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 투데이... 29

송수민200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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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민혁오빠 페이스에 말려 든거라니깐요. 암튼... 어떻게 된게 그 장난은 해가 거듭할수록 농도가 더 짙어지는 것 같애."

채현은 상추 위에 회를 올려놓고, 싸면서 준을 쳐다보았다.
준은 채현의 말을 들으면서 민혁을 동시에 웃으면서 보았다.
그러나 준은 곧 어설픈 민혁의 표정을 읽어냈고, 그러자 다시 민혁을 보았다.

 

*

 

"으 - 응, 그런 게  어딨어. 여기까지 오게 하고는 둘이서만 살짝 따로 어디 간다는 거야..?"
"잠깐 담배나 한 개피씩 피고 곧 따라 들어 갈 거야."

호텔 앞에서 채현을 먼저 들어가게 한 준은 심통이난 채현을 달래며 들어가게 했다.
채현은 준의 힘에 떠밀 듯 들어가면서도 고개는 뒤로 돌리며 민혁에게 말려 달라는 표정을 하며 쳐다봤다.

"그럼, 너도 담배 배워."

민혁은 슬쩍 자리를 먼저 떠났다.

채현은 배신감이 드는 기분으로 벌써 저 앞으로 걸어가 버리는 민혁을 향해 입을 내밀었다.

 

*

 

"도와주러 왔건만, 잘 안 되는 거야?"

준이 민혁의 뒤로 가까이 다가와 섰다.

"헛소리 하지마.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채현이는 내 친 여동생 같은
존재라구.."
"그래? 그럼... 내가 채현이하고 사귀어 보고 싶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거냐? "

준은 시치미 때며 민혁의 표정을 살피면서 재밌어 했다.

"정말이야? 정말루.. 내가 밀어주면 채현이랑 사귈거니?"

민혁은 준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준은 섬뜩할 만큼 진지한 민혁의 말에 놀라 쳐다봤다.

"진짜냐구.. 널 따라 다니는 그 수많은 여자애들하고 다르게 대할 여자로써 채현이가 보이냔 말야."
"장..민혁!"

 

준은 민혁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너.. 장난으로 그냥 한번 해본 소리라면, 지금 당장 취소해라."

준은 민혁의 얼굴 가득 담은 화가 보였다.

"장난이라고 하면 한 대 칠 기세다, 너?  얌마. 내가 어떻게 채현이를 여자로 보냐?  짜식... 넌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넌 채현이를 절대 동생으로 보는 게 아냐. 그건 너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는 거 아니냐?"
"너,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니?"

둘이 남게 된 후, 처음으로 민혁이 준을 쳐다보며 물었다.

"뭐..?"
"물은 대로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냐구."

준은 갑작스런 민혁의 물음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곧 표정을 편안히 풀었다.

"짜식."

준은 피식 혼자 웃어 보았다.

"좋아한다..글세. 아직 확실하게 좋아해. 라고 말할 정도로의 느낌은 아닌 것 같지만, 계속해서 신경 쓰이게 만드는 사람은 생겼다. 너, 아주 눈치가 캡이다? "

준은 말하는 내내 즐겁게 웃으며 말했고, 민혁은 그런 준을 보며 답답해졌다.

"관심조차 없던 너가 여자에게 신경이 쓰인다는 자체가.. 다른 사람들한텐 좋아하는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거 아니니?"

민혁은 여전히 진지했다.

"누군지..물어봐도 돼?"

민혁은 왠지 눈치 채고 있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야! 왜, 갑자기 나한테 이런 질문이 쏟아지는 건데? 나한텐 관심 끄고, 너나 잘해, 임마."

준은 슬그머니 민혁의 옆에서 떨어지며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호텔외곽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혹시...너, 현주..니?"

민혁의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낮게 그러나 선명하게 들려왔다.
준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 선 그 자세로 걸음을 멈춰 섰다.

"그러니? 현주야?"

조심스러운 듯한 말투로 민혁은 다시 한번 준을 향해 소리내었다.

준의 입가에 미소가 크게 번져지면서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민혁을 향해 돌아섰다.

"흣... 야- 너.."

준은 헛 하는 놀람의 소리를 함께 내었다.

