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전성곤200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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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아침 조깅코스로 그날은 마을 뒷편 산중턱 부대옆을 지나 구리동 해변으로  달려 보기로 했다 .

부대옆을 비껴지나는데  초소 위병이 갑자기 나를 향해 경례를 붙었다 . 얼떨결에 그냥 지나쳤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늘 조깅 복장이 붉은 티셔츠에 짙은 청색 반바지 아닌가? 그 위병이 날 해병대 장교로 오인하고 그랬을까?   다시 돌아올때도 경례를 할까?  그런데 이번에도 절도있게' 필승'하며 경례를 하지 않는가?  이번앤 나도 절도있게 경례를 받아주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아니 해병대 장교로 오인될지라도 여기서  그런 우렁찬 '예우'에 우쭐한 기분을 쉽게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그 순간은 정말 난 해병대 장교이고 싶었다. 아니 해병대 장교였다.
  그래서 일까 그 코스로  조깅을 자주 갔던것 같다. 어느날 숲속길을 달리며 옆을 돌아보다가 소나무 사이로 지나가던 한마리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멈춰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다 ' 아 저 고양이를 품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손을 내밀어 오라고 손짓을 했는데 설마 했는데 그 고양이가 나에게 다가 오지 않는가?   그래서 쓰다덤어주고 목덜미를 간질러 줬더니 가르랑 거리며  나의 손을 핥았는데  그 까칠한 촉감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안아 품어 보니 이건 집에서 길렀던 적이 없어 보이는 정말  들고양이 아닌가.  ' 이렇게 다리와 몸통에 근육이 발달 된 고양이는 첨이야.' 한참을 같이 접촉하고 아쉽지만 떼어놓고  다시 앞을 향해 조깅을 했는데  뛰어 가다 뒤를 돌아보니 마치 개처럼 멀리서 날 따라 오고 있지 않나. 다시 가서 품에 않고 ' 널 정말 데려가고 싶고, 같이 지내고 싶어. 하지만  그건  결국 널 구속하게 될꺼야'  마음 속으로 얘기하며 다시 뒤돌아 보지않고  앞을 향해 달렸다.

 

 따스한 봄날  1년 전 섬을 떠날 때의 선착장과 지난 섬 기억들이 요즘 왜 자주 생각 나는지 나도 모르겠다.

 인천에서  배로 4시간 반, 그나마 날씨가 조금만 안좋아도 2-3일 배가 묶이는게 다반사였다. 마을의 의료기관이란게 보건지소 하나뿐이라 환자가 끊이질 않았다.
열악한 보건지소와  당장은 식수, 2평 남짓한 숙소같은 환경문제는 불평할 겨를조차 없었다. 섬에 온지 1주일도 안되어 아침에 복어중독 환자가 발생해서 행정선으로 인천까지 후송하였고 다시 섬에 도착 했을때 꽃게 잡이 어선에서 사고로 안면부 파열 환자가 발생되어 다시 그 배로 후송한 하루 2번 왕복항해를 비롯해서 섬에있는동안  한달에 4-5번 꼴로 긴장속에 배멀미를 해야 했다.

근무시간에 오는 환자는 고맙다고나 해야할까?  새벽이나 한밤중에 보건지소에 들이닥치듯이  와서  '어이 의사 어딧어!' 하며   이마가 찢어져와서 빨리 꿔매달라고 하는  술취한 선원이 있질 않나  주말에 약간의 미열이 있어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주사, 약 처방해 달라고 자는 사람 깨우는 아줌마가 있질않나  나의 섬 생활 하루하루는  낭만적인 섬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 청량한 기타 반주로 시작되는 '벌써일년'이란 노래 반주만 들어도 얼마나 가슴 설레였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것이다.

 우여곡절속에 어느듯 1년이 지나가고 배치 근무지 사정상 예상보다 먼저 이동하게 돼 주위분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배에 오르게 되었다. 기적이 울리고 객선이 뱃머리를 돌리며 움직일때까지  면장님, 파출소장님 마지막까지 선착장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이섬을 다시  찾을날이 있을까?'   그날따라 쌀쌀한 날씨지만 파도는 잔잔하였다. '그동안 난 내 기준과 원칙에 사로 잡혀  있지 않았는가?'  말없는 섬은 날 주시하며 멀어져가는듯 했다. '다시오면 날 기억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고양이를 부탁해

                                                                 연평도 북서해안

                                                        

 현재 나는  전 근무지보다  변화된 환경과 대우를 받고 있지만 고립되고 열악한 환경에서의 지난 나날들을 잊지 않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  그 시간들의 극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내가 늘 접하는 환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도 큰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연평도를 부탁해,  나를 도와주신 면장님, 선장님, 주민 모두......그리고 숲속에서 날 상대해준 고양이도.

 

 

                                                      강화군 K 병원   공중보건의사   internist   Doctor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