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동호회...

^^2003.04.28
조회3,795

 

폭탄동호회...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제자들이 해 보는 나쁜 일들을 전부 경험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그것이 왜 나쁜지를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가 있으니까요.."


한때 선생님이 되기 위해 다녔던 모대학 수학교육학과 컴퓨터 시간에..

야동을 보다 교수님에게 들켜..

내가 변명으로 했던 말이었다...-_-;;


물론 이 말 이후..

난 학교를 자퇴했다....;;


그리고 새롭게 입학한 법학과...


당시에는 리니지 게임머니 때문에..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겜방에 폭탄을 터트리던 세상이었고..


그렇듯 폭탄 동호회에서 배워온 폭탄 제조법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한국 사회 내에서 폭발물 제조는 커다란 범죄행위였고..

앞으로 범법자를 상대해야 할 법대생으로써..

나 역시 폭탄 제조법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나는 어느 작은 폭탄 동호회에 가입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폭-_-탄 동호회...*



그곳 동호회는 처음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글의 업데잇이 잦은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은..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해 놨던 것이었다..


일명.. ‘여성 폭탄 동호회..’


여자들도 그처럼 폭탄 제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랐기에..

내 눈에 그곳 동호회는 신기하게만 비쳐져왔고..

나는 그곳을 반드시 가입하여야 할 곳으로 점찍었다..


가입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여성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기에..

나는 아는 누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 누나의 주민등록증을 빌려 곧장 가입을 하였다...


가입을 하자마자..

그곳 동호회에서는 내 메일로 가입 안내서를 보내주었고...


내가 그 안내서를 읽었을 때..

나는 그곳 폭탄 동호회가..

내가 생각했던 그런 곳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가입 안내문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던 것이었다..


“이 시대의 최고의 못생긴..

일명 폭탄이란 소리를 듣는 여자들의 모임인...

이 곳에 가입함을 환영 드립니다..;;“


그랬던 것이었다..


그 동호회는 내가 생각했던 폭탄 제조 동호회가 아니라..

못생긴 여자들이 모인..

속칭 ‘여자 폭탄’들의 모임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였을까..


그렇듯 가입을 잘못 했음에도..

내 마음은 왜인지 그 ‘여자 폭탄’들의 모임에 끌렸던 것이었다...


마음 가는 곳에 길이 있나니..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곳의 활동을 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곳에 가입하는 것은 쉬었지만..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절차가 필요했었다..


내 사진을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내가 얼마나 못 생겼는지를 확인해야지만..

정회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곳은 여자들만 모인 곳이니..

내게는 못생긴 여자의 사진이 필요했고..

나는 내게 주민등록번호를 빌려준 누나에게 다시금 양해를 구해보았다....


“누나.. 사실 그 사이트는 내가 생각했던 폭탄 제조 동호회가 아니라..

못생긴 여자들이 모인.. 속칭.. 폭탄들의 모임이더라구..

그래서 말인데.. 누나 사진 좀 빌려줘라...-_-“


라고 얘기했다간...

맞아 죽겠지..-0-


“누나.. 그 폭탄 제조 동호회는..

예쁜 여자들만 가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말인데..

섹쉬발랄상큼한 누나 같은 예쁜 여자의 사진이 꼭 필요하거든...“


내 말이 끝나자..


누나는 0.0002초만에..

곧장 자신의 지갑 속에 있던 증명사진 한 장을 내게 건네주었다...;;




어렵게 정회원이 된 그곳 사이트였지만..

그곳은 단순한 흥미를 가지고 가입할 곳은 아니었다..


여자 폭탄들이 모인 곳이라기에..

못생긴 여자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 줄 알았지만..


그곳에 올려진 글들을 볼 때마다..

그녀들이 나누는 채팅을 볼 때마다..


나는 내 심연의 약함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폭탄이기에 남자들에게 당했던 모욕과...

못생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편협된 시선을 받았던 이야기들을 주로 이야기 했고...


그런 이야기들과 함께..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곤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내가..

그런 그들에게 공감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를 여자로 알고 있는 그들과..

단순히 채팅하는 것을 즐겨했었다..


때로는 그런 채팅이 위험이 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날은 평소와는 달리..

참 어이없던 채팅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명이 채팅 중이었는데..


우습게도 그들은..

서로가 더 못생겼다고 하며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자1: 내가 더 못생겼다니까...!!

여자2: 내참 웃겨서... 내 사진 못 봤어..?? 나처럼 못생긴 여자 있으면 나와봐라 그랫..!!


어이없는 그들의 대화에..

나는 웃음을 띄며 잠시 컴퓨터 모니터만을 지켜봤고..

그들은 서서히 자신의 신체부위의 못생김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자1: 내 눈 못 봤어..!! 난 눈이 거의 없다니까...!!

여자2: 그건 별것도 아니지... 난 들창코라니깟..!!


여자1: 난 몸무게가 세자리얏..!!

