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아내

보라맘2007.05.18
조회41,305
 

어제 소방훈련을 하다가 안타까운 사고가 났습니다.

에휴... 눈앞에서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하며... 그 가족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올때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제 남편은 소방관입니다.

지금은 119구급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답니다.

사고소식도... 황당한 사건사고 이야기도...


어제 사고에서는 노후된 차량에 안전매트 또한 준비하지 않았다더군요.

결혼전엔 몰랐지만 남편으로 인해 소방에 많이 관심이 생기더군요.

소방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소방차가 지나가면 내내 시선이 가고...

소방차.... 지나가다 보신분 있으신지?

정말 오래된 차들이더라구요. 기본 10년???


울 신랑 소방서 옆에 경찰지구대가 있습니다.

소방차들 전부 엄청 오래된 차들이던데... 새차는 8대중 1~2대 정도...

경찰차들은 거의 새거던데...

소방은 넘 지원이 안되더라구요.

왜 그러냐 물어봤더니, 경찰은 국가직이고 경찰청이 있어 돈도 많이 지원된다던데

소방은 지방직이랍니다. 시청에 소속되어 있는데 시에서 지원이 좀 짜다고 하더군요..


얼마전에 제가 있는 곳에 산불이 났습니다.

울 신랑 당연 비상근무하러 갔구요.

근데 소방서에 장비가 없답니다.

산불 끄는 장비는 다 구청이나 시에 있어서 구청 시 직원이 쓰고 버리고 간걸로 산에 올라갔답니다. 참....

알고보니 산불은 소방서 담당이 아니라 지자체 담당이라네요. 산림청에서 예산이 지차체로 가서... 첨 알았습니다.

저도 무조건 불은 다 소방서에서 하는 줄 알았으니...

하여간 장비가 없답니다.

일반 화재에도 장비가 부족하다더라구요.

마스크인가? 하여간 생명에 직결되는 마스크도 2명에 1개랍디다... 헐...


울 신랑 2교대입니다. 하루24시간 근무 하루24시간 휴무...

전 하루 일하고 하루 쉬니 쉬는날 식구들 같이 놀러도 가고 시간 많겠다 생각했습니다.

사실 주말도 따로 없기에....

24시간 근무하고 오는 날 오후 3~4시까지 내리 잡디다...

결혼 후 첨에는 많이 싸웠습니다.

맨날 집에만 오면 피곤한 척 하냐고....

곤히 자고 있는 모습보면 불쌍합니다.... 지금도 옆에서 애랑 자고 있습니다. 코골며...


밤에 출동이 많았나 봅니다.

매일 매일 5분거리에 있는 병원에 가기위해 119를 애용(?)하시는 할머니, 아파트 현관문 열어주러도 가고, 개나 고양이도 잡으러 가고, 수시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물론 응급환자도 있다고 합니다. 원래 맡은 일은 구급차 운전인데 간혹 불도 끄러 들어가고, 사무실 내부 행정적인 일이 더 많답니다.

난 119면 불만 끄고, 구급차로 환자 이송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 본연의 업무가 20%고 잡다한 행정적 일이 80%랍니다.


전 결혼전 일할때도 야근해본적은 없습니다만 신랑을 보니 얼마나 힘든지 알겠더라구요.

신랑 많이 씩씩합니다. 남자답고...

30대 중반을 넘어가니 슬슬 몸생각도 하고 많이 스스로 약해진다고 느껴지나 봅니다.


휴무날이라도 푹 쉬면 좋겠습니다. 쉬는날도 온전히 쉬는게 아닙니다.

휴무날을 비번날이라고 하더군요.

비번날은 또 비번근무가 있습니다.

소방검사(노래방, 술집, 학원.... 등 별별곳을 다 다니더군요.), 불조심 예방 캠페인, 수시로 비상근무.....

쉬는 날이라도 제대로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방검사다 각종 행사 차출에 명절에도 쉬지 못합니다.

명절때 근무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24시간 근무를 해야하는 업무의 특성상 응급상황이나 환자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명절날 근무가 아닌날은 특별경계근무(?)라고 있더군요.

하는 일이 대형마트, 노래방, 술집을 개개인별로 1~2군데를 정해주고 저녁6시부터 밤12시까지 대기하고 있는답니다. 집지키는 개(?)도 아니고, 마트, 술집, 노래방에서 왜 보초를 서고 있는지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보초선다고 불이 안나는가요? 이걸 또 감시하는 간부도 있고.... 근무에 따른 수당같은것도 없구요...

명절에도 가족들 친지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근무도 서고, 보초(?)도 서고....ㅠ.ㅠ

결혼후 제대로 친척들 인사 다닌적 없습니다.


다른 공무원들은 시간외로 근무하면 따로 수당이 있다고 하던데, 이마저도 없답니다.

사실 근무시간만큼도 돈을 다 받지 못한다더군요.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타 공무원들과 비교하니 그렇네요...


소방조직 참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매번 사람이 부족한데도 인력충원이 별로 없으니...

제가 있는 곳의 공무원선발요강을 봤습니다.

행정직 200명이상 항상 뽑지만, 소방 10명 내외로 뽑더라구요.

행정직은 폭넓게 있기도 하지만...

사실 일반 시민이 가깝게 느끼는 건 소방 119가 더 밀접한데도....


신랑 왈 “우리 조직은 우리 내부에서 변화되는건 없다... 항상 국민들이 도와줘서(?) 이정도 되고 있다라고....ㅋㅋ”


공무원은 보통 국민의 공공의 적(?)인데 우리 소방공무원은 그렇지 않다며 좋아하더군요...씁쓸....

소방관 아내의 자그마한 소망이 있다면, 경찰정도의 처우(3교대, 재정적 지원...)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