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32-살인충동-

200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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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32번째 이야기다. 난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왜소한 체격에 내성적인 아이. 그게 바로 나다. 중학교 2학년 때다. 난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았다. 내 바로 뒤에 앉은 놈이 항상 날 괴롭혔다. 괴롭히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낄낄거리고, 또 괴롭히고. 어떻게 괴롭혔냐고?

 

 

고무줄에 철사 감아 쏘기.( 진짜 아프다. 이거 맞으면 살갗 벗겨진다.)

 

 

칠판 지우개로 내 머리 하얗게 염색 해놓기. ( 정말 짜증난다. 난 먼지가 많아지면 호흡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가장 싫어했다. 그래도 놈은 좋아하더군.)

 

 

의자에 껌 붙여 놓기. ( 모르고 의자에 앉으면 옷에 껌이 찰싹 달라붙는다. 아직도 이놈의 장난에 난 아직도 의자에 앉을 때면 의자를 손으로 한번씩 쓰다듬는 버릇이 있다.)

 

 

머리 때리고 도망가기. ( 내가  쉬는 시간에 엎어져 자고 있으면 항상 머리 때리고 도망간다.) 내가 쉬는 시간에 자리를 비우면 내 책상과 의자에 풀로 하얗게 거미줄을 만들어 놓는다. 그거 떼려면 쉬는 시간 다해도 안 된다. 공부시간에는 뒤에서 침으로 방울을 만들어 내 옷에 다 뱉는다. 정말 더럽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낄낄 거리며 계속 한다. 정말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난 놈을 죽여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때 처음으로 살인충동을 느꼈다. 난 과도를 하나 샀다. 이걸로 놈의 어디를 찌를까? 가슴? 아니다. 가슴에는 갈비뼈 때문에 칼이 깊숙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배? 위와 장이 있는 배. 하지만 여러 번 찌르지 않고는 죽일 수 없다. 한번에 끝내야 했다. 놈이 찔리고 발악을 할 수도 있다.

 

 

목? 그래 목. 목에는 몸에서 가장 많은 급소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수련을 많이 한 사람도 이 목은 수련하기가 가장 힘들다. 물론 목보다 더 수련하기 힘든 곳이 한가지 있다. 남자에겐. 어딘지는 알아서 생각 바란다. ㅡ_ㅡ; 목선 앞으로 얇은 살이 있는 곳을 위로 올리며 찌르기로 마음먹었다. 숨골을 찔러 버리면 한번에 놈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생각 할 것도 없다. 한시라도 놈을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 뿐. 과도를 산 다음날 학교에 갔다. 오전8:00 놈은 아직 안 왔다. 난 내 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다시 한번 놈을 죽이는 장면을 되뇌었다. 목을 찌르면 놈은 목을 감싸 지고 주춤거릴 것이다. 난 그때 기회를 봐서 놈의 배를 찌를 것이다. 1번, 2번, 3번, 4번, 5번... 칼이 부서져라 찌를 것이다. 그리고 놈의 가슴을 찔러 놈의 심장을 꺼내 바닥에 두고 밟아 터뜨려 버릴 것이다. 터뜨려도 꿈틀거리면서 심장 근육은 움직이며 피를 뿜어내겠지. 피는 곳곳에 튀어 버릴 테고. 난 꿈틀거리는 그 심장을 발로 밟아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난 그리고 경찰에 잡혀가겠지. 가서 취조를 받을 것이다. 왜 같은 반 친구를 잔인하게 죽였는지 물을 테지. 난 말 할거다. 난 그런 놈을 친구로 생각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그리고 그 동안 놈이 나한테 괴롭힌 것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오전8:10분. 놈이 왔다. 놈은 오자마자 뒤에서 또 고무줄을 쏘아댄다. 그래 마음껏 쏴라. 그 짓도 오늘이 마지막 일테니. 난 품속에 있는 과도에 손을 가져갔다. 놈은 아직도 낄낄거린다. 막 놈을 찌르려고 칼을 꺼내 들려는 순간. 교실 앞문이 열렸다. 담임이다. 제길. 하필 이런 때 들어오다니. 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 앞에 학급 문고에 가서 잡히는 책 한 권을 꺼냈다. 속담 책이다. 책 읽는 척이라도 하려고 책을 아무 곳에나 폈다. 책을 펴자 이런 속담이 나오더군. 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속담이.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 이 말이 그 당시엔 마음에 팍 와 닿았다. 그래. 저런 쓰레기 같은 놈 죽이고 내 인생 망칠 수는 없지. 참자. 그때 참았기에 난 소년원 구경을 안 해도 됐다. 지금도 학교에서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놈들에게 말하고 싶다. 힘있다고 약한 애들 괴롭히지 마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그 애들은 너희들 모르게 비수를 갈고 있다.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