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볼 수 있는 자리조차 놓칠까봐 겁이 나네요.

이러다 늙어죽겠다2007.03.24
조회309

 

 

안녕하세요? 모두 평화로운 주말 저녁 보내고 계신지요..^ ^

가까운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것도 부끄럽고 그렇다고 가슴에 담아두는 것도 힘들어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려 많은 님들의 조언을 구해보네요.

 

저는 여성이고 스물 둘의 나이로 현재 대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은 여자가 7, 남자가 3의 비율이구요. 학생 수도 굉장히 적은 편이에요.

(한 다리 건너면 다 알고 소문이 빠르며, 이름은 모르지만 낯은 익은 분들이 많아요.)

 

작년, 그러니까 1학년 2학기를 다닐 때에 수업 두 개를 같이 들었던 분이 있는데요.

저와 같은 과는 아니구요.

그 분은 다른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수능을 봐서 우리 학교에 온 분이에요.

그래서 2007년 현재, 나이는 스물 일곱이라 하네요..^ ^

 

발표수업을 하실 때에 차분하게 말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계속 바라보게 되었어요.

옷차림에도 별로 신경쓰지 않으시고 공부하는 모습이 왠지 초탈해보이기도 하고;

수수한 듯 하면서도 웃을 때의 그 선한 인상이 마음에 남았던 것 같네요.

 

처음에는 과 특성상 남자가 없어서(딱 한명ㄱ-) 그저 호기심에 쳐다봤었는데 

어느새 돌아서면 생각나고, 안보이면 보고싶고.. 감정이 점점 커져버렸네요.

그렇게 바라보다보니 눈이 자주 마주치게 되고, 그 분도 아마 제 존재는 아실 거에요.

같이 듣는 수업에 사람도 많지 않았고, 또 그렇게 쳐다봤으니.. 그 때는 부끄럽지도 않았는지^ ^;

작년에도 이런 내용으로 톡톡에 글을 올렸었는데, 말을 걸어보라는 의견을 많이 주셨어요. 

공책을 빌려보라거나.. 같은 과 동기들이 잔뜩 있는데 딱 그 분에게 공책을 빌리는 게 좀..ㄱ-;

결국 말은 걸지 못하고 겨울방학을 맞았어요.

저에게 자신도 별로 없었고 항상 그 분이나 제 옆에는 친구들이 있어서 기회가 없었거든요.

제 성격상 기회가 있었더라도 말은 못 걸었을 것 같아요. 소문도 무섭고 용기도 없고..

 

아마 그 분은 제게 특별한 호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제가 자꾸 쳐다보니까 제가 그 분에게 호감이 있는 걸 알고도 그냥 지나쳤든지

아니면 그저 이상한 아이네 하면서 오기로 그 분도 저랑 눈싸움 한 셈 치셨든지

아니면 정말 대수롭지않게 넘기셨겠죠..

 

 

또 그렇게 2학년 1학기를 맞게 되었네요.

방학동안 그 분이 굉장히 많이 보고싶었어요. 하지만 연락할 길이 없었죠.

전화번호야 알려고 하면 얼마든지 다리를 건너 알아낼 수 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자신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다면 당황스러울 것도 같았구요.

내심 그 분이 방학 전에 먼저 말을 걸어주시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네요.

 

그래서 더욱 자신이 없어졌어요.

이번에도 수업 하나를 같이 듣게 되었지만 이제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어요.

가슴이 떨리고 얼굴이 빨개질 것 같아서; 그리고 그걸 들키고싶지 않아서요..

그런데 학기 초에 갑자기 기분이 왔다갔다 하더니 충동적으로 그 분께 쪽지를 썼어요. 이름없이.

저와 그 분 다 기숙사 생활을 하거든요.. (1학년 때도 기숙사 생활을 했어요.)

초콜릿 하나와 그 쪽지를 우편함에 넣고 왔어요. 떨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아마.. 제가 그런 걸 아시는 것 같아요. 쪽지에 제가 쓰는 향수를 뿌리기도 했고..

그 후로 친구들과 길을 가다가 마주쳤는데 저를 묘한 눈길로 계속 쳐다보셨거든요.

저도 그 분을 발견하고 주시하다가 눈이 계속 마주치니 긴장돼서 먼저 눈을 피해버렸구요.

하나 같이 듣는다는 수업에서도 쉬는 시간에 제가 커피 뽑으러 나갔는데 바로 뒤따라 나오셨어요.

아, 물론 우연일 수도 있는데요;

그 층 자판기에 사람이 많아서 밑 층으로 내려갔는데 바로 밑 층으로 따라오시더라구요.

제 뒤에 줄 서셨는데 긴장돼서 커피 뽑고나서 벽에 부딪히고ㄱ-..

일주일 전에는 넘어졌어요. 제발 안보셨길;;

 

 

휴.

이렇게까지 했는데, 물론 그 분도 제가 그랬다는 확신은 없겠지만 그래도 짐작은 하실 텐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저에게 관심이 한 톨도 없다는 거겠죠?

객관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면 그런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기 싫어요..

더 이상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상처받지 않게 정리해야 할텐데..

용기없이 표현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바보같다 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제가 들이대는 것도 잘 못하려니와 제가 그러면 그 분께서 더 정이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쪽지에서도 그렇게 썼었거든요.

 

익지 않아 떫은 과일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실수처럼 섣부른 감정을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고

또 부족한 내 모습에 실망할지도 모르는 당신과 당신의 실망에 수치로 변해버릴 모든 것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에 몹시 망설였다고.

 

 

남자친구를 사귀어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남자 앞에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는 쑥맥도 아닌데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된 게 참.. 애틋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 분이 절 마다하시면 제 이런 감정까지 시들어버릴까봐..

지금껏 그 분을 바라보았던 제 기억까지 퇴색되어버릴까봐.. 그게 두렵기도 해요.

 

 

그 분.. 여자친구도 없다시던데.

그냥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할까요?

그 분 귀찮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