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는 은행VIP고객이에요.

딸래미200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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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사장님 신부름으로 은행업무를 보러가게 됬어요. 사장님은 십수년째 프리머어고객이라서  은행업무를 볼땐 항상 따로 정해져있는 방으로 들어갑니다. 오후 늦게 갔더니 다른손님들이 두분 기다리고 계시고, 덕분에 저는 마감시간이 넘어서도 계속 앉아있어야 했습니다.  단 몇분이였는데 옛날생각이 나더라구요., 

7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울며불며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갔는데,.

정말,,,..당장 차비며,숙박비,장례식비..,..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쓸돈이 없어 동생과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딱 돈을 마련해서 오신거에요.

바로  기차타고 내려가서 시신확인하고, 장례식까지 다 마치고,,나중에 엄마에게 돈을 어떻게 구했냐구 물어보니,.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이란걸 만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우리식구중엔 신용카드 가진사람이 아무도없었기 때문에 당장현금서비스를 받을수도 없고 막막했거든요,. 엄마가  무작정 은행에 가서 얘기를 하니까 그자리에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줬답니다. 마감시간이였는데도,

제기억으로 그당시 그통장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엄마는 아마 그 은행을 오래 다녀서 그런거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은행이 그렇게 고마웠던적이 없었던거 같아요..아무리 친한사이라도 당장에 돈을 빌리기는 힘드니까요. 그리고 주위에 그럴만한 친척이나 돈이 있는 친구는 없었거든요.

그 다다음해에 은행에 엄마 신부름으로 그은행에 가게됬는데, 통장을 보고 창구에 여직원분이 "우리 아주머니 따님이시구나~~처음 뵙네요 ^^" 하며 어찌나 반갑게 맞으시는지, 기분이 좋더라구요.누가 보면 우량고객인줄 알겠네..하며..ㅋㅋㅋ

 

참, 우리엄마는 유치원에서 애기들 점심식사를 책임지는 일을 하고계세요.  일주일 식단을 받으면, 매일 아침 동네시장에 가서 야채며,고기등을 사서 음식을 하고 매주 금요일저녁에는 영수증을 모아 일주일간 지출한 부식비를 계산하십니다. 저는 엄마가 옆에서 "얼마 더하기 얼마" 하면 계산기를 두두려야 하구요. ㅋ 벌써 유치원에 다니신지도 15년이 넘었네요, ..이제 애기들이 아줌마라고 안부르고 할머니라고 부른다고 속상해 하시다가도, 애기들이 가끔 꼬불꼬불한 글씨로 "아줌마, 간식 맛있어요"라고 적힌  카드라도 받아오시면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또 다른지역으로 시집가거나, 다른유치원으로 옮긴 선생님들도 명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오십니다. 그럼 반갑게 답문자도 보내주시구요.

 

아주가끔 엄마랑 시장에 장을 보러 가면 시장상인분들이 항상 엄마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십니다.

그렴 옆에 있던 저도 덩달아 인사를 드립니다. " 오늘은 딸래미랄 같이 나왔네 하며," "이렇게 큰 딸래미가 있었어" 하며 웃으십니다.

야채가게 가면 콩나물 한봉지 더주고, 고기집 가면 고기 조금 더주고, 생선가게 가도 머라도 주시려고 챙기시는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엄마 처럼 사람들에게 대접받고 살수 있을까.

돈이 많은것도 아니고, 명예가 있는것도 아니지만, 수년간 쌓아온 그분들과 엄마의 우정이 ,엄마의 행동과 말투, 미소들이 엄마를 VIP로 만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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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래미 입니다. 금욜날 오후에 시간나서 그냥 끄적끄적 생각나는 데로 쓴건데, 이렇게 많이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도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예전에 동생 이야기 썼다가 톡된적 있는데 그때보다 더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국어공부좀 더해서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구요, 행복하세요...^^

 실우리엄마는 은행VIP고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