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신봉승 선생님과 함께 한 역사탐방기(2)

김진수200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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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승 선생님과 함께 한 역사탐방기 (2)

 

2. 新 삼다도(三多島) 쓰시마 (대마도, 對馬島, Tsushima)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다.
울릉도는 향나무, 오징어, 눈이 많아 역시 삼다도다. (오다도라고도 함)
지금은 일본 땅인 대마도 또한 나는 삼다도라 부르고 싶다.
그렇다면 대마도의 삼다란 무엇일까?
길거리에도 스스럼없이 내려앉는 까마귀.
어두운 숲 속에서 왕성하게 번식중인 살쾡이.
그리고 섬 곳곳에 남아있는 조선사(朝鮮史)의 흔적!
대마도는 내게 신 삼다도(三多島)였다.

*

[여행기]신봉승 선생님과 함께 한 역사탐방기(2)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명시하고 있다. 부속 도서(島嶼)… 수많은 섬이 있겠으나, 대표적인 섬을 떠올려본다면 서로는 백령도, 동으로는 독도, 남으로는 마라도가 떠오를 것이다. 여기서 마라도를 지우자. 그리고 새겨보자. 대마도(對馬島)가 누구의 땅인가를! 엄연한 국제법 위반이라 할 수 있지만, 지난 여름의 대마도 여행을 떠올리면 지금도 나는 범법(犯法)의 욕망이 솟구친다.

2002년 8월 10일. 김해 상공.
일주일째 계속된 집중호우로 범람한 낙동강에 유린당한 김해평야가 짙은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1차 착륙에 실패한 항공기가 드센 장대비 속의 선회를 거듭한 끝에 2차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김포공항으로의 회항 이야기가 오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선생님은 조용히 일정표와 강연 메모를 꼼꼼하게 살피고 계셨다.
점점 떨어지는 고도, 창밖엔 폭포처럼 비가 쏟아진다. 이윽고 활주로에 흥건한 빗줄기를 가르는 마찰음이 들려온다. 성공이다.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쉰다. 대마도로 향하는 길은 출발부터가 쉽지 않았다.

하늘 길을 그래도 비단길이었다. 먹구름 아래 일렁이는 바다는 점차 태풍의 영향권 아래 접어들고 있었다. 내수 면적 243평방킬로미터, 202킬로미터의 해안선을 자랑하는 부산항을 한아름에 안고 있는 국제여객부두. 273톤의 초고속 여객선 대아해운 씨플라워호도 7미터의 파도 위에선 한낱 가랑잎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선생님께서는 쏟아지는 비를 마다하지 않고 부산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계셨다. 12월 방송 예정인 MBC 창사특집극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를 위해 꼼꼼한 자료 촬영을 하고 계신 것이다. 뒤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대마도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구한말의 우국지사 면암 최익현 선생의 유배지이자 최후를 맞이한 곳이기 때문이다.

쾌속선이 출발하자 선생님은 갑판으로 나가셨다. 면암 선생이 나룻배를 타고 조선을 떠나던 당시, 점점 멀어지는 고국산천을 바라보는 심정을 드라마에 옮기기 위해선 반드시 같은 체험을 해 보아야 한다며, 위험하다는 승무원의 만류에도 파도로 심하게 일렁이는 갑판에 나아가 멀어지는 부산항을 기어이 동영상카메라(핸드캄)에 담으신다. 지금껏 취재 없이는 단 한 줄도 쓰지 않으셨다는 말씀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취재를 소홀히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대한해협. 오후 12:10
아래에서는 파도가 위에서는 빗줄기가 콩 볶듯 배를 볶아댄다. 망망한 해협을 향해 나갈수록 심해지는 롤링과 피칭,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비바람. 멀미가 날 법도 한데 선생님께서는 배 안에서 틀어주는 대마도 안내 다큐멘터리를 보고 계신다. 난 그런 선생님만 쳐다봤다. 분명 얼마 전 100번 째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곁들인 조촐한 고희연(古稀宴)을 치르신 분인데…

난무(亂舞)와도 같은 항해 2시간 30분…
드디어 배는 대마도의 중심 도시 이즈하라(엄원, 嚴原) 항에 도착했다.
“환영합니다! 이즈하라!”
곳곳에 설치된 한국어 안내문이 비에 젖은 일행을 반긴다.
유형(流刑)의 섬, 대마도에 깃든 조선사(朝鮮史)가 처음으로 건네는 인사말이었다.

(계속)

다음 회 <대마도에 깃든 조선사의 목소리> 에서는 면암 최익현 선생 순국비, 덕혜옹주의 슬픈 결혼식, 조선통신사 등 대마도에 남아 있는 우리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여행기]신봉승 선생님과 함께 한 역사탐방기(2)

 

신봉승 선생님의 홈페이지 (http://shinb33.pe.kr)

본 글에 대한 문의는 김진수 (opendrama@nate.com)에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