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의 끝을 잡고 ...

별지기소년2003.05.19
조회4,348

아주 오랜만에 인터넷을 서핑하였다.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다가 어떤 이가 쓴 글을 읽고 가눌수 없는 상념에 젖어 내가 잠을 이루어야 될 가치를 잊어 버리게 되었다.

어떤 이가 쓴 비슷할 글을 읽으며 나는 이미 십수년전 그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슴이 마구 뛴다

수수깡 물체주머니 공기 점보지우개 사기구슬 쇠구슬 딱지 훌라우프 실내화

실내화 가방 멜로디언 리코오더 자석필통 흔들이 샤프 몽당샤프 색종이

각도기 컴파스 .....etc...

색종이나 고무딱지에서 풍기는 그 자극적인 냄새를 맡고 싶다.

수수깡은 수수로 만들어졌으니까 먹어도 상관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수수깡을 씹고싶다.

지우개치기를 해서 딴 지우개로 아주 높이 탑을 쌓고싶고

실내화를 직접 집에서 솔로 빡빡 빨고 싶고

흔들이 샤프에 정성스레 샤프심을 넣어 흐믓하게 흔들어 보고 싶고

자석필통의 자석은 자꾸 떼었다 붙였다 하면 자석의 성질이 사라질까

호기심 가득넣어 만지작 만지작 하고 싶고

점심 시간 수돗가 불소통의 불소를 먹으면 정말 불로장생할수 있을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하면서 한입 가득 불소를 머금다 뱉고 싶고

주머니 가득 구슬을 담고 흐믓한 웃음을 지으면 흘러 내리는 바지춤을 잡으며 교실로 들어오고도 싶고

빨대로 조금 찍어서 불면 풍선이 불어지는 화학재를 껌대용으로 씹으며 이상야릇한 자극도 느끼고 싶고

괜히 애궂은 책장 맨 앞장을 찢어서 천하무적 딱지가 되도록 빌며서 바닥에 내리치고 싶고

슬기로운 생활 시간 물체주머니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면서 만지작 거리고 싶고

금속중에 구리가 제일 신기했었는데.....

고무찰흙을 만지고 싶다.

처음 나올때는 각각의 색색으로 된 주체성이 강한 물체였지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뭉치고 피고 뭉치고 피고 하다보면 어느새 검은색이 되고 만다.

지금 다 자란 나의 상태가 그 고무찰흙의 빛깔은 아닐까?

지난번 일년 전쯤이었을까 내 친구 민선이 종삼이와 함께 종로 인사동 거리를 찾은 적이 있었다.

작고 허름한 골동품 집에서 발견한 불량식품 세트....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지만 예전에 몇 십원 하던 것들이 이제는 세트로 5000원에 팔고 있었다.

나는 거금 5000원을 주고 그 세트를 샀다. 애들이 피식 웃었지만 난 불량식품을 산것이 아니었다.

추억을 산 것이었다. 지금도 집에는 그 세트들이 모셔져 있다 ^^

추억을 돈을 주고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길가 노점상에라도 추억을 진열해 놓고 팔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 추억들을 구입하겠지 그리고는 내 방에 잘 전시해 두겠지.

예전엔 아픔이었던 나의 추억들이 이제는 가슴 시린 추억으로 나의 밤을 잊게 한다.

아톰을 나는 사랑한다. 스타에이스나 메칸더 브이는 나의 영원한 우상이었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솓는 꼬마자동차 붕붕이라든지

이상한 나라 폴의 니나를 구출해오다 다시 대마왕에게 잡혀가는 장면은

항상 나에겐 가슴아픈 장면이었다.

팔목에는 비밀담긴 의문의 팔찌를 끼고 뛰어 노는 들장미소녀는 토끼랑 타조의 친구였고

빛을 타고 내려왔다가 마법으로 여러가지 착한 일을 하다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요술공주 밍키는

현실에서도 나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새소년과 소년중앙 어깨동무는 지금 다시 볼 수 있다면 감격해서 눈물이 날것 같은데......

