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정정 예시문.

허허200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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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도순 노년은커녕 온종일 옥신각신
고령화•조기퇴직 탓 급증…회사생활밖에 없었던 남편들 혼란
"한국 주부 공동체 의식 미숙… 취미공유•가사분담등 노력해야"

은퇴한 이모(53)씨는 요즘 부인만 보면 짜증이 쏟아진다.

대기업을 다니다 2년 전 퇴직해서 이제야 좀 집에 적응하려고 하니 부인이 하는 일들이 자꾸 눈에 밟히기 떄문이다. 이씨는 “예전엔 집안일에 신경쓸 시간도 없어서 살림이 잘 돌아가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말을 안할수가 없어요. 자꾸 간섭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무슨 얘기만 하면 당신이 뭘아느냐고 윽박지르기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말했다.

끼니라도 꼬박꼬박 챙겨주면 다행이다. 20여년동안 제대로 집에서 둘이 오손도손 점심 먹은 적이 손에 꼽는데 부인은 스파다 모임이다해서 밖으로 나가버리니 결국 라면에 햇반이나 먹게 되기 일수다. 여지껏 그렇게 살아왔으니 하루아침에 바꾸라고 하기도 뭐한 일이라 억울한 심정에 “점심밥 정도는 같이 먹지”하고 한마디 하는 게 전부다. 그래도 막상 자신은 동창 모임이라도 나갈라치면 “이제는 돈들어 올 데도 없는데 술값이나 내고 오지 마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은퇴하면 오순도순 노년을 보내려 했는데 현실은 딴판이에요. 다 늙어 토사구팽당하는 심정인데 이건 집에서도 퇴출되는 셈이죠.” 이씨는 정신과 상담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부인 때문에 병 생겨요

일각에서는 퇴직한 남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은퇴 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이다. 1991년 일본에서 처음 이름 붙인 이 증후군은 은퇴 남편을 돌보느라 아내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정신적ㆍ신체적 이상이 나타나는 걸 말한다. 하지만 남편들의 은퇴후 일어나는 상실감, 무기력증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이상에는 그러한 이름조차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신의학계 등이 본격적으로 이들 현상을 다루거나 크게 사회 문제화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가부장 사회의 특성상 남성의 나약한 부분은 금기시되는 부분이므로 은퇴한 남편들에 대한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현상들은 조기퇴직과 인구고령화 등과 맞물려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남궁기 연세대 의대(정신과) 교수는 “최근 2년 동안 이 같은 상담 사례가 2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들에 따르면 이러한 증후군적 증상들은 다양하다. 우울증과 불안증, 불면증부터 소화불량, 위염, 두드러기를 비롯한 피부 발진 등 개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주부 윤모(55)씨는 “전에는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내 세상이었는데 이젠 온종일 남편 눈치나 보면서 하나하나 챙겨줘야 해 내맘대로 할 수가 없으니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은퇴한 이모(53)씨는 “전에는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경쟁에 치이고 일에 치여서 아무런 다른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는데 이제 막상 시간이 생기니 할 것이 없어 막막하다. 기댈 곳이라곤 부인밖에 없는데 막상 부인은 내말을 잘 들으려고조차 안하고 밖으로만 나대려한다.”

성장한 자녀들이 ‘고통’을 몰라주는 것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박모(62ㆍ여)씨는 “아이들은 ‘아버지가 그 동안 고생하셨으니 이젠 어머니가 잘해 드려라’고만 말한다”며 섭섭해했다. 그 결과 ‘악처 콤플레스’도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달리 한국 주부들에겐 남편을 성가신 존재로 여기면 ‘내가 나쁜 아내인가’라는 죄책감까지 더해지는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같이 은퇴한 남편을 성가신 존재로 치부한다면 악처가 맞지만 갈등하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일본의 수준까지 온 것같지는 않은 듯 하다고도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실제로도 양처는 아니지만 악처는 간신히 면하는 셈이다.

●‘황혼 이혼’으로 이어질 수도

정신과 의사들에 따르면 이 증후군은 스트레스에 의한 일종의 ‘홧병’이다. 수십 년 ‘일편 부재(不在)’생활에 익숙했던 부부들은 갑자기 이 리듬이 갑자기 깨지면 심리적 부적응 상태에 빠지게 된다.

생물학적 요인도 있다. 남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남성 호르몬이 퇴조하고 여성 호르몬 분비는 늘어난다. 한 정신과 의사는 “50대 이후에는 여성성 증대로 관심사도 다양해져 ‘남편 바가지’로 표출되곤 한다”며 “그러나 본인은 잔소리가 아니라 ‘가장이 맥을 짚어주는 것’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또한 폐경기에 접어들어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남성적인 면모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표출되고 혹은 우울증등에 빠지는데 이때의 해결책을 남편을 상대로 화를 내는 것으로 푸는 경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궁기 교수는 “한국의 주부들이 남편이 직장에 올인을 강요당하는 동안 정작 남편과의 대화에는 무관심했기에 공동체의식이 결여되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우리 사회는 서구보다 부부간 역할 분담이 확실하고 모든 경제적 부담을 남편이 지는 관계로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젊은 시절부터 취미생활 공유, 집안 일 분담 등 공동 훈련을 통해 친밀화 단계를 거쳐야 하다는 조언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남편이 직작에 얽매여 있는 동안은 불가능 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퇴 남편 증후군은 또 ‘황혼 이혼’으로 이어져 말년에 가족이 해체될 위험성이 높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실제 황혼 이혼은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06년 이혼통계’에 따르면 전체 이혼율은 3년째 감소 추세지만 55세 이상 남성의 이혼은 전년보다 7.8% 증가한 1만2,900건으로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50~54세 남자(1만1,800건)도 7.3% 증가했다. 여자는 45세 이상에서만도 10% 이상 이혼이 늘어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5세 이상 이혼은 남자는 3.5배, 여자는 무려 5.1배가 증가했다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여성정책전략센터 소장은 “노년기에는 자녀의 독립, 남편의 사회적 지위 감소, 부인의 폐경기에 따른 성격변화와 같은 이혼 갈등 요인이 상당부분 부각되면서 이혼 희망률이 높아진다”며 “부부가 상호간의 대화를 통해 취미나 운동을 공유하는 등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간의 서로의 생활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황혼의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진정한 여성의 부드러운 리더쉽이 빚을 발해야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매일 저녁 집에만 있으려는 남편과 같이 공원에 산책이라도 나가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