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독립녀2003.05.07
조회2,087

비오는 날엔

바지 밑단이 젖어오는만큼 

마음도 젖는다.

 

 

 

 

 

 

비를 참으로 정겹게도 사랑한 적이 있었다.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비내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창가에 매달려 부서지는 빗방울을

얼굴 가득 받아들이던 그런때가 있었다.

 

 

파헬벨의 캐논을 틀어놓고

진한 코코아 한잔을 타 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비를 행복해한 기억도 있다.

 

 

 

그래 비오는 날엔 행복한 기억 뿐이었다.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수업을 팽개치고 신촌기차역으로 달려가던 것도

비오는 날의 익숙한 풍경이었고

이층 까페에 앉아 지나가는 우산 그 색색의 둥근 행렬을 내려다보며

카페모카의 생크림을 핧던것도 비오는 날이었다.

 

 

 

내게 있어 비오는 날은 

기차의 그 익숙한 기름 냄새를 맡는 것이었으며

달콤한 하얀 크림을 입술에 묻히는 것이었으며

한우산 속 그의 체온을 느끼며 그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비릿한 빗내음에 그의 체취가 묻어나는 그런 것이었다.

 

 

 

 

작년이 되기 전까진

어느계절을 좋아하냐는 물음엔

비가 자주 와서 여름이라고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서슴없이 대답하던

나는 비를 참 정겹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를 떠나갔다는 이유로 그사람을 미워한 기억은 없다.

인연이 다한 것이었을게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떠나가는 사람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영화를 찍기는 싫었으므로 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인연의 다함" 으로 내속에서 결정내버렸다.

 

 

비교적 깨끗하게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눈물 한방울 그 사람 앞에서만은 보이지 않았다.

"걔가 그렇게 독한지 몰랐다"

했다는 후문을 들을 정도로

쿨 하게 그를 보내줬다.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그의 떠남은 참을만 했는데      (정말?...)

비오는 날의 헤어짐은 비참했다.

그가 나를 떠남은 미워하지 않을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비오는 날 나를 떠난 그는 아직까지 밉다.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신촌 거리에서

하얀 스타킹에 튀는 진흙탕물이 구질구질 하고

구두속으로 스며드는 빗물이 척척했더랬다.

그날따라 유난히 많은 사람들의 부딪힘에 짜증이 났고

쉬지않고 흐르는 눈물이 지긋지긋했다. 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비에 젖어 다리에 휘감기는 치마때문에

더 빨리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내가

추했다. 

 

 

돌아온 집

어느새 어깨가 다 젖어

잘 벗겨지지 않는 블라우스를 벗어 내동댕이 치면서

내가 꼭 씹다 뱉은 껌같아

초라해서 

땅속으로 푹 꺼져버리고만 싶었었다.

소리죽여 꺼윽꺼윽 울면서 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이제 다시는 비오는 날을 좋아할 순 없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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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그의 전화를 받았는데 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오늘은 비가 온다.

역시 그사람은 비를 몰고 다니나보다...

 

 

 

그래도 언젠가는

예전처럼 비에 행복해하는 날이 오겠지

희망을 가져보려 한다 .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

오늘은 코코아를 타볼까...창문을 열고....

 

 

 

혼자 잠드는 이곳

가족들이 곁에 있지 않는 이곳

그러나 내 모든것이 있는 이 곳에서

나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비오는날 헤어져본 사람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