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

조한복200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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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복] 리버풀 팬들은 진정한 12번째 선수 [일간스포츠 2007-05-04 09:30] 귀가 얼얼하다. 정말 머리가 울릴 정도의 소음이었다. 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 경기장은 진정한 축구 팬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그들만의 자부심에서는 신기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Photo by Mark Thompson/Getty Images)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지난 1일 리버풀과 첼시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이 벌어진 안필드 경기장 분위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 경기장은 진정한 축구 팬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그들만의 자부심에서는 신기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많은 구단들이 런던 근교에 위치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수가 맨체스터와 리버풀 인근 지역에도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이 느끼는 축구는 스포츠라는 것을 넘어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자존심과 같은 존재였다.

쓰러져 가는 리버풀, 남은 건 축구뿐

리버풀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 나는 것이 바로 공업 도시, 비틀즈 그리고 축구 구단 리버풀FC다.

현재 리버풀은 예전의 공업 도시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저하게 영국 내에서 공업이라는 단어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리버풀의 도시 역할 역시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인구 약 45만의 도시는 서서히 생명력을 잃어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리버풀 사람들은 그들만의 고집을 지키며 터전을 지켜나가고 있다. 리버풀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비틀즈의 노래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 리버풀FC는 이 사람들이 영원히 가슴 속에 간직하는 그들만의 것들이다.

시골 사람 같은 느낌보다는 왠지 모르게 거친 느낌이 더 많이 드는 리버풀 사람들, 하지만 막상 말을 걸면 그들만의 특유의 억양으로 친절함이 묻어난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순수한 시골 사람들인 이들은 진정한 리버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 나서는 리버풀 선수들. (Photo by Clive Brunskill/Getty Images)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리버풀FC(이하 리버풀)는 잉글랜드 프로 축구의 산 증인과도 같은 팀이다. 1892년 3월, 현재의 에버튼FC의 원조격인 에버튼 클럽(Everton club)에서 독립해 리버풀FC로 창단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최고의 명문 구단답게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있다. 안필드 경기장 내에는 우승 트로피들과 기록들이 장식처럼 진열이 되어 있기도 하다.

리버풀은 지금까지 모두 18회의 리그 우승을 차지한 최다 우승팀이다. 또한 FA컵에서 7회, UEFA컵에서 3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5회 우승컵을 차지한 명실공히 잉글랜드의 강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은 빅 4의 영역만 유지할 뿐 리그 우승을 하고 있는 맨유나 첼시와는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자연스레 팬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지만 다행히 리버풀은 컵대회 등에서는 부각을 나타내며 실망하고 있는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리그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우승 대신 리버풀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6번째 우승컵을 향하여

지난 1일 첼시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아테네행 티켓을 확보해야만 하는 리버풀 선수들의 어깨가 무거웠다. 첼시와의 1차전에서 1대 0으로 패하고 돌아왔기에 그들은 안방에서 반드시 첼시를 이겨야만 했다. 그런 선수들의 열기만큼이나 안필드 경기장도 이미 후끈거리는 열기로 가득했다.

리버풀 팬들은 빨간 옷을 입고 경기장 주변에 일찍부터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미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는 경찰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떼지어 응원을 펼치고 있는 리버풀 팬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경기장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 정도였다.

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결국 이 날 승부차기의 큰 힘은 팬들의 응원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Photo by Clive Brunskill/Getty Images)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벌써 이번 시즌만 몇 번째 찾는 안필드 경기장이기는 하지만 매번 올 때마다 리버풀 팬들의 열기는 새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날도 어김없이 리버풀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리버풀 서포터즈 콥(KOP)은 빨간색 물결을 만들며 경기 전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경기 직전 몸을 풀러 나온 첼시 선수들은 시작전부터 보여주는 그들의 응원에 잔뜩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었다. 이미 이 경기는 시작 전부터 첼시를 주눅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4만 여명의 관중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리버풀의 응원가(You'll never walk alone)를 부르자 경기장 분위기는 최고조로 올라섰다. 그들의 응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첼시는 이 날 리버풀팬들에게 단단히 당할 준비를 해야만 했다.

경기 도중 선수들간의 거친 몸싸움이 일어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상대 선수들을 싸잡아 비난해 첼시 선수들이 제대로 된 플레이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팬들이 보여주는 일사 분란한 응원들은 원정 응원 온 첼시팬들까지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전후반 이후 연장전에 돌입할 때까지 경기장 분위기는 단 1분 1초 매순간까지 숨이 막힐 정도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일어나서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수가 늘어났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로까지 이어졌다.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는 첼시 선수와 홈에서 환영을 받으며 승부 차기를 하는 리버풀 선수들의 움직임은 확실히 달랐다.

결국 이 날 승부차기의 큰 힘은 팬들의 응원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6번째 우승컵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것을 확인한 리버풀 팬들은 안필드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광분했다.

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들이 리버풀을 좋아하는 이유앞으로 리버풀의 홈에서 경기를 펼칠 팀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이겨낼 만반의 준비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Photo by Clive Brunskill/Getty Images)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리버풀의 승리는 12번째 선수인 팬들 덕분

이 날 경기가 끝나고 리버풀팬들의 승리를 기뻐하는 모습은 한참 동안 계속 됐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120분간 쉬지 않고 응원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이런 모습이 TV로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에게 제대로 전달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날 첼시와 대결을 한 리버풀은 모처럼 좋은 플레이를 펼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이 날 준결승 2차전을 펼쳤던 곳이 안필드가 아니라 첼시의 스탬포드 브릿지였다면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첼시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체력과 실력을 갖춘 팀이었다. 하지만 온통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전달되는 응원에 그들은 제대로 된 플레이 조차 이루어내기 힘들었던 것이다. 더욱이 축구의 자존심이라며 리버풀을 가슴에 달고 사는 사람들의 응원은 더욱 그 강도가 강했다.

앞으로 리버풀의 홈에서 경기를 펼칠 팀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이겨낼 만반의 준비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