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 따러 가세~

아짐200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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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옷을 디너자이너 초이의 첫 작품이라고 한 것은 실재로 나중에 그녀는 디자이너 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랬다...솔직히 우리둘은 지금도 같이 있으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작년 가을에 우리 남편이 일 관계로 미국에 한 열흘정도 출장을 간 일이 있다.

그 기회를 놓칠쏘냐....비행기 타고 애 데리고 초이를 만나러 갔다..

공항에 마중 나온  초이와 만나 우리 둘은 서로 반가움에 손을 마주 잡고 아주 흥분 상태에 있었다..

..우리는 참 흥분도 잘 한다..

나의 아들을 당시 꽉찬 네살이라 걷기고 잘 걸었지만 초이의 딸은 세살이라곤 하나 개월수로 따지면 두돌도 안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잘 걷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흥분한 초이가 애 손을 잡고 걸으면서 커브를 돌거나 의자에 앉거나 하면서 지 행동 반경만 생각해서 애를 마구 휘둘렀기 때문에 애는 퍽하면 유리창에 머리 받고 모서리에 부딛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중엔 내가 보다 못해 나 신경 안 써줘도 되니 제발 애 좀 잘보라고 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초이의 집에 도착해서 우리는 그날밤 즐겁고 먹고 마시고...

다음날 설악산으로 떠났다. ..속초시내 근처에 있는 콘도에 방을 잡고 다음날 워터피아를 가기로 했다..

 

우리의 멍청한 행각은 이상하게도 둘이 함께 있으면 그게 제어가 안 된다..

우리도 다른 사람 만나면 나름대로 생각이라는걸 하고 안 되겠다 싶은건 안 되겠다 이야기도 하는데

둘이 만나면 약간의 최면 상태에 돌입하는지 하나에서 열가지 실수 투성이에다 앞 뒤 분별력도 사라지고 실수 연발인데 또 둘이는 상대를 너무 잘 믿는 그런 면이 있다..

 

웬만한 사람들 같음 그 정도 겪어 봤음 서로가 무슨 제안을 하거나 말을 하면 재는 실수 잘 한다 싶어 나라도 정신 차려야지...이래야 하는데 우린 거꾸로 상대를 너무 믿고 나 자신도 릴랙스 한 상태..전혀 아무 생각없는 무뇌아의 상태로 돌입하는것 같다...

 

 

그렇게 설악산에 도착을 하고 나서도 역시나 실수 연발이었다..

나는 남편의 군복무 덕에 결혼하고 나서 꼬박 2년간 강원도에 살았는데 그당시 그렇게 설악산을 많이 왔었더랬다..

휴가는 자꾸 줘쌌지..갈데는 없지..그래서 휴가때마다 설악산에 온것이 한 여덟번은 되는것 같다..

근데 그렇게 자주 왔던 속초고 오면 늘상 묵던 콘도였지만 한화 콘도에 있는 워터 피아 에 찾아 간다고 길을 잃고 헤메는 바람에 우리는 오전을 꼬박 소모하고 겨우 워터피아에 도착했는데 어린것들 보다 우리가 더 좋아서 팔짝 팔짝 뛰다가 급히 내려 들어간다고 글쎄 차문을 닫지도 않고 활짝 열어 놓고 내린것이었다..

 

꼬박 한나절을 즐겁게 놀고 너무 물에 오래 있어서 몸이 팅팅 불어가지곤 흐믓한 마음에 나와선 회시장 가서 회 떠가지고 콘도가서 술이나 한잔하자...이러면서 나오는데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차 문이 활짝 열려 있는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누가 우리 차를 털었나........급히 차안을 살펴보니 내릴때 쓰레기 더미 같던 그대로였다.

물론 귀중품은 없었지만 얼른 머릿속에 토산물 점에서 산 오징어랑 쥐포가 생각이 나서 트렁크를 뒤져보니 오징어와 쥐포도 무사히 있었다...

 

초이가 물었다..

"니 내릴때 문 잠갔나?" 차는 초이 차였지만 운전은 내가 했었다

"..............."

생각해보니 문을 잠군 기억이 안 났다....오토 리모컨이라 문을 잠궜으면 삑! 소리가 났을건데 아무 소리도 들은 기억이 안 났다....

"근데 니는 내릴때 문은 닫았나?"

"..................."

 

초이나 나나 빨리 들어가 놀 생각에 흥분을 해서 문도 안 잠그고 심지어 닫지도 않았던것이다..

그래 놓고 그깟 오징어 누가 훔쳐 갔을까봐 점검을 했던 우리의 행각에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지만 그 에피소드를 들은 각자의 남편들은 별로 새삼스러울것도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이런 엉성한 우리지만..초이는 디자이너로써 돈도 잘 벌고 그 능력도 인정 받아 한동안 사회생활을 했었다..

결혼 후에도 꽤 높은 연봉의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고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했지만 친정이 멀리 있고 남편 역시 밤 늦게 귀가하는 직종이라 애 봐줄 사람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직장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궁굼해 하시는 분들이 있길래..참고로..우리는 71년 돼지띠로 올해 서른세살이다.....

서른 세살이라고 하니..갑자기 '33세의 팡세'라는 옛날에 읽었던 수필이 생각나는구만....

 

 

어쨌든 그렇게 웃기는 첫 작품을 만들었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우리의 엉성함이나 멍청함이 둘이 함께 있으면 제어가 안 되는고로 아마 혼자였으면 초이는 첫 작품도 꽤 휼륭하게 만들었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프랑스 생활로 돌아가서..

