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국돌이200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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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때는 동네 산성의 망루에 가거나 향교에 가면

자살한 사람들을 종종 볼수가 있었다.

왜 그때는 먹고사는것 조차 어려웠는지

당시 나의 어린 맘으로는 헤아릴수가 없어 그저

그런 모습들을 보면 두렵기만 했었다.

 

난 재수를 했다.

지금이야 재수,3수가 필수라고 하지만 당시는 가고,안가고가,

분명하던 시절인지라 나만 그런진 몰라도 재수 한다는

사실 자체가 창피했다.당시 형이 서울대 다닌다는 것만으로

1차 시험에 떨어지곤 2차 응시를 생략하고

곧바로 재수를 한 나에게 대학 입학은 절대절명이었다.

 

어렵사리 재수생이라는 1년을 보내고 드디어 입학시험!

헌데 1차 시험에 또 떨어지고 군대 문제 때문에

자존심을 땅에 내던지고 비참한 심정에서 2차 시험을 치뤘다.

 

합격자 발표일!

학교 담벼락에 붙어있는 합격자 명단을 훌터보던 난 나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434번! 나의 수험 번호가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내 번호가 없는것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젠 죽어야 한다 죽는길 밖에 내가 선택할 길이 없다.

 

비통한 심정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시내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내가 아끼던 지포라이타를 주고 남은 돈으로 차를사주고

고교졸업 선물로 받은 파커 만년필도 주고 집으로 왔다.

 

전에 들은적이 있다.

담배 열가치를 물에 풀어 마시면 니코틴 함량이 치사량을

넘어서 죽는다고.........

조용히 대접에 담배를 풀고 자리를 깔고 누웠다.

어머니에겐 피곤해서 자려하니 절대 방문을 열지 말아달라

부탁드리니 시험 떨어져 두 어깨를 늘어뜨리고 들어오는

작은 아들이 안스러우셨는지 염려 말고 푹 자라하신다.

 

대접의 담배물을 마시고 누워서 죽기만을 기다리는데

속만 느글 거릴뿐 정신은 그대로다.

도저히 참을수 없어 토하기 시작했고 나의 토하는소리에

황급히 들어 오신 어머니  사태를 눈치채신 다음

다른 약은 안 먹었느냐고 다그치셨고 담배물만 먹었다는

소리에 "이놈아!그것만 갖고는 안죽어!"하시며 나가신다.

 

망신스러워 이불을 덮고 그냥 누워 있는데 한참 후 형이

들러왔고 자초지종을 들은 형은

"아닌데요 재 합격 했는데요?저두 가서 확인 했어요!"

 

내용이 이랬다.

내 수험번호는 343번인데 내 총명한 머리는 434번으로 외었다.

 

입학식 날!

송장이 학생된 기분 누가 일까요?

친구들 유품으로 준거 다음날 다 찾아 왔다.욕먹어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