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비는 그칠꺼야...

소나기2003.05.10
조회458

그래... 어떤 얘기부터 써야할까..

밤새 혼자 소주 두병 비우고.. 잠이 오질 않아...

어떤 얘기부터 눈물나게 끄적여야할까..

중학교밖에 졸업못한 내 학력얘기부터 해야할까.. 두달에 한번있는 휴일. 만나러갈 친구도 연인도 없이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는 내 신세한탄부터 해야할까..

 

내 또래 아이들 대학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려 미팅도하고 부모님한테 받은용돈 쓰며 모두들 행복한 얼굴인데.. 왜 나만 이래야할까...

언제 어디서부터 꼬인건지 그 가닥조차 잡기 힘들어 가끔은 아침에 눈뜨는게 무서워질때가 있어..

중 3때였지.. 자기딸은 고등학교 안보낸다며 선생님 멱살잡고 학교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그 사람.. 가정환경 조사한다고 할때마다 난 고아라고 적고싶었어.. 아니.. 우리엄마 죽은뒤로 고아보다 더 못했을수도 있지..

 

노름과 술로 방탕하게 보낸 자신의 지난 세월이 후회스러웠는지

남들 다가는 고등학교조차 보내지 않고, 어린나이부터 돈벌이 해오라고 내보내 여태껏 가장 아닌 가장노릇 시키며 아직까지 인생훈계하려드는 당신.. 당신처럼 자식 등꼴빼먹으며 편하게 사는 40대 아저씨가 이세상에 몇이나 될까?

학교다닐땐 "기지배가 공부는 해서 뭐해. 시집이나 가면 그만이지"   하더니,

이젠 "니동생 니엄마,  너 없어도 먹고살만큼 벌어놔. 그전에 시집갈 궁리는 꿈에도 하지마" 하는군?

엄마가 죽은지 일주일도 안돼, 기다렸단 듯 배부른 새엄마 데리고 온 당신이야.. 그 때 내 마음속에서 이미 아버지란 존재는 죽었어.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그런말을 하지? 정말 역겨워..

당신이 나한테 해준게 뭐가있지?

술집 나가는 여자들은 2차 안나가도 한달에 500만원 벌 수 있다던 얘기하며 설교해준거?

그래서 사람은 역시 강남같은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준거?

그래.. 죽던 살던 어찌되던 돈많이 버는 법에 대한 설교는 지겹도록 해대지.

평생 자신은 땡전한푼도 안벌면서 말이야.

당신이야 딸년이 몸을 팔던 미친척을 하던 돈만 많이 벌어다 주면 그걸로 술마시고 도박이나 하며 인생즐기는 낙천적인 사람이니까..

몸불편한 동생하나 미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꼼짝 못하게 만들어 놓고 감옥아닌 감옥생활 시키며 인생은 즐거운 거라고? 나더러 웃으라고?

 

그땐 내 실수였어..

내손으로 동생부터 죽이고.. 그리고 내가 뒤따라가야 하는거였는데...

그치만.. 천사같은 니 눈을 마주하고 내가 어떻게 널.... 어떻게 널....

약먹고 괴로워하는 날 그냥 내버려두지 그랬어...

마음약한 너한텐 모진일이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때 언니는 너무 힘들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그래도 나한텐 가장 편안하지...

내가 하는일은... 사채사무실에서 전화받고 상담하고.. 잔심부름하고...

아침 9시부터 저녁 12시까지... 15시간이 넘게 일하지만 날 그나마 사람대접 해주는곳은 이곳뿐이지..

그래도 아버지 같지 않은 당신 덕택에...

당신이 찾아와 같지 않은 행패부리며 날 또다시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게 만들었던 날.

그때까지 가슴과 엉덩이 달린 여자로밖에 보지 않았던 사무실 식구들이 당신 덕택에..

순전히 당신 덕택에... 날 측은히 보고 이제껏 맘편하게 지낼 수 있었지..

 

닮은 사람끼리 만나서 산다는 말이 맞는걸까?

새엄마 당신도 그사람과 다를게 하나도 없어.. 내 동생은 당신 뱃속에서 나온 자식인데

왜 내 동생이기만 한거지?

내 동생은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오로지 언니만 있지..

그래.. 내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치장하는건 좋아.. 팔자좋게 여행가는것도 좋아..

안그래도 불쌍한 애 앉혀놓고 마음에 상처나 주지 말란말이야...

당신 자식이잖아? 그래.. 당신 말처럼 병신 낳아서 키우느라고 평생 고생하는건 알겠어.

하루 세번 밥먹이고 말상대 해주는게 그렇게 힘들어?

내 동생이 죽는 날. 너도 더이상 나한테 필요없는 존재야.

 

친구가 뭘까.... 친구............................

철없던 시절... 아버지 같지 않은 사람때문에 시험보는날도 매맞고 엉엉울며 등교하던 날..

밤새 정리한 요약노트 보여주며 울지말라고 다독여주던 너...

그치만 역시.. 우정의 힘에도 한계가 있는것일까..

행복하고 명랑했던 너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나...  결국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수밖에...

그거 아니... 7년이나 지났는데도 난 혼자 술마실때면 지금도 니 생각이 난다...... 

가장 서러운건... 학교를 못다녀 배운게 없어서가 아니라... 너같은 친구를 더이상 만나지 못해서지....

그땐 몰랐지..

아버지 같지 않은 사람의 빚 때문에 어머니 같지 않은 사람의 카드값 때문에 선불로 돈부터 쓰고 술집에 나가야했을땐... 거기서 일하는 내 또래애들이 다 친구가 될줄... 그럴줄만.. 알았지......

 

나같이 재수없는년도...

사랑이란걸 해봤다........

그럴듯한 데이트 몇 번 못해봤지만.. 내가 여자라는 존재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행복했었다.........

후후.... 얼마전 인기리에 끝났던 올인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병헌이 그런말을 하더군...

"나같이 재수없는 놈 다시 만나서 뭐 좋을게 있다고..."

몇일을 방구석에 틀어박혀 종일 내가 중얼거리던 말이었는데..... 후후후..........

 

항상 많은 유혹을 받으며 산다.

나같은년... 술집에나 다니며 편하게 돈벌면서 살면 그만이지... 나도 그러고 싶다.

그치만 타고난 성질이 아버지 같지 않은사람을 똑 닮은 모양이다.

술집 다니는 여자들 정말 대단들하다... 비꼬는 말이 절대 아니다..

난 편하게 돈 벌 팔자도 못되는가보다.

 

언젠가는 나도 좋은날이 오겠지......

우리 현이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만 붙어준다면 난 더이상 바랄게 없다....

이 비도 곧 그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