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래...3

머루2003.05.04
조회2,140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들 잠자리로 들어간 시간 나는 다래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가 좋을지 생각 좀 해봤어요?"

 

"글쎄..어디가 좋을지 모르겠어...난 머루만 본다면 아무데라도 상관없어..."

 

"음...그럼 순천이나 광양 정도에서 볼까요? 지도에서 보면 그정도가 중간지점이 될만한 도시인 것 같은데..."

 

"머루는 거기 가봤어"

 

"아녀...저두 이름만 알지 전혀 몰라요....그냥 거리도 비슷하고...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조용히 만나기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그럼 그렇게 하자....광주에서는 순천 가는 차가 많으니까..괜찮겠다.."

 

(이야기를 계속 서술해오면서 보니 다래와 나의 대화가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될 지도 모르겠다..
한사람은 아랫사람 대하듯하고...또 한사람은 존댓말을 하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게 맞다. 다래는 나보다 연상이었다...두살이나...)

 

사실 순천이라는 곳이 거리상으로 봐도 부산에서 광주의 중간지점정도 되기도 했지만...난 별도의 생각이 있어 그렇게 제안했던 것이다.

군 복무시절 아주 가깝게 지내던 고참(소속은 틀렸지만)이 순천에 살고 있었다.
혹시나 다래가 나를 만나고 실망하더라도 혹은 내가 실망하더라도(이맘은 정확히 모르겠다...그러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 고참을 만날거라고 자리를 피해주면 다래도 미안해하며 돌아갈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나를 그리고 다래를 위한 안배 같은 것이었다.

 

순천에 가서 얼굴만 보고 오는 것이지만....(정말이다..만나는 동안 다래얼굴만 보다 오고 싶었다..^^;)

기왕이면 그곳에 유명한 곳을 관광도 겸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나름대로 일과표를 짜보기도 했다.


사람이 일이라는게 모르는 것 아닌가? 有備無患......좋은게 좋은거다....미리 준비해서 나쁠건 없다고 생각한다...(두고 봐라...어찌 되는지..^^;)

 

어디엔 뭐가 좋고 어느 집은 어떤 메뉴의 음식이 맛갈스럽네 어쩌네...하는 지역안내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며, 이박삼일을 돌아다녀도 다 경험해보지 못할 만큼의 정보도 모았는데......
약속 날이 다가 올수록 나의 마음은 처음과 다르게 자꾸만 흔들렸다....

 

'혹시나 만남이 잘못되어서...인연이 끊어지게 되지나 않을까....차라리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도 이런 경험을 해보신 분이 있으리라....지금 생각해도 참 소심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들지만......분명 그럴수도 있다..人間之事 塞翁之馬라는 말도 모르는가? 못읽겠다고?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읽는다...ㅡㅡ; 좋으라고 했던 일이 결국은 비참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군대를 가게 된 동기도 여자 때문이거니와 복무 후에도 이렇다할 이성교제를 해본 적이 없는 나였다.

(정말이다...제대한지 3일만에 집을 나와서 '아이들집'에서 자봉(? '자원봉사'의 줄임말이다.)을 시작했다..--;)
그런 내겐 지금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좋은데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만 같아서 점점 만남이 두려워졌다........여자들이 결혼날이 다가올수록 잡다한 생각에 우울해지는 것과 같이...

 

만남을 약속한 이틀전 밤이 다가왔다......

 

"뭐해요?"

 

"응..토요일 날 일찍 가려고 미리 일 좀 하고 있었지 ^^"

 

"지금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일해요....11시예요 11시!!"

 

"응...그렇잖아도 가려고 했는데..머루가 전화한거야...

잘됐다...있잖아...사람들 다 퇴근하고 나밖에 없거든...아래층에 탕비실가서 옷갈아 입어야하는데...
사실 좀 무서워....."

 

"어휴~ 사람들 다 퇴근하도록 혼자 그러고 있었던 거예요?....무섭다는 사람이 어찌 혼자 일하고
있었어요?"

 

"일할땐 몰랐는데...옷 갈아 입으로 가려면 불꺼진 복도를 따라 한 층을 내려 가야되거든...깜깜하니까....무섭게 느껴져서 그래....전화 끊지 말고 나 옷 갈아입을 동안 계속 말 걸어줘...알았지?
사실 사람이 무섭진 않다 뭐..입구엔 경비 아저씨가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울회사는 잡상인도 못들어와...^^;"

 

"알았어요..^^; 근데...일케 옷갈아 입는 현장을 지킨다니 기분이 좀 그러네....^^*"

 

"피~, 몰래 훔쳐 보지마..^^"

 

"아니 사람은 어떻게 보고......^^;"

 

"오늘 낮에 순천에 대해서 이것저것 많이 알아봤어. 근데....별루 유명한건 없더라..."

 

"그랬어요...? .나두 알아보고 다녔는데...근데.......어쩌져?"

 

"뭘...?"

 

"야유회 빠질려고 했는데..안될 것 같아요...그날 오기로 한 일일봉사자 모임이 경찰들인데...비상이
걸려서 못올지도 모르겠데요....ㅡ ㅡ;"

 

"그래...그럼 어쩔 수 없지..뭐..사실 나두 월요일에 입찰건이 있어서 우리부서 사람들 다 야근한다는데...혼자 나오기가 좀 그래....."


