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
이영완 기자
2003년 5월 9일
puset@donga.com
무지개송어농촌 출신이라면 키우던 소가 팔려가던 날 그 커다란 눈망울에 맺힌 눈물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럴 때면 말 못하는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조류나 포유류도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과 똑같이 느끼는 동물에게 사냥으로 고통을 주지 말자는 동물애호가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물고기 역시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낚시 역시 사냥처럼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잔인한 스포츠라며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연구로 인해 낚시금지운동이 사냥금지운동과 보조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영국 로슬린연구소와 에든버러대학 공동연구팀은 최근 무지개송어의 머리에서 고통을 느끼는 감각수용체를 발견했다고 ‘왕립학회보 B’에 발표했다. 무지개송어는 해로운 자극을 받게 되면 사람이 고통을 느낄 때 보이는 것처럼 이상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린 스네던 박사 연구팀은 마취시킨 무지개송어에게 몸을 찌르는 기계적인 자극에서부터 열을 가하거나 독성물질을 주입하는 등 다양한 고통을 가했다. 그 결과 머리 부분에서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고통에 반응하는 58군데의 침해수용체(nociceptor)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 22군데는 찌르는 등의 기계적 자극이나 40℃ 이상의 열에 반응하는 침해수용체였다. 또 18군데는 화학 자극에도 반응하는 부위였다. 그래서 특히 이 부위는 다형침해수용체(polymodalnociceptor)로 분류됐는데, 양서류나 조류, 포유류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했다. 그러나 단순히 신경세포들의 반응으로만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사람이 고통을 느낄 때와 비슷한 행동을 물고기가 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독성물질에 몸부림쳐 스네던 박사는 송어의 입술에 벌독과 아세트산과 같은 독성 물질을 묻힌 다음, 무해한 소금물을 묻힌 송어와 비교했다. 실험 결과 소금물을 묻힌 송어에게서는 아무런 이상행동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벌독이나 아세트산을 묻힌 송어는 수조의 몸을 마구 흔들며 수조 양쪽을 왕복해서 헤엄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이는 동물원에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포유동물이 우리 양옆을 왔다갔다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송어가 수조 바닥의 자갈이나 수조 옆면에 연신 입술을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반사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독성물질을 입술에 묻힌 송어가 다시 먹이를 먹게되기까지는 정상적인 송어에 비해 90분이나 더 걸렸다. 보통 송어들은 한번 먹이를 먹은 뒤 30분 정도 지나서 먹이를 먹는다. 또한 이 송어들은 최고 속도로 헤엄칠 때와 같은 아가미 호흡률을 보였다.
스네던 박사는 “이제까지 어류가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어나 가오리와 같은 연골어류나 원시저인 척추동물인 칠성장어에 대해서만 진행됐다”며 “본격적인 골격을 갖춘 경골어류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진화 과정에서 연골어류와 경골어유가 갈라지면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갖게 된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귀족들의 스포츠인 여우사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여우사냥에서는 수십마리의 사냥개들이 여우들을 찾아낸 뒤 잔인하게 물어뜯어 죽인다. 여우사냥은 이러한 잔인함으로 인해 동물애호가들로부터 ‘가장 야만적인 스포츠’라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여론을 업고 블레어 총리가 여우사냥금지법안의 입법화를 약속한 뒤 하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키자 스포츠광인 찰스 왕세자가 상원에서까지 법안이 통과되면 이민을 가겠다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물고기도 여우처럼 고통을 느낀다면 낚시금지법안이 나올 법도 하다. 그렇다면 어디 이민 갈 곳도 없는 수많은 낚시광들은 무엇으로 법안통과를 막을까. 남편을 낚시터에 뺏긴 아내들의 공격도 막아내면서 말이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 이영완 기자 2003년 5월 9일 puset@donga.com
무지개송어농촌 출신이라면 키우던 소가 팔려가던 날 그 커다란 눈망울에 맺힌 눈물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럴 때면 말 못하는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조류나 포유류도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과 똑같이 느끼는 동물에게 사냥으로 고통을 주지 말자는 동물애호가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물고기 역시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낚시 역시 사냥처럼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잔인한 스포츠라며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연구로 인해 낚시금지운동이 사냥금지운동과 보조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영국 로슬린연구소와 에든버러대학 공동연구팀은 최근 무지개송어의 머리에서 고통을 느끼는 감각수용체를 발견했다고 ‘왕립학회보 B’에 발표했다. 무지개송어는 해로운 자극을 받게 되면 사람이 고통을 느낄 때 보이는 것처럼 이상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린 스네던 박사 연구팀은 마취시킨 무지개송어에게 몸을 찌르는 기계적인 자극에서부터 열을 가하거나 독성물질을 주입하는 등 다양한 고통을 가했다. 그 결과 머리 부분에서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고통에 반응하는 58군데의 침해수용체(nociceptor)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 22군데는 찌르는 등의 기계적 자극이나 40℃ 이상의 열에 반응하는 침해수용체였다. 또 18군데는 화학 자극에도 반응하는 부위였다. 그래서 특히 이 부위는 다형침해수용체(polymodalnociceptor)로 분류됐는데, 양서류나 조류, 포유류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했다.
그러나 단순히 신경세포들의 반응으로만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사람이 고통을 느낄 때와 비슷한 행동을 물고기가 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독성물질에 몸부림쳐
스네던 박사는 송어의 입술에 벌독과 아세트산과 같은 독성 물질을 묻힌 다음, 무해한 소금물을 묻힌 송어와 비교했다. 실험 결과 소금물을 묻힌 송어에게서는 아무런 이상행동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벌독이나 아세트산을 묻힌 송어는 수조의 몸을 마구 흔들며 수조 양쪽을 왕복해서 헤엄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이는 동물원에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포유동물이 우리 양옆을 왔다갔다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송어가 수조 바닥의 자갈이나 수조 옆면에 연신 입술을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반사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독성물질을 입술에 묻힌 송어가 다시 먹이를 먹게되기까지는 정상적인 송어에 비해 90분이나 더 걸렸다. 보통 송어들은 한번 먹이를 먹은 뒤 30분 정도 지나서 먹이를 먹는다. 또한 이 송어들은 최고 속도로 헤엄칠 때와 같은 아가미 호흡률을 보였다.
스네던 박사는 “이제까지 어류가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어나 가오리와 같은 연골어류나 원시저인 척추동물인 칠성장어에 대해서만 진행됐다”며 “본격적인 골격을 갖춘 경골어류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진화 과정에서 연골어류와 경골어유가 갈라지면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갖게 된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귀족들의 스포츠인 여우사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여우사냥에서는 수십마리의 사냥개들이 여우들을 찾아낸 뒤 잔인하게 물어뜯어 죽인다. 여우사냥은 이러한 잔인함으로 인해 동물애호가들로부터 ‘가장 야만적인 스포츠’라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여론을 업고 블레어 총리가 여우사냥금지법안의 입법화를 약속한 뒤 하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키자 스포츠광인 찰스 왕세자가 상원에서까지 법안이 통과되면 이민을 가겠다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물고기도 여우처럼 고통을 느낀다면 낚시금지법안이 나올 법도 하다. 그렇다면 어디 이민 갈 곳도 없는 수많은 낚시광들은 무엇으로 법안통과를 막을까. 남편을 낚시터에 뺏긴 아내들의 공격도 막아내면서 말이다.
매경이코노미 2003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