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가이봉(?) 울 남편

유니200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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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신랑의 취미는 '공구 모으기', 특기는 '고장난 것 수리하고 싶어하기' 이다.

 

결혼전 시부모님은 내게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쟤가 손 재주가 좋아.  집에 고장난건 쟤가 다 고친다니까.. 저기 밥통 뚜껑 안 닫히는 것도 쟤가 고친거구, 냉장고도 손본거구, 어쩌구 저쩌구..."

그말을 듣고 난 생각했다. '음.. 멋지구나.. 맥가이봉(?) 울 남편'

 

결혼 후 본격적인 그의 특기생활을 참관하게 되었다. 첨엔 다 새거라 고칠게 없는지라, 내가 원하던 선풍기 전등(그때만해도 요즘처럼 흔하진 않았음)을 달아 주겠다 한다. 게다가 매장서 보는 간접조명도 달아주겠다 한다.  조명가게 가서 골라오는데, 당당하게 말한다 "아저씨, 출장 안나오셔도 돼요."  정말 집에와서 없는 부품 만들어가며 뚝딱뚝딱 하더니 천정에 달아놓고 바람 휘휘 틀어준다..

와아!!  감탄감탄!! 짝짝짝  "자기야! 정말 잘한다~ 맥가이버구나~ 나중에 할일 없음 만물 수리상 하면 되겠다."  그말에 한껏 어깨가 올라가 으쓱으쓱한 남편...맥가이봉(?) 울 남편

 

하지만 그는 맥가이버가 아닌 맥가이봉(?)-이름에 봉자가 들어가는 관계로..- 이었던 것이다..

왜냐?  첨에 그가 손댄것은 정말 그럴듯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며칠(혹은 몇달, 잠복기가 길 수도 있다..)

이 지나면 삐걱삐걱 거리며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알람 고장난 시계 고쳐 며칠 쓰고 다시 재수리, 재수리 하다가 결국 불능이 된다. 

장난감 전자렌지 소리와 불빛이 다 안나오길래 a/s 받겠다 했더니, 가져 오라 한다. 모조리 뜯어 인두로까지 지지고 하더니 잠깐 된다.  이틀 지나면 손잡이가 헛돈다.

새로 롤 브라인드 샀더니 달아준다. 담날 책상위로 와장창 떨어진다.

수도꼭지 불편하다 했더니 코브라 수도꼭지 사다가 다시 달아준다. "어때! 편하지? 물 잘나오지?" 하길래 가봤더니 수도꼭지 방향 조금만 움직이면 물이 뚝 끊긴다.

겨울에 베란다 벽에 곰팡이 피니까 곰팡이 방지 페인트 사다가 열심히 바른다. 한 달 지나니 허물벗겨지듯 조각나 너덜너덜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차 앞좌석 햇빛 가리개가 자꾸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온다.  어디서 구했는지 찍찍이(얘들 운동화에 있는거) 가져다가 강력본드로 붙인다.  첨엔 성능 좋다.  나중엔 본드와 찍찍이가 붙은채 미끄러져 내려온다.

10년된 오디오의 cd가 안된다. "픽업이 문제네.. 픽업 갈면돼"(어서 그렇게 잘 구해오는지..)  cd가 나온다.  신기해 한다.  며칠 지나니, cd란cd는 모조리 긇혀져 버렸다.

 

이사온 집.. 옛날집이라 베란다 바닥이 거실보다 낮다.  목재소를 들락거리더니 베니어판, 스티로폴을 잔뜩 사온다.  땀 뻘뻘 흘리며 자르고 깔고 실리콘 바르더니 의기양양!! 

"봐! 베란다 확장공사 한거보다 낫지?"  얼마후... 실리콘 잔뜩발라 하수구에 연결한 세탁기 배수구서 물이 새기 시작한다..(신랑왈 - 에이..하수구가 안 좋네.. 배수가 잘 안되네.. 하수구가...)

앞베란다.  가운데 부분의 베니어판이 들려 타원형이 되었다.. 의자로 눌러놓고 있다.(신랑왈 - 햇빛이 너무 강해서 그렇네.. 햇빛이..)

 

최근.. 주방 가위가 고장났다. 가운데 연결부분이 삭아 떨어져 두 조각이 되었다..  집안에서 늘 예리하게 고장난걸 찾아 헤매던 남편에게 딱걸렸다!!  부랴부랴 연장통을 가져온다. 눈빛이 빛난다. 볼트와 너트를 이리저리 맞춰보더니 내게 내민다. "이거 얼마냐?"  "이천원"  "봐봐.. 나때문에 이천원 벌었다" "그래 고맙다.."  절대 안풀릴거라던 나사가 담날 헐거워진다.  3차 수리까지 받은후 지금 쓰고 있다.. 하지만 또 나사가 풀리면 꼭 가위 사리라 결심한다..

 

지금 내 머리 위에 있는 전등이란 전등은 모두 맥가이봉이 단 것이다. 

아직까진 무사하다..맥가이봉(?) 울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