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제출하려 합니다.

홀가분한맘.2007.03.17
조회2,602

온몸이 저려옵니다....감기 기운도 있지만..... 딸아이들 때문에....그러나 슬픔을 삭히고 있습니다.

 

아침에 부산 떨며 출근준비하며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소리지르고 때리고.....엄마 회사 가지말라며 울며불며 바지가랭이 붙잡고 늘어 지는 4살박이 딸아이 이불 속에서 쿨쿨 잠자는 웬수에게 떠 밀어 놓고...  정신 없이 출근 하고....책상에 앉아 사직서를 작성 했습니다..

 

이젠 홀가분 합니다... 어린이집 아침마다 안가겠다고 울부짓는 아이 억지로 차태워 보내지 않아도 되고....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인 딸들 빨리빨리 하라고 아침부터 닥달하지 않아도 되고. 퇴근하고 신발 벗으며 오늘 뭐했어....공부 했어....치워라 이게 뭐냐....아이들에게 이런 매일 같은 잔소리 안해도 되고...출근복 갈아 입자마자 주방으로 직행해서 아이들  굶주릴대로 굶주린 배 허겁지겁 안 채워 줘도 되고....늦게 까지 빨래며 청소 설겆이....힘들게 안 해도 되고..... 손끝하나 도와주지 않는 남편 안 도와준다 미워하지 않아도 되고...아픈아이들 억지로 가방싸  학교며 어린이집 안 보내도 되고.... 내 몸이 아파도 억지로 참고 견디며 책상앞에 안 앉아 있어도 되고.... 집안 대소사나 학교 어린이집 행사 있을때 눈치 보며 조퇴 안 해도 되고.......토욜일 마다 웬수같은 남편 애들은 잘 챙기고 있는지....점심은 어떻게 해결 하고 있는지....걱정 안 해도 되고..(오늘도 .....웬수는 자고 4살박이 배고프다고 엄마 와서 밥 줘........) 휴유.....

 

하지만....아이들 입히고 싶은 예쁜 옷 보면..그냥 지나쳐야하고.... 맛있는 음식 사 달라고 해도 몇번이고 거절해야하고 ...  공부 잘 하는 우리 딸들 다니고 싶은 학원 포기 해야 할 지도 모르고.... 막내 딸 어린이집 정말 안가도 되고..가고 싶어도 못 보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스트레스 때문에...괜한 신경질로 가족들에게  닥달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건강한 웬수...건강한 아이들....그리고 건강한 나....를 잃고 싶지 않기때문에....사직서를 제출하려 합니다.

돈 없으면 없는데로 살아 가보렵니다.

 

딸들이 그러네요.....엄마 지치고 힘들면 그만 두세요.....그리고 우린 좋은 음식 옷  학원 보다 엄마가 집에 있는게 더 좋아요....맛있는 간식도 만들어 주고.....(ㅎㅎ 맛있는 간식 해 줄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튼.....엄마 회사 그만 두는거 우린 찬성.

 

이젠 제 스스로만 동의 하면 됩니다. 그래서 사직서를 작성 했는데...

 

그나마 몇년 해온 내 일 그만두고 집에서 허탈해 하며 보내진 않을런지.... 경제적인 부담감을 잘 이겨내며 슬기로운 현모양처가 될수 있을런지.......자신 할 순 없지만...... 전업주부로 일단 확실하게 살아 가려합니다...

 

힘을 주세요...팍팍....!!!!!

돈이 사람을 따라줘야 하는데 사람이 돈을 따라야 하는 현실이 정말 서글프긴 하지만....

 

엄마 오셨어요....라는 인사대신 학교 다녀왔습니다 라는 인사를 받으며 살겠습니다......ㅎㅎ

아침식탁 여유롭게 준비해서 반찬 하나씩 아이의 숟가락에 얹히며 천천히 먹어 라고 말하며 살겠습니다.

알림장도 여유롭게 읽고 멋지게 싸인해서 보내주고...긴 머리가 이쁜 딸들 머리 길려 예쁘게 묶어 예쁘게 옷 입혀 학교 가는 뒷모습 지켜 보겠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학교앞에서 기다렸다  하교하는 아이랑 손잡고 걸어 오며 주위 분식집에 들어가  컵볶이 사서 함께 먹고 오겠습니다.

엄마 책읽어줘 하며 달려드는 막내딸...무릎에 앉혀 재밌게 읽어주고.....

졸린눈을 억지로 뜨고 있는 아이 꼭 안아서 함께 낮잠도 자 보겠습니다. 

독감 걸려 밤새 열에 시달리는 딸...밤새 간호하고도 피곤해하지 않을것이고... 담날 학교 못가는 아이 집에서 엄마가 함께 아파하며 끼니별로 죽 끓여 먹이겠습니다.

 

그리고 없는 돈도 쪼개어 아이들 손잡고 재밌는 영화도 보며 팝콘도 먹어 보겠습니다.

 

이렇게 재밌게 살겠습니다...없지만 평범하게 평범하지만 열심히.....

 

지금 어린아이들 두고 직장생활하고 있는 엄마....그리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 모두가 아이를 키우면서 하고 싶은 일 아닐까......생각 드네요....

 

 

웬지 눈물이 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