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의 민망한 흔적

police6252007.03.22
조회4,016

옛날에 제대하고 복학해서  여자친구를 사귈때 일입니다.

우리는 둘다 자취를 해서 여자친구는 수업이 끝나면 곧장 우리 집에 와서 놀곤했죠.

그날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는데 그날은 여자친구가 수업이 좀 늦게 끝나는 날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었습니다.

전 혼자서 라면 하나 끓여먹고 침대에 누워 있었죠.

당시 제 자취집에 TV도 없고 인터넷도 없었습니다. 방에 있는거라곤 딸랑 노트북 한개.

그때 몇일전에 여자친구와의 명랑운동 교본으로 쓰려고 

야동 전문가 친구에게 부탁해 구워왔던 야동씨디가 생각났습니다.

아직 한번도 안봤었는데 뭐 어떤 스펙터클들이 들어있는가 하고 노트북에 넣고 플레이 시켜봤습니다.

 

심장을 두들기는 화려한 영상, 몽환적인 사운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피디한 편집 등등..

역시 전문가의 날카로운 선구안으로 선별된 작품들이라 그동안 제가 보아왔던 무료한 야동들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누워서 이런걸 보고 있자니 이거 슬슬  텐트가 쳐지기 시작하는거 아닙니까..

여자친구 수업 끝나려면 2시간도 넘게 남았고...

"흠.. 그래 이참에 잊었던 손양이랑 한번 놀아보자"

해서 한번 시원하게 DDR을 쳐줬습니다.

이거 또 워낙에 명작과 함께한 DDR이라 분비량도 왜 이리 많았던지 평소 같으면 티슈 서너장이면 마무리가 가능했는데 그날따라 한 열장도 더 쓴 것 같습니다.

 

시원하게 분비한 후엔 늘 그렇듯이  몸도 노곤~~해지고 살살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는겁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들어 버렸는데..

 

얼마나 잤을까...

뭐가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깨어보니 여자친구가 들어와서 밥을 하더군요.

전 침대에서 느릿하게 일어나면서 "어 .. 언제 왔어?" 하고 잠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런데 얘가 대답을 안하는겁니다.

전 다시 말을 건냈죠

"밥하는 거야? 내가 도와줄께 같이해"

또 대답이 없고 그냥 묵묵히 싱크대 앞에서 칼질만 하고 있는 여자친구..

 

그 순간 침대 맡에 있어야할 노트북이 책상으로 옮겨져 있고

침대 밑에 여기저기 뒹굴고 있어야할  휴지조각들이 깔끔하게 치워져 있는것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뒷통수에서 살얼음이 좌좌좌작 하고 깨지는 것 같은 느낌!.

그걸 다 치우고 잠들었어야 되는건데 미쳐 증거인멸을 하지 못한채로 잠들었다가

여자친구가 집에 들어와서는 그걸 보고 치운것이었습니다.

 

.남자들이야 아시겠지만 (일부 여성분들도 알지도) 엑기스 묻은 휴지가 시간이 좀 지나면 딱딱하게 굳잖습니까? 그리고 방문을 열고 들어왔을때의 방안 가득한 밤꽃향... 노트북에서 나온 씨디 등..

정황을 미루어 볼때 여자친구가 제가 무슨짓을 한건지 똑똑히 알았던 겁니다.

 

그래서 들어와서 그것들 다 치우고나서 널부러져 자고 있는 절 한동안 쳐다보다가

"밥은 먹고 다니냐?" 는 심정으로 밥을 짓기 시작했답니다. ㅜ.ㅜ

 

 

ㅡ,.ㅡ;; 그때의 그 난감함이란..

 

그날 밤에 맥주한잔 마시러 나가서 금방 헤헤거리면 분위기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자친구는 자존심이 상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하더군요;

왜 자존심이 상하는지는 저도 어렴풋이 알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잘 살고 있는가 어떤가 궁금하네요 그녀.

 

여러분 ....

DDR후엔..여자친구한테 안걸리게 뒷처리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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