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 찍히면 가맹점 하루아침에 문닫아야”

ㅠㅠ20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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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에 찍히면 가맹점 하루아침에 문닫아야”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봉?] ‘불공정 계약’ 점주들 한숨 “본사에 찍히면 가맹점 하루아침에 문닫아야” 김기태 기자

서울 중랑구에서 프랜차이즈 업체인 ㅂ치킨 가맹점을 운영해 온 신상훈(37)씨는 지난해 말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발단은 신씨가 그 며칠 전 가까운 지역의 가맹점주 10여명과 함께 한 모임이었다.

판촉물 강매 ‘끙끙’…위약금 무서워 해약도 못해
본사는 가맹점주들 고통 귀닫은채 “횡포는 없다”

신씨는 모임에서 본사의 판촉물 강매 실태를 적은 문건을 돌렸다. 핸드크림, 배드민턴, 통화상품권, 가수 브로마이드, 게임시디 등 치킨과는 전혀 상관없는 판촉물에 들어간 비용이 가맹점 한곳마다 1년반 동안 1천만원이 넘는다는 내용이었다. 신씨는 “판촉물들이 대부분 손님들에게 주기 민망할 정도로 조악했지만 본사가 무서워 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들였다”고 말했다.

본사에 대한 비판은 계약 해지로 돌아왔다. 신씨는 “점주들의 비밀모임 소식이 어느새 본사로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빚까지 얻어서 시작한 장사였는데, 본사에 찍히니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ㅂ치킨 홍보실의 박열하 상무는 “판촉물은 회사와 가맹점주가 협의해 선택한 것이었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계약을 해지한다고 계약서에 이미 적혀 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서울에서 ㅍ제과 가맹점을 운영해 온 박아무개씨도 계약기간이 끝나는 올 6월이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본사에서는 8천여만원이 들어가는 실내장식을 새로 해야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박씨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3년 전 장사를 시작할 때 실내장식과 계약금, 보증금 등 2억3천만원을 들였기 때문에 더는 ㅌㅈ하기 힘들다”며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사 쪽은 “실내장식은 가맹점과 합의해서 하는 것이고, 재계약과는 별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무리한 요구에 속수무책인 까닭은 불공정한 법 때문이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은 본사가 계약 만료일 90일 전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다는 통지만 하면 계약이 끝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가맹점은 ㅌㅈ금조차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더라도 그냥 장사를 접어야 한다.

또 가맹점들은 본사가 선전하는 높은 수익을 믿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

강아무개씨는 지난해 7월 하루 매출액이 140만원 정도 될 것이라는 본사의 말을 믿고 서울의 한 대학 근처에서 편의점을 열었다. 하지만 실제 매출은 하루 50만원에 불과했다. 임대료, 아르바이트생 월급, 관리비 등을 빼면 한달에 50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있다. 장사를 접으려 해도 ‘2년 안에 가게문을 닫을 경우 6개월치 매출이익의 3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계약 때문에 생돈 1천만원을 날릴 게 걱정이다.

박경준 변호사는 “계약서를 보면 예상 매출이 계약의 내용이 아니어서 책임지지 않는다고 기록된 경우가 많아, 민사 판례에서도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들은 막상 부당한 일을 당해도 속앓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의 윤철한 부장은 “점주들이 공동 대응을 위해 모임을 한 게 알려지면 각종 불이익을 당한다”며 “그래서 표면에 드러나는 분쟁 사례가 적을 뿐”이라고 말했다.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분쟁조정 건수는 2005년 285건, 2006년 상반기 129건 등으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분쟁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가맹점 본사의 모임인 프랜차이즈협회 윤기영 사무국 차장은 “본사들은 가맹점을 하나라도 더 붙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점주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릴 가능성이 낮다”며 “일부 대형 업체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법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균 대진대 교수(법학)는 “가맹사업법은 대표적인 악법”이라며 “가맹점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독특한 속성을 외면하고 가맹점을 보호할 방법을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김기태 기자, 정유경 이완 수습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