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로맨스 3편

운비200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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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아니 거의 2시간 정도 이 회사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 부서로 가면 저 부서로 가라.. 이 부서로 가면 또 저 부서로 가라. 이리저리 무슨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사람 뺑뺑이 돌리고 있다. 미경은 자신이 일할 곳이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이 재수없는 사장 지금 나하고 무슨 놀이하자는 건가? 정말이지 진짜. 완전 그 재수 없는 사장한테 전화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비상 상태라서 핸드폰을 내가 든다. 전화한다 이 재수없는 사장아

 

김미경:( 그가 준 명함을 보면 핸드폰 번호를 누른다) 여보세요
서재준: 예상보다 고집이 센 아가씨걸. 2시간이라.. 의외로 끈질이네
김미경: 그럼 지금까지 일부러 나 골탕먹인거에요
서재준: 그건 아니고 언제쯤 전화할까 실험 좀 해봤어
김미경: 진짜 재수없게 나온다. 내가 당신 실험용 쥐야 뭐야. 사람 기분 더럽게~~요
서재준: 지금 당장 내 방으로 와

 

또 자기 말만하고 끊는다. 완전 머리 뚜껑 열린 미경은 당장 그에게 달려갔다. 이 인간이 진짜.. 내 성질을 건드리구만..
나의 인내심도 여기서 끝. 더 이상 짜증나서 봐줄수가 없다. 도저히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살아온 10년의 세상살이 원칙에 조금은 어긋나는 일이지만 그래도 예외는 있다. 불의를 보면 참아야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예외다. 지금은 참을 수가 없다.
미경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그대로 사장실을 벌컥 열고 공격적인 자세로 외쳤다. 그리고 터졌다.

 

김미경: 야 너. 나 지금 무지 열받았거든. 니가 사장이면 다냐. 돈이 많으면 사람 이렇게 개무시해도 된다고 누가 그래.

 

사장실에 모여있는 사람들. 어이없는 눈으로 다들 미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민망.. 뻘쭘.. 무안...

 

김미경: 여기가 아니네요.

 

얼른 문을 닫고 나왔다.

 

김미경: 미쳤어. 아주 내가 이게 무슨 망신이냐고..

 

참아야했어. 10년의 세상살이 법칙대로 돈있는 사람한테 큰소리치는게 아니었어. 불의를 보면 참고, 또 참고 또 참아야했어. 자존심은 무슨.. 쓰레기통에 쳐받아 둔지가 언제데..  이 놈의 자존심은 사사건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와요. 에이.. 이러다가 또 백조되는 것 아니야. 안되는데.. 비굴해지네.

 

최승민; 김미경 맞지?

 

처음보는 남자다. 날 어떻게 알지.. 미경은 이 남자를 도저히 모르겠다. 전혀 감이오지 않는 남자다. 내가 이런 멋진 남자를 어디서 봤지. 이런 남자를 길에서 봤다면 내가 기억했을건데.. 그러나 난 이 남자를 본 적이 없다. 갑자기 섬광처럼 떠오르는 얼굴은 한명있지만 이 남자와는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김미경: 누구세요?
최승민: 서울사립고. 공부벌레. 고시생
김미경: 최승민... 여드름 많고, 공부만하던 그 고시생. 범생이 최승민.

 

오 이런 이런.. 내가 갑자기 전학갈때까지 같은 반이었다. 그러나 이 친구와는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다. 아니 같은 반이었는지도 아마 많은 친구들은 모를것이다. 너무나 조용했던 친구. 공부만 했던 친구. 말이 없던 친구. 목소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몇마디 해본적도 없는 것같다. 묻는 말에나 대답할까? 그것도 아주 짧게.. 그런 최승민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럭셔리 해줬어. 한눈에 뻑가겠네.

