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의 친구들이 도심으로 나를 불렀다. 제법 오랫동안 격조하였던 친구들이다. 이유 같은 것은 없다.
“보고 싶다!”
라는 전화였고
“나 역시!”
라고 답을 하고는 바로 길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당신 학교의 정문 앞을 지나고, 당신과 내가 잠시 꿈을 함께 묻어 두었던 그 Olive Green 색 원룸주택의 앞으로 지나왔다.
싸튀루스는 그대로군. 당신과 함께 가을의 햇살을 즐기던 밖의 자리는 비어있다. 꽃집은 없어졌고, 피자집은 액자 가게로 바뀌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 행성은 재빠르게 여러 가지를 바꾸어 버렸다. 나에게 ‘아직도?’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기다려 본적이 없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여자 많잖아, 기다리면 또 와!”
라고 충고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에 덜컥! 걸려들어 보지 않은 행복한 사람.’ 이라고 다시 침묵으로 말한다.
반가움으로 소주잔을 채우고, 아쉬움으로 다시 맥주잔을 채웠다. Dark Slate Grey인 도시의 저녁은 쌀쌀 하였고, 메마른 바람은 골목을 쓸고 지나갔다. 가로등보다도 더 긴 그림자를 끌고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먼 곳 까지 떠나야 하는 불운한 택시를 하나 잡았다. 술은 어느새 깨어나고, 자꾸만 낮에 지나오던 당신과의 행복과 웃음이 가득하던, 그 작은 원룸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푸른 그리움의 꼬리를 길게 끌고 돌아오는 차창으로, 또 창백하게 푸른 담배연기를 날렸다.
dave brubeck 의 stardust를 앰프에 걸어놓자, 소주잔에 담은 별빛이 너무나 고즈녁 해진다. 우리와 다른 누군가를 ‘발견!’하기 위하여 우주로 쏘아 올려진 航行衛星(항행위성) 파이어니어 11호를 생각한다. 태양계의 별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그곳에 새로운 대기와 새로운 물질과 새로운 극적인 장면이 있었음을, 우리와는 다른 시간, 그러니까 통신이라는 중간의 몇 분이 따로 필요한 느린 전송을 해 온다. 많은 사람들과 매스컴의 기대 속에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의 푸른 상공 위를 하얀 연기로 주욱 갈라놓으며 과감히 떠났다. 그리고 이내 잊혀져 버렸다. 가끔씩 신문의 한 구석에 影幀(영정)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현재 어디를 통과 중!’이라는 짧은 단신을 달고 나타난다.
어쩌면 위성자체가 일정한 주기를 가진 혜성이라도 되어 버렸는지, 잊혀질 만 하면 그렇게 잠깐씩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또 다른 행성을 기웃거릴 때마다, 몇 가지 물질과 또 다른 우주의 아름다운 장면이 있다. 지금쯤은 태양계를 빠져나가고 은하계의 변경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은하와 동반은하인 마젤란 星雲(성운)을 제외하면, 가장 가까운 외부 은하(外部銀河)인 안드로메다까지도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파이어니어11호는 우주의 먼지가 되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무엇 무엇을 발견하였노라!’ 고 타전해온다. 결국 그 전송내용의 이면에는 ‘아직도 같은 인류를 발견하지 못하였노라!’ 는 것이 문자로 남겨지지 않은 진실이다. 가장 바라고 바라는 것을 외면한 그 엄밀한 사실.
그러니까 내가 오늘까지도 걷는 이 고독한 길은 당신의 존재에 대한 탐색이 아니라, 결국 어디에도 당신이 부재함을 발견하고, 또 발견해 내는 그런 지루한 작업일 것이다. ‘있다!’가 아니라 ‘없다!’ 에 대한 연속적인 보고가 당신에 대한 나의 탐색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정말 당신이 내 품안에 있었고,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을 하였었나? 하는 의문이 들 때 도 있다. 과거이고 묻혀진 일들이지만 너무나 생생한 꿈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짜 꿈이었다. 라는 생각도 한다.
시간이 나를 격리하여 둔 채로 흘러가고, 낙엽은 만유인력을 다시 강조한다. 인력을 무시한 담배연기는 하늘로 승천하고 이루지 못한 염원은, 결국 별이 되어 검은 하늘에 맺힌다. 그리 짧지 않은 세월을, 당신을 그리워하며 한 자리에 마음을 두었다. 당신이 돌아오건 돌아오지 않건, 나는 제자리다. 파이어니어11호가 다른 인류를 발견하든 발견하지 못 하든, 나는 제자리다.
