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치의 지병 하나 있으니 바로 짝사랑병이긴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 만은 않다 나도 짝사랑을 당한 경우가 있었으니까 그것도 한두해 세월이면 말도 않한다 '열번찍어 않 넘어가는 나무' 가 바로 나였으니까 그 보다 더한 횟수가 나를 지금은 약간 흔들리게 하고 있으나 완전히 넘어간 것은 아니다 아니, 내용 전개상 그렇게 주장할 것은 아니고, 지금은 역전된 상태임을 고백한다 이젠 내가 전화해서 한번 만나자고하면 제법 튕기기도 하는 걸로 보아... 하지만 이로 인해 내가 살 맛 나니 참 고마운 일이다 내가 이 사랑(?)과 첫 상봉을 한 곳은 해발 천미터가 훨씬 넘는 고지에서다 중학교때 어느 토요일이었으리라 "방과후에 나 따라와 좋은 곳 구경 시켜줄께" 구경에 목숨 건 내가 또 아닌가 "친구집인데 너는 모르는 애야 맛있는 것도 많이 줄거야" 게다가 맛있는 것 까지라니 마다 할 내가 아니다 교문앞을 나와 버스에 오른다 어는 낯선 시골 마을에 내려지고 우린 신작로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포장 도로에 구불 구불한 산길...먼지 풀풀 나는 그 길을 터벅 터벅 걸어간다 "도대체 친구집이 어딘데...얼마나 더 가야 하는거야" 인내심이라곤 눈물꼽빼기 만큼도 없는 내가 벌써 투덜거린다 얼마를 그렇게 걸었을까 거의 지쳐 갈 무렵에 이젠 또 웬 거인같은 산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 산위에 그림같은 친구집이 있어 빨리 오르자" 이럴 수가...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얼만데 저 높고도 높은 산을 올라야 하다니 우리가 무슨 등산을 온 것도 아니고...교복에, 무거운 가방까지 들고 산을 오르잔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이미 나선 걸음을... 다 나의 잘못이지 누굴 원망할 것인가 "친구집은 어디에 있지?" 그 한마디 없었음의 댓가로...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친구집만 높아 하노라 산길 양쪽으로 산딸기가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우린 잠시 흩어져서 산딸기를 따먹기 시작했다 한 곳을 다 따고 나면 저 만치서 또 유혹을 한다 "않되겠다 끝도 없겠어 친구 기다리겠다 그만 가자" 누군가의 부추김이 없었으면 우린 해가 지는 줄 모르고 딸기에 혼이 나가 있었을것이다 드디어 산 정상에 오르자, 광활한 평야가 펼쳐졌다 매봉산... 정상에 이렇게 너를 들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곳엔 친구집과 채소가 가득히 심어진 넓고도 넓은 밭이 끝없이 전개되어졌다 "안녕! 얘들아 오느라 수고했다 어서 들어와" 낯선 친구의 반가운 반김이 그간의 고생을 한 방에 날려버리게 해 주었다 매봉산에서 생산된 고랭지 배추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해발 천미터 이상의 고지에서 선선한 바람으로 재배되었기 때문에 맛과 질에서 단연 으뜸이란다 분이 하얗게 피어나는 감자에 배를 채우고 우린 모두 하이디가 되었다 알프스산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같은 그 곳에서 우린 소녀 하이디가 되어 마구 뛰놀았다 하늘엔 구름이 둥실 떠 가고 우리의 우정도 뭉게구름처럼 피어났다 여고 입학식 날 나를 바라보는 듯한 눈길을 의식하고 돌아본 그 자리엔 바로... 매봉산의 하이디가 서 있었다 우린 먼 발치에서 빙긋이 웃었다 "좋은 친구가 되어보자" 무언의 약속 어린 웃음이었으리라 우린 출세를 했다 매봉산, 그보다 더 나을것도 없는 산골 오지마을에서 두 여인이 드디어 서울시민권을 거머쥐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와 동시에 먼 발치에서의 친구의 짝사랑이 드디어 막을 올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친구 짝사랑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1. 