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군대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난 피씨방 매니아로서 군대가기 전날에도 친구들과 밤샘
게임을 하고 집에 들어와 잠깐 눈을 붙이고 군대에 입대하였다. 난 3사단 백골부대라는 엄청 힘든 곳으로 배정으로 받아
지옥의 3사단 훈련소의 교육과정을 우수하지 못한
성적으로 마치면서 사단에서 가장 널널하다고 하는 사단본부대로 배정받았다. 사단장 공관병이란 직책이라고 하였다.
전직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도움인지, 낄때 못낄때 못가리는 내 성격탓인지 난 일단 파라다이스로 가게 되었다.
이 직책은 사장단과 한집에서 살면서 씨다바리하는 직책이였다.
물론 밥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파출병이였다 ㅋㅋ 하지만 내 동기중에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놈이 있었기 때문에 내 보직이 변경되었다.
행정병. 난 타자도 제대로 치지 못했고, 컴퓨터란 게임만 하는 도구라는 생각뿐이 못했기 때문에 적응하기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 고참들은 내 독수타법으로 250타 이상을 구가하는 내 타자력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내 군생활은 시작되었다. 어느덧 고생 고생을 하고 그 오지 않을꺼 같았던 100일 휴가라는 휴식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가서 뭐하지, 뭘먹지, 누굴 만나지 등등 수백가지의 고민과 생각들을 하면서 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덧 내 전투화와 군복에는 각이 잡혔고, 휴가나갈 만반의 준비가 완료되었다. 유휴~ 난 이제 4박5일동안 자유의 몸이 되는구나라고 가슴속으로 외치면서 난 편안한 잠자리에 누웠다. 드뎌 출발~~~~ 휴가 신고를 하고 난 육공에 올라탔다. 이 떨리는 가슴을 어째할꼬, 난 긴장되는 기분으로 육공에서 내려 서울로 가는 관광버스 위로 몸을 힘차게 내실었다. 버스안에는 온갖 향기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의 이름도 알 수 없는 향수냄새와 군인들만의 향수인 피죤내가 가득했다. 군인들은 군바리들만의 특유의 전투복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물에 약간의 피죤을 풀어 분무기로 뿌리곤 한다. 이렇게 버스안의 냄새조차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갔다. 100일만에 느껴보는 사회의 분주함으로 4박 5일의 짧은 휴가의 시작했다. 부대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얼마안되는 거리이지만 강원도의 무서운 추위와 서울이란 곳의 추위은 사뭇 달랐다. 이렇게 금방 서울에 도착했다. 내리는 순간 내 두 눈은 휘동그래졌다. 서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나같은 군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어디론가 떠나가려는 사람들, 무언가 팔기 위해 소리치는 사람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냄새였다. 내 눈에 그 모든 사람들이 샤방샤방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며 난 속으로 외쳤다. "올것이 왔구나! 다 뒤졌어" ㅋㅋ 이런 부푼 마음으로 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타니 또 짧은 치마들이 내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렸다. 미칠것만 같았다ㅋㅋ 그 당시 그것들은 내가 아직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느덧 지하철을 탄지 50분이 지났고 어느덧 녹번역에 도착하였다.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입구가 가까워 질수록 우리 동내만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흥분을 담배 한가치로 충족하기에는 모자랐지만, 주머니에서 담배 한가치를 꺼내어 물고 불을 붙였다. 비트를 보면, 정우성이 쭈그려 앉은 자리에서 줄담배를 피는 장면이 있다. 그 흥분으로 쭈그려 앉아 두가치를 피고, 더는 목이 아파서 못피겠다는 생각으로 ㅋㅋ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으로 생각했다. "유휴! 이제 난 자유의 몸이다!"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 난 얼른 잽싸게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집에 도착해 지긋지긋 하던 군복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난 5일이라는 시간 지나가지 않을꺼 같았지만 그건 3일뒤에 기분을 전혀 생각지 못한 어리석은 착각이였다ㅠㅠ 첫날이다. 일단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니 미리 수많은 친구들에게 휴가 나간다고 준비하라고 전화를 했었다.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하라는 건지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질 않지만, 그때는 어떤건 이렇게 하고 또 어떤건 이렇게 하라고 했던 기억만이 살짝 난다. 그 친구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이상하게 친구들에게도 내 군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터미널로 마중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건 상상지도 못한 일이였다ㅋ 근데 왜 그랬지?--;; 내 평소에 즐겨입던 옷가지를 찾기 위해 옷장을 열고 하나 둘씩 옷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모자와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 운동화 등등 모두 그대로 있었다. 이 멋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게지.
"암암 그렇고 말고ㅋㅋ" 난 짧은 머리를 가진 군인이라는 신분을 감추려 비니 모자를 쓰고 옷들을 입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본다.