여자2: 난 가슴이 거의 없엇..!!


웃음을 참던 나는.. 슬며시 장난기가 발동했고...

나를 여자로 알고 있는 그들에게..

내 신체부위의 특이함(?)을 알려주었다..


“야..!! 니들 장난하냐..!! 난... 가슴도 없고... 다리가 세 개얏...!!!”-_-


나는 순간 흠칫했다..

내가 남자라는 말을 너무 솔깃하게 얘기한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녀들 또한 그런 의미를 알아 차렸는지...

잠시 그 어떤 말도 써 보내질 않았다...


잠시 정적의 시간이 흐른 뒤...


그제서야 그녀들은 서서히 채팅을 통해..


내게 말을 보내왔다..


여자1: 야.. 정말 미안하다... 너 정말 폭탄이었구나....

여자2: 다리가 세 개라니.. 흐흑.. 널 앞에 두고 싸운 우리가 미안스럽다....;;

-_-a




이렇듯 나는..

남자인 내가 마치 여자인 듯..

그것도 아주 못생긴 여자인 듯 속이며 대화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고..

그런 대화는 오래도록 그치질 않았다..


그러나..


“함께 하는 시간이 늘수록.. 서로에게 닮아가고..

그런 닮아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마음 또한 교류가 된다“는 말처럼...


어느 땐가부터..

외모 때문에 고통 받아야 하는 그들의 입장이..

서서히 내 마음속에 이해되어져 오기 시작했다..


우스게소리로 하는 ‘폭탄’이라는 단어가..

어떤 이들에게는 아픔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 아픔이 쉬이 아물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는.. 나쁜 말로는 소심함의 극치를 달렸고..

좋은 말로는 마음에 무엇인가를 담아두고는 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녀들에게 했던 유치한 장난이..

갑작스레 커다란 죄악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몇 일간 내 가슴에 답답함을 안겨주었다..


어떻게든 나는..

그 장난을 사과로써 끝내고 싶었고...


결국 나는 그녀들의 정모자리에 나가...

사과를 하고 오겠다는 용기어린 결정을 내렸다..




그녀들의 정모가 있던 날...


나는 정모를 하던 술집에 가서..

그녀들 사이에 조심히 앉았다..


그리고 그녀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며..

한 가지 생각을 떠 올려냈다..


“진짜 슈퍼 울트라 폭탄들이다...-_-”


솔직히 못생기긴 못생겼더라...


동호회 게시판에 있는 사진들보다도..

실제로 본 그녀들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못생겼었고....

그런 그녀들의 외모는 내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나만 그렇듯 놀라워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자들만 있어야 할 그곳 정모자리에..

남자인 내가 앉아있는 모습에..

그녀들 또한 적지 않게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냈던 것이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그녀들에게..

나는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으로 ‘다진’이라는 사람이 남자라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서서히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는 그곳의 분위기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 시끄러움은..

서서히 분개로 번져나가기 시작했고..


채팅 상으로 나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일수록 그 분개는 더더욱 심했었다...




내가 남자라는 것을 밝혔으니..

이제는 그동안 내가 그녀들을 속였음을 사과해야 할 차례였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이곳 동호회에 가입했지만...

이제는 당신들의 아픔을 공감했고..

당신들에게 나를 여자로 속여 장난친 것에 큰 후회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나는 마음을 썩어 해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소란스런 그곳 정모자리에서는..

내가 쉬이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내가 입을 열려고 하면..

한 여자가 내게 소리를 지르며..

“어떻게 정모에 올 생각을 다 할 수 있냐..”라는 말로..

내 얘기를 가로막았고..


내가 다시금 입을 열려고 하면..

다른 여자가 그곳 동호회 회장에게..

“앞으론 가입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라는 말로..

내 얘기를 가로막았던 것이었다..


서 있는 채로..

한동안 그렇듯 나는 무안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가슴에 심호흡을 들이킨 후..


오래전에 보았던 소설책의 한 구절을...

아주 커다란 목소리로 외쳐댔다..


“당신들은...!!

...........

여자이기에 아름답습니닷...!!!“


내 목소리의 외침이 그 술집을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자..

갑자기 그 정모자리가..

조용해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내게 적의를 가지고 바라보던 그녀들의 눈들이..

온화해져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 온화한 그녀들의 눈을 보며..

나는 꽁지 빠지게..

그곳 술집에서 도망 나왔다..;;



쪽팔림에 비록 얼굴은 붉어졌지만..

왜인지 답답했던 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들에게 사과를 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용서를 받지도 못했지만..


이십대 초반의 나어렸던 한 청년의 가슴은..


그 한마디 외침으로..

왜인지 뻥 뚫린 듯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http://club.nate.com/jsps/club/club_index.jsp?p_club_id=goodpeople

(어제 만든 클럽입니다. 건전한 모임을 위해 만든 사이버공간이죠. 와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