그 시절 나의 마음의 빈공간에 여러가지 상상력을 그려준 책들

물론 그전에 보았던 한국위인전기라든지 세계위인전기 세계민화집 한국민화집 과학백과 같은 것들이

나의 부족한 탐구욕을 채워주긴 했지만...

그 많은 책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스터 섬에 가서 모아이 석상들을 보고싶어 한적도 있었다

아틀란티스 제국을 나중에 크면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태양소년 에스테반이 있었구나.

에스테반의 목걸이가 아주 멋있게 보여서 십원짜리 동전을 갈아서

그 목걸이 비슷하게 만들어 달고 다녔던 때가 있었지

천년여왕을 보면서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먼 미래 혹은 먼 광년 미지의 땅을 상상해 보기도 했었고

혹시 내가 오래전에 지구에 내려온 외계인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병원을 가더라도 진찰을 안 받을려고 떼를 쓴적도 있었다.

물론 이유는 나의 존재가 들킬까봐 ^^

달을 보면서 수억광년 떨어진 나의 별에서 오는 교신을 받을려고도 했었고

몇살이 되야 나의 초능력이 발휘될까 하는 조바심에

무작정 옥상에서 별들을 쳐다보기도 했었지....

또 외계인이 아니면 사이보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룬적도 있었다.

우뢰매 시리즈를 보면서 나도 때가 되면 지구를 지켜야 할거라는 다짐도 했었다.^^

집에서 수백번 들어서 그 내용과 대사를 기억하던 스페이스 간담브이, 똘이와 제타로봇

간첩잡는 똘이장군같은 테입은 어느 레코드사 가면 살 수 있을까? 혹시 소리바다에는 없을까?^^

뿔달린 공산당 두더지의 존재였던 북괴(예삐라는 요정이 나오는 만화에 보면

헐크로 변한 주인공과 괴물같거나 아주 멍청하게 보이는 북한군이 싸우고 있었지)가

지금은 북한이라는 말로 순화 되어버리고 햇볕정책에 의해 화해의 무드가 되어버리고....

벌써 2시가 다 되었다

더 많은 상념들이 몰려오고 있다 나는 지금 추억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즐겁다. 그 바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더라도 나는 행복하다. 아니 빠져 나오고 싶지 않다.

어느덧 내 방안에는 그 시절 나와 함께 했던 그 많은 것들이 가득차 있다.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이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방안에 가득차 버린 나의 추억들을 모두 안고 꿈의 나라로 가야겠다.

다시 어린시절 그때로 돌아가 언덕위를 뛰어다니고 싶다.

내가 깨달은건 더이상 나는 외계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이보그도 아니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걸 보니 버림받았거나 내가 지구인일테지.

중요한 것은 내가 외계인이거나 사이보그였다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때 나의 초능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고로 나는 외계인이 아니겠지?

나는 지금 나의 현실에 충실한 기.성.세.대 라고 불리우는(물론 지금 자라나는 세대에 비춰볼때이다)

불쌍한 인간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행복하다,

돈주고 살 추억이라면 불량식품 밖에 없고 머나먼 고향별에서 버림받아 지구인이 되어버린 나일지라도

나에게는 추억보다 소중한 그 시절 나의 친구들이 있다.

낯선 땅에 와서 자기 일처럼 나를 챙겨주는 나의 친구들

어려울때 자기 아픔마냥 날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나의 친구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의 삶을 접는다고 하더라도 날 위해 분명 슬프게 울어줄 나의 친구들

더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일단은 여기서 접어야 하겠다.

왜냐면 지금의 나의 지속되는 상념이 내 방에 모인 나의 추억들을 다 안기엔

너무 작은 용량인것 같기에 오늘은 지금까지 모은 나의 추억들과 함께

그때의 나로 돌아가야겠다.

나의 친구들아 잘자라 고맙구 사랑한다.

오늘은 꿈속에서 나의 고향별에서 들려오는 고향의 메세지나 들어야겠다.

나 죽기전에 그 메세지 받아볼수 있을테지 ^^

안녕 모두들.............

 

이 밤의 끝을 잡고 ...

 

 

 

☞ 클릭, 다섯번째 오늘의 톡, 이거, 정말 당신이 싼거유?