민혁의 눈은 준이 다음으로 할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임마. 자꾸 신경 쓰여지는 사람이 현주다. 됐냐? 너 전공을 바꾸는 게 어때? 이건, 너 위해서 내려왔다가 나만 들통나고 올라가는 거 잖어? 참나..당분간은 비밀이네, 친구. 알았지? 올라가자. 채현이가 웬 일인가 하겠다."

준은 왠지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을 가슴에 담으며 흐뭇한 표정을 가득 얼굴에 담으며 걸음을 다시 했다.
그 뒤로 선, 민혁은 살며시 저절로 고개가 호텔 쪽으로 올려졌다.
그리고 걱정스런 얼굴의 눈빛이 호텔의 환한 불빛의 어느 층을 향해 고정되었다.

 

'정말 이구나.. 혹시나 했는데. 왜, 현주니.. 왜, 하필 채현이 친구냐구..'

 

*

"오빠, 정말.. 그냥 연락한 거였어요?"

현주는 왠지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단 한번도 채현이와 함께가 아닌 이렇게 둘만이 만나본 적이 없었던 현주는 그 점만으로도 더 궁금했다.

"어. 그냥 한 거야. 현주, 너 대회 연습 열심히 한다는 말듣고, 오빠도 앞으로는  바빠지고 할테니깐. 사실 그 전에 자주 만난 것도 아닌데... 앞으론 더 못 볼 것 같아서."

현주는 무현의 따스한 표정과 낮은 억양의 말들을 보고, 듣고 있자니, 꿈 만 같았다. 늘 마음 한 구석에서 꿈꾸어 본. 그 날이 오늘인 것만 같았다.
현주는 사랑의 프로포즈라도 받는 기분에 괜히 쑥스러워졌다.

 

*

 

"들어가, 어서."

아파트 출입문 입구 앞 계단까지 같이 걸어 온 무현이 멈추며 말했다.

"그냥, 바로 가도 되는데. 오빠 먼저 가세요."
"너 들어가는 거 보면, 오빠도 바로 갈게."

현주는 가볍게 웃으면서 계단을 올라 아파트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현주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무현은 고개를 움직여 마지막 문이 닫히는 모습까지 보았다.

무현은 현주가 보이지 않게 되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차가 세워진 주차장으로 와서 차에 탔다.

 

현주는 아직도 설레고 쿵 꽝 거리는 심장을 손으로 진정하며 엘리베이터 벽에 걸려 있는 거울에 모습을 비추며 좋아했다.
무현오빠에게서 마음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현주는 정말로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빠의 관심 안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이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열심히 더 연습해서 꼭 입상하자, 현주야."

현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향해 야무진 다짐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가 순간 드는 떠오른 생각에 현주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층을 확인했다.

"비디오!"

현주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집 층에서 문이 열리자, 현주는 다시 1층의 버튼을 누르며 문이 닫히길 기다렸다.

 

현주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서자마자, 열린 출입문을 나와 계단을 급하게 뛰어 내려와 상가 건물로 난 보도블록을 달리기 시작했다.

 

무현은 멍하니 차안에 앉아 현주가 들어간 아파트를 정면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급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현주가 다시 보이자, 무현은 뒤로 조금 뉘었던 몸을 일으키며 현주가 달려가는 곳으로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다가 시야에서 현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재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와 현주의 모습을 찾던 무현은 현주가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상가 건물로 들어가는게 보이자, 건물의 입구로 시선을 고정하며 현주가 다시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현주가 보이자, 무현은 현주가 여태 가지 않은 자신을 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얼른 차에 서둘러 탔다.
차에 다시 탄 무현의 눈엔 현주가 봉지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확인하며 보도 블록 위를 걸어오는 모습이 눈동자에 담아 움직였다.
현주의 동작 하나 하나를 보며 슬며시 미소지어지던 무현은 얼굴의 턱으로 손을 대며 그렇게 현주가 다시 아파트로 들어가게 되는 순간까지, 하나의 모습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현주야.. 내가 널 사랑했다는 그 자체도 영원히..영원히 너가 모르길 바란다..'

 

무현의 씁쓸한 얼굴 표정은 어쩔 수 없는 자신을 탓하는 듯하더니, 어느새 무현의 손이 사이드를 내리자, 차는 급커브를 하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