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이나 연예계 관련 웹서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만한 핸드폰 컬러링이 하나 있을 것이다. 바로 ‘천년지애 컬러링’이라는 것인데, 누군가가 SBS 드라마 ‘천년지애’의 주인공 부여주(성유리)의 목소리를 흉내낸 뒤 민요 ‘아리아리’를 붙여 컬러링을 만든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심각하게 내뱉는 대사가 대중들에게는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이 드라마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거나, 연기자의 연기력을 문제 삼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이 ‘공주님’ 때문이다. 천년 전에서 날아온 공주가 자기가 모르는 단어 빼곤 현대인과 별 문제없이 의사소통을 하고, 그림에서 봤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갖춘 재벌가문의 청년이 사랑에 빠지는 이 드라마에 현실성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부분을 ‘참아 넘기면’ 의외로 재미있게 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을 시침 뚝 떼고 ‘진짜’처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하는 행동들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공주이기 때문이다. 공주이기 때문에 멋진 남자 두 명과 꽤 잘 나가는 조폭 두목이 그녀를 사랑하고, 일본의 명문가에서 그녀를 찾으며, 심지어 그녀가 십 여명의 조폭들을 쓰러뜨려도 받아들여진다. 왜? 공주는 원래 예쁘고 재주 많으며 사건에 휘말리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이 드라마는 제대로 된 스토리를 제시하는 대신 모든 것을 진짜 ‘공주’라는 이유 하나로 밀어붙인다.
그러니 드라마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자꾸 일어나고, 그게 하나둘씩 쌓이다보니 드라마가 ‘엽기적’으로 변해 마치 ‘우뢰매’ 같은 작품들을 어른이 볼 때 생길 수 있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왠 여자가 하나 나와서 자기가 공주라며 어색한 발음과 톤으로 마치 옛날 사람인 것처럼 “뒷간이 어디냐”, “마음이 울적해서 술 좀 마셨다”같은 대사를 내쏟으니 어떻게 안 웃을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만, 그게 계속 나오다보면 다음에는 대체 어떤 황당한 대사나 행동이 나올까 기대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심지어 이 ‘공주님’의 대사를 따라하면서 서로 킥킥대며 웃기까지 하게 된다. “나는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라는 드라마 속의 대사는 이 드라마의 키워드나 다름없는 것이다. 본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공주임을 주장하는데 시청자들은 뒤집어지게 웃게 되는 것이다. 어설픈 설정에 어설픈 연기,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뻔뻔함이 만들어내는 묘한 시너지 아닌 시너지가 ‘천년지애’에 ‘이상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웃을 일만은 아니다. 사실 ‘천년지애’의 부여주는 지금까지 수없이 탄생한 우리 드라마 속의 ‘공주님’들에 대한 패러디에 가깝다. 물론 이 드라마의 작가는 그런 생각으로 드라마를 쓰지는 않았겠지만, 한국의 트랜디 드라마는 ‘천년지애’의 부여주처럼 밝히지만 않을 뿐 지금도 수많은 공주들이 활약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 자체에 대한 완성도는 따로 거론되어야겠지만 지금 당장 방영되는 드라마들만 해도 그렇다. MBC ‘위풍당당 그녀’의 은희(배두나)는 알고 보면 재벌집 손녀이고, 망한 회사를 일으키며, 결국 멋진 남자의 사랑을 얻는다. SBS ‘술의 나라’의 선희(김민정)역시 술에 관한 천부적인 감각이 있고, 모든 걸 갖춘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네 멋대로 해라’처럼 별 능력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무조건 멋진 남자의 사랑을 받아야하고, 그럴려면 어딘가 남들과 다른 비범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본인이 노력에 의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타고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천년지애’의 부여주는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한 것이고, 역으로 지금의 트랜디 드라마의 숱한 여주인공의 설정이 사실은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트랜디 드라마에서 좀 현실적인 세계에 사는 ‘평민’이 평범한 사람과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며 사랑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보기 힘든걸까. 그 점에서 ‘천년지애’의 ‘공주님’은 사람을 두 번 웃게 만든다. 어이가 없어서 웃고, 씁쓸해서 웃게된다.
엽기공주를 보는 재미? - '천년지애'=강명석의 TV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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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악이나 연예계 관련 웹서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만한 핸드폰 컬러링이 하나 있을 것이다. 바로 ‘천년지애 컬러링’이라는 것인데, 누군가가 SBS 드라마 ‘천년지애’의 주인공 부여주(성유리)의 목소리를 흉내낸 뒤 민요 ‘아리아리’를 붙여 컬러링을 만든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심각하게 내뱉는 대사가 대중들에게는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드라마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자꾸 일어나고, 그게 하나둘씩 쌓이다보니 드라마가 ‘엽기적’으로 변해 마치 ‘우뢰매’ 같은 작품들을 어른이 볼 때 생길 수 있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왠 여자가 하나 나와서 자기가 공주라며 어색한 발음과 톤으로 마치 옛날 사람인 것처럼 “뒷간이 어디냐”, “마음이 울적해서 술 좀 마셨다”같은 대사를 내쏟으니 어떻게 안 웃을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만, 그게 계속 나오다보면 다음에는 대체 어떤 황당한 대사나 행동이 나올까 기대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심지어 이 ‘공주님’의 대사를 따라하면서 서로 킥킥대며 웃기까지 하게 된다. “나는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라는 드라마 속의 대사는 이 드라마의 키워드나 다름없는 것이다. 본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공주임을 주장하는데 시청자들은 뒤집어지게 웃게 되는 것이다. 어설픈 설정에 어설픈 연기,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뻔뻔함이 만들어내는 묘한 시너지 아닌 시너지가 ‘천년지애’에 ‘이상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웃을 일만은 아니다. 사실 ‘천년지애’의 부여주는 지금까지 수없이 탄생한 우리 드라마 속의 ‘공주님’들에 대한 패러디에 가깝다. 물론 이 드라마의 작가는 그런 생각으로 드라마를 쓰지는 않았겠지만, 한국의 트랜디 드라마는 ‘천년지애’의 부여주처럼 밝히지만 않을 뿐 지금도 수많은 공주들이 활약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 자체에 대한 완성도는 따로 거론되어야겠지만 지금 당장 방영되는 드라마들만 해도 그렇다. MBC ‘위풍당당 그녀’의 은희(배두나)는 알고 보면 재벌집 손녀이고, 망한 회사를 일으키며, 결국 멋진 남자의 사랑을 얻는다. SBS ‘술의 나라’의 선희(김민정)역시 술에 관한 천부적인 감각이 있고, 모든 걸 갖춘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네 멋대로 해라’처럼 별 능력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무조건 멋진 남자의 사랑을 받아야하고, 그럴려면 어딘가 남들과 다른 비범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본인이 노력에 의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타고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천년지애’의 부여주는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한 것이고, 역으로 지금의 트랜디 드라마의 숱한 여주인공의 설정이 사실은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트랜디 드라마에서 좀 현실적인 세계에 사는 ‘평민’이 평범한 사람과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며 사랑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보기 힘든걸까. 그 점에서 ‘천년지애’의 ‘공주님’은 사람을 두 번 웃게 만든다. 어이가 없어서 웃고, 씁쓸해서 웃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