아마도 체감온도 영하 30도를 밑도는 엄청난 추위에 얼어붙은 내 얼굴을 보면 내가 이등병이라는건 누구나 알듯 싶다 ㅋㅋ 하지만 그래도 난 군인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싶었기 때문에 온갖 위장을 하였다. 기다리고 있던 친구를 만나서 어머니가 하시는 가게로 발을 돌렸다. 등촌동의 한 가게 거기엔 분명히 어머니가 계실꺼라는 생각을 발을 재촉했다. 문을 열고 난 엄마를 찾았다. 주방 한켠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시는 어머니를 보며 꽉 안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머니는 아마 가슴으로 울고 계셨던거 같다. 군대에서 먹던 정부미와는 차원이 다른 밥이였다 --;; 정말 맛있게 먹은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가려는 참이였다. 내 손에 30만원이란 적지 않은 돈이 주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돈의 주인은 내가 아니였다는걸 몇분 뒤에 알게 되었다.--;; 일단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는 하얀색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전진하려는 순간 내 차 앞에 빨간색 프라이드 차량이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다. 내 차가 빠져나가기 곤란할 정도 바싹 붙여놓고 차주는 온데간데 없이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난 군대에서 짧은 기간동안 별별 차들을 다 몰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었다. 그러기에 오만함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거처럼 그 공간을 빠져 나가려고 부웅~하는 순간 쾅소리가 났다. 티티--;;
순간 내 앞에 보이는건 그 빨간 프라이드 공중으로 떴다 주저앉는 것이였다.
"아놔, 짜증 지대로다"투털되면서, 일단 차를 뺐다.
그냥 모른척 하고 가려는 순간, 한 아줌마가 창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저씨 연락처 주세요."
난 군인이였기 때문에 사람이 아니였다. 운전도 하면 안되고 싸움도 해선 안됐다. 순간 드는 생각은 그냥 잘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만 내 머리를 빙빙 돌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얼마면 되겠어요?" 그 아줌마 왈, "20만원 주세요!"
완전 OTL 무슨 그 후진 프라이드 범퍼값을 20만원을 달라고 하녀고요. 안그래요? 난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였다.
경찰을 부르던가, 아님 그냥 20만원 주던가하는 두가지 선택뿐이 없었다. 한참을 고심하던 중에 20만원을 건넸다. 무슨 봉 잡으냥 그 아줌마는 웃음은 감췄지만 그 눈빛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ㅡㅡ^
완전 이런 표정이였다. 그냥 액댐했다고 생각하고 난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때 좀 추웠지만 창문을 열고 신나게 음악을 들으며 달렸다.
그리고 저녁에 친구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난 내 친구들 사이에서 일찍 군대를 간 편이라 다들 대학생이거나 직장인이였다. 나는 친구들이 참 어려보였다ㅋㅋ "언제 100일 휴가 나올래?? 응?응???ㅋㅋ"
너네들도 빨리 군대가서 뺑이치렴ㅡㅡ^
나도 모르게 낮에 그 아줌마 표정을 지었다ㅋㅋ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밤새 끝날지 몰랐다.
이런 장면을 추억에 남기려 사진도 찍으며, 너무나 즐거운 웃음이 들렸지만, 난 속으로 벌써 하루가 지나갔구나하며, "신발신발"됐다. 하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였다. 둘째날이다. 아침에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이병 이필용"하면서 아침에 맞았다. 자면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던지 거의 잠을 못잤다. 고참중에 나보다 4개월 빠른 5월고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ㅋㅋ 지금은 친구가 되었지만, 그 당시에 그 놈들을 보면 완전 개습이였다.
어찌나 말들이 많던지--;; 하여튼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와 함께 군대가기 바로 직전의 하얀색 "헤드" 츄리닝은 문화 코드였다. 지금 그 때를 떠올리며, 난 의자 뒤로 넘어간다ㅋㅋ
하여튼 그 차림으로 집을 나서며 둘은 무언의 약속처럼 게임방을 가고 있었다. 그 친구 역시 내 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가지고 있었다 ㅋㅋ 게임방에 가서 않자마자 스타를 켰다. 한판을 하고 두판을 하고 열판까지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예전의 그 짜릿함이 없어졌다. 그 이후로 난 지금까지 스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 문뜩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날은 지금의 내 운명을 바꿔놓은 순간이였다. 그 엽기녀 친구가 생각나는 것이였다. 물론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하였다. 갑자기 급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곤 예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없는 번호란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왜인걸까?"
친구일뿐인데 말이지. 난 답답했다.
그 순간 내 뇌세포를 스치며 지나가는 것이 생각났다.
군대 가기전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난 잽싸게 인터넷에 접속해서 로그인을 하였다. 역시나 그녀의 이메일 주소가 나를 반겨주었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뭐하냐? 나 필용인데 100일 휴가 나왔으니 얼굴 좀 보자! 니 핸드폰 번호 남겨줘~"라고 보냈던거 같다.
이것들은 내가 군대에서 어느정도 짬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썼던 일기장들과 제대후에 썼던 일기장들을 하나씩 모아두었던 것들을 풀어놓은 글들이기 때문에 짬이 되지않아 잠자기 바빴던 이등병 시절의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 오직 내 기억에만 의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양해해주길 바란다. 그 이메일을 보낸 후에 복귀하는 날까지 답장은 없었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난 휴가 복귀전날까지 답답했다.