 

최승민: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그만 다물어
김미경: 너도 수술했니?
최승민: 아니 운동을 열심히 했고, 날 위해 조금 투자를 했을뿐이야.
김미경: 너도 이 회사 다녀
최승민: 아니.. 아는 사람 만나려왔어. 너는 여기에 무슨 일이야. 예전의 아버지 회사였지.
김미경: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여기에 다녀. 오늘이 첫 출근이고.. 그런데 내가 잊고 있었던 친구들을 아니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네.
최승민: 아버지 회사잖아. 니가 여기에 있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인거야.
김미경: 딱히 갈데도 없었어.
최승민: 어떻게 지냈니? 니 소식 많이 궁금했었는데.. 넌 그대로야.

 

미경은 쓴 웃음을 지었다. 내가 예전 그대로라고.. 거짓말도 할 줄아네. 예전에는 전혀 거짓말도 못하더니.. 10년이라는 세월이 참 길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잊고 싶었던 과거와 만나는 일은 아직 미경에게는 힘든 일이지도 모른다.
미경은 옛 친구 승민이를 보면서 과연 과거를 다시 회상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데.. 예전의 나를 생각하고 싶지 않는데.. 자꾸 여기 오면서 생각하게 만드네. 짜증나게 말이야...
       

사장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 미경은 쪽팔려서 고개를 푹숙이고 그 사람들을 외면했다. 여러가지로 쪽팔린다.

 

서재준: 김미경씨 내 방으로 들어와

 

저 인간은 사장이 안됐으면 뭘 먹고 살까? 아마 빌어먹고 살거야. 늘 사람들한테 반말이나하고.. 태어날때부터 아마 이렇게 울었을거야.  의사 나 지금 울고 있니? 우는게 귀찮군. 이렇게 싸가지 없게 말했을거야.

 

최승민: 형, 나는 안보여
서재준: 니가 여기는 어쩐일이야. 일하기 싫다고 나간놈이.. 뭐하고 지내고 있는거야

최승민: 안그래도 그것때문에 왔어. 아버지가 뭐라고 안하셔
서재준: 아저씨가 뭐라고 나한테하겠니. 니가 병원에서  그렇게 난리치고 나간것에   대해 인정하시지 않으신것 같더라. 그렇게 나갈 필요는 없잖아. 요즘에도 오토바이 타.
김미경: 최승민 니가 오토바이를 탄다고.. 말도 안돼.
서재준: 김미경 아직 안들어가고 거기서 뭐해. 남얘기 엿듣는게 취미야
김미경: 제 친구거든요. 누가 엿듣는게 취미라고 그러세요. 제 취미는요 싸가지 없는 인간들 응징하는게 제 취미에요.
서재준:  날 상대로 취미생활을 하겠다는 말인가?
김미경: 자신이 싸가지 없는 인간인지는 아시나보네요. 싸가지보다 재수없는게 더 가까운데.. 누가 그런말 안해요.
서재준: 김미경씨

 

미경은 그대로 사장실로 직행했다. 오늘 내가 너무 겁없이 굴었어. 왜 그랬니.. 이 바보야.

 

최승민: 형이 한방 먹었네. 10년 전에도 저렇게 당당했어. 늘 당당했어. 좀 차가웠지만 그래도 난 그런...

서재준: 그말은 니가 좋아했다는 말이야.
최승민: 과거형으로 말하지마. 현재진행형일수도 있으니까?
서재준: 너희둘 애정행각에 관심없어. 날 찾아온 용건은 뭐야
최승민: 너무 차갑게 굴지마. 나는 인간적으로 대해줘. 냉동인간하고는 차원이 달라.
서재준: 잡얘기 들어줄 시간없다.
최승민: 아버지 병원도 의사도 다 하기 싫어졌어. 아프리카로 가고 싶어.
서재준; 그말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것은 아니겠지.
최승민: 돈이 필요해. 형이 좀 빌려주라
서재준: 투자할 가치가 없는 곳에는 함부로 돈을 쓰지 않는다. 뭘 믿고 너한테 내가 투자하냐. 돌아가
최승민: 이렇게 치사하게 나올거야. 갚아주면 되잖아.
서재준: 뭐해서.니가 할 줄아는게 뭔데. 오토바이나 타고 여자 만나는일. 그거 말고 또 뭐있지. 내가 아는 최승민은 고2때부터 많이 변했다는거야. 니 미래를 위해 아껴둬.
최승민: 어느정도 형이 거절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나올줄은 몰랐어. 그만간다.
서재준: 병원으로 돌아가
최승민: 내가 선택할일이야.
서재준: 비겁한 자식
최승민: 어쩜.....

