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우리 고모에게 웨딩드레스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아랑.2003.04.25
조회856

우리 고모는 올해 서른 네살 입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착한데 왜 그렇게 힘든 일만 있는지 모르겠어요.

스물 두살에 결혼하시고, 3년전에 이혼하셨죠.

고모부가 바람을 피우고, 제가 모르는 무슨 일도 많았겠죠.

친척들말에 의하면 맞기도 하셨다는 것 같기도 해요..

 

고모는 아들 둘을 낳으셨는데 한 아이는 시댁 큰 형님에게 양자로 보내셨죠.

시댁어른들이 막무가내로 보내라 하셔서 마음 착한 고모는 바보처럼 그냥 보냈답니다.

그리곤 많이 가슴 아파하셨어요.

정말 바보같이 자식을 왜 빼앗기나 몰라.

고모부의 바람과  폭력에 고모는 참다참다 이혼을 하셨나봐요.

고모부가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서 부엌에서 밥도 해 먹고 그랬다나봐요.

이혼 하면서 다른 한 아이는 고모부가 맡으셨고,

그 아이도 불쌍해죽겠어요.

 

 

하여튼 고모는 이혼하고 한참 시간이 흐른후에 지금의 새로운 고모부를 만나서 사신답니다.

그런데 결혼식을 못 올리셨어요.

대신 양가 상견례만 얼마전에 하셨죠.

그 날 고모는 다른 사람들 모르게 많이 우셨어요.

그래서 저도 마음 아팠어요..

결혼식도 못하고, 딸랑 상견례만 해야 하는 우리 고모..

 

고모는 할머니 친딸이 아니거든요.

할아버지가 젊으셨을때 바람피우셔서 낳은 딸인데 낳자마자 데려오셔서 우리집에서 자랐죠.

물론 아빠를 비롯해 형제,자매들한테 구박도 많이 받는 미움둥이로요.

우리 엄마가 말씀해주셨는데

시집오니까 7살도 안됐는데, 시골에서 온갖 농사일을 다 시키고 옷도 다 떨어진 옷 입히고 잘 씻기지도 않아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있더래요.

너무 불쌍해서 예쁜 원피스도 사 입히고, 엄마가 우리 언니를 낳자마나 애기봐야 한다고 농사일도 못 시키게 하고 그러셨데요.

우리 고모는 어렸을 때, 엄마가 잘해주셨다고 엄마에게 늘 고마워하고 선물 하나래도 챙길려고 마음쓰시죠. 작년에도 우리집 예쁜 자동응답무선전화기 고모가 사주셨는데..

 

고모는 어릴 때, 할머니나 삼촌들, 고모들에게

온갖 구박 다 받고 자랐는데도

지금 원망이나 미움같은 것 없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 할머니에게 너무너무 잘한는 딸이죠.

친딸보다도 더요.

할머니 적적하시다고 카세트도 사드리고, 옷도 사드리고..

고모는 인천에 살고 할머니는 부천에 사시는데 가끔 찾아가서 맛난 음식도 사드리고,

용돈도 드리고..

삼촌들이나 고모들한테도 정말 잘해요.

'가끔은 우리 고모가 정말 할머니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거짓말이 아닐까?' 제가 의심스러울정도로요.

저라면 많이 미워하고, 원망했을텐데..착한 우리 고모에게 웨딩드레스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고모는 천사표인가봅니다.

 

그런 고모는 재혼을 하고도 좀 어렵게 사세요.

예전에도 가난하게 사셨는데 또...

웨딩드레스 우리 고모에게 빌려 주시면 안될까요?

만약 여기서 웨딩드레스 빌려 주시면 재혼하는 거라서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도 못했던 우리 고모가 드레스를 입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핑계김에 결혼식도 하시지 않을까..제 바램이랍니다.

추천좀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