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아시나요?

노친네2007.04.10
조회5,020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어느새...ㅠ_ㅠ

 

오늘 울 동네에 KFC가 없어지는 걸 보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어 올려봅니다...

 

십년 전 패스트푸드점도 별로 없고 컴터가 있는 집도 별로 없던 시절...

 

우리 과에 남쪽 섬에서 올라온 아주 착하고 귀여운 남자 후배가 하나 있었죠.

 

그런데 이 노마가 몇 명 안되는 동기 여학생 중에 제일 꽝인...최악인...

 

별명이 오퀘(오리지날퀘스쳔의 약자), 또는 오리방뎅으로 불린 여자애한테 필이 꽂힌 겁니다...

 

이 여자에 대해 잠깐 설명...당시 사는 곳은 강남이었는지...난 강남 살아요...가 입에 붙은...

 

그리고 강남 살아서 브랜드만 입는다면서...보라색...진분홍색의 특이한 게스진바지를 입고 다닌...

 

오죽하면 이 여자애와 학창시절을 보낸 우리 과 사람들은 아직도 물음표와 게스를 싫어하겠소...

 

자신이 게스를 입었다고 자랑(?)하려고 상의는 바지 속에 넣어서 입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걸음...

 

외모는 졸업사진을 보면 평범했었던 것 같으나 이미지가 안좋아서인지 다들 못생겼다고 기억하니...

 

어쨌든 이 오리방뎅한테 우리 과 최고의 순진남이 첫사랑의 삘이 꽂힌겁니다...

 

당시 술자리에서 사랑에 빠진 이유를 듣고 우리 모두 열받고 안타까워 폭음을 한지라...

 

십년이 지난 지금 이유는 생각 나지 않는군요...좌우지간 이 순진남...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는지라...

 

순진남을 불쌍히 여긴 동기여학생 중 하나가 오리방뎅에게 순진남의 사랑을 전해줬죠...

 

이 것이 오리방뎅의 불치병인 공주병에 암세포를 들이부은 꼴이 되었지만 각설하고...

 

때는 춘삼월이 막 지나 4월 초입...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좀 따뜻하지만 그때는 아직 추웠슴다...

 

일주일을 순진남의 열정적인 눈빛을 즐기며 한껏 자신의 매력(?) 도취되었던 오리방뎅...

 

오리방뎅의 만행에 과의 모든 사람들...교수님들(순진남...단대수석입학이라 기대주였음)까지도

 

열받아 은근슬쩍 데이트라도 해주던지 얼른 너의 정체를 드러내 순진남의 콩깍지를 벗겨줘라...

 

이런 분위기가 고조되었죠...오리방뎅...결국 순진남에게 한 번 만나주겠다고 선심 쓰더군요...

 

그리고 순진남에게 약속장소를 일러주고 일욜에 만나기로 했다고 합니다...

 

다음 월욜...두 사람의 데이트결과에 모든 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죠...

 

그런데!!! 먼저 나타난 오리방뎅..."뭐 저런 개같은 ***가 다 있어" 여자애 입에서 나온 엄청난 욕설...

 

십년 전만해도 어린 여자애의 입에서 나오기 힘든 욕설이었습니다만

 

오리방뎅이기에 왠지 이해되는...이어진 오리방뎅의 순진남 성토기...

 

"서울역 밖에 모른다고 해서 서울역 케에푸쒸 (KFC 이지만 오리방뎅의 발음그대로 살림)에서

 

보자고 했더니 나오지도 않아!!! 아 정말 뭐 그런 *** *** *** (자체 검열 중...욕 정말 잘함...)"

 

좀 있다가 나타난 순진남...얼굴이 벌개져서(아직도 연정이 남아있음...ㅡ_ㅡ)

 

오리방뎅에게 다가가...우물쭈물 말을 건네는데...

 

"니 왜 안나왔노...3시간이나 기다렸다 아이가..."

 

"뭐? 니가 안나왔잖아!!! 내가 케에푸쒸에서 1시간을 기다렸어!!!"

 

(당시는 호출기도 별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던 시절이니 연락 안된걸 이해하기 바랍니다)

 

오리방뎅의 분노의 절규에...우리의 순진남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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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벤치 다 봤는데 니 없었다..."

 

.....KFC...케이에프씨...케에푸쒸.................................그리고 벤치...

 

잠시 숨막히는 침묵을 깨고 제가 말을 했습니다..

 

"저기..00아? 케이에프씨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말하는 거거든?"

 

"치킨? 선배, 그거 닭집입니까?"

 

...자장면집이 유일한 외식거리였다는 남쪽섬...(지금은 패스트푸드점도 피자집도 있다지만...)

 

그 곳에서 자라고 텔레비젼도 안보고 공부만 했던 우리의 순진남...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어찌 알았겠으며...하물며 그 약자인 KFC를 어찌 알았겠습니까...

 

지금은 동창회를 하면 모두들 웃으며 얘기하는 일화이지만...

 

당시는 이외로 이런 영어로 된 브랜드와 관련된 황당한 일화가 많았으니까요...

 

어쨌든 그 뒤에 순진남은 콩깍지가 떨어졌고 지금은 회계사가 되어 심성고운 부인과 잘 산답니다

 

아, 오리방뎅은 그 해 겨울 아버지 사업이 망해 결국 졸업 못한채 소식을 아는 이가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