나는 당신이 아닌 모든 것들을 매일 다시 발견하고 발견한다. 결국 눈을 감은 채, 더듬거리는 까끌까끌한 시간이 나의 하루를 채운다고 하여도, 그리하여 당신은 오늘도 내일도 발견되지 않지만, 어쩌면 이것 자체도 존재하지 않은 꿈일지도 모른다. 사념 가득한 닳아빠진 사랑이라는 단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냥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당신은 어제 발견되지 않았다. 당신은 오늘도 발견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 다시 당신의 고양이같이 까만 두 눈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확신은 가지지 않는다. 절대로, 절대로 말이다.
우주는 둥글고 팽창하고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논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하여 우주를 향하여 똑바로 탄환을 쏘면 이론적으로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탄환이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는 나의 뒤통수에 그 탄환이 날아와 박힌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래. 그러니까 파이어니어 11호가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낡고 병들고 부서진 고철이 되어서라도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게 될 런지도 모른다.
결국엔 우리 이외엔 어떤 생물체도 없었다는 죽어버린 희망을 가지고 고향행성인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런지도 모른다. 내가 지니고 있던 희망은 당신의 뒤를 따라 곧바로 떠나갔다. 그러나 나는 이 자리에 서 있다. 언젠가는 곧장 쏘아버린 탄환처럼, 당신이 나의 뒤에서 그 그리운 음성으로, 단 한번도 잊어 본적이 없는 그 음성으로 나를 불러줄까?
그럴 수 있을까? 우주의 끝까지를 한바퀴나 돌아온 그 長久(장구)한 시간 속에서, 당신은 나라는 유기물질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줄까? 우리에게 그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나는 세상에서 당신 같은 바보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얼마나 바보인지는 당신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잃은 자의 심장은 멀어져 가는 별의 푸른빛이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행복과 즐거움과 삶의 滋養分(자양분)이 부족하다. 다음이나 내일이라는 것에 ‘두근!’ 거리는 기대로부터의 단절로 인한 결핍이다.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이 오늘이다. 시간은 궤도를 이탈하여 잡초가 무성한 낡은 철로 변에 버려져 있다. 이상하게 조금 기울어진 각도로, 이상하게 시간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뜻 하지 않은 빙하기를 맞아 급격히 얼어붙은 것처럼 그렇게 방치되어 있다. 나는 나 자신의 방관자가 되어 꺼칠한 턱수염 같은 하루를 꿈속에 살아 숨쉰다. 별로 이유 없는 그리고 근거도 없는 시간들이다.
어디에도 기대하는 내일은 존재 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휘어진 한숨과 검은 그늘의 눈매. 살아 숨쉬는 상태의 溺死(익사)다. 하여 사랑을 잃은 자의 심장은, 익사한 시신의 입술에 머무는 푸른빛과 동질의 창백한 Light Steel Blue 빛일 것이다.
어린시절 저녁은 이슥해지고, 학교 운동장의 그림자는 길어져 갈 때, 아무도 없는 그네에 매달려 조금씩 흔들리는 운동화를 보며 하염없이 동무들을 기다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고 갑자기 어깨를 감싸오는 두려움으로, 나도 모르게 내달아 집으로 돌아왔었다. 웬일인지 눈물이 마구 흘렀고, 알 수 없는 슬픔이 작은 미간에 머물러 있었다.
소주잔을 앞에 놓고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별자리를 마주 보았다. 어쩌면 페르세우스는 아직도 안드로메다를 구하기 위하여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나 보다. 그 강력한 유혹과 위험 앞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는 바보 같은 남자들의 용기다. 어쩐지 나의 일 같지 않은 일들과, 멀리서 바라보이는 내 것이 아닌 시간들이 흘러간다. 맴돌 듯 취하여 걷는 숲 아래의 발걸음보다는, 몇 배나 빠르게 지나가는, 잡을 수도 놓아 버릴 수도 없는 시간이다.
새벽 두시의 검은 숲에서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속의 어느 한곳이 터져 버린 듯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이었고, 제법 유쾌한 순간이었다. 다음 순간 눈 아래가 따듯해지기에 웃음을 멈추었고, 검은 숲 아래에 서 있는 나로부터 우주는 팽창해 갔고, 당신은 빛보다도 더 빨리 멀어져 가고 있었다.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는 태양계 밖으로 나간 최초의 인공위성이다. 두 탐사선 모두 목성의 강한 중력으로 가속하여 태양계 밖으로 나갔다. 10호는 목성을 통과하면서 약 300장의 사진을 전송하였다. 그리고 목성의 자기장과 대기에 관한 자료도 전송하였다. 파이어니어는 대기의 온도를 측정하였는데 북반구나 남반구, 밤과 낮의 온도차이가 없이 일정하였다. 목성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극축이 기울어져 있지만 지구와 같은 계절의 변화가 없었다. 이것은 목성이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계절을 만들 만큼의 태양열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아아~ 그렇군. 계절을 만들 수도 없을 만큼 우리는 그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군. 결국 당신은 없음! 인가?
