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빠, 오늘 버스에서 자리양보 받으시곤 우울해보이시네요..

기염댕구200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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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느때보다 일찍 퇴근 하신 아빠~

운동갔다 오니 집에서 컴퓨터로 바둑을 두고 계시더라구요.

그 때 마침 엄마한테서 걸려온 전화~

" 어디야? 밥은 먹었어? 아ㅃㅏ 들어 오셨니 ^$%*@#...?"

 

그 때 아빠가 옆에서 말씀 하시더라구요.

"엄마한테 전해. 아빠 오늘 버스에서 자리 양보 받았다고..ㅠㅠ"

엄마께 따로 말하진 않았는데 아빠 하시는 말씀 들으셨는지~

" 어머어머! 왠일이니......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앉으셨다니?ㅋㅋㅋ얘, 너무 웃긴다 ㅎㅎㅎㅎㅎㅎ"

저도 순간 웃기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여 엄마랑 전화통화를 대충 마무리하고,

아빠께 여쭤보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냐고 ㅋㅋ 기분이 어떠셨냐고-

 

가까운 곳에 볼 일이 있으셔서 모처럼만에 버스를 타고 가시려는데 

아빠가 버스를 오르자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여기 앉으세요." 라고 하더랍니다. 아빤 순간 당황에서 "그래.. 고맙다 " 하고 앉으셨지만,

이내 씁쓸하고 묘한 기분이 드시더랍니다.  " 내가 벌써 이 나이가 됐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전 너무너무 웃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나한텐 이렇게 듬직하고 아직은 늙지 않으신 아빤데

아빠가 벌써 자리양보 받으시다니.. 좀 기분이 묘했습니다. (참고로 전 24살) 

 

몇 달전에, 지하철에서 어떤 대학생이 50대 후반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아저씨께 자리를 양보하니 그 아저씨 얼굴 빨개져서 흥분하시며 거절하는 거 보고 왜 저러시나 싶었는데..

오늘 아빠 말씀 듣고 나니, 조금은 그 아저씨가 이해가 가더군요..ㅋㅋ

 

마지막으로 울아빠께 자리 양보 해준 중학생아!  넘넘 고맙다..

근데 울 아버지 아깐 줄 담배 피우시더니 지금은  슈퍼가셔서 소주 한병 사오셨다...

 

 

울 아빠, 오늘 버스에서 자리양보 받으시곤 우울해보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