서 내 눈을 마주 보았다. 우린 다시 하나가 되었다.
++++++++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이제 결혼휴가도 하루 남았다. 2차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그도 내일이면 공부하러 절에 들어가야 하는데 보신 요리를 해서 나를 먹여야 한다고 아침부터 주방을 지키고 있다.
“휘진씨, 절에 안가고 그냥 집에서 공부하면 안돼?”
“왜? 내가 보고 싶어 못 참을 것 같아?”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닌데.. 내가 여기서 바라지 해줄 수도 있잖아. 아무래도 절에 들어가면 불편할거고.. 일주일에 한 번 온다지만 왔다갔다 시간만 잡아먹을거구.”
“정선혜, 자꾸 흔들리게 하지마. 나 역시 당신 두고 가는거 마음 편치 않으니까. 빠르면 4개월만 참으면 되잖아. 당신이 내 앞에서 왔다갔다하는데 내가 무슨 공부를 하겠어. 자꾸만 당신하고 뒹굴고 싶어서 안될거란 말이지.”
서방님의 굳은 결심을 꺾을 수는 없다.
“후회안해요? 일 그만둔거.”
“응. 그게 내 적성이 아님은 첫날부터 알았어. 당신이 있으니까 그냥 당신을 본다는 낙으로 출근했던거지. 그래도 1차는 운이 따라서 합격을 했으니 2차는 죽을 각오로 해야지. 이제라도 당신이 날 믿어주고 도와주면 좋겠어.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
그는 4개월만의 산사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험날 어머님과 그를 따라가 시험장 밖에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도했다. 그렇게 무언가를 위해 기도해 본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신을 믿지 않지만 그 나흘 동안은 부처님이건, 예수님이건 다 믿고 싶었다. 나흘씩이나 보는 2차 시험에는 자리를 깔고 천배를 하는 사람, 줄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는 사람, 시험장 밖은 각각의 풍경들로 시험장 못지 않은 긴장감이 돌았다. 합격자 발표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는 긴장을 해서인지 아침 마다 일찍 일어나서 자기가 밥을 한다.
“아침은 제가 할께요. 자기는 열심히 면접 준비하세요.”
“올해 나의 최대 프로젝트는 정선혜를 50킬로대로 올려놓는거야. 당신은 무조건 내가 해주는거 잘먹고 행복한 생각만 해.”
그가 떠밀어내서 주방에서 나와서 씻고 화장을 했다. 콩콩거리며 도마위를 지나다니는 칼질 소리가 상쾌하다.
오늘도 함께 집을 나와 그는 도서관으로 난 학교로 출근을 한다. 유치원 아이들처럼 손을 맞잡고 학교 셔틀버스가 오기를 기다린다. 내가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으면 그는 손을 흔들어주고 버스가 출발하는걸 확인하고서야 걸어서 도서관으로 간다.
합격자 발표날이다. 도저히 심장이 떨려 확인할 수가 없다. 퇴근시간이 되도록 그는 전화하지 않았다. 만약 붙었다면 이미 전화하고도 남았겠지.. 떨어졌다면 어쩐다.. 일년을 더 공부해야 할텐데 다시 절로 들어간다고 하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그의 마음이 제일 무거울 것이다. 용기를 내어 그에게 먼저 전화했다.
한참만에야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디에요?”
“어. 집. 퇴근했어?”
“지금 나가려구. 데리러 올래요? 오늘 맛난거 먹고 싶은데..”
그가 아무말 없는 것을 보니 이번엔 아닌가 보다. 어떻게 위로해주지? 그의 차가 정문을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간이 철렁했다. 심호흡을 해야 했다. 내가 강한 모습을 보여야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지.
그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차문을 열었다.
“오늘 나 자기한테 그동안 먹고 싶었던 거 다 사달라고 할 참인데.. ”
“뭐가 먹고 싶었는데?”
“음.....일단 오리는 안돼요. 아기가 발가락이 붙어서 나온다잖아.”
“아기? 당신 아기 가졌어?”
“넵. 8주째 되겠습니다.”
그가 버럭 안아서 차에 부딪칠뻔 했다.
“왜 얘기 안했어?”
“오늘 알려주려고. 자기한테는 우리가 있으니까 힘내서 또 열심히 한 번 해보라구.”
“뭘?”
“시험. 이번에 안된 거 넘 신경쓰지 마요. 자기가 사실 공부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잖아.”
“정선혜, 맘대로 넘겨짚기 선수. 또 실력 나온다. 오늘 합격자 확인 안해봤어?”
“저야 뭐 당신 수험번호를 모르니..”
“아내라는 사람이 너무한거 아닌가? 난 당연히 자기가 확인했는 줄 알았는데.”
“그럼 붙었어요?”
“당연하지. 처자식 떼어놓고 공부하러 갔으면 당연히 붙어서 와야 우리 아기 볼 낯이 있는거 아니겠어? 이리와봐. 한번만 더 안아보게. ”
# 휘진‘s
마지막 면접 시험일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이제 13주 된 아이가 내 아내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그 두 사람의 응원을 받고 나왔으니 하늘이라도 떠받칠 힘이 생겼다. 11월의 차가운 바람이 몰아쳐도 춥지 않다. 내 아내의 격려는 추위마저도 녹여버리는 만병통치약이다. 내 아이의, 그리고 내 아내의, 더 나아가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법이 보호해 줄 수 있는 그날이 올때까지 내 꿈을 향해 전진, 또 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