당신 같은 바보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 같은 바보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dave brubeck - stardust)
몇 명의 친구들이 도심으로 나를 불렀다. 제법 오랫동안 격조하였던 친구들이다. 이유 같은 것은 없다.
“보고 싶다!”
라는 전화였고
“나 역시!”
라고 답을 하고는 바로 길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당신 학교의 정문 앞을 지나고, 당신과 내가 잠시 꿈을 함께 묻어 두었던 그 Olive Green 색 원룸주택의 앞으로 지나왔다.
싸튀루스는 그대로군. 당신과 함께 가을의 햇살을 즐기던 밖의 자리는 비어있다. 꽃집은 없어졌고, 피자집은 액자 가게로 바뀌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 행성은 재빠르게 여러 가지를 바꾸어 버렸다. 나에게 ‘아직도?’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기다려 본적이 없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여자 많잖아, 기다리면 또 와!”
라고 충고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에 덜컥! 걸려들어 보지 않은 행복한 사람.’ 이라고 다시 침묵으로 말한다.
반가움으로 소주잔을 채우고, 아쉬움으로 다시 맥주잔을 채웠다. Dark Slate Grey인 도시의 저녁은 쌀쌀 하였고, 메마른 바람은 골목을 쓸고 지나갔다. 가로등보다도 더 긴 그림자를 끌고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먼 곳 까지 떠나야 하는 불운한 택시를 하나 잡았다. 술은 어느새 깨어나고, 자꾸만 낮에 지나오던 당신과의 행복과 웃음이 가득하던, 그 작은 원룸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푸른 그리움의 꼬리를 길게 끌고 돌아오는 차창으로, 또 창백하게 푸른 담배연기를 날렸다.
dave brubeck 의 stardust를 앰프에 걸어놓자, 소주잔에 담은 별빛이 너무나 고즈녁 해진다. 우리와 다른 누군가를 ‘발견!’하기 위하여 우주로 쏘아 올려진 航行衛星(항행위성) 파이어니어 11호를 생각한다. 태양계의 별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그곳에 새로운 대기와 새로운 물질과 새로운 극적인 장면이 있었음을, 우리와는 다른 시간, 그러니까 통신이라는 중간의 몇 분이 따로 필요한 느린 전송을 해 온다. 많은 사람들과 매스컴의 기대 속에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의 푸른 상공 위를 하얀 연기로 주욱 갈라놓으며 과감히 떠났다. 그리고 이내 잊혀져 버렸다. 가끔씩 신문의 한 구석에 影幀(영정)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현재 어디를 통과 중!’이라는 짧은 단신을 달고 나타난다.
어쩌면 위성자체가 일정한 주기를 가진 혜성이라도 되어 버렸는지, 잊혀질 만 하면 그렇게 잠깐씩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또 다른 행성을 기웃거릴 때마다, 몇 가지 물질과 또 다른 우주의 아름다운 장면이 있다. 지금쯤은 태양계를 빠져나가고 은하계의 변경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은하와 동반은하인 마젤란 星雲(성운)을 제외하면, 가장 가까운 외부 은하(外部銀河)인 안드로메다까지도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파이어니어11호는 우주의 먼지가 되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무엇 무엇을 발견하였노라!’ 고 타전해온다. 결국 그 전송내용의 이면에는 ‘아직도 같은 인류를 발견하지 못하였노라!’ 는 것이 문자로 남겨지지 않은 진실이다. 가장 바라고 바라는 것을 외면한 그 엄밀한 사실.
그러니까 내가 오늘까지도 걷는 이 고독한 길은 당신의 존재에 대한 탐색이 아니라, 결국 어디에도 당신이 부재함을 발견하고, 또 발견해 내는 그런 지루한 작업일 것이다. ‘있다!’가 아니라 ‘없다!’ 에 대한 연속적인 보고가 당신에 대한 나의 탐색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정말 당신이 내 품안에 있었고,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을 하였었나? 하는 의문이 들 때 도 있다. 과거이고 묻혀진 일들이지만 너무나 생생한 꿈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짜 꿈이었다. 라는 생각도 한다.
시간이 나를 격리하여 둔 채로 흘러가고, 낙엽은 만유인력을 다시 강조한다. 인력을 무시한 담배연기는 하늘로 승천하고 이루지 못한 염원은, 결국 별이 되어 검은 하늘에 맺힌다. 그리 짧지 않은 세월을, 당신을 그리워하며 한 자리에 마음을 두었다. 당신이 돌아오건 돌아오지 않건, 나는 제자리다. 파이어니어11호가 다른 인류를 발견하든 발견하지 못 하든, 나는 제자리다.