그리고 어느덧 짧은디 짧은 5일 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는 날이 와버렸다. 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 아침에 일어나 하루종일 이 기분이였다. 역시나 복귀하는 날에도 난 내가 군복입은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않아 친구들의 전화도 받지 않은체 어머니에게 한통의 전화를 남기고 난 홀연단신 강변 버스 터미널로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때부터 그녀의 얼굴은 한시도 지워지지 않았다.
너무나 강력한 펀치를 맞은듯 난 지하철을 탄 내내, 그리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부대로 오는 길 역시 그녀의 얼굴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느덧 부대 근처까지 다 오게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벌서부터 차가운 강원도의 바람을 맞으며, 난 아쉬운 마음에 담배 한가치를 물고 남은 복귀시간을 최대한 아끼려 부대 근처의 한 피씨방에 갔다.
보고싶은 그녀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채 복귀하는건가라는 생각과 이제 복귀하면 언제쯤 다시 나올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으로 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곤 인터넷에 접속하여 나도 모르게 로그인을 하였다.
이상하게 한통의 이메일 왔던 것이다.
바로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그녀의 이메일이였다.
"잘지냈냐"는 말로 시작한 그 이메일을 소중히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이메일 맨 끝자락에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바뀐 전화번호였다. 난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웃었다. 혼자서 미친놈처럼 말이다.
그리고 난 바로 전화번호를 내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복귀 규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앞선 시간에 복귀했다. 복귀신고를 하는데 고참들이 말했다.
"넌 도대체 뭐냐?, 왜이리 빨리 들어와?"
난 다시 이등병의 얼어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병 이필용, 세상에서 제일 값진걸 얻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이다.
고참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난 휴가 복귀 선물로 고참들에게 담배를 뿌렸다. 여기저기서 나가서 뭐했냐는 질문에 그냥 친구들과의 만남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난 살짝 핀 미소를 지었다. 이등병의 생활이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정신없는 하루의 연속이다.
지긋지긋한 청소와 갈굼 대한민국 사지 멀쩡한 남자들이라면 모두 겪는 시기이지만, 그 어떤 누구도 그 시기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만약 좋다고 한다면, 최소한 그 남자는 대한민국 사지 멀쩡한 남자는 아닐 것이다. 정신이 이상한거지 ㅋ 그렇게 정신없는 일과와 갈굼으로 하루하루 보내던 나에게 전화시간이라는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싶은 지금. 난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더라도 그녀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고참이 심부름을 시켰다. 우체국에 다녀오라는 것이였다. APO라고 말하는 사단내 우체국은 우리 사단 모든 사병들의 편지와 소포들이 지나가는 거대한 창고이며 사무실인 곳이다. 그 APO앞에는 두대의 공중전화가 있다. 항상 만원이다. 전화를 하려 해도 족히 10분은 기다려야 한다. 내가 심부름을 간 시간은 일과시간이 끝난지 얼마 안되는 시각이라 사람들이 없었다. 그 앞에서 일과시간이 끝나지 얼마 안된 시간에 전화하는건 거의 자살행위였다. 개념상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난 하지만 심부름을 왔고 그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전화기를 보고 전화를 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고참이 시킨 심부름은 하지도 않은채 전화기를 들고 말았다. 수첩을 꺼내 거기에 적혀있는 번호대로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신고가 갔다. 오호오호~~
한 30초 가량 지났을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혹시 XXX 전화 아닌가여?" "맞는데요, 누구시죠?" "나 필용이야" "그래그래 반갑다. 몸은 건강하구?" "응, 그럼그럼 너도 잘지냈지?" "응" 이런 대화로 우리의 전화통화는 길어졌다. 난 너무나 흥분되어 있었고, 그녀 역시 너무나 반갑게 받아주었기에 난 계속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난 웃으면서 내가 이등병 군인이라는 생각을 잠시 놓았다ㅋㅋ 그렇게 한참 전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콕콕 찔렀다. 난 누구지하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그 악명높은 5월고참 중 한명이 인상을 팍 쓴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일 당황했던건 내 손이 주머니안에서 꼼지락 꼼지락 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참 왈, "이야. 나도 주머니가 어떻게 생긴지 만져보지도 못하는데, 요즘 이등병은 다섯 손가락이 주머니 안에서 춤을 추고 있네"하면서 얼른 끊으라는 눈빛을 던졌다. 난 그 눈빛을 알아듣고 그녀에게 말했다.
"응, 나 이제 들어가봐야겠다. 나중에 또 전화할께" 이 말을 남긴채 우리의 전화 대화는 끝이 났지만, 나의 사고내용은 어느새 내무실에 전파되어 고참들은
"손모가지로 육수를 빼먹는다"니,
"내 눈알에 빨때를 꽂아서 수정체를 빨아먹는다"니 하는 온갖 갈굼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난 꼬였던 것이었다. OTL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난 부대안에 사회에서 알던 형과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것 자체가 또 꼬이게 되었다. 나와 짬 차이가 많이 나던 그 형은 우리 내무실에 들어와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저 새끼 사회에서 X나게 놀던 놈이야." 이 말 한마디에 난 무너졌다. 상병이 꺾인 최고참들은 나만 보면 데리고 나가서 담배를 주었다.