 

"그래요....?...다행이다...저 혼자 바쁜척 약속을 깬 것 같아 마음이 안좋았는데.... 그럼 다음에 보기루 해요..우리..."

 

하루종일 '만날까, 말까'를 두고 수십번 아니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왔다 갔다 변하는 내마음은 결국 뒤집어졌다.

 

다래와의 만남이 망설여져 거짓 핑계를 만들까하고도 생각했었지만....정말 그랬다....
경찰서 사내 봉사 모임이 그날 오기로 했었는데....비상 때문에 일부만 오게 될 것 같다고 낮에 연락이 왔던 것이다....

물론 워낙 모임이 커서 모두가 온다면 아이 한명 당 서너명이 붙어야 될 터라 전원이 올 필요도 없었고 일부 인원만 와두 전혀 지장이 없었지만......
나는 다래에게 이렇다할 핑계를 찾지 못해....전원이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식으로 말을 해버린 것이다.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맘 때문에 만나서 좋은 인상 심어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약속을 저버리는 말을 하고 이내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전화해서 잡다한 얘기들을 늘어놓곤하던 다래가, 이런 나의 행동에 많이 실망했는지 통 전화를 않는다..

일과를 마치고 아이들이 잠든 늦은시간 전화를 걸면 친구들과 술한잔하고 있다며, 표현은 하지 않지만 짧게 끊으려는 다래의 말투를 들으며, 그제서야 내가 잘못한거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만나지 않더라도 전과 같은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이제와서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정말 난감했다.

 

멀어져가는 다래....

 

밤늦은 시간 다른 사람에게 방해 받지 않으려고 창고처럼 쓰는 다락방을 정리하고 푹신한 안락의자(?)를 가져다 놓기까지 하던 다래.......
아직 밤 공기가 차다고 그만 내려가라고 해면 겨울 코트를 꺼내 입었다며 나를 안심시키며 '10분만' 이라며 졸라대던 다래.......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다 정작 동화책에 빠져 끝까지 읽고나서야 이미 아이가 잠이 든걸 보았을 때 잠든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다래가 그랬다......

 

나를 알기 전에는 밤 10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12시를 훌쩍 넘겨 1,2시가 되어서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재밌는 얘기 좀 해달라는 응석을 부리곤 했다. 

마지못해 시작한 이야기에 저혼자 신나서 침튀기며 떠들다보면  전화기를 들고 잠이 들어있는 다래...


'보아야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느끼는가?'


아니라 말하고 싶다....비록 보지는 못했어도 내 상상속의 다래는 그렇게 사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이렇게 사랑으로 다가왔던 다래가....이젠 전화도 별루 하지 않는다....아니 받기조차 꺼려한다.....

 

이렇게 되다보니 이젠 어쩔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씩 잊어가야지......

 

하루 종일 멍하니 다래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잊는다니 말도 안된다....이젠 다래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라도 다래를 만나야했다...
실망을 안겨주게 되더라도...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는 다래를 만나봐야했다.

 

"저예요...오늘도 바뻐요?"

 

"음..조금....봄이라 공사가 많이 시작해..."


물론 전에도 설명 들었다...큰 공사는 대부분 봄철에 많이 시작한다고....그래도...'아니'라는 말을 기대하면 물어봤는데...쩝...


 

"음...있잖아요......."
공사가 많다는 말로 바쁘다는 말을 대신했음에도 난 모른척 다시 물어봤다...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이번 주말에도 바쁠거 같아요?....난 한가할 것 같은데...."

 

"음..모르겠어....지금하는건 그전에 입찰이 끝나는데..어떻게 될지 모르겠네...근데 왜?"


이 정도면 알아 들어야 하는거 아닌가? 어쩔 수 없다.....모두 말하고...선처(?)를 바래야지....--;

 

"지난번에 못보고...다음에 시간 날 때 보자고 했잖아요...그래서 이번 주말에 봤으면 해서요"

 

"그래 어디서?"

 

(휴..비로소 목소리에 생기가 도는걸 느꼈다. 여자는 이래서 간사하다고 하는 것 같다....무슨 말을 할지 알고 좋으면서도 말 끝날 때까지 모른 척 시침 뚝 떼고..--; )


 

"지난번에 정했던대로 해요...순천..이번엔 바쁜일이 있어도 무조건 나갈테니까...꼭 나와야해요...^^*"

 

"알았어....꼭 갈 수 있도록 할게..."


 

"네..^^* 그럼 이제 열시미 일해요...."  '그래야 주말까지 일 밀리지 않고 오지...^^;'

 

"아니...조그만.......더 통화하자....나 탕비실로 나왔어..."


 

"재잘재잘................."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남이 다시 약속되고 더위먹고 실성한 넘처럼 실실 웃어가면서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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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컴터가 셀러론 366짜리 놋북입니다....어제부터 이넘이 말을 안들어서 벌써 몇번을 쓰다가 날리고 다시 썼는지 모릅니다....아마 7-8번 정도 옮긴것 같습니다. ㅜㅡ

마지막 멘트 넣는 중에 또 에러 나는건 아닌지 몰것네요..얼렁 등록 눌러야지...쩝...

어찌 되었든..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