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너무나 무식한 그녀--(19)

무식녀2003.05.17
조회352

19.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깊은잠을 자고 난 뒤 밀려오는 몽롱함처럼 머리가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밀려오는 아픔.... 온 몸이 쑤신다....아 ...아치형님도 너무 하시지.....

그렇게 사정없이 사람을 팰수가 있냐!!!!

 

그때였다....

푸~~~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 물!!!!!!

헉!!!! 이게 무신 물벼락이람!!!

놀라 눈을 떴을때....눈을 떴을때....내 눈에 보이는것은....다름아닌.....

 컵을 들고 서 있는 무식녀였다!

 

무식녀-음마!!! 살았따!!! 살았어!!! 와!!!!!

 

무식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았다"를 외치며 손뼉까지 치고 있었다...

그랬다. 무식녀는 깨어나지 않은 날 위해 옛날 우리 어머님들이 다림질을 하기 위해 분무기 대신

직접 입으로 물을 뿜어내신 그 방법을 이용해 내게 물벼락을 내린것이다.......

과연 무식녀 다운 행동이다......그러나...당하고 있는 나는 무척 찝찝하다.....

 

그리고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

 

간호사-이봐여..환자 얼굴에 물을 끼엊으면 어떡해요?

무식녀-하도 안일어나길래...정신 차려보라고 그런건데예...그래도 이 덕분에 살았났다 아입미꺼?

간호사-후-- 채현수씨... 이건 채현수씨가 할일이 아니랍니다..어서 채현수씨 병실로 돌아가세요..

무식녀-싫어예~~ 싫어예~~ 지는 우리 오빠 봐야됩미더....오빠야..이제 괜찮은거가? 놔보소!!

 

무식녀는 간호사에 손에 질질 끌려나가고 있었다...그 와중에도 안가겠다고 발버둥 치는 무식녀...

그 모습이 웃겨 피식 웃음이 난다.....그러나 그 웃음 끝에서 난 가슴이 찡해졌다.....

언뜻 보인 무식녀의 얼굴이 상처로 엉망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날 위해 자신의 아픔까지 참아낸 무식녀...........

그녀의 그런 마음때문이었을까? 이렇게 내 가슴이 찡 한 이유가............

 

무식녀가 가고 난 뒤 옥동자승태와 그놈의연인이 된 배신녀 은정이 문병을 왔다.....

남의속 뒤집는것도 아니고 30분째 닭살쑈를 내게 보여주고 있다.....

이건 문병이 아니라 염장지르러 온것이 분명했다.....

내 꼭 퇴원하면 너희 둘 사이를 갈갈이 찢어 놓고 말테다!!!!!!!

 

은정-자기야...이것두 먹어봐.....아~~~~~~~~~~~

승태-아~~~~~~~~~

은정-맛있지? 또줄까?

승태-응...아~~~~~~~

나-야 너희둘!!!!!! 당장 집에 가!!!

승태-왜그래...문병온 친구한테........

나-야 이게 문병온거야 염장 지르러 온거지.....

승태-염장은 무슨.....그냥 약 주러 온거지....

나-약? 무슨 약?

은정-무슨 약이긴...약 올려 줄려고 온거지...ㅋㅋㅋ

나-이것들이 정말!!! 이씨........

 

난 도저히 바퀴벌레커플인 두사람을 참아내기 힘들어졌다......

아픈 친구를 앞에 두고 애정행각을 벌이다니... 친구녀석도 다 필요없다.....

내 걱정해 주는건 무식녀밖에 없다니까.........

 

난 아픈 몸을 이끌고 병실을 나왔다.... 침대에서 일어나 병실문을 나갈때까지도 바퀴벌레커플의 애정행각은 계속 되었다....... 정말 눈꼴시려 볼수가 없다... 내 기필코 저것들을 찢어놓고 말테다!!!!!

 

난 이를 갈며 어기적 어기적 거리며 병실 휴게실에 도착했다.....

휴게실엔 환자들과 가족들로 빈자리를 찾아 볼수가 없었다.....

바퀴벌레들에게 쫓겨나다시피해 찾아온 휴게실마저 이러니...

내가 편히 쉴곳은 어디란 말인가!!!!

난 빈자리가 있지 않을까하고 휴게실을 빙- 둘러 보았다.....

그때였다....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무식녀가 보였다.....

아!! 이런 반가움이란!!!!

난 어기적 거리며 무식녀에게 다가갔다.....