"야야! 필용아. 이쁜 친구들이나 누나들 없냐"고 항상 물었다.
그리고 내 막고참이나 일병 왕고들은 그런 것때문에 내가 가시처럼 보였던거 같다. 별거 아닌 일에 사고친 놈으로 만들고, 왕고참들은 그 사고를 다시 덮어주고, 그 덮어주는 댓가는 분명히 있었다. 은밀한 거래였던 것이다. 나의 군대에서 직책은 3종 행정병이였다.
3종이란 유류를 담당하는 직종이고 타처부인 수송부와 생활한다는 것이다.
고로 난 복받은 놈이였다.
물론 고참이기는 하지만 같은 내무실 고참들이 아니기 때문에 날 편히 대했고, 나도 그런 고참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갈굼과 용서, 또다시 갈굼과 용서가 반복하는 군생활도 시간이 지나갔다. 강원도에 내린 눈은 5월초까지 녹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도 안돼라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어느덧 그렇게 많이 쌓였던 눈들이 녹고 꽃들이 만발하기 시작했다. 난 단 하루도 그녀를 잊어본적이 없다. 항상 "무얼하고 있을까?" "아침은 먹었을까?" "점심은 맛있게 먹었을까?" "저녁은 무얼 먹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조금씩 키워갔다.
자주는 아니지만 편지도 쓰고 답장도 받고, 전화도 하면서 그녀의 목소리도 듣고 말이다. 난 그런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고 지금도 장담할 수 있다. 지금 이런 생각들을 하며서 한번 웃을 수 있는 것도 그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던 와중 아침에 상의를 탈의하고 구보하던 중 쓰러졌다. 군병원에 입원하여 알게 된 사실은 지금 내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군인인 신분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을 것이다. 제대할 수 있을 정도로 안좋았기 때문이다.
병명은 "스트레스성 미주신경성 실신". 물론 이 병은 심장 내부나 혈관의 문제는 아니였기 때문에 외과적 수술은 필요치 않았다. 주된 약물치료와 휴식이 필요했던 것이였다. 난 고민도 생각도 없이 바로 입실하였다.
하지만 그건 3개월 뒤에 엄청난 댓가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때 당시의 최선책이였고 내 이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마칠 수 있는 마지막 히든 카드라 생각했다.
그리고 환자복을 입은 내 자신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 곳에서 환자복은 자유와 제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증거이기 때문에 난 그 환자복을 볼때마다 혼자 웃고 하였다ㅋㅋ 난 온갖 방법을 다 썼다. 내 이름으로 나온 약물을 하나도 복용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담배를 평소와 같이 피었고 밥도 잘 먹지 않으며 그 곳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내 병이 조금이라도 악화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참 바보같은 생각이고 행동이였지만 그 곳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았으며, 하루라도 병원짬을 먹길 바랬다. 그리고 자유라는 것이 내게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전화 통화가 잦아졌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과 편지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2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난 또 빠른 내 육감으로 내가 전역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나와 동일한 병명으로 의가사 제대를 한 고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특혜를 누릴 수 없을꺼라는 생각이 든 후, 난 하루 빨리 퇴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원 후에 자대 생활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내 밑으론 줄줄이 들어왔고, 내 위로는 하나 둘씩 제대를 해버렸다. 일병 왕고였으나 난 청소를 하지 않았고, 내 개인 시간만 늘어났다. 무척이나 특이한건 우리 내무실엔 9월 동기가 엄청 많아 내가 힘들게 후임병 관리를 하지 않아도 우리를 무서워했다.
그 덕분에 우린 좀더 편한 군생활을 할 수 있었고, 내 기억으로는 우리와 계급차이가 많이 나는 2월 고참이 우리는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그 이름은 강윤희상병 이 고참 역시 잘생기고 약간은 남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였으나 우리 9월 동기를 많이 챙겨주었다. 우리의 포스는 날이 갈수록 세졌고, 아무도 우릴 건드리지 못했다. 고로 아주 많이 편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병원에서 퇴원 후 내 업무를 다시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내 사수는 전역을 해버렸고 나에게 업무를 인수인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암울한 사실을 받아드렸다.
그 후로 난 육군사단규정 책자를 들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것 때문인가 난 업무를 다른 병들보다 더욱 많이 알게 되었고 잘하게 되었다. 많은 특혜와 기회가 있었으며, 타부대 간부까지 나에게 와서 업무를 배워가는 상황이였다.
이로 인해 사단에 공급되는 턱없는 유류량을 난 넉넉히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나중에 난 엄청난 사고를 치게된다. 그리하여 난 일병이 되어 포상휴가를 받게 된다. 드뎌 반년만에 휴가인 것이다. 6개월을 부대에서 썩으려면 보통 인내심으로 안된다는건 다들 알겠지. 혼자 열심히 짝사랑 중인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나 휴가나간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 밥먹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다음날 부터 만반의 휴가준비에 돌입했다.
