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때 돈을 벌게된 이야기(4)

세신200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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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첫 근무를 하던 그날은 칠월의 마지막 날이 었고, 보일러를 돌리기 위해 4시에 일어났을 때에도 새벽바람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더웠다.

 

    남탕과 여탕의 냉탕과 온탕속에 물을 모두 받을때면 거의 새벽 5시가 되면 사모님이 1층 수부로 내려온다. 3층에 사장님의 가정집이 있었는데, 그 3층의 일부는 2층 남탕에서 사용한는 수면실이 있었다. 물론 수면실은 남탕 탈의실에 만들어 놓은 계단으로만 올라갈 수 있도록 가정집과 벽으로 막혀 있었다.

 

  이미 내가 이 목욕탕에 오기전부터 현관 유리문에는 임시 휴무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일까 그날은 내가 아침을 먹으로 가기 전까지 손님은 한분도 오시지 않았고, 그렇게 오전내내 서너분의 손님만 이용했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참 여유로왔다. 하지만 내가 때밀이로써의 첫 손님은 점심을 먹고 내려온 바로 직후 였다.(나는 지금까지도 그날 첫손님이 온 시간까지도 정확히 기억한다. )

 

   내가 막 점심식사를 하고 남탕으로 내려와 탈의실 가운데에 있는 넓은 평상에 걸터 앉아 담배 한 개피를 피워 물려고 할 때 였다. 출입문이 열리고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캐쥬얼 차림을 한 남자분이 들어 왔다. 물론 욕탕에는 손님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 손님은 들어올 때부터 옷을 모두 벗고 욕탕으로 들어 갈때까지 자꾸 힐끗힐끗 나를 쳐다봤다. 나중이야기지만 단골 손님이 아니고, 때를 밀기 위해서 처음 오신분들은 들어서면서부터 때밀이가 누군지 두리번거리며, 찾고는 때밀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여러번 힐끗힐끗 쳐다본다. 그리곤 대부분 욕탕에 들어가 비누샤워를 하고 다시 욕탕 유리문을 반쯤열어 얼굴만 내밀고는 "십분 뒤에 들어오세요"라고 한다. 물론 들어 가기전에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고, 때밀이가 누구인지 모를때는 "아저씨!"라고 찾기도 한다. 혹은 나이드신 분들 중에는 "어이, 나라시!"라고 부르는 분도 있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일본말이지만....

 

   그는 "아저씨. 십분뒤에 들어오세요."라고 했다. 나는 처음엔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 했고, 왜 나보고 십분 뒤에 들어오라는 건지 몰랐다.  사우나실 옆에 있는 내 작업실(?) 침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내 손님인 것을 알았다.  작업실은 어깨높이의 칸막이가 있고 문은 없다. 욕탕에서는 작업실 출구를 통하여 침상의 아래쪽 반정도만 볼 수 있었다.
 

  일단 사각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평상위에서 수건을 말았다.  사실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설레임도 있었다. 난 생처음 돈을 받고 때를 밀어준다는 것에 대한....
 
  하지만 나는 나의 작업실에 들어서면서부터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그가 나보다는 조금 큰 키 이긴는 했으나 왠지 전날 전임자나 아내와 아이들이 누워있던 것과는 달리 침상이 꽉 찬 듯 느껴졌고, 건장한 남성의 피부는 아내와 아이들의 보드러운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또 그 일은 주관식 예상문제의 답을 달달 외우듯 되는 것도 아니였다. 더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전임자가 내게 시범보일때는 아주 빠르게 금방금방 밀고 나갔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감았던 수건이 자꾸 풀려져 버린다거나 가장자리가 너덜해 몇 번을 고쳐감을 수밖에 없었고 여러번 밀었던 자리도 가늘어지긴 했지만, 계속해서 때가 돌돌 말려 나온다는 것이었다.

