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때문에 내생애 가장 무서웠던 날.

생생tv2007.05.02
조회30,236

안녕하세요.

 

5/1의 톡 베란다 침입 사건을 읽고 저도 비슷한 사건(?)이 생각나서 글을 씁니다.

 

내용이 좀 길어요.. 읽기 힘드신 분은 "뒤로" 눌러주세요..^^;; 

 

지난달 18일 6시경 있었던 사건입니다.

 

베란다 침입 사건을 쓰신 분처럼 저도 백조라서 새벽에 자는 편입니다.

(밤낮이 반대가 되어서 친구들이 어메리칸 스타일이라고 놀려요..^^;;)

 

그날 역시 침대에 누워 잠이 안와 온갖 잡생각으로 몇 시간을 뒤척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방 밖에서 딸그락 소리가 나더니 "살려주세요" 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참고로 저희 가족은 엄마, 아빠, 저 이렇게 셋인데.. 아빠는 그날 여행을 가셔서 집에 안 계셨고,

부모님께선 안방을 두시고 거실에서 주무십니다. 이사온지 3년이 넘었는데 친척분들 오실때만 안방에서 주무셨어요.)

 

순간 마음이 콩닥거렸고, 슬쩍 침대에서 나와 방문에 귀를 대고 거실로 귀를 기울렸는데

 

엄마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로 힘겹게 "살..려..주..세요.." 하는 겁니다. 도둑때문에 내생애 가장 무서웠던 날.

 

그 순간 머리속에 도둑이 들었구나..도둑이 엄마 목을 조르거나..더 심하면 칼로 찔러서 숨을 못 쉬는구나.. 너무 무서웠습니다. 도둑때문에 내생애 가장 무서웠던 날.

 

손은 막 떨리는데 한손은 방문 잠금장치를 꼭 누르고 (밖에서 실핀 등으로 문구멍을 찌르면 쉽게 열리는 잠금입니다.) 한손은 핸드폰으로 112을 눌렀습니다. 그 조급한 상황에 통화가 안터져 다시 통화를 누르고 겨우 상담원 아저씨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저 - 정말 조용한 목소리로.. "xx동 xx아파트 x동 x호" 

      (보통은 "여기 xx동 xx아파트 x동 x호인데요 도둑이 들었어요 빨리 와주세요" 가 정상인데

       밖에서 도둑이 들을까봐 다 생략하고 말했습니다.)

 

112 - "네? 잘 안들려요 좀 크게 말씀해보세요"

 

저 - (아ㅠㅠ 크게 말 못하는데..)  "xx동 xx아파트 x동 x호 도둑"

 

112 - "xx동 xx아파트 x동 x호요?" (정말 속삭이며 말했는데 잘 알아 들어주시니 너무 감사했어요ㅠㅠ)

 

저 - "네 빨리요 도둑"

 

112.. "지금 도둑이 있나요?" 

 

저 - "네 빨리요"

 

112 - "아 네 금방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아빠한테도 전화를 했는데 폰이 꺼져있더군요..이웃집 번호라도 좀 알아둘걸.. 경비실 번호라도 알아둘걸.. 도둑이 내방에 들어오면 어쩌지..그래도 일단 112 신고를 했으니 마음이 조금은 놓였습니다. 엄마 조금만 견뎌주세요.. 제발 살아주세요.. 마음은 쿵쾅되고 손을 부들 떨리고.. 머리속은 복잡하고 경찰아저씨가 오시는 그 몇분이 너무 길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조금 이상했습니다. 도둑이 제 방을 열려고 하지 않았고 의외로 밖은

조용하고..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방문을 살짝 열었다가 재빨리 닫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문을

살짝 열었는데.. 엄마가 누워서 티비를 보고 계신겁니다.. 도둑이 아니라 티비 소리였던거죠..;;;;

 

저 - "엄마!!"

 

엄마 - "응~"

 

저 - "뭐야! 도둑아니야??"

 

엄마 - "너 이상한 애다.. 새벽6시에 무슨 도둑이야"

 

저 - "도둑인지 알고 112에 신고 했단말이야...ㅠㅠ"

 

엄마 - "그럴때는 엄마를 먼저 불렀어야지!!" (아니 그런 상황에서 어찌 엄마를 부른단 말입니까..;;)

 

안도의 숨 한번 쉴 겨를도 없이 112에 바로 전화해서 방금 전화한 사람인데..티비소리인데 도둑인지 알았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니 더 죄송했습니다.ㅠㅠ

상담원 아저씨께서 경찰이 곧 도착할거니까 그냥 돌려 보내시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바로 띵동 소리 들려서 문을 열었는데 경찰아저씨 네분이 오셨더라고요..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드렸더니

"정말 괜찮으신거죠?" 하시면서 오히려 걱정을 해주셨어요..ㅠㅠ

 

티비 영화채널에서 '이중간첩'이 하고 있더라고요.. 고문 받는 장면에 제가 그런 소리를 들은건지..

무슨 말을 들었기에 "살려주세요"로 들었는지.. 그것도 엄마 목소리..;;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녀(?)가 되었어요..  경찰아저씨 분들께는 너무 죄송했지만 실제 도둑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정말 엄마가 어찌 되는줄 알았어요.ㅠㅠ

 

근데 지금 생각하면 경찰분들이 띵동 누르신게 좀 웃긴거 같아요.. (그럼 어찌 들어오시라고?ㅋ)

왜 영화에는 문 팍 부시고 들어오시는데.. 물론 그건 영화일 뿐이죠 ^^;

그 날 이후로 문 단속 하고 다시 또 확인하고 꿈나라로 갑니다.. 그래도 무서워요.. 덜덜ㅠㅠ

"살..려..주..세..요...." 목소리가 자꾸 생각나서..흑

 

친구들한테 이야기 해줬을땐 재미있다고 했는데 글로 쓰려니 너무 힘들고 길고 재미없네요..;;

글솜씨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악플은 삼가해주세요.도둑때문에 내생애 가장 무서웠던 날.

문단속 항상 잘하시고, 모든 가정이 안전하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