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엄마 임신..출산기

밍밍맘2003.05.17
조회6,847

우리 밍밍이(성일이의 배넷이름입니다.. 중국식 이름이에요 明明)가 태어난지 이제 일년이 다되갑니다.

작년 우리나라의 6월 아시죠? 월드컵의 열기.. 우리 밍밍이는 대전에서 16강전을 하던 그날 바로 대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럼 밍밍엄마 임신. 출산기 들어갑니다.

 

 

밍밍이 아빠랑 저랑은 궁합도 안본다는 4살차이죠..

저는 설에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고 밍밍빠는 대전에서 대학나오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땜에 연애생활이라고는 두달에 한번씩 만나는게 고작이었죵..

그나마 옛날에 가입한 017 패밀리 무제한 통화제도가 우리들을 이어준 수단이었죠

(신세기가 저희 땜에 망한건 아닌지..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별소릴..ㅋㅋ

전 밍밍빠랑 결혼을 하기 위해 대전으로 발령을 받아서 내려오고..

우리들의 꿈같은 결혼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술과 담배를 모르는 밍밍빠는 대신에 간식을 작살내는 습관이 있어서..

주말마다 마트에 가면 카트에 과자가 미어터지도록 담아지고..

연일 이어지는 외식에..제 몸은 정말 즐거운 한때 였습니다..

 

결혼 생활 7개월째.. 전 그동안 꼬낏꼬깃 모아둔 쌈지돈 백만원을 내놓으며

여름휴가로 홍콩에 가자고 신랑을 꼬셨습니다.. 신랑은 저를 매우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면서도 땡잡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러마 하더군요..

여름휴가는 홍콩의 빅토리아피크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며 꿈같이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달후.

 

몸의 변화를 느끼겠더군요..

홍콩에서 일을 낸겁니다.. 신랑에게 임신진단시약을 사다달라구 했더니

잽싸게 사다 손에쥐워준 남편..

설마 임신이겠냐?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냐..

신랑두 우리의 짧은 신혼생활이 아쉬웠겠죠..

밤새 한숨도 못자고 새벽을 기다렸습니다..

신랑은 옆에서 코고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가구..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잽싸게 처음본 소변에 시약을 푹~

조금있다 나타난 두줄의 양성 반응..

전 시약 막대기를 들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서 먼산을 쳐다봤습니다..

신랑 인기척에 일어났는지..

뭐야? 임신 맞아? 야 근데 네 표정이 왜그러냐?

원하지 않는 남자의 아이를 갖은 표정..바로 그표정이야 우쒸..

전 신랑 말에 대꾸도 안하구 주섬주섬 옷을 입구 출근준비를 했습니다..

임신하면 팔짝 팔짝 뛰면서 공중으로 돌리기도 하던 드라마는 다 뻥이었습니다.

신랑도 좀 당황스러운 눈치였던게 분명한데..

되려 저한테 임신한게 그렇게 싫으냐구 짜증을 내더군요..

만사가 귀찮아서 대꾸도 안하고 출근을 했죠..

 

그날 하루 퍼질러서 휴게실에서 잠만 잤습니다.

동료들은 평소에 제 성격을 아는지라.. 엔간히 아픈가보다 하고 이해하더군요..

 

마음을 대충 정리하니. 아이를 맞이해야 하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부터 태교를 해야지.. 병원도 가보고..

그건 신랑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저녁에 가보니 모짜르트 태교음반을 사다 놓았더군요.

 

전 도통 입덧이라는게 없었습니다.

먹고 싶은것도 없었고..

그래도 신랑이 영 미안했는지..마트에 가자고 하더니 과일을 종류별로 고르라네요..

자주 오기 귀찮으니깐..뻥~

그래도 밍밍맘은 임신했다구 대우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 둘다 개혼이구..양쪽집안에 갓난아기 본지가 이십년이 넘고..

직장은 그럭저럭 그런거에 관대한 직장이고 해서요..

 

하여간 이제 밍밍맘 애나러 갑니다..


6월 17일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갔는데 그날은 하루종일 냉장고 청소다 집안 청소다 해서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밍밍빠는 원체가 잔소리도 많고, 깔끔을 떠는 성격이라 제 배가 남산만해도 일은 다 시키죠

이날도 출근하면서 화이트보드에 하루에 할일을 적어놓고 갔습니다..

 

계단오르락 내리기

냉장고 청소

세탁기 돌리기

물먹기(원체 물을 안먹어서 병원에서 전화가 왔죠 ㅋㅋ)

멸치 10개 먹기(것도 빈혈이라고 연락이 와서)

 

모든 과업을 끝내고 이제 담날을 기약했습니다.

18일은 월드컵 16강전을 대전에서 하는 바람에 대전이 들썩 들썩 했습니다.