그렇게 우리는 참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몇가지 웃기지도 않는 사건이 더 있었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로..

간단하게 요약 하자면..

 

하루는 우리가 다니던 학교에서 나와 어딜 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큰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초이가 "앗!!" 하고 소리를 쳤다..

"뽕이닷!!"

 

뭔 소린가 했더니 우리가 그렇게 무심코 지나다니던 거리의 가로수가 바로 뽕나무 라는것이었다

그리곤 나무에서부터 떨어져 길거리에서 나뒹굴고 있는 조그맣고 새까맣게 생긴 열매를 주워 들며 초이가 마구 흥분을 하였다...

 

"뽕이다~~~뽕이닷!!! " 하면서 뽕뽕 대는것이었다

 

나는 뽕이라고 하면 그 무슨 애로 영화 뽕~ 그리고 또 님도 보고 뽕도 따고...이런거 밖에 생각 안 나는데 초이가  왜 그렇게 흥분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초이의 설명에 따르면 뽕은 아주 맛이 좋고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비싸고 귀한 음식이란거다..

그걸로 뭘 하는고 하면 술을 담구는데 뽕으로 술을 담구면 그렇게 맛도 좋고 향도 그윽하단다..

 

게다가 뭐 뽕으로 약을 쓴다든가..뭐 여러가지 설명을 해 주었는데 하여간 기억 나는건 뽕으로 술을 담구면 아주 맛이 좋다는것이었고 그 핵심은 어쨌거나 뽕이 우리 나라에선 귀하고 비싼 것이라서 말하자면 이렇게 길거리에 뽕이 뒹구는 것은 그야말로 노다지가 길거리에서 나뒹구는 거나 다름 없다는것이었다..

 

 

그말을 듣고 나니 나도 흥분이 되었다..

하여간 그때 초이는 너무 아는게 많아서 병이었고 나는 너무나 모르는게 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노다지를 어떻게 할것인가 싶어 일단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걸 마구 주어 먹었다..

안 그래도 애들이 거지 꼴인데 프랑스 사람들이 볼때 어땠겠는가 한 번 상상해 보시라..

지네들 입장에서 보면 먹는 음식도 아니고 나무에서 떨어진걸 막 주어 먹고 있으니 이건 거지도 그냥 거지가 아니다...

개로 따져도 쓰레기통 뒤지는 떠돌이 개가 아니라 똥 주워 먹는 똥개인셈이다..

 

그래도 흥분한 나머지 "맛있재?"를 연발하며 이게 꼭 산딸기 맛이라는 둥

아니, 산딸기 보다 낫다는 둥..하며 열심히 주워 먹었고 흥분한 초이는 내 이빨에 끼인 뽕 찌거기 까지 떼서 먹었다.

 

큰길이 한 2킬로 정도가  펼쳐져 있는데 그 길을 보아하니 양쪽으로 뽕나무가 끝없이 늘어졌고 밑에 떨어진것 말고도 뽕이 아주 많이 달려 있는것이었다..

 

우리는 그걸 뗄려고 팔짝 팔짝 뛰다가 아무래도 키도 안 닿고 좀 쪽팔린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어떡하지...잠시 의논을 해 보았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건 돈이나 다름 없었고 프랑스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었기에 경쟁자도 없는 그저 먹기였는데 쪽팔리게 계속 따 먹을 수는 없고 그 귀하다는 뽕이 쓰레기차에 쓸려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우리가 이걸 다 따서 뭘 하겠노?"

"술 담가야지.."

"니 술 좋아하나?"

"안 좋아한다"

"그럼 술 담가가지고 뭐 할건데?"

"한국에 보내 줘야지..."

 

한국에 보내줘...?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지도 않는 발상이다..진짜로..

공부하라고 프랑스 보내 놨더니 공부는 안 하고 뽕 술 담가서 보내 주면  부모님이 어지간히도 좋아들 하시겠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정말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께 뽕술을 보내 드리고 싶었다...

나..이 날 이때까지  효도 한 번 해 본 적 없고 부모님한테 늘상 받기만 했는데...뽕 술로 보답하리....

그런 결심이 빡 섰다....

 

그러나 아무리 뽕 나무가 늘어선들 뭐하리..우리가 그 뽕 따고 있으면 프랑스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볼것인가..

그래서 생각한것이 밤에 깜깜할때 오자는 것이었다....

앗사리 망태기 까지 준비해서 마음 놓고 본격적으로 따보자는게 우리의 야심 만만한 계획이었다...

 

그렇게 집에 와선 분주했다..

긴 막대기 찾으랴...뽕 담을 포대기 찾으랴

 

그리고 각자 집에 보낼 뽕 항아리 두단지를 상상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밤을 기다렸다..

 

그리하여 이정도 어두우면 되겠다 싶은 시각에 두 소녀는 집을 나섰다....

 

그래서 결국 뽕을 땄느냐...?

밤에 나가보니 가로등이 훤해 더 밝았고 날이 좋아 인간들이 많이 나와 가지곤 까페마다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이 우글 우글 앉아 있었다..

 

아무리 우리가 뽕술이 간절했기로서니..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막대기 휘휘 저어가며 뽕을 딸만큼 얼굴이 두껍지는 못했기에 결국 씁쓸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우리는 뽕 가로수 밑을 지나가며 영 아쉬운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저게 다 돈인데...하며 쩝~ 입맛을 다셨더랜다....

그렇게 계절은 뽕이 익어서 나무에서 떨어지고 또 그뽕이 쓰레기차에 휩쓸려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