그녀와의 전쟁 #2(드디어 군대 입대하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군대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난 피씨방 매니아로서 군대가기 전날에도 친구들과 밤샘
게임을 하고 집에 들어와 잠깐 눈을 붙이고 군대에 입대하였다.
난 3사단 백골부대라는 엄청 힘든 곳으로 배정으로 받아
지옥의 3사단 훈련소의 교육과정을 우수하지 못한
성적으로 마치면서 사단에서 가장 널널하다고 하는 사단본부대로 배정받았다.
사단장 공관병이란 직책이라고 하였다.
전직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도움인지, 낄때 못낄때 못가리는 내 성격탓인지 난 일단 파라다이스로 가게 되었다.
이 직책은 사장단과 한집에서 살면서 씨다바리하는 직책이였다.
물론 밥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파출병이였다 ㅋㅋ 하지만 내 동기중에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놈이 있었기 때문에 내 보직이 변경되었다.
행정병. 난 타자도 제대로 치지 못했고, 컴퓨터란 게임만 하는 도구라는 생각뿐이 못했기 때문에 적응하기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 고참들은 내 독수타법으로 250타 이상을 구가하는 내 타자력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내 군생활은 시작되었다.
어느덧 고생 고생을 하고 그 오지 않을꺼 같았던 100일 휴가라는 휴식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가서 뭐하지, 뭘먹지, 누굴 만나지 등등 수백가지의 고민과 생각들을 하면서 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덧 내 전투화와 군복에는 각이 잡혔고, 휴가나갈 만반의 준비가 완료되었다.
유휴~ 난 이제 4박5일동안 자유의 몸이 되는구나라고 가슴속으로 외치면서 난 편안한 잠자리에 누웠다.
드뎌 출발~~~~ 휴가 신고를 하고 난 육공에 올라탔다. 이 떨리는 가슴을 어째할꼬, 난 긴장되는 기분으로 육공에서 내려 서울로 가는 관광버스 위로 몸을 힘차게 내실었다.
버스안에는 온갖 향기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의 이름도 알 수 없는 향수냄새와 군인들만의 향수인 피죤내가 가득했다. 군인들은 군바리들만의 특유의 전투복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물에 약간의 피죤을 풀어 분무기로 뿌리곤 한다.
이렇게 버스안의 냄새조차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갔다. 100일만에 느껴보는 사회의 분주함으로 4박 5일의 짧은 휴가의 시작했다.
부대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얼마안되는 거리이지만 강원도의 무서운 추위와 서울이란 곳의 추위은 사뭇 달랐다.
이렇게 금방 서울에 도착했다. 내리는 순간 내 두 눈은 휘동그래졌다. 서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나같은 군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어디론가 떠나가려는 사람들, 무언가 팔기 위해 소리치는 사람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냄새였다. 내 눈에 그 모든 사람들이 샤방샤방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며 난 속으로 외쳤다.
"올것이 왔구나! 다 뒤졌어" ㅋㅋ
이런 부푼 마음으로 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타니 또 짧은 치마들이 내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렸다.
미칠것만 같았다ㅋㅋ 그 당시 그것들은 내가 아직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느덧 지하철을 탄지 50분이 지났고 어느덧 녹번역에 도착하였다.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입구가 가까워 질수록 우리 동내만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흥분을 담배 한가치로 충족하기에는 모자랐지만,
주머니에서 담배 한가치를 꺼내어 물고 불을 붙였다.
비트를 보면, 정우성이 쭈그려 앉은 자리에서 줄담배를 피는 장면이 있다.
그 흥분으로 쭈그려 앉아 두가치를 피고, 더는 목이 아파서 못피겠다는 생각으로 ㅋㅋ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으로 생각했다.
"유휴! 이제 난 자유의 몸이다!"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 난 얼른 잽싸게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집에 도착해 지긋지긋 하던 군복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난 5일이라는 시간 지나가지 않을꺼 같았지만 그건 3일뒤에 기분을 전혀 생각지 못한 어리석은 착각이였다ㅠㅠ
첫날이다. 일단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니 미리 수많은 친구들에게 휴가 나간다고 준비하라고 전화를 했었다.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하라는 건지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질 않지만,
그때는 어떤건 이렇게 하고 또 어떤건 이렇게 하라고 했던 기억만이 살짝 난다.
그 친구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이상하게 친구들에게도 내 군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터미널로 마중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건 상상지도 못한 일이였다ㅋ
근데 왜 그랬지?--;;
내 평소에 즐겨입던 옷가지를 찾기 위해 옷장을 열고 하나 둘씩 옷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모자와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 운동화 등등 모두 그대로 있었다.
이 멋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게지.
"암암 그렇고 말고ㅋㅋ"
난 짧은 머리를 가진 군인이라는 신분을 감추려 비니 모자를 쓰고 옷들을 입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본다.
아마도 체감온도 영하 30도를 밑도는 엄청난 추위에 얼어붙은 내 얼굴을 보면 내가 이등병이라는건 누구나 알듯 싶다 ㅋㅋ
하지만 그래도 난 군인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싶었기 때문에 온갖 위장을 하였다.