신랑은 전땜에 이날 하루 휴가를 냈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이슬이라게 비추더군요.
오전에는 신랑이랑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고 잠깐 백화점을 다녀
온뒤 소파에 늘어져 누워있었는데 배가 주기적으로 아파오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리 큰 진통은 아니었지만 배를 누가 비틀어 짜는 느낌 하여간 그랬어요
신랑에게 진통시간 체크해달라고 부탁하니 진짜 주기적으로 진통이 오더군요.



서둘러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병원에 전화를 하니 빨리 오라고 해서 병원에 도착하니 오후 여섯시.. 십분간격으로 오던 진통이 오분으로 줄어 들었죠.
가족분만을 하기로 되있어서 신랑이랑 함께 있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어요
진통은 점차 좁혀가고 이런 와중에 왠 밥이 나오는지.. 그시간에 도착한 시엄마는 밥먹어야 애기 낳는데 힘쓴다며 꾹꾹 말아주시는데 도저히 못먹겠더라구요..
점차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데 시아빠까지 계시니까 어찌할바를 모르겠고, 너무 민망한 나머지 "아버지 집에 계시다가 애기 낳으면 오세요.. 저 괜찮아요? 했더니 저의 시아빠 왈"응 그래 그러면 나 여기 서대전 광장 가서 월드컵 응원하다가 올께"
어째 빨간 티를 입고 오셨다 했더니.. 그리고 얼마있어 신랑의 직장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빨리 복귀하라고..저희 신랑 공무원이거든요.. 하여간 그날 월드컵땜에 긴급하게 소집 명령이 떨어지고.. 애기 낳는다고 안된다고 했더니 초산이라 금방 안나올꺼라는 상사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야했습니다..
저더러 괜찮냐고 다녀온다고 언제 나올껏 같냐고 물어보는데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섭섭한 마음을 금치 못했지만(이럴줄 알았으면 가족분만실에 왜갑니까..) 보내줘야지 어쩝니까..

남편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병실을 떠나고 의사가 들어와서 손을 쑥 집어넣더니(정말 내진 싫습니당..) 이제 자궁이 5cm 열렸답니다. 우리 시엄마 제가 진통올때마다 손 꼭잡아주시고 등도 토닥여주시고.. 전 병실에 있는 공에 매달려서 허우적 대고.. 그시간에 저희 엄마..는 외삼촌 기일이어서 거기 가계셨습니다. 신랑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냥 엄마 있으면 더 힘들껏 같고 마음 약해질껏 같아서요..

저녁 아홉시 진통간격이 2-3분으로 줄어들고 도저히 힘들어서 못견디겠더라구요
"어머니 저 수술 시켜주세요""수술 시켜주세요 빨랑용" 시엄마 말도 못하고 눈물만 맺혀서 제 손 꼭잡아주시더라구요.. 마음은 다들 콩밭에들(월드컵 중계보느라..)가있어서 간호사들도 들어와서 한번 쑥들어왓 태동 모니터 보더니 조금 더있어야 되요..
하더니 뭐 먹다가 급하게 온 애들처럼 나가버리데요..
간호사 붙잡고도 수술시켜다랄고 졸랐더니 "엄마 수술하면 더아파요 안아픈게 아니에요"에구 그말도 쏙 들어가고 .
그 와중에 우리 신랑 계속 전화해서 언제 나올껏같냐고 말같지도 않은 소릴 자꾸하고 저는 마음 놓여주려고 낼 새벽에나 나올껏 같다고 되지도 않은 대꿀 계속하고,
오빠가 미안하다고 전화통 붙잡고 계속 우는데 그거 달래주느라 진통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오는 전화 안받으면 당장이라도 뛰쳐나올것 같아 애써 태연한적 하는것도 곤혹스러웠구요..

저녁 열시 담당의사가 들어와 내진을 하더니 10cm 열렀다고 분만대로 올라가라고 하더군요.. 의사 역시 황급히 나가버리고 간호사가 두명 들어오더니 힘을 주랍니다.. 엄마 한번만 한번만 응아 보듯 힘을 주라네요..(간호사들이 왜 엄마라고 하는지 하여간 닭살 돋아 죽는줄 알았습니다) 힘주니까 잘한다고 칭찬하고 머리가 보인다는둥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더군요.. 그렇게 한시간을 힘을줬습니다.. 말이 한시간이지 저는 거의 패닉상태에 빠졌고 이대로 콱 죽었으면 죽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간호사들 거의 기절한 저를 꼬집고 때려서 깨우고 아이 태동을 들려주더니 엄마 애기 숨못쉰다면서 엄마가 이러면 아기 죽는다고 겁을 막줍니다..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마지막 용쓰듯 힘을 줬습니다..
힘주다 말면 아기가 다시 쑥 올라간다고 끝까지 하라는데 그게 말이 쉽지.. 힘들더군요
이제 열한시.. 다 나왔다는 간호사들 말과는 달리 글쎄 엄마 골반이 작아서 아기가 끼었다고.. 진짜 힘 팍 줘야 나온다고 그러네요.. 얼마 안있어 병원이 떠나가도록 함성소리가 들리고 누가 골을 넣기는 넣은것 같은데.. 간호사 두명이 합세 해서 난립니다 그와중에 전 누가 넣었어요 그랬더니 설기현이 넣었대요..그러대요
다시 힘주기.. 골반이 작아서 간호사 세명이 양쪽에서 다리를 벌려 찢고 한명이 아기 머리를 꺼내기 위해 계속 손을 집어넣더군요..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
그렇게 한시간이 거의 다지나가고 또 한차례의 함성소리 이번에는 여태까지 코빼기도 볼수 없었던 의사가 싱글벙글 하며 나타나대요.. 안정환이 골든골 넣어서 이겼다고 엄마 힘내라고 우리 팔강갔다고..지금낳아서 팔강일 만들자구 그러더군요..그러면서 신랑 보고싶냐고 물어보고 누구 보고싶은 사람 없냐고 물어보고..

