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프랑스의 입시제도 - 바깔로레아

bac2007.04.23
조회1,972

프랑스의 입시제도를 아세요?

바깔로레아(Baccalaureat)라고 들어보셨는지..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제도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전공해서 프랑스의 대입제도에 대해서

어깨넘어로 조금씩 들었는데, 참 부럽더군요.

 

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대입 수학능력 시험' 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대신에 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이 있죠. 이것이 바로 바깔로레아입니다.

이 시험은 점수를 매겨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고, pass/fail 로 나뉩니다.

즉 일정선 이상만 통과하면 되는거죠.

바깔로레아에 통과하게 되면 원하는 과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상관없죠. 일류대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집근처 대학의 원하는 과에 가면 되는거죠)

 

그러면 이 바깔로레아는 어떤 시험일까요?

객관식 사지선다, 오지선다가 아닌 서술형 시험입니다.

몇가지 분야가 있고 각 분야별로 질문이 주어지죠.

학생들이 그 질문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것이죠.

 

다음은 각 분야별 출제되었던 문제들입니다.

 

 

1장 인간
1.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2. 꿈은 필요한가?
3. 과거에서 벗어날 수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수있을까?
4. 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
5. 관용의 정신에도 비관용이 내포되어 있는가?
6.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7. 행복은 단지 한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인가?
8. 타인을 존경한다는것은 일체의 열정을 배제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9. 죽음은 인간에게서 일체의 존재의미를 박탈해 가는가?
10. 우리는 자기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11. 행복은 인간에게 도달 불가능 한 것인가?
12.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가능한가?


2장 인문학
1. 우리가 하고 있는 말에는 우리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것만이 담기는가?
2.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3. 철학자는 과학자에게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4. 역사가는 객관적일 수 있는가?
5. 역사학자가 기억력에만 의존해도 좋은가?
6. 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 의해 오는것인가?
7. 감각을 믿을수 있는가?
8. 재화만이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9. 인문학은 인간을 예견 가능한 존재로 파악하는가?
10. 인류가 한가지 언어만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3장 예술
1. 예술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2. 예술 없이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3. 예술 작품의 복제는 그 작품에 해를 끼치는 일인가?
4. 예술 작품은 모두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가?
5. 예술이 인간과 현실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4장 과학
1. 생물학적 지식은 일체의유기페를 기계로만 여기기를 요구하는가?
2.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3. 계산, 그것은 사유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4. 무의식에 대한 과학은 가능한가?
5. 오류는 진리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6. 이론의 가치는 실제적 효용 가치에 따라 가늠 되는가?
7. 과학의 용도는 어디에 있는가?
8. 현실이 수학적 법칙을 따른다고 할 수 있는가?
9. 기술이 인간 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
10. 지식은 종교적인 것이든 비 종교적인 것이든 일체의 믿음을 배제하는가?
11. 자연을 모델로 삼는 것이 어느 분야에서 가장 적합한가?

 


5장. 정치와 권리.
1. 권리를 수호한다는 것과 이익을 옹호 한다는 것은 같은 뜻인가?
2. 자유는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
3. 법에 복족하지 않는 행동도 이성적인 행동일수 있을까?
4. 여론이 정권을 이끌 수 있는가?
5. 의무를 다하지 않고도 권리를 행사할수 있는가?
6. 노동은 욕구충족의 수단에 불과한가?
7. 정의의 요구와 자유의 요구는 구별될 수 있는가?
8. 노동은 도덕적 가치를 지니는가?
9. 자유를 두려워 해야 하나?
10. 유토피아는 한낱 꿈일 뿐인가?
11. 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12. 어디에서 정신의 자유를 알아차릴 수 있나?
13. 권력 남용은 불가피한 것인가?
14. 다름은 곧 불평등을 의미하는 것인가?
15. 노동은 종속적일 따름인가?
16. 평화와 불의가 함께 갈 수있나?

 


6장. 윤리
1.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반드시 자신의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뜻하는가?
2. 우리는 좋다고 하는것만을 바라는가?
3. 의무를 다하는 것 만으로 충분한가?
4. 무엇을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하는가?
5.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것에도 가치가 존재하는가?
6. 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 주는가?
7. 우리는 정념을 찬양할 수 있는가?
8. 종교적 믿음을 가지는 것은 이성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9. 정열은 우리의 의무 이행을 방해하는가?
10. 진실에 저항할 수 있는가?
11. 진리가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할 때에 진리대신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환상을 쫓아도 되는가?

 

 

 

어떠세요?

쉽게 답할 수 있겠나요?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모든 프랑스 학생들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논리정연하게

서술해서 제출해야 한답니다.

매우 어려워보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초등학생들은 일주일에 국어, 즉 프랑스어를 11시간 정도 배웁니다.

중, 고등학교도 비슷합니다. 자국어를 굉장히 중요시하지요.

(이런점에서 프랑스인들의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은 굉장하죠)

또한 어렸을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읽는 책의 수준도 상급생이 될수록 그에 맞게 조정되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정규교과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한 프랑스 학생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수준의 책들을

독파하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고등학교 철학시간에는 플라톤, 쇼펜하우어, 프로이트, 데카르트 등을 읽고 분석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치고 위 학자들의 책을 한권이라도 읽어본 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 수능은 언어/수리/외국어/사회,과학탐구/제2외국어에 걸쳐 5지선다형으로

모든 문제들이 출제되죠. 아시다시피 문제들도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해야 풀 수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고등학교 수업 방식도 그에 맞춰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지식을 암기하는 것에 국한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문제푸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대학에 갈만한 '지성인'은 문제를 잘 푸는 기계이어서는 안됩니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의문을 품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줄 알아야 하죠.

물론 보면 기계들 중에도 그런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을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그렇게 만들었다고는 하기 힘들겠죠.

 

 

프랑스인들 중엔 수다쟁이와 독서광들이 많습니다.

프랑스에 가보면 이곳저곳에서 열정적으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 무리와,

혹은 앉아서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실수치상으로도 프랑스인들의 독서율은 세계최고 수준이죠.

 

이러한 문화는 결국 입시제도에서 시작되어 형성된게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교육', '학교'라는 것이 국가 지배층의 의도가 개입되어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재생산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만큼 국가에서 책임지는 교육이라는 것은 백지상태의 어린학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전담해서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결국 교육을 통해 형성된 개개인들의 가치관은 국가의 풍토 및 문화를 만드는 것이고요.

 

 

우리나라도 각 대학별 논술시험이라는 것 자체는 참 괜찮은 제도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여러가지 조건들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니

논술에 대한 비판도 많고,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논술사교육 열풍이 불고 하는거죠.

고등학교 때 글 한 번 안써보고 문제만 푼 학생들을 데려다놓고 수능 보자마자 심도있는

주제를 주어주고 글을 쓰라고하니, 제대로 될 턱이 있겠습니까.

 

 

여하튼 프랑스의 전반적인 교육 및 입시제도가 참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좋은점들은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