기다리고 있던 친구를 만나서 어머니가 하시는 가게로 발을 돌렸다.
등촌동의 한 가게 거기엔 분명히 어머니가 계실꺼라는 생각을 발을 재촉했다.
문을 열고 난 엄마를 찾았다.
주방 한켠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시는 어머니를 보며 꽉 안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머니는 아마 가슴으로 울고 계셨던거 같다.
군대에서 먹던 정부미와는 차원이 다른 밥이였다 --;;
정말 맛있게 먹은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가려는 참이였다. 내 손에 30만원이란 적지 않은 돈이 주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돈의 주인은 내가 아니였다는걸 몇분 뒤에 알게 되었다.--;;
일단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는 하얀색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전진하려는 순간 내 차 앞에 빨간색 프라이드 차량이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다. 내 차가 빠져나가기 곤란할 정도 바싹 붙여놓고 차주는 온데간데 없이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난 군대에서 짧은 기간동안 별별 차들을 다 몰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었다.
그러기에 오만함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거처럼 그 공간을 빠져 나가려고 부웅~하는 순간 쾅소리가 났다. 티티--;;
순간 내 앞에 보이는건 그 빨간 프라이드 공중으로 떴다 주저앉는 것이였다.
"아놔, 짜증 지대로다"투털되면서, 일단 차를 뺐다.
그냥 모른척 하고 가려는 순간,
한 아줌마가 창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저씨 연락처 주세요."
난 군인이였기 때문에 사람이 아니였다. 운전도 하면 안되고 싸움도 해선 안됐다. 순간 드는 생각은 그냥 잘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만 내 머리를 빙빙 돌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얼마면 되겠어요?"
그 아줌마 왈, "20만원 주세요!"
완전 OTL 무슨 그 후진 프라이드 범퍼값을 20만원을 달라고 하녀고요. 안그래요? 난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였다.
경찰을 부르던가, 아님 그냥 20만원 주던가하는 두가지 선택뿐이 없었다. 한참을 고심하던 중에 20만원을 건넸다. 무슨 봉 잡으냥 그 아줌마는 웃음은 감췄지만 그 눈빛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ㅡㅡ^
완전 이런 표정이였다.
그냥 액댐했다고 생각하고 난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때 좀 추웠지만 창문을 열고 신나게 음악을 들으며 달렸다.
그리고 저녁에 친구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난 내 친구들 사이에서 일찍 군대를 간 편이라 다들 대학생이거나 직장인이였다. 나는 친구들이 참 어려보였다ㅋㅋ
"언제 100일 휴가 나올래?? 응?응???ㅋㅋ"
너네들도 빨리 군대가서 뺑이치렴ㅡㅡ^
나도 모르게 낮에 그 아줌마 표정을 지었다ㅋㅋ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밤새 끝날지 몰랐다.
이런 장면을 추억에 남기려 사진도 찍으며, 너무나 즐거운 웃음이 들렸지만, 난 속으로 벌써 하루가 지나갔구나하며, "신발신발"됐다. 하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였다.
둘째날이다.
아침에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이병 이필용"하면서 아침에 맞았다.
자면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던지 거의 잠을 못잤다. 고참중에 나보다 4개월 빠른 5월고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ㅋㅋ 지금은 친구가 되었지만, 그 당시에 그 놈들을 보면 완전 개습이였다.
어찌나 말들이 많던지--;;
하여튼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와 함께 군대가기 바로 직전의 하얀색 "헤드" 츄리닝은 문화 코드였다. 지금 그 때를 떠올리며, 난 의자 뒤로 넘어간다ㅋㅋ
하여튼 그 차림으로 집을 나서며 둘은 무언의 약속처럼 게임방을 가고 있었다. 그 친구 역시 내 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가지고 있었다 ㅋㅋ 게임방에 가서 않자마자 스타를 켰다. 한판을 하고 두판을 하고 열판까지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예전의 그 짜릿함이 없어졌다. 그 이후로 난 지금까지 스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 문뜩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날은 지금의 내 운명을 바꿔놓은 순간이였다. 그 엽기녀 친구가 생각나는 것이였다. 물론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하였다. 갑자기 급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곤 예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없는 번호란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왜인걸까?"
친구일뿐인데 말이지. 난 답답했다.
그 순간 내 뇌세포를 스치며 지나가는 것이 생각났다.
군대 가기전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난 잽싸게 인터넷에 접속해서 로그인을 하였다. 역시나 그녀의 이메일 주소가 나를 반겨주었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뭐하냐? 나 필용인데 100일 휴가 나왔으니 얼굴 좀 보자! 니 핸드폰 번호 남겨줘~"라고 보냈던거 같다.
이것들은 내가 군대에서 어느정도 짬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썼던 일기장들과 제대후에 썼던 일기장들을 하나씩 모아두었던 것들을 풀어놓은 글들이기 때문에 짬이 되지않아 잠자기 바빴던 이등병 시절의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 오직 내 기억에만 의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양해해주길 바란다.
그 이메일을 보낸 후에 복귀하는 날까지 답장은 없었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난 휴가 복귀전날까지 답답했다.