전 다 필요없다고 그랬습니다. 내몸이 죽어나가는데 누가 보고싶다궁..저 참 인정머리 없죠..
열한시 오십분쯤 의사가 엄마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힘주라고 그러대요
으윽~~~ 의사가 같이 소리내 힘주게 해주었습니다.. 자기가 끝낼때까지 같이 힘주자고.. 그러더니 뜨끔한 느낌.. 회음부를 절개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용썻더니 "엄마 나왔다"하는 소리와 뭔가 물컹하고 빠져나가는 느낌 그리고 물 팍쏟아지는 느낌이 함께 왔습니다..

겁난다며 커텐뒤에 계시던 울 시엄마가 들어오셔서 탯줄 대신 잘라주시고(이병원 생기고 시엄마가 탯줄 끊은거 처음이랍니다..)
애기 제 옆으로 데려오는데 젤 먼저 손가락 발가락 갯수 맞춰보고(전 손가락에 너무 집착을 했습니다.. 임신중에 사차원 봤을때도 손가락 갯수 세달라고 해서 방사선 기사가 사진에 손가락 다섯개라고 새겨줄 정도였죠 ㅋㅋ), 한참 쳐다보니 이게 꿈인가 싶더라구요..

그때 커텐뒤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제사 지내고 있는데 신랑이 참다참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한테 전화했대요.. 수정이 지금 죽을라고 한다고 장모님이 가보시라고..엄마는 상황 종료(?)된거 아시고 너무 미안해하시고..

십분후 태반 나오고 회음부 절개하니 간호사가 휠체어 가지고 오더니 내려와서 앉으래요.. 자연분만이 이래서 좋은가보다 했죠

병실로 돌아가고 나서 시엄마 시아빠 보내고 엄마랑 같이 있었습니다..
아 근데 잠이 한숨도 안오는거에요.. 미치겠더라구요..

하나밖에 없는 오라버니는 월드컵 응원하다가 흥분해서 보도블럭에 얼굴을 헤딩하셔서 눈팅이

밤팅이가 되서 나타나서는(연합뉴스에도 나왔습니다. 우리오라버니.. 앵커: 오늘 거리응원전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도 생겨... 응원하던 시민이 보도블럭에 넘어져..ㅋㅋ) 밤새도록 이날의 감동을 잊어선 안된다며 재방송을 틀어대고

밖에서는 제가 머리털나고 그렇게 애국자들을 많이 본게 처음입니다..

대한민국을 밤새도록 외쳐대더군요..
밤을 꼬박새고 나니 아침.. 엄마는 출근해야 된다고 하시면서 새벽에 가시고
밥이 나왔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온몸을 움직일수가 있어야죠.. 꼭 누군가에 흠씬 두들겨 맞은것 처럼 온몸이 절여오고 코앞의 밥을 못먹고 있었는데 시엄마가 오셨어요.. 밥 떠주시고 물 먹여주시고
좌욕한다고 화장실 데려다 주시고, 화장실에 나왔는데 신랑이 왔더라구요.
어정쩡하게 꽃다발 들고 서있는데. 말도 못하고 눈가만 빨개져서요..
저 내복 입어야 된다고 그러니까 시엄마 아빠 나가시고 남편이 내복 입혀주는데 기억이 눈물뽀가 터져서 꺼이꺼이 울고..
저도 여태껏 안 울었는데 같이 울고..

하여간 평소에도 눈물 많은 우리신랑은 너무 많이 울어서 눈 팅팅 부었구요.
그러면서도 제가 언제 이번일을 가지고 괴롭힐지 모른다며 두려워하더군요..

밍밍엄마의 출산기는 이걸로 끝냅니다..

담에 밍밍이 육아기로 찾아뵙고 싶군요 ㅋㅋ..

 

이제 결재 받으러 가야되용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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