 

재준은 승민의 뒤를 보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비서에게 녹차를 준비하라고 시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얌전하게 앉아 있는 미경.

 

서재준: 본론으로 들어가지. 이건 계약서야 당신 아버지 주식을 내가 사고 싶어.
김미경: 왜요
서재준: 당신 아버지가 갖고 있는 주식이 필요하니까?
김미경; 왜 갑자기 필요하게 됐죠
서재준: 미경씨한테는 필요없잖아. 난 필요하고.. 팔 생각이 있어

 

이 사람은 그냥 이 주식이 필요한게 아니다. 이 주식이 그냥 필요했으면 다른 사람 시킬 남자다. 뭔가 절실하거나.. 갑자기 이 주식이 필요한거다.  잘난척은 혼자서 다 하던니.... 너 어디 좀 당해봐라. 내가 그냥 순순히 줄까봐. 어림없는 소리.
난 이 주식이 필요없는 사람이다. 이 주식을 팔아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도 상관없고..이 돈으로 다른 일을 해도 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재수없는 사장은 이 주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왜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미경: 이 회사 주식인가요
서재준: 아니  당신 아버지는  이 회사 주식의 반은  소유하고 있는 사장님이였지만  회사가 망하면서 주식은 쓰레기가 됐지 그냥 쓰레기였어. 그러나 아버지는 그 당시 다른 것에도 관심이 많았던것 같아. 호텔쪽에도 관심이 있었나봐. 이 주식은  처음  서울호텔이 성립할 당시에 당신 아버지가 산 5%의 주식이야. 작지만 힘이 있는 숫자지.
김미경: 그래서 당신도 호텔쪽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인가요.
서재준: 그걸 말해야되나. 팔거야 말거야.
김미경: 내가 이 주식을 팔면 이 회사에 일하게 되는건가요.

 

잠시 망설이는 재준... 한대치고 싶었다.

 

서재준: 어쩜
김미경: 그럼 출근하라는 말은 내가 당연 이 주식을 당신한테 넘기거라고 확신해서인가요?
서재준: 99%
김미경: 안 넘기게 되면요
서재준: 최대시간으로 짤리는 사원이 되겠지.
김미경: 내가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아세요
서재준: 글쎄.. 굳이 말안해도 알것같군

 

이 남자의 오만함에 할 말을 잃었다. 어쩜 이렇게 사람을 정 떨어지게 할까?
재준이 미경앞에 흰봉투를 내밀었다.

 

김미경: 아직 판다는 소리 안했어요.
서재준: 얼마인지 궁금하지 않아. 당신 인생을 바꿀수 있는 돈일수도 있어. 이건 내 신용카드야. 쓰고 싶은대로 쓰라고.. 이사는 언제할거지.
김미경; 지금 뭐하자는거에요. 진짜 재수없다. 안팔아.. 당신한테는 절대로 안팔거야.
서재준; 자존심이야.
김미경: 아니. 나 이제 이 회사 사원아니지. 이 카드는 내가 접수한다. 당신이 나한테 이 카드준걸 후회하게 만들어줄거야. 주식은 안팔아 절대로..


저 남자의 기를 눌러주고 싶다. 이 주식이 필요하겠지.. 아쉬운 놈이 우물판다고 지가 아쉬우면 찾아오겠지. 오만하고 차갑고 재수없고... 잘난척 대왕. 나도 예전에 그랬지.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두고 보자구. 최후에 웃는 자가 누구인지 한번 보자구..
미경은 회사를 나오면서 그가 준 카드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백화점으로 직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