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자장면 한 그릇

유상진200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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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중순에 접어들면서 시골은 점차 바빠지기만 합니다.
들판에는 풍년농사를 약속하는 듯 여기저기 모를 심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겨워 보입니다.
그러나 옛날에 사람들이 모두 논에서 못줄에 맞춰서 줄을 서서 “자~아!” 하면 반대편에서
“자~아!”하는 소리로 대답을 하면서 열심히 모를 심던  모습은 이제는 볼 수가 없고 모든
모내기는 기계가 대신하기 때문에 옛날처럼 “어이 이리와 점심 좀 묵고 가아!”
“아저씨 우리집 모 심응께 막걸리 한잔하고 가씨요!” 하던 정다운 소리는 이제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들리는 소리는 이앙기의 힘찬 엔진 소리만 들릴 뿐.
언젠가 우리 집배원 한 분이 하시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언제나 봄만 같아라! 찰밥 먹고 싶으면 찰밥 먹고 흰밥 먹고 싶으면 흰밥 먹고 막걸리
마시고 싶으면 막걸리 마시고 청주 마시고 싶으면 청주 마시고 이 얼마나 좋은 직업이냐
말이여 어디 우체부보다 더 좋은 직업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때가 벌써 십여 년이 지난 것만 같아서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어봅니다.
이제는 시골도 힘든 일은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그저 기계 뒤를 따라다니며 보조나 하는
일을 맡고있어 어찌 생각하여 보면 사람이 편해졌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사람이 귀해졌다고
해야할지 저도 잘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오늘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우편물 배달을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2시를 넘어가
고 있습니다.
‘아이고! 얼른 가서 자장면이라도 한 그릇 먹고 우편물 배달을 하여야겠다!’ 는 생각으로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중화요리 집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친구부인에게 음식을 시켜놓고 막 자리에 앉는 순간 옷차림이 남루하고 등에는
유치원 어린이용 가방을 매 신데다 한 손에는 무엇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두툼한 비닐봉지를
들고 계신 할머니가 식당 문 앞에서 주인을 부르는 겁니다.
그러자 친구 부인이 식당 문 앞으로 나가더니 “할머니 무엇이 필요하세요?” 하고 묻자
할머니께서는 주저주저 하시더니 손을 내미시는 겁니다.
그러자 친구부인이 “할머니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 안 하셨으면 제가 돈은 드리기 싫으니까
자장면 한 그릇 드리면 어떻겠어요?“ 하고 묻자 할머니께서는
“그러면 고맙지만 미안해서!” 하시며 말끝을 흐리시는 겁니다.
“할머니 금방 자장면 만들어 들릴 테니까 안으로 들어오세요!” 하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
오실 것을 권해도 할머니께서는 식당 안으로 들어오시기가 미안하셨던지 식당 문 앞에 그냥
서 계시는 겁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친구가 할머니께 다가서서 “할머니 들어오세요!” 하는데 친구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데다 인상도 처음 보는 사람은 그렇게 좋은 인상이 아니거든요 (사실은 제
친구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그만 울상이십니다.
아마 제가 생각하기에는 ‘할머니 빨리 가요!’ 하는 소리로 들리셨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할머니 안으로 들어오시지 않으면 자장면 드릴수가 없다는데요! 그리고
밖에 서서 자장면을 드실 수 없으니까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마음을 놓으셨는지 그때서야 식당 안으로 들어오시더니 자리에 앉으십니다.
잠시 후 친구부인이 한 그릇 가득 자장면을 담아서 할머니 앞에 놓으며
“할머니 천천히 많이 드세요!” 하자 할머니께서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정말 맛있게 자장면을 드시는 겁니다.
어찌나 자장면을 맛있게 드시던지 옆에 앉아있는 저도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갈 정도입니다.
잠시 후 자장면을 맛있게 다 잡수신 할머니께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천 원짜리 한 장을
친구부인에게 내어놓습니다. 그러자 친구부인이 깜짝 놀라며
“할머니 이러시면 안돼요! 할머니에게 돈을 받으려고 자장면 드린 것이 아니니까요 이 돈은
그냥 가지고 가세요! 그리고 필요한데 쓰세요!“ 하면서 돈을 다시 할머니 손에 쥐어주는 겁
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진짜 잘 묵었소! 나 같은 사람한테도 짜장면을 다 준 사람도 있고 그랑께 고맙소 잉! 인자
복 받고 사껏이요! 진짜로 복 받고 사씨요 잉!“ 하시며 불편한 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시는 겁니다.
잠시 후 친구 부인에게 제가 물었지요.
‘순호 엄마 나도 옷을 더~럽게 입고 오면 자장면 한 그릇 공짜로 주실라우?’ 하였더니
“옷을 더럽게 입고 오느니 차라리 자장면 값을 내고 말겠네!” 하는 겁니다.
괜히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인가? 내가 왜 이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