  

  본시 때는 표피의 각질과 노폐물, 생활먼지들로 이루어져있는데, 처음의 때가 굵게 말려나오다가. 샤프심처럼 가늘게 말려나오면 멈추는게 좋다. 그때부터는 우리몸에서 각질이 떨어져나오는 것이고, 너무 때를 많이 밀면 어린이나 나이드신 어른신들은 피부 면역성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 때도 우리몸의 일부이기 때문에 적당히 미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직업적인 상식도 모르고 있던터라, 돈을 받고 때를 밀고 있다는 강박관념에 무조건 깨끗하게 잘 밀어드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크게 6등분해서 때를 민다고는 했으나, 손가락, 발가락, 팔꿈치와 무릎 그리고 생식기 부근등 소소하게 밀어야 할 부분이 많고 신체중 연약한 피부가 있는 곳들을 밀때의 방법들도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었지만, 나는 단지 방법만 외우고, 전일 가족을 상대로한 짧은 경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전임자가 말한 시간이라는 것도 앞면의 한 쪽을 모두 미는데만 벌써 20분이상 소요되고 말았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 졌다. 그러한 과정중에 그 손님께 사실대로 자초지정과  제대로 배우지 못 하고 때을 밀게되 죄송하다는 말 해야 했다. 물론 돈을 받지 않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 분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느낄 수 가 있었다며, 오히려 다른 목욕탕에서 몸을 밀 때의 방법들과 요령들도 자신의 본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 해주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앞면과 한 한쪽 옆면을 모두 밀었을 때까지 걸린 시간을 알면 이 글을 보시는분들은 어이가 없어 믿지 못 할 실지 모르지만 정확히 한 시간에서 2분이 모잘랐다. 나는 작업실(?)에 들어 설 때 시간을 측정해 보고자 시계를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자그마치 58분 동안에 앞면과 측면 한쪽 밖에 밀지 못 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많이 지쳐 있었고 호흡도 매우 거칠어 졌지만, 그 분은 여러 모로 안타까운 듯 배려해주는 말들을 내게 많이 했다. 우여곡절 끝에 등쪽이 어쭛 다되어 갈 무렵, 업드려 있던 그가 시계를 쳐다보곤....

 

"약속시간이 급하니까. 대충마무리해 주세요."

 

   때를 민지 한시간 반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인 듯 했다. 때를 제대로 밀지 못 했다는 죄스러움보다는 끝이 날 것 같지가 않던 일이 끝나게 되었다는 생각에 오히려 내심 안도감이 들 정도 였다. 나는 아직 밀지 못하고 있던 부분들 넓게 한번 휘저으면서 문지르는 걸로 마무리를 했고, 비누거품을 내어 몸에 골고루 문질러 주고 끝을 내었다

 

   그가 샤워를 끝내고 욕탕 유리문을 열고 나올 때는 몸에 여러 곳이 끓힌 듯하게 붉은 자국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타올의 가장자리가 너덜해지면서 말려 들어가 재봉선의 두틈한  부분에 의해 쓸려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나를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이 세상에 있겠는냐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기까지 하는 그 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옷을 모두 갈아 입자 냉장고가 있는 곳으로 걸어 갔다. 보통사람의 가슴 높이 밖에 않되는 내 내장고는 2단으로 진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는 캔음료수를 2개를 끄집어내어 냉장고 위에 놓고는 잠시 그렇게 머뭇거렸다. 잠시 뒤 음료수 캔을 따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 그리고는 한손에 한 개씩들고 내게로 와서는 수고했다며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아무생각없이 두 손으로 받아 들고 그의 얼굴을 봤을때는 자상한 미소도 머금고 있었고 음료수 하나를 단숨에 모두 들이키고 나서는 다음에 이 쪽으로 다시 올 일이 있으면 다시 들리겠다는 말과함께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출입문을 나서는 그의 뒤모습을 보며, 거듭 죄송하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러게 그를 배웅(?)하고 돌아섰을 때.... 좀전에 그가 잠시 머뭇거리고 서있던 냉장고 위에 가지련히 놓여진 만이천원을 보는 순간의 그 알수 없는 야릇한 감정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었다.

 

  3층 수면실로 통하는 계단 중간에 있는 작은 창문을 열고 그 분이 골목끝으로 사라지던 그 순간까지 뒷 모습을 바라 봤다. 사실 그 만이천원은 그 당시 내 전제산(?)에 몇배가 되는 돈이 었다.  빚을 합한다면은 수십배는 되겠지만,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왠지 모를게 내게 용기과 희망을 갖게 해준 그 분의 따뜻한 마음까지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