 

나-여기서 모해? 아까 간호사한테 끌려가더니.....

무식녀-핫 오빠!!!! 안그래도 좀있다 간호사 몰래 오빠 보러 갈라고 했는데...누워있지..왜 왔노...

나-어... 바퀴벌레들이 내 병실을 차지해버서 도망쳐왔어......

무식녀-뭐 바퀴벌레? 불결하게 병실에 바퀴벌레가 왠말이고!!! 내가 잡아주까!!!

            내 손 한방이면 바로 즉사할낀데...

 

무식녀는 당당히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결의찬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래 너의 손은 변신히 가능한 대단한 손이구나...

때론 무기로, 때론 바퀴벌레잡는 손으로,......

 

나-아니 그 바퀴벌레가 아니고.....인간바퀴벌레...승태하고은정이...

무식녀-아...그렇구나.....

나-그나 저나 모하고 있었어? 혼자서?

무식녀-배가 고파서 삶은달걀좀 먹을라꼬예.... 내가 젤 좋아하는기 삶은 달걀이거든예...

            오빠도하나 드릴까예?

 

무식녀의 그 말에 문득 무식녀와 첨 만났던 그 날이 떠올랐다.......

이빨로 달걀을 쪼아대던 무식녀의 그 모습에 기겁을 했었지.......

정말 다시는 그런 여자 만나지말아야지 했었는데.......

무식녀와 나 사이에 어떤 인연의 끈이 있었을까........

이렇게 나란히 앉아 있는거 보면............

 

무식녀-싫어예? 싫음 말고.......

 

무식녀는 첨 만났던 그날처럼 이빨로 툭툭 달걀을 깨고 있었다........

 

무식녀-아야~~~~아씨 입이 터져가 이것도 안되네......

 

무식녀는 입이 터진 쪽에 손을 갖다 대며 인상을 찡그렸다.....

 

나-줘봐 내가 해줄게.......근데 넌 여자가 되서 이빨로 달걀을 깨? 그냥 암때나 깨면되지....

무식녀-지는예 이렇게 깨서 먹는게 맛있어예...실은 어릴적에 우리 아빠가 이렇게 해서 달걀을

           까주신적이있었는데...그때 그 달걀이 얼마나 맛있었던지...그뒤로 전 이렇게 먹습미더..

 

그 말을 하는 무식녀의 눈속엔 어떤 아득한 그리움이 보였다...

가족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 무식녀 너두 외로운가 보구나........

 

나-그럼 오빠가 네 아빠처럼 그렇게 달걀 까줄까?

무식녀-ㅋㅋ 와!! 그럼 더 좋고예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무식녀....

나는 그웃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이빨로 툭툭 달걀을 깨본다....

 

나-아!! 아!!!!

 

나역시 입이 터진터라 달걀을 깨기가 쉽지않다....

 

무식녀-많이 아파예? 그냥 놔두이소..그냥 먹어도 되예...

나-아니야... 좀만 더 하면 돼...

무식녀-놔두라니까.......

 

무식녀는 화를 내며 달걀을 빼앗아 버린다.......

 

나-왜 다 되 가는데...

무식녀-이까짓거 대충 먹으면 되지뭐...아까 연고 사온게 있었는데..아 여깃다...

           일루 와 보이소..약 발라 줄게예.......

 

싫다고 했지만 무식녀는 비닐봉지에서 약을 꺼내 약을 발라 주었다......

그런 무식녀의 모습에 나 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쿵쾅쿵쾅!!!

 

무식녀-아파도참아야되예...후~ 후~

 

어릴적 돌아가신 어머니가 내게 약을 발라 주셨던 것 처럼...지금 무식녀는 아프지 않게 후-후 불어가며

약을 발라주고 있다.... 아  포악스런 무식녀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니....

내 심장은 더 크게 뛰고 있다.

 

쿵.쾅.쿵.쾅.

 

아 정말 내가 왜 이러는거야......

아치형님들한테 너무 씨게 맞아서 심장이 이상해졌나?

진정하려할수록 심장은 더 크게 뛰고 있다............

 

그때였다....

 

???-야 채현수!!!!!!!!!!

 

무식녀를 부르는 소리에 약을 발라주던 무식녀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쳐다봤고......

그곳엔 등빨 좋고 옷빨 좋은 왠 남자가 무식녀를 보고 서있었다...........

왠놈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그 남자는 무식녀의 책에 끼어져있던 사진속의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