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는 인정이 있다

푸른바다200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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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에는 인정이 있다

                                               섬에는 인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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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인정이 있다.
내 것 네 것 없는 곰살맞은 인정의 두레가 살아있다.

공유의식과 공동의 힘이 없으면 모두가 불편할 뿐이다.

때로는 바다에 의존하고 때로는 삶의 텃밭을 일구면서 작은 것 부터 자족하고 살아간다.
내가 아닌 남들을 어려워 하면서도 그들의 마음은 항상 너른 바다처럼 열려있다.
정의 그리움 때문에 그들은 쉽사리 마음을 열어준다.

섬에는 전설이 살아 있다.
구비 구비 누대로 전해진 전설은 돌과 나무와 산과 앞바다에 영혼이 되어 섬과 함께 숨을 쉰다.
거제도에서 민박집 할머니가 손주 도시락을 사면서 혼자 중얼그렸다.
"손자놈 도시락 싸주기가 옥녀봉 올라갔다 오기보다 힘드네!"
아마도 손자녀석이 도시락 반찬 투정을 한 모양이었다.
봉우리 봉우리 육산이 들어앉은 큰 섬에는 대체로 옥녀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그옥녀봉은 섬사람들에게 구전되고 있는 전설을 간직 하고 있다. 

 전설은 약간의 각색만 있을 뿐 비슷한  줄거리다.

옛날 옛날에 한 부녀가 섬에서 소박하게 살고 있었다.

딸이 장성하였다. 아버지는 그 딸에게 여자로서의 욕정을 느꼈다.

주채 할 수 없는 욕정에 눈이 뒤집힌 아버지가 딸을 범하려 하자 그 딸은 높은 산

바위 위에서 몸을 던져 죽어 버린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한 산이 바로 옥녀봉이다.

육지와 단절된 고립된 섬에서 남녀간의 윤리, 다시 말하면 근친상간의 위험을

옥녀봉의 전설로서 자리매김하여 무언의 윤리 교육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매물도의 남매바위 전설도 욕지도가 바라다 보이는 두미도의 옥녀봉도

같은 맥락이다.
육지의 옥녀봉 전설은 대체로 아름다운 선녀들의 이야기로 시작 된다.

그러나 섬들의 옥녀봉은 슬픈 이야기로 우리들 가슴을 울린다.
섬 사람들은 이 전설에서 금지된 성의 터부를 배운다.

근친상간이 용납되지 않는 한국인의 윤리의식과 규범이 반영된 전설이다.
성에는 동물적인 애정과 정신적인 애정,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이 두가지 측면중

옥녀봉 전설은 전자의 경우에 해당 된다.

섬은 살아있는 우리말의 보고다.
진화하지 못한 채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쓰던 말들이 흐르지 않고 그대로

고여 있다.
수많은 구비문학과 설화와 전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또한 전승된 민속이 외부의 간섭 없이 현재도 움직이고 있다.

연구자들이 채록 채집해야할 분야가 아닌가 싶다.

 

생경스러운 단어들도 많다.

우리들이 표준어로 "부추"라고 부르고있는 채소를 남해안의 많은 섬에서는 "소풀"

이라고 부른다.
충무 앞바다에 자리한 이름 그대로 학처럼 아름다운 학섬(학림도)에 갔을때다.

야생한 부추가 흐드러지게 자라고 있었다.
두 어줌 뜯어서 갯바위에 지천으로 매달린 홍합을 자금자금 챙겨서 부침게를

구어내노라니 동네 아이들이 "소풀"을 먹는다며 놀려댄다.
나는 그때 부추를 섬에서는 통용 "소풀" 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그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소풀" 이라는 단어는 전라도에 부속된 여러섬들 까지

너른 분포를 보였다.

울릉도의 민박집 아주머니는 내가 투숙한 첫 날 귀한 손님이오면 대접하는

음식이라며 여랍밥을 해 주었다.
여랍밥이란 우리들이 흔히 알고있는 포장마차의 왕자 메뉴인 "홍합"을 말했다.
또 해수면 갯바위에 노출되어 자라는 작은 홍합은 "오배기"라고 하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홍합을 깨끗이 손질하여 쌀과 함께 안친 후 뜸 잘들인 밥을 지어내어

갖은 양념을한 간장으로 비벼서 먹는 울릉도 특유의 향토 음식이었다.

섬을 여행하다보면 그 섬의 특색있는 맛도 불 수 있다.
섬에서의 미역국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그지역에서 흔히 잡히는 생선으로 끓여낸다.

그 맛은 소고기로 맛을 내는 미역국과는 특이한 향과 맛이있다.
섬에서 맛본 미역국 중에서 가장 맛나게 먹었던 미역국은

흑산도에서 농어로 끓여낸 미역국이었다.
제주도의 갈치 미역국과는 또 다른 특이한 별미였다.

남서해안의 모든 섬사람들은 육지로 나들이를 가면 대체로

"육지에 나간다" 혹은 "육지에 다녀왔다."라고 하지만 울릉도 사람들은

"본토에 갔다온다" "며느리가 본토에서 생일 선물 보냈더라"고 말한다.

본토란 말만 빼면 울릉도의 풍습과 사람들의 기질은

포항의 풍습과 기질이 너무나 닮았다.

포항을 울릉도에 옮겨 놓은 것 같다.

말의 묘미는 그 지역 섬사람들이 육지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사전적 의미로 볼때,

"육지"는 섬에 상대하여 대륙과 연결되어 있는 땅을 이르는 말이고,

"본토"는 주가 되는 국토를 섬이나 속국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사부에 항복하여 신라에 귀속된 우산국의 내력이 지금껏 묻어있는 것 같아

묘한 여운을 남긴다.

 

                                                                                                푸른바다


섬에는 인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