그리고 어느덧 짧은디 짧은 5일 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는 날이 와버렸다.
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OTL
아침에 일어나 하루종일 이 기분이였다.
역시나 복귀하는 날에도 난 내가 군복입은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않아 친구들의 전화도 받지 않은체 어머니에게 한통의 전화를 남기고 난 홀연단신 강변 버스 터미널로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때부터 그녀의 얼굴은 한시도 지워지지 않았다.
너무나 강력한 펀치를 맞은듯 난 지하철을 탄 내내, 그리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부대로 오는 길 역시 그녀의 얼굴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느덧 부대 근처까지 다 오게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벌서부터 차가운 강원도의 바람을 맞으며, 난 아쉬운 마음에 담배 한가치를 물고 남은 복귀시간을 최대한 아끼려 부대 근처의 한 피씨방에 갔다.
보고싶은 그녀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채 복귀하는건가라는 생각과 이제 복귀하면 언제쯤 다시 나올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으로 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곤 인터넷에 접속하여 나도 모르게 로그인을 하였다.
이상하게 한통의 이메일 왔던 것이다.
바로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그녀의 이메일이였다.
"잘지냈냐"는 말로 시작한 그 이메일을 소중히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이메일 맨 끝자락에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바뀐 전화번호였다. 난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웃었다. 혼자서 미친놈처럼 말이다.
그리고 난 바로 전화번호를 내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복귀 규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앞선 시간에 복귀했다. 복귀신고를 하는데 고참들이 말했다.
"넌 도대체 뭐냐?, 왜이리 빨리 들어와?"
난 다시 이등병의 얼어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병 이필용, 세상에서 제일 값진걸 얻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이다.
고참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난 휴가 복귀 선물로 고참들에게 담배를 뿌렸다. 여기저기서 나가서 뭐했냐는 질문에 그냥 친구들과의 만남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난 살짝 핀 미소를 지었다.
이등병의 생활이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정신없는 하루의 연속이다.
지긋지긋한 청소와 갈굼 대한민국 사지 멀쩡한 남자들이라면 모두 겪는 시기이지만, 그 어떤 누구도 그 시기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만약 좋다고 한다면, 최소한 그 남자는 대한민국 사지 멀쩡한 남자는 아닐 것이다. 정신이 이상한거지 ㅋ
그렇게 정신없는 일과와 갈굼으로 하루하루 보내던 나에게 전화시간이라는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싶은 지금. 난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더라도 그녀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고참이 심부름을 시켰다. 우체국에 다녀오라는 것이였다. APO라고 말하는 사단내 우체국은 우리 사단 모든 사병들의 편지와 소포들이 지나가는 거대한 창고이며 사무실인 곳이다. 그 APO앞에는 두대의 공중전화가 있다.
항상 만원이다. 전화를 하려 해도 족히 10분은 기다려야 한다. 내가 심부름을 간 시간은 일과시간이 끝난지 얼마 안되는 시각이라 사람들이 없었다. 그 앞에서 일과시간이 끝나지 얼마 안된 시간에 전화하는건 거의 자살행위였다. 개념상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난 하지만 심부름을 왔고 그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전화기를 보고 전화를 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고참이 시킨 심부름은 하지도 않은채 전화기를 들고 말았다. 수첩을 꺼내 거기에 적혀있는 번호대로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신고가 갔다. 오호오호~~
한 30초 가량 지났을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혹시 XXX 전화 아닌가여?"
"맞는데요, 누구시죠?"
"나 필용이야"
"그래그래 반갑다. 몸은 건강하구?"
"응, 그럼그럼 너도 잘지냈지?"
"응"
이런 대화로 우리의 전화통화는 길어졌다.
난 너무나 흥분되어 있었고, 그녀 역시 너무나 반갑게 받아주었기에 난 계속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난 웃으면서 내가 이등병 군인이라는 생각을 잠시 놓았다ㅋㅋ
그렇게 한참 전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콕콕 찔렀다.
난 누구지하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그 악명높은 5월고참 중 한명이 인상을 팍 쓴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일 당황했던건 내 손이 주머니안에서 꼼지락 꼼지락 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참 왈, "이야. 나도 주머니가 어떻게 생긴지 만져보지도 못하는데, 요즘 이등병은 다섯 손가락이 주머니 안에서 춤을 추고 있네"하면서 얼른 끊으라는 눈빛을 던졌다.
난 그 눈빛을 알아듣고 그녀에게 말했다.
"응, 나 이제 들어가봐야겠다. 나중에 또 전화할께"
이 말을 남긴채 우리의 전화 대화는 끝이 났지만, 나의 사고내용은 어느새 내무실에 전파되어 고참들은
"손모가지로 육수를 빼먹는다"니,
"내 눈알에 빨때를 꽂아서 수정체를 빨아먹는다"니 하는 온갖 갈굼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난 꼬였던 것이었다. OTL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난 부대안에 사회에서 알던 형과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것 자체가 또 꼬이게 되었다.