나는 당신이 아닌 모든 것들을 매일 다시 발견하고 발견한다. 결국 눈을 감은 채, 더듬거리는 까끌까끌한 시간이 나의 하루를 채운다고 하여도, 그리하여 당신은 오늘도 내일도 발견되지 않지만, 어쩌면 이것 자체도 존재하지 않은 꿈일지도 모른다. 사념 가득한 닳아빠진 사랑이라는 단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냥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당신은 어제 발견되지 않았다. 당신은 오늘도 발견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 다시 당신의 고양이같이 까만 두 눈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확신은 가지지 않는다. 절대로, 절대로 말이다.
우주는 둥글고 팽창하고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논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하여 우주를 향하여 똑바로 탄환을 쏘면 이론적으로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탄환이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는 나의 뒤통수에 그 탄환이 날아와 박힌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래. 그러니까 파이어니어 11호가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낡고 병들고 부서진 고철이 되어서라도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게 될 런지도 모른다.
결국엔 우리 이외엔 어떤 생물체도 없었다는 죽어버린 희망을 가지고 고향행성인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런지도 모른다. 내가 지니고 있던 희망은 당신의 뒤를 따라 곧바로 떠나갔다. 그러나 나는 이 자리에 서 있다. 언젠가는 곧장 쏘아버린 탄환처럼, 당신이 나의 뒤에서 그 그리운 음성으로, 단 한번도 잊어 본적이 없는 그 음성으로 나를 불러줄까?
그럴 수 있을까? 우주의 끝까지를 한바퀴나 돌아온 그 長久(장구)한 시간 속에서, 당신은 나라는 유기물질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줄까? 우리에게 그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나는 세상에서 당신 같은 바보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얼마나 바보인지는 당신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잃은 자의 심장은 멀어져 가는 별의 푸른빛이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행복과 즐거움과 삶의 滋養分(자양분)이 부족하다. 다음이나 내일이라는 것에 ‘두근!’ 거리는 기대로부터의 단절로 인한 결핍이다.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이 오늘이다. 시간은 궤도를 이탈하여 잡초가 무성한 낡은 철로 변에 버려져 있다. 이상하게 조금 기울어진 각도로, 이상하게 시간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뜻 하지 않은 빙하기를 맞아 급격히 얼어붙은 것처럼 그렇게 방치되어 있다. 나는 나 자신의 방관자가 되어 꺼칠한 턱수염 같은 하루를 꿈속에 살아 숨쉰다. 별로 이유 없는 그리고 근거도 없는 시간들이다.
어디에도 기대하는 내일은 존재 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휘어진 한숨과 검은 그늘의 눈매. 살아 숨쉬는 상태의 溺死(익사)다. 하여 사랑을 잃은 자의 심장은, 익사한 시신의 입술에 머무는 푸른빛과 동질의 창백한 Light Steel Blue 빛일 것이다.
어린시절 저녁은 이슥해지고, 학교 운동장의 그림자는 길어져 갈 때, 아무도 없는 그네에 매달려 조금씩 흔들리는 운동화를 보며 하염없이 동무들을 기다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고 갑자기 어깨를 감싸오는 두려움으로, 나도 모르게 내달아 집으로 돌아왔었다. 웬일인지 눈물이 마구 흘렀고, 알 수 없는 슬픔이 작은 미간에 머물러 있었다.
소주잔을 앞에 놓고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별자리를 마주 보았다. 어쩌면 페르세우스는 아직도 안드로메다를 구하기 위하여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나 보다. 그 강력한 유혹과 위험 앞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는 바보 같은 남자들의 용기다. 어쩐지 나의 일 같지 않은 일들과, 멀리서 바라보이는 내 것이 아닌 시간들이 흘러간다. 맴돌 듯 취하여 걷는 숲 아래의 발걸음보다는, 몇 배나 빠르게 지나가는, 잡을 수도 놓아 버릴 수도 없는 시간이다.
새벽 두시의 검은 숲에서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속의 어느 한곳이 터져 버린 듯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이었고, 제법 유쾌한 순간이었다. 다음 순간 눈 아래가 따듯해지기에 웃음을 멈추었고, 검은 숲 아래에 서 있는 나로부터 우주는 팽창해 갔고, 당신은 빛보다도 더 빨리 멀어져 가고 있었다.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는 태양계 밖으로 나간 최초의 인공위성이다. 두 탐사선 모두 목성의 강한 중력으로 가속하여 태양계 밖으로 나갔다. 10호는 목성을 통과하면서 약 300장의 사진을 전송하였다. 그리고 목성의 자기장과 대기에 관한 자료도 전송하였다. 파이어니어는 대기의 온도를 측정하였는데 북반구나 남반구, 밤과 낮의 온도차이가 없이 일정하였다. 목성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극축이 기울어져 있지만 지구와 같은 계절의 변화가 없었다. 이것은 목성이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계절을 만들 만큼의 태양열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아아~ 그렇군. 계절을 만들 수도 없을 만큼 우리는 그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군. 결국 당신은 없음! 인가?
세 그루 소나무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