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지 못 했던 그대는*** 금방 허물어져 내릴 것 같은 실연녀의 모습이던 그대는 편안한 초록옷 갈아 입고 새색시 되어 있다. 겨우내 훌쩍 커 버린 노루란 녀석은 쭉 뻗는 모가지에 쭉쭉 빵빵 다리에, 바짝 올려 붙은 엉덩이까지 살랑대고 사뿐거리며 임도를 걷다 혼이 빠져 달아 나고 비둘기는 머리 위 떡깔나무 가지에서 구구 거리며 존재를 노래하고 변한건 내 기억력뿐이건만 지형마저 변한 듯한 골짜기에는 두 부부 나란히 새 집지어 도란거리며 이야기하고 눈물 닦지 못한 자녀들은 애닮픔으로 만들어 연결한 이승의 다리너머에서 가슴 쓸어 내리지만 나는 무아지경의 산사람이 된다. 나물이랑 고사리랑 너무 자라 용도를 잃어 버린 쟁기처럼 되버렸을 거라며 이 산행 줄곧 미뤄왔건만 생각이 앞서 가는 것도 언제나 피곤한 일, 나를 위한 한 마당은 준비되어 있었다. 시간을 핑계삼고 게으름을 변명삼아 집을 나설 엄두를 내지 않았을 뿐이다. 끊임없이 바지가랭이 물고 늘어지는 그대를 애써 외면하고 포옹한 두 팔 간신히 풀었을 때, 어스름이 내리고 그대품에 머리풀어 세상사 모두 씻고 하산하는 길 이제 노동이 필요 없는 목장안 *농우(農牛)는 농부의 이랴!소리가 그리워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라디오에서 들리는 야구게임중계를 듣는다. 모닝커피 한 잔에 식은 땀을 비 오듯 쏟아 내는 중년남자의 안간힘도 이해 못 할 일이지만 농우(農牛)가 야구중계를 들어야 하는 것은 더욱 이유 모를 일이다. *농우: 지금은 보기 어려운 옛 쟁기끌며 농삿일 돕던 소, 글/이희숙
***돌아보지 못 했던 그대는***
***돌아보지 못 했던 그대는***
금방 허물어져 내릴 것 같은
실연녀의 모습이던 그대는
편안한 초록옷 갈아 입고
새색시 되어 있다.
겨우내
훌쩍 커 버린 노루란 녀석은
쭉 뻗는 모가지에
쭉쭉 빵빵 다리에,
바짝 올려 붙은 엉덩이까지
살랑대고 사뿐거리며
임도를 걷다 혼이 빠져 달아 나고
비둘기는
머리 위
떡깔나무 가지에서 구구 거리며
존재를 노래하고
변한건 내 기억력뿐이건만
지형마저 변한 듯한
골짜기에는 두 부부 나란히
새 집지어 도란거리며 이야기하고
눈물 닦지 못한 자녀들은
애닮픔으로 만들어 연결한 이승의 다리너머에서
가슴 쓸어 내리지만
나는 무아지경의 산사람이 된다.
나물이랑 고사리랑
너무 자라
용도를 잃어 버린 쟁기처럼 되버렸을 거라며
이 산행 줄곧 미뤄왔건만
생각이 앞서 가는 것도 언제나 피곤한 일,
나를 위한 한 마당은 준비되어 있었다.
시간을 핑계삼고
게으름을 변명삼아
집을 나설 엄두를 내지 않았을 뿐이다.
끊임없이 바지가랭이 물고 늘어지는 그대를
애써 외면하고
포옹한 두 팔 간신히 풀었을 때,
어스름이 내리고
그대품에 머리풀어 세상사 모두 씻고
하산하는 길
이제 노동이 필요 없는
목장안 *농우(農牛)는
농부의 이랴!소리가 그리워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라디오에서 들리는 야구게임중계를 듣는다.
모닝커피 한 잔에 식은 땀을 비 오듯 쏟아 내는
중년남자의
안간힘도 이해 못 할 일이지만
농우(農牛)가 야구중계를 들어야 하는 것은
더욱 이유 모를 일이다.
*농우: 지금은 보기 어려운 옛 쟁기끌며 농삿일 돕던 소,
글/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