어제 시골가서 배추를 가져왔는데 와서 가져가라 2. 너 몫으로 김치 두포기 더 담궜는데 잘 익었으니 어서 오너라 3. 복분자가 정력(?)에 그만이라는데 우연히 생겼다 한번 마셔보자 어서와 4. 우리 초등학교 동창회에 너도 올래? 학교가 다르면 어떠냐 늙어가면 다 동창이지 5. 기분도 꿀꿀한데 강바람이나 쐬러가자 내 차한잔 살께 6. 연초도 됐는데 신랑하고 윳놀이 한판 하자 지금 와 7. 애들 데리고 어린이 대공원에 꽃놀이가자 지금 한창이더라 8. 마침 연주회 티켓이 두장 생겼는데 같이 가지 않으련? 9. 언니가 식당을 개업했는데 우리 가서 사정없이 먹어주자 10. 비도 내리는데 남산에 가서 분위기 한번 잡아볼래? 11. 우리 늙어서 영월땅에 공동으로 집 짓고 살자 12. 어제 언니한테 춤 배웠다 가르쳐줄께 와 봐라 나의 물주, 춤선생, 전용 기사, 주치의, 요리사, 카운셀러, 친정 엄마다 아마 전생에 나에게 큰 빚을 지고 그 빚을 갚으려고 안간힘을 쓰는지도 모른다 성의가 괘씸하여 전화 한통화라도 해 주는 날엔 마음이 마구 달려온다 내가 행차라도 하는 날엔 자기네집은 잔치판이 된다 어디서 친구들은 그렇게 끌어 모았는지 벌써 한 구석엔 고스톱판이 벌어진다 친구가 알려준 명당자리에 앉으면 그날의 돈은 모두 내게로 집합이니 하늘 만큼 울적한 날 둘이 마주 앉는다 맥주 한병이 아닌 한 박스(?)를 풀어놓고. 술은 목을 타고 내려가고, 눈물은 목을 타고 눈으로 올라온다 매봉산 시절 이야기... 내 엄마 그리고 춥도록 외로웠던 이야기...좋은 안주감이다 매봉산의 정기를 받아 더없이 씩씩하고 정 많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친구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정말 내가 표현해 놓고도 고개 끄덕여진다 "이제 해가 저무는구나, 이제 우리도 안녕" 하루도 연락하지 않으면 마음에 가시가 돋을 것만 같은 나의 친구 기다려라~이제부터 내가 너를 짝사랑 하겠으니...
출세(?) 한 두 여자 이야기
내 불치의 지병 하나 있으니 바로 짝사랑병이긴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 만은 않다
나도 짝사랑을 당한 경우가 있었으니까
그것도 한두해 세월이면 말도 않한다
'열번찍어 않 넘어가는 나무' 가 바로 나였으니까
그 보다 더한 횟수가 나를 지금은 약간 흔들리게 하고 있으나 완전히 넘어간 것은 아니다
아니, 내용 전개상 그렇게 주장할 것은 아니고, 지금은 역전된 상태임을 고백한다
이젠 내가 전화해서 한번 만나자고하면 제법 튕기기도 하는 걸로 보아...
하지만 이로 인해 내가 살 맛 나니 참 고마운 일이다
내가 이 사랑(?)과 첫 상봉을 한 곳은 해발 천미터가 훨씬 넘는 고지에서다
중학교때 어느 토요일이었으리라
"방과후에 나 따라와 좋은 곳 구경 시켜줄께"
구경에 목숨 건 내가 또 아닌가
"친구집인데 너는 모르는 애야 맛있는 것도 많이 줄거야"
게다가 맛있는 것 까지라니 마다 할 내가 아니다
교문앞을 나와 버스에 오른다
어는 낯선 시골 마을에 내려지고 우린 신작로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포장 도로에 구불 구불한 산길...먼지 풀풀 나는 그 길을 터벅 터벅 걸어간다
"도대체 친구집이 어딘데...얼마나 더 가야 하는거야"
인내심이라곤 눈물꼽빼기 만큼도 없는 내가 벌써 투덜거린다
얼마를 그렇게 걸었을까 거의 지쳐 갈 무렵에 이젠 또 웬 거인같은 산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 산위에 그림같은 친구집이 있어 빨리 오르자"
이럴 수가...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얼만데 저 높고도 높은 산을 올라야 하다니
우리가 무슨 등산을 온 것도 아니고...교복에, 무거운 가방까지 들고 산을 오르잔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이미 나선 걸음을...