나와 짬 차이가 많이 나던 그 형은 우리 내무실에 들어와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저 새끼 사회에서 X나게 놀던 놈이야." 이 말 한마디에 난 무너졌다. 상병이 꺾인 최고참들은 나만 보면 데리고 나가서 담배를 주었다.
"야야! 필용아. 이쁜 친구들이나 누나들 없냐"고 항상 물었다.
그리고 내 막고참이나 일병 왕고들은 그런 것때문에 내가 가시처럼 보였던거 같다. 별거 아닌 일에 사고친 놈으로 만들고, 왕고참들은 그 사고를 다시 덮어주고, 그 덮어주는 댓가는 분명히 있었다. 은밀한 거래였던 것이다.
나의 군대에서 직책은 3종 행정병이였다.
3종이란 유류를 담당하는 직종이고 타처부인 수송부와 생활한다는 것이다.
고로 난 복받은 놈이였다.
물론 고참이기는 하지만 같은 내무실 고참들이 아니기 때문에 날 편히 대했고, 나도 그런 고참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갈굼과 용서, 또다시 갈굼과 용서가 반복하는 군생활도 시간이 지나갔다.
강원도에 내린 눈은 5월초까지 녹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도 안돼라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어느덧 그렇게 많이 쌓였던 눈들이 녹고 꽃들이 만발하기 시작했다.
난 단 하루도 그녀를 잊어본적이 없다. 항상 "무얼하고 있을까?" "아침은 먹었을까?" "점심은 맛있게 먹었을까?" "저녁은 무얼 먹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조금씩 키워갔다.
자주는 아니지만 편지도 쓰고 답장도 받고, 전화도 하면서 그녀의 목소리도 듣고 말이다.
난 그런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고 지금도 장담할 수 있다.
지금 이런 생각들을 하며서 한번 웃을 수 있는 것도 그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던 와중 아침에 상의를 탈의하고 구보하던 중 쓰러졌다.
군병원에 입원하여 알게 된 사실은 지금 내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군인인 신분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을 것이다.
제대할 수 있을 정도로 안좋았기 때문이다.
병명은 "스트레스성 미주신경성 실신".
물론 이 병은 심장 내부나 혈관의 문제는 아니였기 때문에 외과적 수술은 필요치 않았다.
주된 약물치료와 휴식이 필요했던 것이였다.
난 고민도 생각도 없이 바로 입실하였다.
하지만 그건 3개월 뒤에 엄청난 댓가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때 당시의 최선책이였고 내 이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마칠 수 있는 마지막 히든 카드라 생각했다.
그리고 환자복을 입은 내 자신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 곳에서 환자복은 자유와 제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증거이기 때문에 난 그 환자복을 볼때마다 혼자 웃고 하였다ㅋㅋ
난 온갖 방법을 다 썼다. 내 이름으로 나온 약물을 하나도 복용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담배를 평소와 같이 피었고 밥도 잘 먹지 않으며 그 곳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내 병이 조금이라도 악화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참 바보같은 생각이고 행동이였지만 그 곳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았으며, 하루라도 병원짬을 먹길 바랬다.
그리고 자유라는 것이 내게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전화 통화가 잦아졌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과 편지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2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난 또 빠른 내 육감으로 내가 전역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나와 동일한 병명으로 의가사 제대를 한 고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특혜를 누릴 수 없을꺼라는 생각이 든 후, 난 하루 빨리 퇴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원 후에 자대 생활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내 밑으론 줄줄이 들어왔고, 내 위로는 하나 둘씩 제대를 해버렸다. 일병 왕고였으나 난 청소를 하지 않았고, 내 개인 시간만 늘어났다.
무척이나 특이한건 우리 내무실엔 9월 동기가 엄청 많아 내가 힘들게 후임병 관리를 하지 않아도 우리를 무서워했다.
그 덕분에 우린 좀더 편한 군생활을 할 수 있었고, 내 기억으로는 우리와 계급차이가 많이 나는 2월 고참이 우리는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그 이름은 강윤희상병 이 고참 역시 잘생기고 약간은 남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였으나 우리 9월 동기를 많이 챙겨주었다. 우리의 포스는 날이 갈수록 세졌고, 아무도 우릴 건드리지 못했다. 고로 아주 많이 편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병원에서 퇴원 후 내 업무를 다시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내 사수는 전역을 해버렸고 나에게 업무를 인수인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암울한 사실을 받아드렸다.
그 후로 난 육군사단규정 책자를 들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것 때문인가 난 업무를 다른 병들보다 더욱 많이 알게 되었고 잘하게 되었다. 많은 특혜와 기회가 있었으며, 타부대 간부까지 나에게 와서 업무를 배워가는 상황이였다.
이로 인해 사단에 공급되는 턱없는 유류량을 난 넉넉히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나중에 난 엄청난 사고를 치게된다.
그리하여 난 일병이 되어 포상휴가를 받게 된다. 드뎌 반년만에 휴가인 것이다. 6개월을 부대에서 썩으려면 보통 인내심으로 안된다는건 다들 알겠지. 혼자 열심히 짝사랑 중인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나 휴가나간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 밥먹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다음날 부터 만반의 휴가준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