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프와 소녀들..

아짐200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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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랑스를 다녀왔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 나라엔 없지만 프랑스에 있는것 중의 하나가 바로 현금 카드와 지급기 말고도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대형 할인 마트였다..

 

지금은 대형 할인 마트 라고 하면 우리 나라에도 이마트,홈 플러스,까르푸,월 마트 등등 종류별 국적별로 참으로 다양하지만 그 당시에 우리 나라에 대형 할인 마트라곤 한군데도 없었다...

 

재래 시장을 어머니들은 주로 이용을 했고 ..'농심가' 정도 되는 제법 크다 싶은 슈퍼쯤이 다였다..

 

그런데 프랑스에 도착을 하고 그 다음날..

마음씨 좋은 하숙집 할머니 할아버지가..너네들이 필요한게 많을테니 마트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우리를 태우고 한 20분쯤 달려  그 도시의 외곽에 위치한 '까르푸'로 우리를 데리고 가 주셨다.

 

생전 처음 그런 대형 할인 마트에 가 본 친구와 나는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래 져서 무슨 별 천지에 온 것 같았다...

식료품부터 옷 까지 다양한것도 놀랍거니와 이 건 아예 타이어니 문짝이니..하는 슈퍼에서 도저히 팔거라곤 상상 조차도 할 수 없는 물건들이 모조리 다 있는 어마 어마 하게 큰 슈퍼를 보고 친구와 나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을 정도로 놀랐다....

흥분한 우리 둘은 그곳에서 도대체 뭐 부터 사야 할질 몰라 허둥 대다가 기껏 정신을 차리고서야 산 것이 바케트와 과자...커피 메이커와 커피등 몇가지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오고 나서 생각해 보니..필요한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었고 또 무엇보다 그 어마어마하게 크고 놀라운 슈퍼에 다시금 가서 찬찬히 물건들을 구경도 해 보고 사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그 다음날..아직 학기가 시작하지 않은지라..친구와 나는 둘이서 버스를 타고 다시 그 까르프란 곳엘 가 보기로 결심했다..

외곽지역에 있어 잘 찾아 갈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그 수많은 물건들을 보고 받은 흥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둘이서 용감하게 버스를 타고 까르푸를 찾아 갔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종점에 내려 보니 까르프가 저 멀리에서  보였다...

찾아 가기는 용케 잘 찾아 갔던것이다....

 

그리고 쇼핑 카트에 십프랑을 넣어 카트를 꺼내 들고 까르프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우리는 쇼핑 카트가 넘쳐 나도록 많은 물건들을 샀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니깐 이불을 하나 사야겠어" 두툼한 솜 이불 하나

"나는 라디오를 듣고 불어 실력을 키워야겠어" 중국산 싸구려 라디오 하나

 

"근데 이 나라 물은 석회가 섞여 물을 사 먹어야 된대" 그래서 에비앙 생수도 큰걸로 여덟개들이 다섯통..

" 난 우유가 없으면 안 되거덩?" 네모난 곽에 든 일리터 짜리 우유 여덟개 들이 두 통.

" 근데 요플레가 왜 일케 싸지?" 요플레 줄줄이 엮인걸로 세통.

 

" 학생인데 공부 할려면 노트가 있어야 되지"  필기구도 세트로 묶인걸로  한 박스..

 거기다 속옷이며 양말이며  잠옷이며.....각종 캔 종류며 통조림....등등

 

정말로 많은 물건들을 샀다...

나중에는 카트가 부족할 정도로 한꺼번에 우리가 생활하면서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되어 지는 수 많은 물건들을 샀다....

 

계산을 하고 난 후 카트를 밀고 원래 있던 장소에 가져다 놓고 우리가 산 물건들이 담겨져 있는 비닐 봉지를 땅에 내려 놓았다...

 

바리 바리 담겨진 수 많은 비닐 봉투도 봉투거니와 담기지도 않아 카트에 담아 옮겨 온 생수 묶음과 우유들...

그 많은 물건들을 사면서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어떻게' 운반할것인가...하는 현실이 처음으로  눈 앞에 보였다....

 

 

유난히 얼빵한 두  소녀  사이에 차가운 공기가 휘~익  가르고 지나갔다....

 

덤 앤 더머 두 소녀는 서로의 눈을 멀뚱 멀뚱....쳐다 보고만 있었다...

 

 

 

택시를 부를것인가..?

아니..우리가 까르프 까지 온 이유가 뭔가...

푼돈이라도 아껴 보겠다고..(실재로 동네에서 사는 물건 값과 할인 마트 사이엔 물건에 따라 세배에서 최고 열배 까지 차이가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택시를 부르다니..

 

게다가 프랑스 택시비가 얼마나 비싼가..

우리가 온 그 정도 거리면 못해도 삼백프랑은 나올텐데...

 

우리는 그리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 주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향하는 예수도 아니고..

멀쩡하게 지 차 타고 와서 쇼핑 잘 하고 가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다가가 ..

"저.. 이 물 하실래요?"

싫다고 해도 억지로 차 안에 밀어 넣어 줌으로 물을 처분하고..(그때 왜 환불 할 생각을 안 했는지..)

 

 

나머지 그 수많은 비닐 봉다리를 들고 일킬로는 됨직한 그 먼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비닐 봉다리 들다가 손가락 짤리는 줄 알았다....

 

헥헥......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비닐 봉다리를 ..그것도 그렇게 물건을 이빠이 넣은...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남들 보기 너무나 쪽팔렸다...

우리에게 너무 과한 짐을 들고 너무나 괴로워 하며 가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할까봐 힘든 표정을 감추기 위해 무진 장 애를 썼다..

물건 한 뭉텡이 놔두고 삼미터쯤 가서 내려 놓고 또 뛰어 와 나머지 물건을 옮기기도 하고..

한꺼번에 죽을똥 살똥..들고 뒤뚱거리며 옮기기도 하고...

 

고향에 있을 ..내 차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차가 너무나 그리웠다....

이 세상의 차 가진 모든 인간들이 절실히 부러웠다....

 

하여간..그 순간 우리 얼빵한 소녀들의 가슴속에..

 

세상에 젤로 부러운 인간이  까르푸에 차가지고 와서 물건 사가는 인간들이었다....

 

그 이후...

파리로 거주지를 옮기고 나서도 간혹 가까운 마트를 이용하기도 했지만..솔직히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 오는건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물론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사지는 않았지만..그래도 물건 가득 넣은 봉다리 한 두개만 들어도 손가락이 끊어질 듯 아픈데 그때 우리는 한손에 봉다리 대여섯개는 들었으니 손가락 안끊어진게 용한 노릇이었다..

 

 

나중에 한국에 오고 나서도 한 몇년이 지나고 나서야 마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까르프도 들어왔다...

나는 이제 "차"를 가지고 까르프에 가서 원하는 만큼 물건을 산다..돈이 없어 못 살 뿐이지..적어도 싣고 갈 걱정은 안 하게 되니...

 

지금도 가끔가다 ..까르프엘 가면 그때 유학시절 처음 가 봤던 까르프와 그 추억담을 생각한다..

그땐 고통스럽고 서글프고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우리의 멍청함에 웃음 짓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