다 나의 잘못이지 누굴 원망할 것인가 "친구집은 어디에 있지?" 그 한마디 없었음의 댓가로...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친구집만 높아 하노라
산길 양쪽으로 산딸기가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우린 잠시 흩어져서 산딸기를 따먹기 시작했다
한 곳을 다 따고 나면 저 만치서 또 유혹을 한다
"않되겠다 끝도 없겠어 친구 기다리겠다 그만 가자"
누군가의 부추김이 없었으면 우린 해가 지는 줄 모르고 딸기에 혼이 나가 있었을것이다
드디어 산 정상에 오르자, 광활한 평야가 펼쳐졌다
매봉산...
정상에 이렇게 너를 들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곳엔 친구집과 채소가 가득히 심어진 넓고도 넓은 밭이 끝없이 전개되어졌다
"안녕! 얘들아 오느라 수고했다 어서 들어와"
낯선 친구의 반가운 반김이 그간의 고생을 한 방에 날려버리게 해 주었다
매봉산에서 생산된 고랭지 배추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해발 천미터 이상의 고지에서 선선한 바람으로 재배되었기 때문에 맛과 질에서 단연 으뜸이란다
분이 하얗게 피어나는 감자에 배를 채우고 우린 모두 하이디가 되었다
알프스산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같은 그 곳에서 우린 소녀 하이디가 되어 마구 뛰놀았다
하늘엔 구름이 둥실 떠 가고 우리의 우정도 뭉게구름처럼 피어났다
여고 입학식 날
나를 바라보는 듯한 눈길을 의식하고 돌아본 그 자리엔 바로...
매봉산의 하이디가 서 있었다
우린 먼 발치에서 빙긋이 웃었다
"좋은 친구가 되어보자" 무언의 약속 어린 웃음이었으리라
우린 출세를 했다
매봉산, 그보다 더 나을것도 없는 산골 오지마을에서 두 여인이 드디어 서울시민권을
거머쥐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와 동시에 먼 발치에서의 친구의 짝사랑이 드디어 막을 올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친구 짝사랑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1. 어제 시골가서 배추를 가져왔는데 와서 가져가라
2. 너 몫으로 김치 두포기 더 담궜는데 잘 익었으니 어서 오너라
3. 복분자가 정력(?)에 그만이라는데 우연히 생겼다 한번 마셔보자 어서와
4. 우리 초등학교 동창회에 너도 올래? 학교가 다르면 어떠냐 늙어가면 다 동창이지
5. 기분도 꿀꿀한데 강바람이나 쐬러가자 내 차한잔 살께
6. 연초도 됐는데 신랑하고 윳놀이 한판 하자 지금 와
7. 애들 데리고 어린이 대공원에 꽃놀이가자 지금 한창이더라
8. 마침 연주회 티켓이 두장 생겼는데 같이 가지 않으련?
9. 언니가 식당을 개업했는데 우리 가서 사정없이 먹어주자
10. 비도 내리는데 남산에 가서 분위기 한번 잡아볼래?
11. 우리 늙어서 영월땅에 공동으로 집 짓고 살자
12. 어제 언니한테 춤 배웠다 가르쳐줄께 와 봐라
나의 물주, 춤선생, 전용 기사, 주치의, 요리사, 카운셀러, 친정 엄마다
아마 전생에 나에게 큰 빚을 지고 그 빚을 갚으려고 안간힘을 쓰는지도 모른다
성의가 괘씸하여 전화 한통화라도 해 주는 날엔 마음이 마구 달려온다
내가 행차라도 하는 날엔 자기네집은 잔치판이 된다
어디서 친구들은 그렇게 끌어 모았는지 벌써 한 구석엔 고스톱판이 벌어진다
친구가 알려준 명당자리에 앉으면 그날의 돈은 모두 내게로 집합이니
하늘 만큼 울적한 날 둘이 마주 앉는다
맥주 한병이 아닌 한 박스(?)를 풀어놓고.
술은 목을 타고 내려가고, 눈물은 목을 타고 눈으로 올라온다
매봉산 시절 이야기... 내 엄마 그리고 춥도록 외로웠던 이야기...좋은 안주감이다
매봉산의 정기를 받아 더없이 씩씩하고 정 많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친구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정말 내가 표현해 놓고도 고개 끄덕여진다
"이제 해가 저무는구나, 이제 우리도 안녕"
하루도 연락하지 않으면 마음에 가시가 돋을 것만 같은 나의 친구
기다려라~이제부터 내가 너를 짝사랑 하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